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의 Village Park Restaurant — 다만사라 우타마에서 나시르막 줄서기를 이겨본 기록

쿠알라룸푸르 시내가 아니다. 정확히는 KL 서쪽, 슬랑오르주 페탈링자야의 다만사라 우타마(SS21) 골목이다. 말레이시아 나시르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름이 나오는 Village Park Restaurant. 몇 번을 왔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오전 7시에 문 앞에 섰다. 결론부터: 7시에도 이미 사람이 있었고, 나는 자…

쿠알라룸푸르 · Village Park Restaurant

쿠알라룸푸르 시내가 아니다. 정확히는 KL 서쪽, 슬랑오르주 페탈링자야의 다만사라 우타마(SS21) 골목이다. 말레이시아 나시르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름이 나오는 Village Park Restaurant. 몇 번을 왔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오전 7시에 문 앞에 섰다. 결론부터: 7시에도 이미 사람이 있었고, 나는 자리 잡기까지 약간 기다렸다. 대신 8시 넘어 도착한 사람들이 가게 밖 인도까지 늘어선 걸 앉은 자리에서 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이 집에서 시간은 돈보다 중요하다.

7시에 갔는데도 줄이 있었다 — 시간 싸움이 이 집의 절반

메뉴판에 적힌 영업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주말·공휴일 동일 표기). 즉 6시 반 오픈이다. 7시 도착이면 오픈 30분 뒤인데도 이미 매장 안 테이블은 절반 넘게 찼고, 포장 손님이 카운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기다린 건 길게 잡아 10분 남짓. 이 정도면 이 집 기준으로는 거의 무대기다.

왜 그런지는 주문 카운터를 보면 바로 안다. 매장 안에서 먹는 손님과 별개로, 포장·배달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대리석 카운터 위에 삼발을 담은 비닐봉지가 색깔별 플라스틱 트레이에 산더미로 쌓여 있고, 노란 유니폼 직원이 그걸 계속 봉투에 담아 넘긴다. 갈색 종이로 싼 포장 나시르막 더미는 줄지 않는다. 홀 손님 줄만 보고 "금방 빠지겠지" 하면 오산이라는 뜻이다.

대리석 카운터 위 색색의 플라스틱 트레이에 삼발과 반찬이 담긴 비닐봉지가 가득 쌓여 있고, 노란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흰 비닐봉투에 포장을 담고 있는 모습
삼발 비닐봉지가 트레이째 쌓인 포장 카운터. 이 물량이 계속 나가기 때문에 주방은 아침 내내 풀가동이다.

내 체감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6시 30~7시: 바로 앉거나 몇 분 대기. 7시 30분 이후: 대기 줄이 눈에 띄게 길어짐. 8시~9시: 가게 밖까지 줄. 쿠알라룸푸르에 왔다면 이 집 나시르막은 꼭 먹어야 하는데, 그 "꼭"을 편하게 이루는 방법은 딱 하나, 일찍 오는 것이다. 아침잠을 30분 파는 대가로 1시간을 번다.

진열대 앞에서 먼저 눈으로 고르기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긴 유리 진열장이 이어진다. 여기가 이 집의 첫 관문이다. 튀긴 만두류, 참깨 묻힌 동그란 튀김빵, 설탕 묻은 도넛, 랩으로 싸둔 수박, 반으로 자른 삶은 달걀,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수북한 이칸 빌리스(멸치 튀김)와 볶음국수, 그리고 꼬치류까지. 아침부터 이 진열장 조명 아래 기름이 반짝이는 걸 보면 없던 식욕도 생긴다.

유리 진열장 안에 참깨 튀김빵, 설탕 도넛, 삶은 달걀, 멸치 볶음, 꼬치 등이 층층이 놓여 있고 왼쪽에 RM8.70 치킨라이스 안내판이 세워진 매장 내부
진열장 왼쪽에 세워둔 안내판 — 치킨라이스(Chicken Rice) RM8.70, 'Only available on Fridays!'라고 적혀 있다. 금요일 한정 메뉴다.

이 안내판은 처음 온 사람이 놓치기 쉬운 정보다. 치킨라이스는 금요일에만 나온다고 판에 못 박혀 있다. 나는 금요일이 아니어서 못 먹었다. 굳이 이걸 노린다면 요일을 맞춰 와야 한다.

