튀넬 타고 올라간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 — 노스탤직 트램, 바닥의 나자르 본주, 그리고 데운 뱅쇼 한 잔
카라쾨이 쪽에서 언덕을 올려다보다가 결국 튀넬을 탔다. 이스탄불 베이올루의 이스티크랄 거리로 올라가는 방법은 몇 가지 있는데, 걸어 올라가면 숨이 턱까지 차고 택시는 이 동네 골목에서 잘 들어오지도 못한다. 지하 케이블카, 현지에서 그냥 Tünel(튀넬)이라 부르는 이 짧은 노선이 제일 빠르다. 승강장에 서니 붉은 차량…
이스탄불
카라쾨이 쪽에서 언덕을 올려다보다가 결국 튀넬을 탔다. 이스탄불 베이올루의 이스티크랄 거리로 올라가는 방법은 몇 가지 있는데, 걸어 올라가면 숨이 턱까지 차고 택시는 이 동네 골목에서 잘 들어오지도 못한다. 지하 케이블카, 현지에서 그냥 Tünel(튀넬)이라 부르는 이 짧은 노선이 제일 빠르다. 승강장에 서니 붉은 차량 옆구리에 "İETT 155 YAŞINDA / 155 YEARS"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벽면은 초록 타일이고, 옛 이스탄불 흑백 파노라마와 액자 사진들이 조명 아래 촘촘히 걸려 있어서 정거장이라기보다 작은 전시실 같았다. 전광판의 남은 시간이 03:45에서 줄어드는 걸 보며 서 있었는데, 실제로 타보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다. 역이 딱 두 개, 중간에 아무것도 없다.

요금은 이스탄불카트로 찍고 들어간다. 금액은 시기마다 바뀌니 숫자를 외워 가기보다, 카드 잔액을 넉넉히 충전해 두는 편이 낫다(정확한 요금은 개찰구 앞 안내판에서 현장 확인 권장). 처음 온 사람이 자주 하는 실수가 하나 있는데, 개찰구에서 한 장의 카드로 여러 명을 연속으로 찍으려다 막히는 경우다. 나는 일행 것까지 찍으려다 앞에서 한 번 멈칫했다.
이스티크랄의 주인공, 빨간 노스탤직 트램
튀넬 출구로 올라오면 바로 이스티크랄 거리가 시작된다. 여기서 꼭 한 장 찍고 싶었던 게 34번 노스탤직 트램이다. 앞면 행선판에 TAKSİM - TÜNEL이라고 적힌 그 빨간 차. 사실 이건 교통수단이라기보다 움직이는 기념품에 가깝다. 사람 걷는 속도랑 별 차이가 없고, 앞뒤로 사람들이 계속 끼어들어서 '트램만 깨끗하게 나온 사진'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열 몇 장 찍어서 건진 게 이 한 장이다. 팁이라면, 트램이 완전히 멈춰 섰을 때 정면에서 살짝 낮게 앉아 찍는 것. 서서 찍으면 앞사람 뒤통수가 무조건 들어온다.

밤의 이스티크랄은 사람이 정말 많다. 위 사진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거리 전체가 사람으로 꽉 찬 게 보인다. 양옆으로 MADO, ESPRESSOLAB, 되네르 가게 간판이 번갈아 나오고, 저 멀리 골목 끝에 금색 조명이 걸려 있다. 소리도 한몫한다. 버스킹 기타, 스피커에서 나오는 튀르키예 팝, 그리고 노점의 밤 굽는 냄새가 한 번에 밀려온다. 사람 밀도가 높으니 가방은 앞으로 메는 게 마음 편하다.

바닥에 박힌 나자르 본주 —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것
이스티크랄에서 갈라타 쪽으로 빠지는 골목을 걷다가 발밑에서 발견한 것. 큼직한 돌 하나에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 조각들이 잔뜩 박혀 있었다. 파란 눈알 모양의 그 부적. 튀르키예 사람들은 이게 남의 시샘 어린 시선, 그러니까 액운을 대신 맞아준다고 믿는다. 깨진 조각과 온전한 것이 섞여 있고, 노란 유리 파편까지 함께 박혀 있어서 하나의 모자이크처럼 보였다. 상점 진열대에 걸린 반짝이는 새 제품보다, 이렇게 길바닥에서 밟히며 닳아가는 쪽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이스탄불에서 나자르 본주는 관광 상품이기 전에 생활의 물건이라는 걸, 이 돌 하나가 알려준다. 사람들이 다 하늘과 간판만 보고 걸어서, 이건 고개를 숙인 사람만 만난다.

