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 칼레이치 절벽 위, Yuvam Shisha Nargile Kafe에서 항구를 내려다보며 보낸 오후
튀르키예 안탈리아의 구시가 칼레이치(Kaleiçi)는 성벽 안쪽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처음 오면 바다가 어디 붙어 있는지 감이 안 온다. 그러다 절벽 끝 산책로에 올라서는 순간 시야가 확 열린다. Yuvam Shisha Nargile Kafe는 그 절벽 라인 위, 요트 항구(Kaleiçi Yat Limanı)를…
안탈리아 · Yuvam Shisha Nargile Kafe
튀르키예 안탈리아의 구시가 칼레이치(Kaleiçi)는 성벽 안쪽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처음 오면 바다가 어디 붙어 있는지 감이 안 온다. 그러다 절벽 끝 산책로에 올라서는 순간 시야가 확 열린다. Yuvam Shisha Nargile Kafe는 그 절벽 라인 위, 요트 항구(Kaleiçi Yat Limanı)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다. 나는 2월의 흐리다 개기를 반복하던 오후에 들어가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여름 성수기의 안탈리아만 아는 사람은 이 계절의 이 도시가 얼마나 조용한지 모른다.
자리값이 전부인 카페 — 항구 뷰
솔직히 말하면 이곳의 실체는 음료도 시샤도 아니고 자리다. 테이블에 앉으면 아래로 성벽, 그 아래 정박한 목선들, 방파제, 그리고 지중해가 순서대로 깔린다. 성벽 위쪽 언덕에는 붉은 기와지붕의 오스만식 주택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사이사이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검은 창처럼 솟아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안탈리아 구항구 전경"이 딱 이 각도다.
테라스 바닥은 인조 잔디와 하얀 대리석 계단이 섞여 있고, 난간 대신 낮은 석재 턱이 놓여 있다. 발을 턱 위에 올리고 앉으면 시야에 걸리는 게 거의 없다. 나도 결국 신발 신은 채로 다리를 올려놓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는데, 이 카페에서 사람들이 가장 오래 하는 행동이 바로 그거다. 서둘러 사진 찍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눌러앉는 곳.
와인 한 잔, 그리고 발밑의 고양이들
튀르키예에서 카페 겸 나르길레 가게가 술을 파는지 아닌지는 가게마다 갈린다. 이 집은 잔 와인이 있었다. 레드 한 잔을 받아 눈높이로 들어 올리니 유리 너머로 항구가 통째로 담겼다 — 유리 곡면 때문에 성벽이 휘고 배들이 뒤집혀 보이는데, 그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 각도를 바꿔가며 들여다봤다. 2월 오후의 햇빛이 얇아서 와인이 검붉게 가라앉아 보였다.
병을 들어 라벨을 확인하는 사이, 옆 턱에 고양이 두 마리가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안탈리아 구시가 고양이는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는다. 쫓지도 않고 달라붙지도 않고, 그냥 같은 풍경을 본다. 한 마리는 몸을 말고 누웠고 다른 한 마리는 계속 항구 쪽을 응시했다. 참고로 테이블에 음식이 올라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 접시가 나오면 시선의 방향이 바뀐다. 이건 흠이 아니라 이 동네의 기본값이다.
위치와 접근성 — 오르막을 각오할 것
좌표는 36.8856, 30.7002. 칼레이치 성벽 안쪽, 항구로 내려가는 경사로 위 절벽 산책로 구간이다. 하드리아누스 문(Hadrian's Gate)이나 시계탑 쪽에서 걸어오면 골목이 좁고 표지판이 애매해서 지도 없이는 한 번쯤 헤맨다. 나도 한 블록을 지나쳤다가 되돌아왔다. 결정적인 힌트는 바다 쪽으로, 계속 아래로 — 흰 대리석 계단과 화단이 나오면 제대로 온 거다.
항구에서 올라오는 길은 꽤 가파른 경사로이고, 계단 구간도 섞여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쉽지 않다. 반대로 위에서 내려오는 건 편하니 동선을 구시가 → 카페 → 항구 순으로 잡는 게 낫다. 항구 아래에는 노란 택시가 상시 대기하는 회차 구역이 보였으니 돌아갈 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사진은 이 카페가 아니다 — 같은 날 먹은 케밥 한 상
정직하게 밝혀둔다. 아래 사진은 Yuvam에서 찍은 게 아니라 같은 날 안탈리아에서 먹은 식사다. 나무 테이블 위에 얹힌 흰 접시에 꼬치 케밥(şiş) 세 꼬치, 감자튀김, 구운 양파와 토마토, 초록 고추(çarliston biber), 그리고 붉게 볶은 불구르 필라프가 한 접시에 다 나왔다. 옆에는 잘라놓은 흰 빵이 등나무 바구니 가득 — 튀르키예 식당에서 빵은 대개 자동으로 나온다. 오른쪽은 수죽(sucuk)과 옥수수·피망·올리브를 올린 얇은 피자, 그 아래 토기 그릇에 담긴 귀베치(güveç) 스타일 스튜가 아직 기름이 끓는 채로 올라왔다.
먹어보고 느낀 건, 불구르가 감자튀김보다 훨씬 낫다는 것. 튀김은 금방 눅눅해지는데 토마토 페이스트로 볶은 불구르는 끝까지 고소했다. 초록 고추는 겉보기와 달리 안 맵고 풋내가 강한 쪽이라 고기 사이에 끼워 먹으면 느끼함이 잡힌다. 아쉬웠던 건 토기 스튜 — 나올 때는 펄펄 끓지만 5분만 지나면 기름이 굳기 시작한다. 이건 나오자마자 먼저 손대는 게 맞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가격·영업시간은 현장 확인 권장. 튀르키예는 물가 변동이 워낙 빨라서 몇 달 전 후기의 리라 가격이 그대로인 경우가 거의 없다. 주문 전에 메뉴판 가격을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 겨울은 바람이 답이다. 2월 낮 기온은 걷기 좋았지만 절벽 위라 바다 쪽에서 바람이 계속 올라온다. 얇은 겉옷 하나는 필수.
- 해 지는 방향을 확인할 것. 항구가 서쪽으로 열려 있어 늦은 오후에 자리를 잡으면 바다 위로 해가 떨어지는 걸 그대로 본다. 대신 그 시간대에 난간 쪽 자리 경쟁이 붙는다.
- 신발. 칼레이치 바닥은 대부분 둥근 조약돌 포장이라 발바닥이 은근히 피곤하다. 굽 있는 신발은 피하는 게 낫다.
세 시간을 앉아 있다가 계단을 내려와 항구로 걸었다. 위에서 볼 때는 장난감 같던 목선들이 가까이 가니 페인트가 벗겨진 진짜 배였고, 갑판에서 호객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항구인데 위에서 볼 때와 아래에서 볼 때가 완전히 다른 도시 같았다 — 안탈리아에서 이 두 시선을 다 보고 싶다면, 절벽 위 카페에 먼저 앉는 순서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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