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리아 올드타운(칼레이치) 골목 기록 — 투즈줄라르 마할레시 간판 아래에서 보낸 반나절

튀르키예 안탈리아의 올드타운, 현지에서는 칼레이치(Kaleiçi)라고 부르는 구시가 안쪽 골목을 반나절 걸었다. 지중해 도시라 하면 무조건 바다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 동네는 바다보다 골목이 먼저다. 성벽 안쪽으로 한 발 들어서는 순간 차 소리가 뚝 끊기고, 돌바닥에 스쿠터 지나가는 소리랑 상점 주인들 대화 소리만 남는…

안탈리아 · 올드타운

튀르키예 안탈리아의 올드타운, 현지에서는 칼레이치(Kaleiçi)라고 부르는 구시가 안쪽 골목을 반나절 걸었다. 지중해 도시라 하면 무조건 바다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이 동네는 바다보다 골목이 먼저다. 성벽 안쪽으로 한 발 들어서는 순간 차 소리가 뚝 끊기고, 돌바닥에 스쿠터 지나가는 소리랑 상점 주인들 대화 소리만 남는다. 이번엔 유적 순례를 접어두고, 간판·좌판·마시던 컵 같은 사소한 것들만 들여다봤다.

골목 자체가 볼거리다 — 오렌지나무와 오르막

구시가 골목은 대체로 좁고, 대체로 경사가 있다. 아래 사진을 찍은 골목만 해도 왼쪽엔 돌벽 위로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서 있고, 오른쪽 건물 벽엔 "Mermerli Beach ➜" 라고 적힌 파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 화살표만 따라가면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왼편엔 Mediterra Art Hotel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칼레이치는 이렇게 오래된 석조 가옥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이 골목마다 박혀 있는 구조다. 큰 리조트 호텔은 이 안에 없다.

칼레이치 좁은 돌바닥 골목. 왼쪽에 오렌지가 달린 나무와 Mediterra Art Hotel 간판, 오른쪽 벽에 Mermerli Beach 방향 표지판과 세워둔 스쿠터
오른쪽 벽의 'Mermerli Beach' 화살표. 이 표지판을 따라가면 바다로 내려간다.

여기서 처음 오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것 하나. 이 돌바닥은 비 온 뒤에 정말 미끄럽다. 매끈하게 닳은 돌이라 슬리퍼나 밑창 얇은 신발은 오르막에서 힘들다.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 바퀴 소리가 골목 전체에 울릴 뿐 아니라, 사진처럼 경사와 요철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좁은 길인데도 스쿠터가 수시로 지나간다. 사진에도 07AYG 번호판을 단 스쿠터가 벽에 붙어 세워져 있는데, 실제로 걷는 내내 등 뒤에서 오는 스쿠터 소리에 몇 번 옆으로 비켜섰다.

좌판의 도자기와 나무 고양이 — 눈에 띄는 물건들

골목 벽 자체가 상점 진열대다. 철망 한 장 걸어두고 거기에 물건을 다 매다는 방식인데, 아래 사진을 찍은 곳에서는 벽 위쪽에 "Tuzcular Mahallesi"(투즈줄라르 동) 라는 파란 주소 표지판이 그대로 보였다. 상점 진열이 행정 표지판을 덮고 있는 이 무심함이 칼레이치답다.

돌벽에 걸린 철망 진열대에 청록색 도자기 장식(올빼미, 나비, 물고기, 열쇠, 손 모양)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가운데 튤립 무늬 대형 접시가 걸려 있다. 위쪽에 Tuzcular Mahallesi 주소 표지판
투즈줄라르 마할레시 표지판 아래 청록 도자기 좌판. 가운데는 튤립·카네이션 문양 접시.

매달린 것들은 대부분 청록색 유약을 입힌 도자기 장식이다. 올빼미, 나비, 물고기, 열쇠, 손바닥(하마) 모양이 반복되고, 가운데 큰 접시에는 검은 바탕에 붉은 튤립과 카네이션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오스만 도기의 전형적인 문양이다. 실전 팁: 이런 소형 장식은 손으로 들어보면 무게 차이가 확실히 난다. 묵직하고 뒷면이 거칠면 실제 도자기, 가볍고 뒷면이 매끈하게 균일하면 몰드로 찍어낸 저가품이다. 가격은 가게마다 부르는 게 달라서 여기 적어봐야 의미가 없다 — 다만 큰 접시는 가격표가 안 붙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묻고 시작하는 게 편하다.

골목을 더 들어가니 이런 좌판이 나왔다. 사람 얼굴을 조각한 나무 마스크, 얼룩말 마스크, 콧수염 난 노인 얼굴, 그리고 바닥에는 사람 키만 한 나무 고양이 조각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파란 나자르 본주(악마의 눈) 장식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기념품 가게 외벽 철망에 나무 마스크와 파란 나자르 본주 장식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사람 키만 한 흰색·갈색 나무 고양이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가운데 'CLOSE'라고 쓰인 나무 팻말
문 옆에 걸린 'CLOSE' 팻말. 정작 물건은 전부 밖에 나와 있었다.

