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800m 구름 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 겐팅 하이랜드 스카이월드, 아침 7시 출발 기록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올라가면 산 능선 위에 도시 하나가 통째로 올라앉아 있다. 말레이시아 파항주 겐팅 하이랜드. 그 꼭대기에 있는 야외 테마파크가 겐팅 스카이월드(Genting SkyWorlds)다. 구름이 놀이기구 옆을 지나가고, 아침엔 롤러코스터 레일이 안개에 잠겨 안 보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하늘…

겐팅 하이랜드 · 겐팅 스카이월드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올라가면 산 능선 위에 도시 하나가 통째로 올라앉아 있다. 말레이시아 파항주 겐팅 하이랜드. 그 꼭대기에 있는 야외 테마파크가 겐팅 스카이월드(Genting SkyWorlds)다. 구름이 놀이기구 옆을 지나가고, 아침엔 롤러코스터 레일이 안개에 잠겨 안 보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하늘 위에 지어진 테마파크다.

이번엔 아침 7시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출발했다. 이건 과장 없이 이 글에서 제일 실용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겐팅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주말마다 올라오는 국민 관광지라, 조금만 늦으면 산길 정체와 주차장 대기, 케이블카 줄이 한꺼번에 몰린다. 7시에 출발하니 8시 조금 넘어 산 아래에 닿았고, 케이블카 승강장은 줄서기용 벨트 라인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7시 출발 — 톨게이트와 산길

KL 시내를 빠져나와 처음 만나는 게 톨게이트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는 시간대였다. 차선 위에 MyRFID, SmartTAG 간판이 나뉘어 붙어 있는데, 렌터카를 쓴다면 어느 게 달려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차선을 잡는 게 좋다. 뒤에서 경적 소리 들으며 후진하는 상황은 피하는 게 낫다.

이른 아침 말레이시아 고속도로 톨게이트, MyRFID와 SmartTAG 차선 간판이 보이고 뒤로 초록 산이 있다
해 뜨기 직전의 톨게이트. SmartTAG 차선과 MyRFID 차선이 따로 있다.

톨게이트를 지나면 길이 본격적으로 오르막으로 바뀐다. 왼쪽은 절벽처럼 선 나무고사리 군락,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구간에서 저 멀리 능선 위에 뾰족한 건물 몇 채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게 겐팅이다. 처음 봤을 때 "산 위에 저게 왜 있지" 싶은 위화감이 꽤 오래 간다. 커브가 계속 이어지니 뒷좌석에 멀미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약을 먹이는 게 낫다. 나는 한 번 방심했다가 동행이 창백해진 적이 있다.

아침 산길 도로에서 앞차를 따라가는 차량 시점, 멀리 능선 위에 겐팅의 고층 건물들이 보인다
오르막 중간, 저 멀리 능선 위에 솟은 건물들이 목적지다.

주차장 — B2부터 B7까지, 숫자를 보고 내려가라

차로 올라가는 사람에게 겐팅의 첫 관문은 지하 주차장이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붉은 LED로 층별 잔여 대수를 띄워주는 전광판이 있다. 내가 본 날은 B2에 342대, B3에 471대, B4에 443대, B5에 412대, B6에 382대, B7에 491대가 남아 있었다. 아침 8시대에 이 숫자다. 오후에 올라온 날엔 위쪽 층이 전부 0에 가까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 전광판 숫자만 봐도 "일찍 왔구나" 싶었다.

겐팅 지하주차장 진입로의 붉은 LED 전광판, B2 342 B3 471 B4 443 B5 412 B6 382 B7 491 표시
층별 잔여 주차 대수 전광판. 아침 시간대라 어느 층이든 여유가 있었다.

주차하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공기 온도가 확 다르다. KL 시내가 아침부터 32도 언저리로 습하게 눌러오는 것과 달리, 여기는 반팔 하나로는 팔에 소름이 돋는다. 얇은 겉옷 하나는 무조건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 주차장 앞 잔디밭 너머로 뾰족한 오렌지 지붕을 얹은 타워형 호텔과 공사 중인 고층 크레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겐팅은 지금도 계속 짓고 있는 동네다.

