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머리를 지나 피라미드로 — 페탈링자야 Sunway Pyramid에서 보낸 하루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빠지면 셀랑오르주 페탈링자야, 그중에서도 Sunway City라 불리는 구역이 나온다. 여기는 도시라기보다 한 회사가 통째로 설계한 마을에 가깝다. 대학, 병원, 호텔, 워터파크, 몰이 걸어서 이어지고 그 한복판에 Sunway Pyramid가 앉아 있다. 택시에서 내리기도 전에 뭔지 알게…
페탈링자야 · Sunway Pyramid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빠지면 셀랑오르주 페탈링자야, 그중에서도 Sunway City라 불리는 구역이 나온다. 여기는 도시라기보다 한 회사가 통째로 설계한 마을에 가깝다. 대학, 병원, 호텔, 워터파크, 몰이 걸어서 이어지고 그 한복판에 Sunway Pyramid가 앉아 있다. 택시에서 내리기도 전에 뭔지 알게 된다. 차창 밖으로 사암색 사자 머리가 통째로 서 있고, 그 아래턱 밑이 그대로 차량 진입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데도 별 장식 줄이 도로 위를 가로질러 걸려 있었다.

사자 옆의 피라미드 입구
사자상이 유명하지만 실제 사람 출입구는 그 옆의 피라미드 쪽이다. 유리문 위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새겨진 석조 부조가 붙어 있고, 금색으로 'SUNWAY PYRAMID'가 박혀 있다. 안쪽 천장은 주황·붉은 픽셀 무늬로 칠해져 있어서, 문을 통과하는 순간 조명 색부터 달라진다. 이집트 테마가 어설프게 흉내낸 수준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둥 높이와 천장까지 뚫린 스케일이 있어서 촌스럽다기보다 그냥 압도적이다. 낮에도 실내는 노란 조명 때문에 늘 해질 무렵 같은 색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방향 감각이 사라진다
여기서 처음 온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한 바퀴 돌아보자"고 마음먹는 것이다. 나도 첫 방문 때 그러다 두 시간을 날렸다. 몰이 크게 두 구역(피라미드 쪽과 오렌지 아트리움 쪽)으로 나뉘고 층마다 통로가 어긋나 있어서, 1층에서 본 가게를 다시 찾아가려면 엉뚱한 층을 두 번 오르내리게 된다. 실용적인 조언은 하나다. 목적지를 정하고 층수로 기억하라. "3층 스포츠 쪽", "LG층 푸드코트" 같은 식으로.


중앙 계단 아래에는 Paris Baguette이 큰 섬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보던 그 간판이 파란 네온으로 붙어 있고, 좌석 규모가 한국 매장보다 훨씬 넓다. 위층에 Michael Kors, ZARA, adidas가 둘러싸고 있어서 쇼핑하다 다리 아프면 여기로 흘러들게 되는 구조다. 나도 오후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는데, 빵 종류는 한국 매장과 거의 같지만 가격은 링깃 표기라 감이 잘 안 온다. 계산할 때 확인하는 게 낫다.

그리고 이 몰의 진짜 명물은 실내 아이스링크 Sunway Pyramid Ice다. 적도 근처 나라의 쇼핑몰 한가운데에 정규 규격에 가까운 링크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위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면 아이들이 도는 게 다 보인다. 오후 시간대에 스무 명 남짓이 타고 있어서 붐비지 않았고, 링크 주변 공기가 확 서늘해서 반팔 차림으로 오래 서 있기는 좀 추웠다. 몰 안에서 온도 차가 가장 큰 지점이다. 스케이트를 안 타더라도 난간에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BRT와 셔틀 — 이 동네에서 걷지 않는 법
여기가 다른 대형몰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전용 고가 도로를 달리는 BRT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방콕의 BTS처럼 고가 위를 달리지만 지나가는 건 지하철이 아니라 rapidKL 도색의 버스다. 처음 봤을 때 도로 한 줄을 통째로 버스에게만 내준 게 신기했다. 정거장 이름은 SB1(Sunway-Setia Jaya)부터 번호가 매겨져 있고, 플랫폼 안내가 초록 간판으로 크게 붙어 있어서 헷갈릴 일이 없다. 배차 간격이 짧아서 나는 한 번도 5분 넘게 기다린 기억이 없다.