천장에 CCTV 모니터 두 대가 걸려 있고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메뉴와 가격이 적힌 가격표, 그 아래 조명이 켜진 긴 유리 진열장이 이어진 가게 안쪽 풍경
진열장 위 노란 가격표에 Nasi Dagang Set, Sayur(1 sudu), Sotong, Kerang, N. Lemak + Udang 같은 항목이 빼곡하다. 천장 CCTV 모니터가 홀 전체를 비춘다.

이 집의 정체 — 아얌 고렝 위에 얹힌 갈색 가루

주문한 건 정석, 나시르막 아얌 고렝(Nasi Lemak Ayam Goreng). 갈색 종이 위에 코코넛밀크로 지은 흰 밥, 오이 슬라이스, 반숙 삶은 달걀, 바나나 잎 위에 올린 삼발, 그리고 주인공인 튀긴 닭다리 한 조각이 통째로 얹혀 나온다.

이 집 치킨의 정체는 껍질 위에 수북이 붙은 갈색 튀김가루 부스러기다. 향신료 반죽을 입혀 튀길 때 떨어져 나온 조각을 그대로 닭 위에 얹어주는데, 이게 바삭함과 향의 8할이다. 젓가락으로 건드리면 부슬부슬 떨어져서 밥에 섞인다. 그 상태로 삼발을 조금 찍어 같이 먹는 게 정답. 삼발은 달큰하게 시작해서 뒤에서 매운맛이 천천히 올라오는 타입이라, 처음 한 숟갈에 "생각보다 안 맵네" 하고 왕창 비비면 중반에 후회한다. 나는 매번 이걸 반복한다.

갈색 종이 위에 흰 코코넛밥, 오이, 반숙 달걀, 바나나 잎에 올린 진한 갈색 삼발, 그리고 향신료 튀김가루가 잔뜩 붙은 튀긴 닭다리가 놓인 나시르막 한 접시
나시르막 아얌 고렝. 닭 위에 붙은 저 갈색 가루가 핵심이다. 뒤쪽은 일행이 시킨 같은 메뉴.

주방 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튀긴 닭들이 어디에 대기 중인지도 보인다. 스테인리스 보온 진열대 안에 붉은 양념이 밴 닭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바닥에는 떨어진 튀김가루가 두툼하게 깔려 있다. 저 가루가 접시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진열대 위에는 'Rated the best on GrabFood 2024' 라이트박스가 올라가 있는데, 관광객용 장식이라기보다 이 집이 배달 물량으로도 얼마나 도는지를 보여주는 물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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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보온 진열대 안에 붉은 양념의 튀긴 닭이 층층이 쌓여 있고 바닥에 튀김가루가 깔려 있으며, 그 위에 'Rated the best on GrabFood 2024' 라이트박스가 놓인 주방 앞 풍경
튀긴 닭 보온고와 GrabFood 2024 사인. 왼쪽 노란 유니폼 직원들은 계속 포장을 싸고 있었다.

나시르막만 먹고 가면 절반만 먹은 것 — 커리미와 로티 바카르

혼자 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둘 이상이면 커리미(Curry Mee)를 하나 시켜서 나눠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코코넛 커리 국물에 바삭하게 튀긴 유부(껍질) 조각이 얹혀 나오고, 오징어, 롱빈, 숙주가 들어간다. 튀긴 유부가 국물을 머금기 전에 먼저 건져 먹는 게 좋고, 옆에 따로 나오는 삼발 종지와 라임은 반드시 써야 한다. 라임 즙을 짜 넣는 순간 기름진 국물이 확 정리된다. 이걸 안 짜고 그냥 먹다가 후반에 물리는 사람을 여러 번 봤다.

주황빛 코코넛 커리 국물에 바삭한 튀김 껍질, 오징어, 롱빈, 숙주가 담긴 커리미 한 그릇과 그 앞에 라임 반쪽이 올려진 삼발 종지, 뒤쪽에 RESERVED 표지판
커리미. 앞쪽 종지의 라임을 국물에 짜 넣으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뒤쪽 'RESERVED' 표지판이 이 집의 아침 분위기를 요약한다.

그리고 로티 바카르(Roti Bakar). 숯불 향이 살짝 나게 구운 식빵 두 쪽 사이에 카야 잼과 버터를 바른 것으로, 반으로 접어 나온다. 사진처럼 노랗게 흐르는 카야가 빵 단면에 흥건한 상태가 정상이고, 이게 식으면 매력이 확 줄어드니 나오자마자 먹는 게 맞다. 나시르막의 매운 뒷맛을 지우는 용도로도 훌륭하다.