파란 하늘 아래 오렌지색 지붕의 타워형 호텔과 공사 중인 고층 건물, 앞쪽에 택시 대기 차선과 잔디밭
주차장에서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풍경. 바닥에 노란 'TEKSI(택시)' 글자가 줄줄이 적혀 있다.

위치를 정리하면 이렇다. 겐팅은 KL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산을 하나 넘는 위치고, 자가용·택시·그랩·버스 어느 쪽으로 와도 결국 산 아래 아와나(Awana) 지점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거나, 차로 정상까지 굽은 길을 계속 올라가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케이블카를 택했다. 아래 지도가 이번에 사진을 찍은 지점이다.

아와나 스카이웨이 — 줄이 없다는 사치

케이블카 탑승장에 들어섰을 때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빨간 벨트로 만들어놓은 대기 라인이 족히 열 겹은 되는데, 그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 미로 같은 벨트는 성수기에 사람이 얼마나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후에 왔다면 저 라인을 다 걸어야 했을 것이다. 천장에는 대형 선풍기가 돌고, 저 안쪽에서 붉은 캐빈들이 레일을 따라 슬슬 돌아 들어오고 있었다.

붉은 벨트 차단봉이 여러 겹 설치된 텅 빈 케이블카 대기줄, 안쪽에 붉은 곤돌라 캐빈들이 대기 중
아침 시간대의 케이블카 대기 라인. 이 벨트를 전부 채울 만큼 사람이 몰리는 날도 있다.

캐빈에 올라타면 문이 닫히고, 곧바로 발밑이 사라진다. 산 사면의 밀림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데, 열대우림 특유의 젖은 흙냄새가 창틈으로 들어온다. 아래로는 산을 감고 도는 도로가 실뱀처럼 보이고, 맞은편에서는 번호가 붙은 캐빈들이 줄줄이 내려온다. 내가 지나칠 때 마주친 건 69번 캐빈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 69번 붉은 곤돌라와 밀림 사이 굽은 도로, 멀리 겐팅 시가지의 고층 건물들
맞은편으로 지나가는 69번 캐빈. 아래 도로가 아까 차로 올라온 그 길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시야가 확 넓어진다. 09번 캐빈이 지나갈 때쯤에는 겐팅 시가지 전체가 발아래 펼쳐졌다. 완공된 아파트, 아직 크레인이 붙어 있는 골조, 붉은 지붕 호텔이 뒤섞여 있는데 그 전부가 산 능선 위에 얹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이상하게 느껴진다.

케이블카에서 본 겐팅 시가지 전경, 09번 붉은 곤돌라와 산 능선 위 고층 건물군, 아래로 구름층
09번 캐빈. 왼쪽 아래로 구름층이 깔린 게 보인다.

산 중턱쯤에서는 시선이 완전히 구름 높이와 같아진다. 저 아래 능선 사이에 오렌지 기와지붕의 사원 건물이 하나 얹혀 있는데, 케이블카 노선 중간에 있는 친스위 사원(Chin Swee Caves Temple)이다. 티켓 종류에 따라 여기서 한 번 내렸다 갈 수 있는데, 나는 이날 그냥 지나쳤다. 티켓 옵션과 요금은 시즌마다 달라지니 현장 매표소나 공식 앱에서 확인하는 걸 권한다 — 내가 기억하는 금액을 적었다가 틀리면 그게 더 민폐다.

케이블카에서 본 파노라마, 구름에 잠긴 산맥과 능선 위 오렌지 지붕 사원 건물, 79번 붉은 곤돌라
구름과 눈높이가 같아지는 구간. 능선 중턱의 오렌지 지붕이 친스위 사원이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아래는 맑은데 위가 구름 속이다. 창밖으로 흰 덩어리가 통째로 흘러 지나가면서 건물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했다. 유리에 반사가 심해 사진은 뿌옇게 나왔지만, 저 안개가 바로 '하늘 위 테마파크'라는 말의 실체다.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구름에 반쯤 가려진 겐팅 정상의 건물들과 공사 현장
정상 근처. 구름이 건물 사이를 통째로 지나간다. 유리 반사로 뿌옇게 찍혔다.

