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쾨이 뒷골목에서 보낸 저녁 — 이스탄불의 차이, 고양이, 고등어 그리고 야경
이스탄불 카라쾨이(Karaköy)는 갈라타 다리 남쪽 끝에서 언덕으로 올라붙은 동네다. 튀르키예에 올 때마다 첫날 저녁은 여기서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페리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생선 굽는 연기, 홍합 파는 좌판, 좁은 골목에 꽉 들어찬 테이블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도 해 질 무렵 도착해서 자정 가까이까…
이스탄불
이스탄불 카라쾨이(Karaköy)는 갈라타 다리 남쪽 끝에서 언덕으로 올라붙은 동네다. 튀르키예에 올 때마다 첫날 저녁은 여기서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페리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생선 굽는 연기, 홍합 파는 좌판, 좁은 골목에 꽉 들어찬 테이블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도 해 질 무렵 도착해서 자정 가까이까지 이 몇 블록 안에서만 돌아다녔다.
골목 하나가 통째로 식당인 동네
카라쾨이의 밤은 큰길이 아니라 폭 3m 남짓한 뒷골목에서 벌어진다. 양쪽 건물 사이에 천장처럼 가림막을 치고, 그 아래로 가스 히터를 길게 매달아 놨다. 3월 초 저녁 기온이면 바깥에서 밥 먹기엔 꽤 쌀쌀한데, 이 히터 덕에 반팔 입은 서버가 뛰어다닌다. 내가 앉은 골목은 'benden KARAKÖY'라고 등판에 박힌 검은 유니폼의 직원들이 계속 오갔고, 셔터 내린 가게에도 전구 커튼을 달아놔서 골목 전체가 조명 세트장 같았다.

한 블록 더 올라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FARUKGÜLLÜ 간판이 금색으로 켜지고, 맞은편에는 PALAZZO SUIT, SIR KARAKÖY 같은 세로 간판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이 시간대(해 지고 20~30분, 소위 블루아워)가 카라쾨이에서 사진이 제일 잘 나온다. 골목 끝 손글씨 입간판에는 필라브·아이란·샐러드 세트 200TL이 적혀 있었다. 관광지 한복판 치고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메뉴판 가격은 자주 바뀌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어디서든 나오는 차이(çay), 그리고 값을 안 받는 잔
튀르키예에서 제일 빨리 적응하게 되는 문화가 차이다. 카펫 가게, 환전소, 심지어 옷 가게에서도 앉으면 이 튤립 모양 유리잔이 먼저 나온다. 값을 물으면 대부분 손을 젓는다. 처음 온 사람은 "공짜로 주면 뭔가 사야 하나" 싶어 부담스러워하는데, 실제로는 그냥 인사다. 안 사고 나와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다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있다. 가게에서 주는 차이는 공짜지만, 카페·식당에서 주문하는 차이는 당연히 유료다. 이 구분을 못 해서 계산서 보고 놀라는 사람을 여러 번 봤다. 잔이 작아서 한 잔에 두세 모금이면 끝나는데, 그래서 하루에 대여섯 잔은 우습게 마신다. 각설탕을 두 개쯤 넣어야 현지 사람들이 마시는 맛에 가까워진다. 나는 첫날엔 설탕 없이 마시다가 떫어서 포기했다.

골목의 진짜 주인, 고양이
이스탄불에서 고양이는 길고양이라기보다 그냥 주민이다. 가게마다 문 앞에 물그릇이 놓여 있고, 아무도 쫓아내지 않는다. 이 회백색 얼룩 고양이는 카페 창가 나무 턱을 자기 자리로 정해놓고 앉아 있었다. 블라인드 틈으로 새어나오는 온기가 그 자리로 모이는 걸 아는 눈치였다. 눈을 반쯤 감고 이쪽을 쳐다보는데, 만지려고 손을 뻗으면 그때만 슬쩍 피한다.

고등어 케밥은 다리 위가 아니라 뒷골목에서
발륵 에크멕(balık ekmek), 흔히 '고등어 케밥'이라 부르는 그것. 에미뇌뉘 선착장 앞 배 위 노점이 유명하지만, 나는 카라쾨이 골목 안쪽을 더 좋아한다. 유리창 너머로 철판 위에서 고등어 필레가 통째로 구워지고 있었다. 위생모를 쓴 아저씨가 솔로 기름을 바르면 연기가 확 올라오는데, 그 냄새가 골목 끝까지 간다. 옆 트레이엔 구워놓은 필레가 층층이 쌓여 있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빵이나 라바시에 말아 준다.

가게 간판에는 'TARİHİ MEŞHUR KARAKÖY BALIK / FISH WRAP — BALIK DÜRÜM / Sokak lezzeti(길거리의 맛)'라고 적혀 있었다. 이 골목엔 같은 컨셉의 집이 서너 개 붙어 있고, 바로 옆은 GOLDEN SHISH라는 케밥집이다. 나는 빵 대신 두름(dürüm), 즉 얇게 만 쪽을 골랐다.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생선 기름이 먼저 오고, 양상추와 양파의 찬 기운이 뒤따라온다. 레몬은 반드시 짜라 — 안 짜면 비린 뒷맛이 남는다.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필수다.