흰 접시 위에 반으로 접힌 구운 식빵이 놓여 있고 단면에 노란 카야 잼과 버터가 흥건하게 발려 있는 로티 바카르
카야를 바른 로티 바카르. 접힌 안쪽까지 잼이 흘러 있다.

메뉴판과 가격 — 숫자로 보는 이 집

테이블 위 메뉴판을 그대로 옮긴다. 내가 갔을 때 판에 인쇄되어 있던 가격이고, 표시가에 6% SST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단에 명시돼 있다. 가격은 바뀔 수 있으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Village Park Restaurant의 노란 메뉴판. 주소와 영업시간, 나시르막 종류별 가격과 사이드 메뉴 가격이 인쇄되어 있고 대표 메뉴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메뉴판. 주소는 5, Jalan SS21/37, Damansara Utama, 47400 Petaling Jaya, Selangor.
메뉴가격(RM)
Nasi Lemak Ayam Goreng (튀긴 닭)13.00
Nasi Lemak Daging (소고기)12.70
Nasi Lemak Ayam Rendang (닭 른당)11.80
Nasi Lemak Sotong (오징어)12.40
Nasi Dagang Ikan Tongkol9.50
Lontong8.10
Curry Mee10.10
Chee Cheong Fan5.50
Roti Bakar with Butter & Kaya (2쪽)3.50
Signature Sambal (추가)0.80

정리하면 나시르막 한 접시에 삼발 추가와 로티 바카르를 붙여도 1인 RM17~18 선. 쿠알라룸푸르 로컬 식당 평균보다는 비싼 편이 맞다. 길거리 나시르막은 RM5 이하로도 먹는다. 다만 여긴 닭 한 마리 값이 들어간 가격이라고 보면 납득이 된다. 참고로 Nasi Lemak Ikan Goreng은 '++', 즉 생선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적혀 있으니, 이걸 시킬 거면 주문할 때 대략의 값을 물어보는 게 안전하다.

위치와 가는 법 — 여긴 KL 시내가 아니다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이거다. Village Park Restaurant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없다. 행정구역상 슬랑오르주 페탈링자야, 다만사라 우타마(흔히 'DU'라고 부른다)의 Jalan SS21/37에 있다. 부킷빈탕이나 KLCC에서 출발하면 차로 30~40분, 교통 상황에 따라 더 걸린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걸리면 답이 없으니, 7시 도착을 노린다면 6시 20~30분쯤에는 차를 잡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동은 Grab이 가장 현실적이다. MRT로 간다면 카장선 TTDI역이나 Bandar Utama역에서 내려 다시 Grab을 타는 조합이 되는데, 어차피 환승이 필요하니 숙소에서 바로 Grab으로 오는 편이 시간·비용 면에서 낫다. 주차는 가게 앞 도로변에 하는데, 7시대에는 자리가 있었지만 8시 넘어서는 갓길까지 차가 붙어 있었다. 렌터카라면 더더욱 일찍 와야 한다.

가게 안은 에어컨과 천장 선풍기가 같이 돌지만, 통유리 문이 열려 있고 사람이 계속 드나들어서 시원하다기보다 '덜 덥다'에 가깝다. 대리석 테이블에 등받이 없는 스툴, 벽은 벽돌 타일, 천장에는 CCTV 모니터 두 대가 홀을 비춘다. 조용히 여유롭게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접시 부딪히는 소리, 주문 부르는 소리,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겹친다. 그게 싫다면 애초에 맞지 않는 집이고, 그 소음이 반가운 사람이라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아쉬웠던 점과, 그래도 다시 가는 이유

그런데도 KL에 올 때마다 한 번은 온다. 튀김가루가 밥에 섞이는 그 식감, 삼발의 단맛과 매운맛이 시간차로 오는 그 순서, 그리고 아침 7시에 이미 돌아가고 있는 주방의 속도 — 이 세 가지는 다른 데서 대체가 안 된다. 다음에 오면 금요일에 맞춰서 RM8.70짜리 치킨라이스를 시켜볼 생각이다. 물론 그날도 7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딱 한 줄 요약: 쿠알라룸푸르에서 나시르막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생각이면, Village Park Restaurant을 오전 7시 전에 가라. 7시에 갔던 나도 조금은 기다렸다.

※ 이 글의 가격·영업시간은 방문 당시 메뉴판 표기 기준이며(표시가에 6% SST 미포함),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방문 전 현장 확인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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