겐팅 스카이월드 — 구름이 지나가는 야외 테마파크

스카이월드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구조가 제일 잘 보인다. 가운데 눈 덮인 뾰족 봉우리 세트가 있고, 그 앞으로 붉은 사암 협곡을 깎아 만든 라이드 트랙이 뱀처럼 감겨 있다. 오른쪽으로는 형광 초록색 코스터 레일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그 아래에 파스텔톤 건물들이 늘어선 구역이 있다. 놀이공원 하나를 산꼭대기 지형에 그대로 욱여넣은 형태라, 평지 테마파크와 걷는 감각이 다르다.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나온다.

위에서 내려다본 겐팅 스카이월드 전경, 눈 덮인 인공 봉우리와 사암 협곡 트랙, 초록색 롤러코스터 레일
가운데 눈 덮인 봉우리, 앞쪽 사암 협곡 트랙, 오른쪽 초록 코스터. 파크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침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진 속 광장에 서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힌다. 이 상태가 대략 오전 중반까지 간다고 보면 된다. 정오 지나면 광장이 사람으로 채워지고, 인기 라이드는 대기 시간이 붙기 시작한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보상을 여기서 받는다.

겐팅 스카이월드 광장을 위에서 본 세로 사진, 사람이 거의 없는 통로와 SKYWORLDS 로고 조형물
오전의 파크 중앙 광장. 오른쪽 원형 화단에 SKYWORLDS 로고가 박혀 있다.

가로로 넓게 보면 규모가 더 실감난다. 왼쪽 끝의 설산 세트부터 오른쪽 파스텔 건물 구역까지 이어지고, 그 위로 초록 코스터 레일이 파크 전체를 가로지른다. 뒤로는 진짜 산 능선과 구름이 배경으로 깔린다. 세트로 만든 가짜 산과 진짜 산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게 이 파크의 묘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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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팅 스카이월드 전체 파노라마, 인공 설산과 협곡 트랙, 초록 코스터 레일, 뒤로 실제 산 능선과 구름
인공 설산 뒤에 진짜 산 능선이 겹친다. 이 조합은 다른 데서 보기 어렵다.

구역별 테마도 확실히 나뉜다. 회색 콘크리트 벽면과 오렌지색 루프 코스터가 있는 구역은 Invasion: Planet of the Apes 존이고, 그 옆에 노란 철골 드롭타워가 서 있다. 아래쪽엔 파스텔 색 회전 라이드가 모여 있어 어린이 동반 가족이 오래 머물 만하다. 벽돌 건물 1층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붙어 있어서, 라이드 사이에 앉아 쉬기 좋다.

Invasion Planet of the Apes 간판이 붙은 벽돌 건물과 노란 드롭타워, 오렌지색 루프 코스터, 아래쪽 파스텔 회전 라이드
왼쪽 아래 'INVASION: PLANET OF THE APES' 간판. 가운데 노란 철골이 드롭타워다.
회색 콘크리트 벽 구역의 드롭타워와 오렌지 루프 코스터, 오른쪽으로 붉은 사암 봉우리와 설산 세트
드롭타워 꼭대기가 구름에 닿을 듯하다. 오른쪽은 붉은 사암 봉우리 세트.

파크 위로는 케이블카가 계속 지나간다. 놀이기구를 타다가 고개를 들면 머리 위로 붉은 캐빈이 줄지어 이동하는 게 보인다. 오른쪽에 파랑·노랑 줄무늬의 반구형 에어돔이 있고, 그 뒤로 숙소 건물이 붙어 있다. 파크와 호텔과 케이블카가 물리적으로 붙어 있는 구조라 이동 동선이 짧다.

파크 상공을 지나는 붉은 케이블카 캐빈들과 파랑 노랑 줄무늬 에어돔, 뒤로 대형 숙소 건물
파크 위를 지나가는 케이블카. 오른쪽 줄무늬 돔이 눈에 확 띈다.
맑은 하늘 아래 스카이월드 설산 세트와 드롭타워, 케이블카 케이블, 앞쪽 청록색 지붕 건물과 공사 크레인
앞쪽 건물엔 아직 크레인이 붙어 있다. 이 동네는 늘 어딘가를 짓는 중이다.