BRT 정거장에서 몰, 호텔, 워터파크까지는 지붕 덮인 육교로 이어진다. 이게 이 도시의 진짜 장점이다. 낮 기온이 32도를 넘고 오후에 스콜이 쏟아져도 우산 없이 이동이 된다. SB3 정거장 쪽으로 내려가면 에스컬레이터 끝에 바로 Sunway Lagoon의 Surf Beach 입구가 있고, 안내 기둥에 라군·리조트 호텔·컨벤션센터·피라미드 호텔 방향이 화살표로 적혀 있다. 여기에 더해 단지 안을 도는 셔틀 차량도 다녀서, 짐이 있거나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는 굳이 걷지 않아도 된다.

몰 옆에 워터파크와 동물원이 붙어 있다는 것
쇼핑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워터파크가 나오는 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몰 뒤편 고지대에서 내려다보면 Sunway Lagoon이 통째로 펼쳐진다. 파도풀, 인공 서핑 시설, 붉고 노란 깔때기 모양의 대형 슬라이드, 그 위를 가로지르는 짚라인 와이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테마파크 구역 안에는 야생동물 파크도 함께 묶여 있어서, 물놀이와 동물 구경을 하루에 같이 하는 가족이 많다. 사진 뒤편에 흰 건물로 보이는 게 Sunway University다. 대학 캠퍼스와 워터파크가 담장 하나 사이로 붙어 있는 풍경은 여기 말고 본 적이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단지의 구성이 더 잘 드러난다. 초록 열대림 사이로 'SUNWAY LAGOON' 사인이 박혀 있고, 그 뒤로 살구색 돔 지붕의 리조트 건물군과 SUNWAY 로고가 붙은 고층 타워가 줄지어 선다. 짚라인 와이어가 숲 위를 가로지르는 것도 여기서 보인다. 사진으로 보면 근사한데, 솔직히 말하면 이 지역은 걷기에 좋은 동네는 아니다. 시설과 시설 사이가 다 차도로 끊겨 있어서 육교와 셔틀 없이는 이동이 꽤 고생스럽다.

리조트 호텔 로비, 그리고 저녁
몰과 붙어 있는 Sunway Resort Hotel은 살구색 벽에 청록색 지붕을 얹은 특유의 외관이다. 버섯 갓처럼 생긴 대형 캐노피 아래가 차량 진입로이고, 그 앞 화단에 부겐빌레아가 심겨 있다. 몰에서 실내 통로로 이어져서 비 오는 날에도 젖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밖에서 보면 90년대 스타일이지만, 로비에 들어서면 인상이 달라진다.

로비 한쪽이 통째로 Gordon Ramsay Bar & Grill이다. 금박 천장 원반 아래로 커다란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두 개 연달아 걸려 있고, 대리석 바닥에 그 빛이 그대로 반사된다. 안쪽 벽에는 램지 본인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저녁 시간 전이었는데도 자리는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나는 이날 예약 없이 갔다가 대기를 안내받았고, 결국 포기하고 몰로 돌아가 다른 데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서 식사할 생각이라면 미리 예약하는 게 확실하다. 가격대는 이 동네 로컬 식당과 비교할 성격이 아니니, 예산은 따로 잡아두는 게 좋다(메뉴·가격은 현장 확인 권장).

정리하며 남는 메모
- 차로 온다면 사자 머리 아래 드롭오프 존이 가장 편하다. 대중교통이면 BRT SB1~SB3 라인을 쓰고, 목적지에 맞춰 내리는 역을 고른다.
- 동선은 층수로 기억하라. 몰이 두 구역으로 갈라져 있어 "왼쪽/오른쪽"으로 기억하면 반드시 헤맨다.
- 얇은 겉옷 하나. 몰 냉방도 세지만 아이스링크 주변은 확실히 더 춥다.
- 워터파크와 몰을 하루에 다 하려면 물놀이를 오전에 끝내고 오후에 몰로 넘어오는 순서가 낫다. 반대로 하면 젖은 짐을 들고 쇼핑하게 된다.
- 운영시간·요금·예약 정책은 시즌마다 바뀌니 방문 전 현장 또는 공식 채널 확인을 권한다.
결국 이 동네의 성격은 하나로 요약된다. 몰 하나를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몰·호텔·워터파크·동물원·대학이 육교와 셔틀로 엮인 구역 전체가 목적지다. 반나절만 잡고 오면 사자상 사진 한 장 찍고 끝난다. 최소 하루, 아이가 있다면 이틀을 잡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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