촬영 좌표는 아래 지도 근처다. 이스티크랄 남쪽 끝(튀넬 방면)과 갈라타 사이 구역인데, 이 일대는 대로 하나 벗어나면 바로 언덕과 골목으로 갈라진다. 튀넬에서 내려 이스티크랄을 따라 탁심 방향으로 쭉 걸으면 대략 1.4km 남짓, 중간에 안 새고 걸으면 20~25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안 샐 수가 없다는 것.
대로에서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소음이 뚝 끊긴다. 셔터 내린 전자상가에 그래피티가 덮여 있고, 'GALATA', 'Next&NextStar' 같은 간판이 남아 있는 이런 골목. 낮에는 장사하다가 밤엔 조용해지는 상업 골목인데, 오히려 이스탄불의 실제 얼굴은 여기 쪽에 가깝다고 느꼈다. 다만 밤늦게 혼자 처음 보는 골목으로 깊이 들어가는 건 권하지 않는다. 나도 한 번 언덕을 잘못 타서 예상보다 한참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오느라 종아리가 남아나질 않았다.

골목 안 테라스 골목과 아치형 상점
반대로 어떤 골목은 대로보다 더 붐빈다. 머리 위로 금색 화환 장식과 전구줄이 겹겹이 걸려 있고, 양쪽 카페가 야외 테이블을 골목 한가운데까지 밀어놓은 곳. 서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했던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가스 히터 때문이다. 검은 갓 모양의 히터가 테이블마다 붙어 있어서, 겨울 밤인데도 사람들이 코트만 걸치고 바깥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배운 것 하나. 이런 골목은 자리에 앉는 순간 호객이 시작되니, 메뉴판을 먼저 보여달라고 하고 가격을 확인한 뒤 앉는 게 낫다. 같은 골목에서도 집집마다 값이 꽤 다르다.

같은 구역에서 들어가 본 가게 하나. 벽돌 아치 천장이 그대로 드러난 좁고 긴 공간에 올리브오일, 비누, 오일 병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천장이 원래 창고나 지하 저장고였던 흔적 같았고, 돌벽 사이에 나자르 본주와 붉은 하트 장식이 걸려 있었다. 냄새가 좋았다 — 라벤더 비누랑 말린 허브 냄새가 섞인. 손으로 자른 비누가 카운터 앞에 줄지어 놓여 있고 각각 설명 카드가 붙어 있어서, 뭘 사든 성분을 읽고 고를 수 있었다.

거리 곳곳의 조명 장식도 이 계절의 특징이다. 전구를 늘어뜨린 침엽수 벽 앞에 붉은 하트 조형이 걸려 있었고, 그 안에 "Barnathan İSTANBUL"이라는 글자가 노랗게 빛났다.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길래 나도 기다렸다가 한 장 찍었다. 이런 포토존은 낮에 지나가면 그냥 나뭇가지 뭉치라 아무도 안 본다. 조명 켜지는 저녁 이후에 오는 게 맞다.

결국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뱅쇼 한 잔
골목을 한참 헤매고 나서 들어간 펍. 나무 테이블에 앉자마자 시킨 게 따뜻하게 데운 뱅쇼(sıcak şarap)였다. 커팅이 들어간 두꺼운 유리잔에 담겨 나왔고, 오렌지 한 조각이 얹혀 있었다. 잔을 감싸 쥐었을 때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도가 딱 좋았다 — 뜨거워서 못 잡을 정도가 아니라, 언 손을 녹일 만큼. 계피와 정향 향이 먼저 오고, 한 모금 넘기면 오렌지 단맛이 뒤에 남는다. 알코올은 데우면서 많이 날아가서 생각보다 순했다. 밖에서 몇 시간 걸은 뒤 마시는 이 한 잔이, 솔직히 이날 본 어떤 랜드마크보다 기억에 남는다.

안주로 시킨 건 닭 시시케밥 접시였다. 흰 접시에 구운 라바쉬를 부채꼴로 잘라 깔고, 그 아래에 숯불에 구운 닭고기 조각이 숨어 있다. 옆에는 붉게 볶은 불구르 필라프와 구운 토마토, 통째로 구운 청고추 한 개. 라바쉬가 고기 기름을 빨아들여서, 빵만 따로 먹어도 맛이 있었다. 아쉬웠던 건 닭 가슴살 쪽이 조금 퍽퍽했다는 것 — 다시 시킨다면 닭보다 양고기 쪽을 고를 것 같다. 청고추는 겉보기보다 맵지 않고 향이 좋아서, 뱅쇼랑 번갈아 먹으니 균형이 맞았다.

다음에 오는 사람을 위한 메모
- 튀넬은 튀넬 → 이스티크랄 방향(올라가는 쪽)으로 타는 게 이득이다. 반대 방향은 어차피 내리막이라 걸어도 된다.
- 노스탤직 트램은 이동수단으로 기대하지 말 것. 걷는 속도와 비슷하고, 붐빌 땐 타는 것보다 사진 찍는 게 낫다.
- 바닥의 나자르 본주처럼, 이 거리는 시선을 아래로 한 번 내려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 가격은 계절과 환율에 따라 자주 바뀐다. 이 글에 금액을 쓰지 않은 이유이고, 메뉴판·개찰구 안내판에서 현장 확인을 권한다.
- 겨울 밤 이 동네는 언덕 바람이 매섭다. 걷다가 히터 있는 골목 카페에 앉아 뱅쇼 한 잔 넣고 다시 걷는 리듬이 제일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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