건물 안에도 놀이공원이 있다 — 스카이트로폴리스

여기가 겐팅에서 처음 온 사람이 제일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야외 스카이월드만 보고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건물 안에도 실내 테마파크가 통째로 들어 있다. 이름은 Skytropolis Indoor Theme Park(천장에 중국어로 天城室内乐园이라 붙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아래층에 대관람차가 통째로 서 있는 게 보이는데, 처음엔 실내에 저런 게 들어간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다본 실내 광장, 대형 LED 스크린과 조명이 켜진 실내 대관람차, SKYTROPOLIS INDOOR THEME PARK 간판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서 본 스카이트로폴리스. 실내에 대관람차가 서 있다.

광장을 둘러싼 원통형 LED가 계속 광고를 바꿔 튼다. 내가 갔을 때는 '2026 Lucky Wednesday' 프로모션과 자동차 경품 화면이 돌아가고 있었고, 다른 쪽 기둥에는 Eden, The Garden of… 문구가 흘러갔다. 아래층엔 Swensen's가 붙어 있고, 통로 쪽으로 Gohtong Way — STREET FOOD | MUSIC | ENTERTAINMENT 배너가 걸려 있었다(무료 입장 표기).

실내 광장의 대형 곡면 LED에 2026 Lucky Wednesday 자동차 경품 광고, 뒤로 파란 조명의 대관람차와 SKYTROPOLIS 간판
곡면 LED에서 돌아가던 'Lucky Wednesday' 프로모션 화면.
실내 광장 원통형 LED에 A Sensory Journey, Eden The Garden of 문구, 아래 SKYTROPOLIS 간판과 Gohtong Way 스트리트푸드 배너
아래쪽 파란 배너가 'Gohtong Way' 푸드·공연 구역 입구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통째로 LED 스크린이다. 고개를 들면 시계 톱니바퀴 문양이 흐르고, 그 아래로 붉은 철골 구조물과 네온 기둥이 스팀펑크 느낌으로 세워져 있다. 실내인데 소음이 상당하다. 라이드 모터 소리, 게임 부스 효과음, 천장 스피커 음악이 한꺼번에 반사돼서 대화하려면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소리에 예민한 아이라면 각오하고 들어가는 게 좋다.

실내 테마파크 내부, 붉은 철골과 네온 기둥, SKY TOWERS 간판과 대관람차, 천장의 대형 LED 스크린 아래 걷는 사람들
왼쪽 'SKY TOWERS 冲天塔' 간판. 천장 전체가 LED다.
실내 대관람차 BALLOON RACE 열기구 간판과 붉은 철골 구조, 안쪽으로 이어지는 네온 거리와 천장 LED
'BALLOON RACE 热气球' 대관람차. 왼쪽 곤돌라 하나하나에 전구가 박혀 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파란 조명을 두른 에펠탑 모양 구조물이 나온다. 꼭대기에 Loop de Loop 간판이 붙어 있고, 그 옆으로 Spin Crazy가 회전한다. 다만 솔직히 적자면, 내가 간 시간대에는 일부 라이드가 파란 천으로 덮여 있고 운행하지 않았다. 실내 파크는 정비나 시간대 문제로 몇 개가 멈춰 있는 경우가 있다. 특정 기구를 노리고 왔다면 입구에서 운행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낫다.

실내 테마파크의 파란 전구 에펠탑 모양 Loop de Loop 구조물과 보라색 Spin Crazy 라이드, 천장 LED 스크린
가운데 파란 에펠탑이 'Loop de Loop', 오른쪽이 'Spin Crazy'.
실내 테마파크에서 파란 천으로 덮여 운행 정지된 라이드와 뒤쪽 보라색 Spin Crazy, 네온 기둥
파란 천으로 덮인 라이드. 이날 이건 돌지 않았다.
실내 테마파크 통로, 노란 바닥 패턴과 네온 기둥, 오른쪽 Loop de Loop 구조물, 천장 LED에 파란 화면
바닥의 노란 패턴을 따라가면 파크 안쪽 구역이 나온다.

라이드 말고도 게임 부스가 꽤 많다. Lobster Pot 같은 공 던지기 부스에는 인형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GET 2 TO WIN' 같은 조건이 붙어 있다. 아이 데리고 오면 여기서 지갑이 열린다. 나는 두 번 던지고 깔끔하게 실패했다.