미디예 돌마 — 개수로 계산하니 조심할 것
고등어를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은 미디예 돌마(midye dolma), 홍합밥이다. 향신료 섞은 밥을 홍합 껍데기에 채워 쪄낸 것으로, 좌판에서 아저씨가 껍데기를 젓가락처럼 벌려 건네주면 그 자리에서 레몬 짜서 후루룩 삼킨다. 밥알에 계피와 후추 향이 배어 있고, 잣이 씹힌다.
여기서 초보가 자주 당하는 게 하나 있다. 이건 개당 계산이다. 아저씨가 리듬 타면서 계속 건네주는데, 정신없이 받아먹다 보면 스무 개를 넘긴다. 나도 첫 여행 때 "몇 개 먹었지?" 하다가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을 낸 적이 있다. 먹기 전에 개당 얼마인지 물어보고, 머릿속으로 개수를 세면서 먹으면 된다. 가격은 가게·시기마다 다르니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바클라바 가게 유리창 앞에서
디저트 가게는 대개 주방을 유리 너머로 그대로 보여준다. 흰 조리복에 파란 장갑을 낀 젊은 직원 둘이 작업대 앞에 서 있고, 대리석 카운터 위엔 회색 돌그릇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안에는 피스타치오 가루, 참깨, 후추, 말린 고추, 옥수수 알갱이 같은 재료가 색깔별로 담겨 있고, 나무 절굿공이와 구리 주전자가 소품처럼 배치돼 있다. 앞쪽 그릇 사이엔 'REZERVE(예약석)'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사진은 유리 너머로 찍은 거라 맞은편 노란 건물이 그대로 비쳐 들어왔다 — 이런 반사는 유리에 렌즈를 최대한 붙이면 줄일 수 있다.

야시장 치즈 좌판 — 가격이 다 적혀 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 서 있었던 곳은 정작 식당이 아니라 치즈·올리브 좌판이었다. 천장에 수쥭(sucuk) 소시지가 고리에 걸려 있고, 아래로는 킬로 단위 가격표가 빨간 팻말로 빽빽이 꽂혀 있다. 이 팻말 덕에 흥정할 필요가 없다 — 관광객이라고 다른 값을 부르는 구조가 아니다.
이날 붙어 있던 가격(kg 기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텔 페이니르(tel peynir, 실처럼 찢어지는 치즈) 550₺, 무라트베이 토피 페이니리 550₺, 부르구 페이니르(꼬임치즈) 599₺, 라바시 페이니리 360₺, 디야르바크르 외르귀(땋은 치즈) 360₺, 아프욘 쾨이 페이니리 340₺, 시바스 야울르 쵸켈렉 179₺. 올리브 쪽은 겜릭 뤽스 시야흐 485₺, 에드레미트 385₺, 보드룸 크르마 230₺, 아이발륵 비베를리 350₺, 토카트 포도잎(asma yaprak) 290₺였다. 물론 이건 내가 갔던 날의 가격이고 환율과 시기에 따라 바뀐다.
실제로 사보면 텔 페이니르는 짜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치즈 간식'으로 사면 실패한다. 아침에 빵·토마토·오이랑 같이 먹는 용도라고 생각해야 맞고, 100~200g씩 소량으로 달라고 하면 잘라 준다.

위치와 이동 — 페리를 타야 하는 이유
이 골목들은 카라쾨이 선착장에서 걸어서 3~5분 거리다. 아래 지도의 좌표가 내가 저녁 내내 돌아다닌 범위의 한가운데다.
구시가(에미뇌뉘)에서 넘어올 땐 지하철이나 트램보다 페리(şehir hatları)를 강력히 추천한다. 요금은 이스탄불카드로 찍으면 몇십 리라 수준이고, 소요 시간은 10분 남짓인데, 그 10분에 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통째로 지나간다. 이스탄불카드는 선착장·역 앞 자판기에서 카드값을 내고 충전해서 쓰면 되고, 여러 명이 한 장으로 여러 번 찍는 것도 된다.
해 질 무렵 갈라타 다리 방향을 보면 다리 아래층 생선식당들의 간판(MARMARA BALIK, GALATA OLYMPOS, İSTANBUL BALIK 같은 이름들)이 주황색으로 줄줄이 켜지고, 그 뒤 언덕 위로 쉴레이마니예 자미의 실루엣이 노란 하늘에 얹힌다. 이날은 구름이 두껍게 깔려서 오히려 아래쪽만 노랗게 타는 하늘이 나왔다.

결국 남는 건 물 위에 뜬 모스크
배를 타고 반대편으로 건널 때, 예니 자미(Yeni Cami, 새 모스크)가 통째로 조명을 받고 있었다. 미나레 두 개가 금색으로 서 있고, 돔은 아직 남아 있는 하늘빛 때문에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그 아래로 여객선들이 불을 켠 채 붙어 있고, 물결이 그 빛을 잘게 부숴 놓는다. 흔들리는 배 위라 사진은 미세하게 흔들렸는데, 그날 밤엔 그게 별로 아쉽지 않았다.

이스탄불에서 하루가 남는다면, 관광지 목록을 채우는 것보다 카라쾨이에서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를 통째로 쓰는 쪽을 택하겠다. 공짜 차이 몇 잔, 창턱의 고양이 한 마리, 손에 든 뜨거운 고등어 두름, 그리고 물 위에 뜬 모스크. 이 네 개면 하루치로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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