웃겼던 건 진열대 한가운데 "CLOSE"라고 쓰인 나무 팻말이 버젓이 걸려 있었다는 점이다. 팔려고 걸어둔 상품인지, 진짜 닫혔다는 표시인지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안쪽엔 빗자루까지 세워져 있었고. 참고로 저 나무 고양이 조각은 예뻐 보여도 수하물에 절대 안 들어간다. 1미터가 넘는 물건이라 사면 별도 포장·배송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 가져갈 자신이 없다면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게 낫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위치와 접근성 —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빠져나올까

내가 사진을 찍고 다닌 구간은 아래 지도 언저리다. 칼레이치는 지도를 봐도 어차피 길이 미로라 정확한 경로는 의미가 없다. 대신 기준점 두 개만 기억하면 된다. 위쪽 하드리아누스 문(Hadrian's Gate)에서 들어가서, 아래쪽 옛 항구(Yat Limanı)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 전체가 완만한 내리막이라 이 방향이 다리가 훨씬 편하다. 반대로 항구에서 올라오면 계속 오르막이다.

구시가 안은 차량 진입이 제한적이고, 실제로 골목 입구마다 진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택시로 온다면 문 앞까지 못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숙소 이름을 미리 알려주고 가장 가까운 지점에 내리는 게 낫다. 걸어서 도는 데는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골목마다 새는 시간을 감안하면 반나절을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골목 안의 숙소들 — 돌벽에 새긴 간판

칼레이치 숙소들은 간판부터 다르다. 큰 조명 간판을 못 다는 보존구역이라, 대부분 돌벽에 작은 금속 글씨를 붙이거나 타일 부조를 박아넣는다. 아래 cedrus hotel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오래된 석회암 벽 한가운데에 레바논 삼나무(cedrus)를 청록색 타일 부조로 크게 박아뒀다. 오후 햇빛이 벽에 정면으로 떨어질 때 유약이 반짝여서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아래엔 QR코드가 붙은 작은 "INSTA POINT" 표지도 있었다 — 여기서 사진 찍으라는 뜻이다.

오래된 석회암 벽에 검은 금속 글씨로 'cedrus hotel'이라 쓰여 있고, 그 아래 청록색 삼나무 타일 부조가 크게 붙어 있다. 아래에는 나무 벤치
세드루스 호텔 외벽의 삼나무 타일 부조. 아래 벤치는 그냥 앉아도 되는 자리였다.

반대로 이런 집도 있다. 온통 진분홍으로 칠한 2층 건물인데, 흰 창틀에 창문마다 꽃 화분을 달고, 검은 현관문에는 튤립 문양 스테인드글라스를 끼웠다. 문 위에 파란 나자르 본주가 하나 박혀 있는 것도 그대로 보인다.

진분홍색으로 칠한 2층 건물. 흰 창틀과 창가 화분, 튤립 문양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검은 현관문, 문 위에 파란 나자르 본주 장식
현관 오른쪽 벽에 검은 고양이 모양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실내에 고양이가 있다는 뜻이다.

현관 오른쪽 벽에 붙은 작은 검은 고양이 실루엣 팻말에는 영어로 "All Guests Must Be Approved by The Dog" 비슷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 각도상 완전히 읽히진 않았다. 칼레이치 숙소들은 실제로 고양이를 여러 마리 데리고 있는 곳이 많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예약 전에 물어보는 게 좋다. 마당 한쪽에 초록색 고양이 집도 놓여 있었다.

걷다 마신 것 두 잔 — 살렙과 딸기 스무디

구시가 골목은 그늘이 많아서 겨울·초봄엔 생각보다 춥다. 그때 마신 게 살렙(salep)이다. 난초 뿌리 가루에 우유를 끓여 만든 걸쭉한 겨울 음료로, 위에 시나몬을 뿌려준다. 사진에도 표면에 시나몬 가루가 얼룩덜룩 뿌려져 있는 게 보인다. 맛은 달고 무겁다 — 미숫가루와 따뜻한 우유 중간쯤 되는 질감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반쯤 마시고 좀 물렸다. 솔직히 말하면 "맛있다"보다 "몸이 데워진다"에 가까운 음료다. 종이컵에 "Beni kahven olarak seçtiğin için teşekkür ederim"(당신의 커피로 저를 선택해줘서 고마워요)이라고 적혀 있는 게 귀여워서 한 장 찍었다.

손으로 들고 있는 종이컵 속 시나몬을 뿌린 하얀 살렙. 컵에 터키어 'Beni kahven olarak seçtiğin için teşekkür ederim' 문구, 배경은 분홍 테라조 벽
시나몬 뿌린 살렙. 걸쭉하고 달다. 절반쯤에서 물린다.

반대로 해가 남아 있는 시간엔 차가운 걸 마셨다. 골목 안 SCHILLER(독일식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에서 시킨 딸기 스무디인데, 나무 테이블에 올려놓고 보니 뒤로 아치형 석조 건물이 통유리에 비쳐서 그림이 됐다. 빨대에도 SCHILLER 로고가 박혀 있다. 맛은 무난한 딸기 셰이크. 특별할 건 없었지만, 오르막을 30분쯤 걷고 나면 이 차가운 한 잔이 필요해진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SCHILLER 로고가 찍힌 투명컵의 분홍색 딸기 스무디. 검은 빨대에도 SCHILLER 글자, 뒤로 아치형 석조 건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SCHILLER의 딸기 스무디. 뒤로 보이는 아치는 골목 건너편 석조 건물이다.

가격은 두 잔 다 적어두지 않았다. 칼레이치 카페 가격은 골목 하나 차이로 꽤 달라지고, 튀르키예 리라 환율이 자주 움직여서 지금 숫자를 써봐야 오히려 틀린 정보가 된다. 메뉴판에 가격이 안 붙어 있는 가게는 주문 전에 묻는 게 원칙이다 — 관광지 안쪽일수록 더 그렇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지도를 접고 아무 골목이나 꺾어 들어갔을 때가 제일 좋았다. 어차피 다 이어져 있고, 계속 내려가다 보면 결국 바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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