LOBSTER POT 게임 부스에 인형이 가득 걸려 있고 아이와 어른이 지나가는 실내 테마파크 통로
인형이 벽을 채운 'Lobster Pot' 부스. 바닥엔 조명 로고가 비친다.
LOBSTER POT 게임 부스 전경과 네온 기둥이 늘어선 실내 거리, 오른쪽 위에 First World와 Arena of Stars 방향 표지판
오른쪽 위 표지판에 'Genting G…', 'Arena of Stars' 방향이 적혀 있다. 길 찾을 때 이 표지판을 보면 된다.

밤이 되면 같은 공간의 인상이 완전히 바뀐다. 조명이 보라·자주색으로 깔리고, 통로가 비면서 낮의 소음이 빠진다. 딤섬집 딩타이펑(鼎泰豐) 매장 앞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고양이 얼굴 모양 아치가 서 있는 골목이 나온다. 표지판에 CAT ALLEY라고 적혀 있다. 낮에 지나갈 땐 눈에 안 들어왔는데, 밤에 보니 이쪽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밤 조명이 깔린 실내 거리, 왼쪽에 鼎泰豐 딩타이펑 매장, 가운데 고양이 얼굴 모양 아치와 CAT ALLEY 표지판
왼쪽이 딩타이펑, 가운데 고양이 아치가 'CAT ALLEY' 입구다.

먹는 이야기 — 식당은 정말 많다

겐팅에서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식·딤섬·아이스크림·패스트푸드·스트리트푸드 구역까지 한 건물 안에서 다 해결된다. 문제는 오히려 고르는 것이다. 이날은 딤섬집에 자리를 잡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여덟 가지 색으로 나온 샤오롱바오였다. 초록·검정·회색·붉은색·주황·노랑에 기본 흰색까지, 한 판에 색깔별로 하나씩 담겨 나온다. 맛은 색깔마다 조금씩 다르고, 옆에 간장+고추 소스와 붉은 칠리소스가 따로 나온다. 육즙이 뜨거우니 숟가락에 올려놓고 한 번 터뜨린 뒤 먹는 게 안전하다. 나는 성급하게 한입에 넣었다가 입천장을 데었다.

대나무 찜통에 담긴 여덟 가지 색 샤오롱바오, 옆에 고추 간장 소스와 붉은 칠리소스 접시
색깔별로 하나씩 나오는 샤오롱바오. 앉자마자 사진부터 찍게 된다.

같이 시킨 건 완탕 비빔국수다. 가는 면 위에 튀긴 마늘, 고추, 쪽파를 얹고 간장 베이스 소스에 비벼 먹는 방식인데, 튀긴 마늘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는 이 마늘 향 때문에 시켰다.

그릇에 담긴 완탕 비빔국수, 가는 면 위에 튀긴 마늘과 붉은 고추, 쪽파, 통통한 완탕이 올라가 있다
튀긴 마늘 향이 확 올라오는 완탕 비빔국수.

따로 시킨 홍유초수(칠리오일 완탕)는 붉은 기름에 잠긴 채로 나오는데, 보이는 것만큼 맵지는 않았다. 매운맛보다 고소한 향이 앞선다.

흰 접시에 붉은 칠리오일과 함께 담긴 완탕, 위에 튀긴 마늘과 쪽파가 뿌려져 있다
칠리오일 완탕. 색은 강렬한데 맵기는 중간 정도였다.

어향가지 볶음은 무쇠 웍째로 나온다. 다진 고기와 함께 걸쭉하게 조려져 나오는데, 밥 한 공기 추가하기 딱 좋다. 위에 얹힌 쪽파가 마지막에 향을 잡아준다.

검은 무쇠 웍에 담겨 나온 어향가지 볶음, 다진 고기 소스에 조려진 가지 위에 쪽파가 올려져 있다
웍째 나오는 가지 볶음. 소스가 걸쭉해서 밥이 필요하다.

마무리로 나온 건 슈거파우더를 뿌린 튀김 과자 세 개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단맛이 세지 않은 디저트다. 배부른 상태에서도 세 개는 그냥 들어갔다.

흰 직사각형 접시에 슈거파우더를 뿌린 노릇한 튀김 과자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슈거파우더를 뿌린 튀김 디저트. 단맛이 세지 않았다.

