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르 KIP몰 옆 재래시장, 망고 2kg에 RM10 하는 아침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외곽, 쿠라이(Kulai)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KIPMall이 있다. 몰이라고 해서 에어컨 빵빵한 쇼핑센터를 생각하고 갔다가, 정작 반나절을 보낸 곳은 몰 건물에 붙은 지붕 씌운 재래시장 구역이었다. 천장은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형광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에어컨은 없다. 대신 오전 아홉…
조호르 · KIPMall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외곽, 쿠라이(Kulai)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KIPMall이 있다. 몰이라고 해서 에어컨 빵빵한 쇼핑센터를 생각하고 갔다가, 정작 반나절을 보낸 곳은 몰 건물에 붙은 지붕 씌운 재래시장 구역이었다. 천장은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형광등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에어컨은 없다. 대신 오전 아홉 시쯤인데도 벌써 습기가 셔츠에 달라붙는다.
과일 매대 — 망고 산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쪽 첫 코너부터 초록 망고가 무릎 높이로 쌓여 있다. 우리가 아는 노란 애플망고가 아니라 껍질이 연둣빛인 품종인데, 상인이 보라고 몇 개를 반으로 갈라 위에 얹어뒀다. 갈라놓은 단면은 진한 주황색이었다. 산더미 위로 바나나 다발이 초록 끈에 묶여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 고개를 들면 시야 절반이 바나나다.

가격표는 손글씨 판때기다. 망고 옆에 "2 KG RM10"이라고 빨간 매직으로 큼직하게 써 붙여놨다. 한국 돈으로 3천 원대에 망고 2킬로. 처음 온 사람은 이 가격을 보고 한 번 멈칫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소매 최저가는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통로 안쪽으로 30미터쯤 더 들어가면 같은 품종을 조금 더 싸게 파는 매대가 또 있다. 첫 매대에서 바로 사지 말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게 낫다. 나는 그걸 모르고 입구에서 다 사버렸다.

바나나는 종류가 최소 대여섯 가지다. 손가락만 한 피상 마스(pisang mas), 굵고 짧은 것, 길쭉하고 각진 것이 각각 다른 갈고리에 걸려 있다. 색색 나일론 끈으로 묶어 매다는 게 여기 방식인데, 분홍·연두·노랑 끈이 뒤섞여서 그것만으로도 사진이 된다. 튀겨 먹을 바나나와 그냥 먹을 바나나가 다르니 상인에게 "goreng?"(튀김용?)이라고 한마디 물어보면 알아서 골라준다.

수입 과일 매대의 가격 체계가 재미있다. 사과·오렌지·배는 무게가 아니라 개수로 판다. 큰 건 5개 RM10, 중간은 6개, 작은 건 7개. 흥정할 여지가 없는 대신 계산이 빠르다. 그물망에 하나씩 싸인 배는 중국이나 남아공에서 온 것들이고, 현지 과일보다 확실히 비싸다. 조호르에 와서 사과 살 이유는 없다.
바닥에 그냥 쌓아둔 바나나 — 도매 구역
과일 통로를 지나 몰 안쪽 로비 쪽으로 나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타일 바닥에 파란 방수포를 깔고 그 위에 초록 바나나 다발을 그냥 산처럼 쌓아뒀다. 매대도 없고 가격표도 없다. 이건 소매가 아니라 도매 물량이 들어온 것이다. 옆으로는 아이스크림 RM1 판촉 배너가 서 있고 사람들이 그 앞을 무심하게 지나간다.

바나나 무더기 위로 코를 대면 아직 풋내가 난다. 익은 냄새가 아니라 잘린 줄기에서 나는 풀냄새에 가깝다. 여기 있는 물량은 며칠 뒤 노랗게 익어서 아까 그 갈고리에 걸릴 것들이다. 시장 하나 안에서 유통 단계가 앞뒤로 다 보이는 게 이 시장의 특징이다.
먹거리 골목 — 로티 차나이가 눈앞에서 나온다
시장 중간쯤 채소·건어물 구역을 지나면 철판 앞에서 반죽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로티 차나이 매대다. 청년이 철판 옆 대리석 판 위에서 반죽을 손바닥으로 눌러 늘리고, 옆에서 여성이 다 익은 것을 뒤집개로 접어 사각형으로 만든다. 두 사람이 말없이 손발을 맞춰 돌아가는데 한 장 나오는 데 2분이 안 걸린다.