스카이아베뉴 — 파크 밖에도 볼 게 있다

테마파크 티켓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 스카이아베뉴 몰이다. 천장에 수천 개의 흰 구슬이 매달린 원형 아트리움이 있고, 가운데에는 금색 말 조형물이 불꽃 모양 장식과 함께 세워져 있었다. 앞의 붉은 원판에 駿馬騰雲이라 적혀 있다. 뒤쪽으로 SkyCasino 입구가 보이고, 대형 스크린에서는 Arena of Stars 공연 홍보가 돌아간다.

원형 천장에 흰 구슬이 매달린 쇼핑몰 아트리움, 가운데 금색 말 조형물과 대형 공연 홍보 스크린, 안쪽에 SkyCasino 입구
천장의 구슬 조형과 금색 말상. 안쪽이 SkyCasino 입구다.

가까이 가서 보니 스크린에 걸린 건 "KING OF SAXOPHONE" KENNY G 2026 WORLD TOUR in MALAYSIA 공연 안내였다. 날짜는 2026년 7월 12일 오후 6시, 장소는 Arena of Stars로 표기되어 있었다. 겐팅은 이런 대형 공연이 상시로 걸리는 곳이라, 일정이 맞으면 낮에는 놀이공원, 저녁에는 공연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 다만 이런 정보는 시기마다 바뀌니 가기 전 공식 예매 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대형 LED 스크린에 KENNY G 2026 WORLD TOUR in MALAYSIA 공연 안내, 앞에 금색 말 조형물과 붉은 원판 장식
스크린에 걸린 공연 안내. 날짜·장소가 그대로 적혀 있다.

내려오는 길 — 여기서 한 번은 차를 세우자

돌아가는 길이 의외로 좋았다. 주차 건물 상층에서 밖을 보면 산 사면을 감고 내려가는 도로가 그대로 보인다. 왼쪽 능선 위 아파트 단지는 꼭대기가 구름에 잘려 있었다. 저 굽은 길을 아침에 올라온 거다.

주차 건물 상층에서 내려다본 산 사면의 굽은 도로와 구름에 잘린 고층 아파트 단지
주차 건물에서 본 하산길. 아파트 꼭대기가 구름에 잘려 있다.
구름 낀 하늘 아래 능선 위 고층 아파트와 산허리를 감아 도는 도로, 앞쪽에 주차 램프의 노란 화살표
같은 자리에서 조금 더 당겨 본 모습. 도로 옆 절개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내려가는 도중 전망이 트이는 지점에서는 저수지가 보인다. 겹겹이 포개진 능선 사이에 물빛이 한 조각 들어가 있고, 그 앞으로 도로가 S자로 흘러간다. 여기서는 차 세울 자리를 확보할 수 있으면 한 번 세우길 권한다. 사진 몇 장이 아니라, 이 고도에서 부는 바람의 온도를 한 번 느껴보는 게 낫다. 파크 안에서는 절대 안 느껴지는 감각이다.

흐린 하늘 아래 겹겹의 산 능선과 그 사이의 저수지, S자로 굽이치는 산길 도로
하산길 전망. 능선 사이에 저수지가 보인다.
가로로 넓게 펼쳐진 산맥 파노라마, 가운데 저수지와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산길 도로
같은 자리를 가로로 담았다. 이 정도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몇 군데 있다.

마지막으로 담은 건 능선에 붙어 선 대형 숙소 건물이다. 흰 벽에 붉은 띠가 들어간 거대한 블록형 건물이고, 옆 언덕에는 통신 중계탑이 서 있다. 아래는 노천 주차장인데 차가 빽빽했다. 겐팅이 관광지이기 이전에 사람이 실제로 자고 머무는 도시라는 게 이 사진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서 남겨뒀다.

산 능선에 붙어 선 흰색과 붉은색 대형 숙소 건물, 옆 언덕의 통신 중계탑과 아래쪽 노천 주차장에 빽빽한 차들
능선에 붙어 선 대형 숙소 건물과 통신탑. 아래 노천 주차장은 만차에 가까웠다.

다음에 가는 사람에게 남기는 메모

산 아래로 다 내려와 차 창문을 열었을 때,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훅 들어왔다. 몇 시간 전까지 구름 옆에서 롤러코스터를 보고 있었다는 게 그 순간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겐팅의 진짜 매력은 놀이기구 개수가 아니라, 한 시간 만에 기후대를 통째로 갈아타는 그 낙차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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