갓 구운 로티는 겉이 바삭하고 안은 층층이 찢어진다. 기름 냄새가 고소한데 무겁지 않다. 시장 매대라 접시 없이 갈색 종이에 싸주는 경우가 많으니, 앉아서 먹을 자리를 먼저 봐두는 게 낫다. 나는 서서 먹다가 손에 기름이 묻어서 다음 매대 물건을 만지지도 못했다. 물티슈는 꼭 챙겨 가라.

튀김 코너는 손으로 집어 담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얀 어묵볼 꼬치가 줄줄이 꽂혀 있고, 옆 쟁반에는 튀긴 닭껍질(kulit ayam)과 커다란 노란 튀김이 산처럼 쌓여 있다. 손글씨 가격판 기준으로 크로폭 르코르(생선 소시지 튀김) 5개 RM2, 카리팝 3개 RM1 수준. 물가 감각이 잡히는 숫자다. 다만 튀김 기름을 자주 갈지는 매대마다 편차가 크다. 손님이 계속 붙어 있는 집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뒤로 VIVO 휴대폰 매장 간판이 보이는 게 이 공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 재래시장과 몰 상가가 벽 없이 그냥 이어져 있다.
바훌루 앤 스낵 코너 — RM3.50 와플

먹거리 구역 끝에 노란 간판의 Bahulu & Snack Corner가 있다. 점포 번호 K-05. 가격이 전부 형광 종이에 손으로 적혀 붙어 있는데, 카야볼 10개 RM3.00, 크리스피 와플 RM3.50, 아이스크림 와퍼 RM5, 작은 생수 RM1. 와플 맛은 초콜릿·블루베리·땅콩·카야·버터·치즈플로스까지 골라 찍는다. 붉은 두건을 쓴 아저씨가 계속 와플 기계를 여닫는데, 열 때마다 달큰한 반죽 냄새가 통로로 퍼진다.
바훌루는 말레이식 계란 카스텔라 같은 과자다. 유리 진열장 안에 큰 통으로 쌓여 있고, 명절 주문(tempahan)도 받는다고 간판에 전화번호까지 박아뒀다. 갓 구운 것과 통에 든 것은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 통에 든 건 퍽퍽하다. 굳이 산다면 그날 구운 것을 물어보고 사라.
왼쪽 옆은 바틱 가게, 그 앞엔 어린이 슬리퍼가 걸려 있다. 와플 굽는 옆에서 슬리퍼를 파는 이 무질서한 배치가 KIP몰 시장 구역의 진짜 얼굴이다.
위치와 가는 법
KIPMall은 조호르바루 시내에서 북쪽으로 떨어져 있다.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환승이 필요하고 배차 간격도 넓어서, 현실적으로는 Grab이 답이다. JB 센트럴에서 30~40분 거리, 요금은 시간대에 따라 편차가 크다. 문제는 돌아올 때다. 시장 앞에서 Grab이 잘 안 잡히는 시간대가 있다. 나는 오후 두 시에 20분 넘게 기다렸다. 몰 정문 쪽 로비로 나가서 부르는 편이 잡히는 속도가 빠르다.
- 시간대 — 과일은 오전이 물건이 제일 많다. 오후에는 좋은 것부터 빠진다.
- 현금 — 시장 매대는 대부분 현금. RM1, RM5, RM10 소액권을 미리 쪼개 가라. RM50짜리 내밀면 거스름돈 때문에 매대 주인이 옆집으로 뛰어간다.
- 옷차림 — 에어컨 없는 지붕 밑이라 실내인데도 덥다. 슬리퍼보다 발등 덮이는 신발이 낫다. 바닥에 과일즙과 물이 흐른다.
- 봉투 — 비닐봉지를 유료로 받거나 아예 안 주는 매대가 있다. 장바구니 하나 챙기면 편하다.
- 영업시간과 개별 매대 가격은 요일·시즌에 따라 바뀐다. 사진 속 가격판은 방문 당시 기준이니 현장 확인 권장.
싱가포르에서 다리 건너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이 JB 시내 대형몰만 찍고 돌아가는데, 조호르 물가를 몸으로 느끼려면 이런 지붕 시장 한 바퀴가 훨씬 빠르다. 망고 2킬로를 들고 나오면서 손목이 묵직했던 감각이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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