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Hard Rock Cafe — 전선 뭉치 아래에서 먹은 치즈버거와 비어라오 한 잔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를 걷다가 고개를 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하늘이 아니라 전선이다. 검은 케이블이 수십 가닥씩 얽혀서 전봇대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린 그 광경. 그 전선 뭉치 바로 건너편, 붉은 네온으로 로고를 켠 건물이 이번에 들어간 Hard Rock Cafe 비엔티안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하늘이…
비엔티안 · Hard Rock Cafe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를 걷다가 고개를 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하늘이 아니라 전선이다. 검은 케이블이 수십 가닥씩 얽혀서 전봇대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린 그 광경. 그 전선 뭉치 바로 건너편, 붉은 네온으로 로고를 켠 건물이 이번에 들어간 Hard Rock Cafe 비엔티안이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하늘이 아직 보랏빛으로 남아 있을 때 도착했는데 그 시간대의 이 골목이 제일 그림이 된다.

이 사진을 굳이 먼저 올리는 이유가 있다. 동남아를 여러 번 다니다 보면 이 전선 덩어리가 그 나라 도시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계속 덧붙여진 선들, 아래로 늘어진 뭉치, 그 사이로 걸린 가로등. 깔끔한 프랜차이즈 간판과 이 난장판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게 비엔티안다웠다. 사진 찍겠다고 도로 쪽으로 물러설 때는 오토바이 조심하시길 — 인도가 좁고 차량이 꽤 빠르게 붙는다.
건물과 첫인상
건물은 코너 자리에 곡선으로 서 있는 3층짜리다. 1층이 레스토랑 입구와 ROCK SHOP(굿즈 매장), 위층은 발코니가 붙은 객실형 창들이 이어진다. 파사드에 큰 원형 로고 하나, 아래쪽에 필기체 'Hard Rock Cafe'와 라오 문자 간판, 오른쪽 벽면엔 통기타 모양의 조명 오브제가 세로로 붙어 있다. 낮에는 그냥 흰 건물인데 불이 들어오면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된다.

입구 앞 인도에는 스쿠터가 빼곡히 세워져 있고, 라바콘 하나로 대충 구역을 나눠 놨다. 문 앞에 정장 셔츠 차림 직원이 서서 손님을 맞는데, 예약 없이 들어가도 자리는 있었다. 저녁 초반이라 그런지 홀이 반쯤 찬 상태였다.
홀 분위기와 라이브 무대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상당히 높다. 청록색 벽에 목재 루버, 그 위로 조명 트러스가 촘촘하게 걸려 있어서 실내라기보다 작은 공연장에 가깝다. 벽에는 액자에 넣은 기타들이 줄지어 붙어 있고, 오른쪽 벽면에는 파란 네온으로 'LOVE ALL SERVE ALL'. 무대 쪽엔 드럼 세트, 신디사이저, 기타 여러 대와 마이크 스탠드가 그대로 세팅돼 있었다.

여기 분위기가 진짜 좋다. 밴드가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세트를 나눠서 계속 이어간다. 연주가 없는 사이에도 대형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가 돌아가고, 스피커 볼륨이 꽤 커서 앞자리에 앉으면 대화가 조금 힘들다.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먹고 싶다면 무대에서 몇 테이블 떨어진 안쪽이나 창가 쪽이 낫다. 반대로 공연을 제대로 즐길 생각이면 무대 정면 열이 압도적이다. 테이블에 세워둔 'SCAN FOR MENU' QR 카드로 메뉴를 보는 방식이라, 휴대폰 배터리는 미리 챙겨두는 게 좋다.
위치와 가는 법
위치는 비엔티안 시내 중심부, 큰 사거리 코너다. 걸어 다니기 좋은 구역이라 시내 숙소에 묵는다면 대부분 도보로 닿는다. 밤에 다시 지나가며 본 모습인데, 바로 뒤쪽 부지에 녹색 안전망을 두른 고층 공사 현장과 타워크레인이 서 있었다. 방문 시점 기준이니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도로가 넓고 신호 대기가 긴 편이라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고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사거리에 볼라드가 촘촘히 박혀 있어서 인도로 올라서기는 편하다. 툭툭을 탈 경우 목적지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지도 화면을 보여주는 쪽이 빠르다.
버거와 비어라오 — 이 조합이 계속 생각난다
주문한 건 치즈버거. 접시에 올라온 모양이 딱 이 브랜드 스타일이다. 윤기 나는 브리오슈 번 위에 붉은 Hard Rock 로고 깃발이 꽂힌 나이프가 꽂혀 나오고, 옆에는 금속 미니 버킷에 종이를 깔아 담은 두툼한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작은 스테인리스 컵에 담긴 초록색 피클 렐리시가 함께 온다. 튀김옷 두꺼운 어니언링도 한 개 곁들여져 있었다.

번은 겉이 매끈하고 속은 폭신한 쪽. 패티는 겉면에 그릴 자국이 확실히 남아 있고, 체다 슬라이스가 열에 녹아 옆으로 흘러내렸다. 상추는 프릴 상추라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렐리시는 단맛 도는 오이 피클을 잘게 다진 것이라 처음엔 낯설 수 있는데, 버거를 반쯤 먹고 느끼해질 즈음 조금씩 얹으면 균형이 맞는다. 감자튀김은 굵게 썬 스타일이라 겉바속촉보다는 포슬포슬한 감자맛 쪽이다. 아쉬웠던 건 어니언링 — 튀김옷이 두껍고 시간이 좀 지나서 눅눅해져 있었다. 나올 때 바로 먹는 걸 권한다.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 버거보다 버거와 맥주의 조합이다. 비어라오. 라오스 국민 맥주고, 잔에 붉은 원 안의 호랑이 머리 LBC 로고가 새겨져 있다. 크게 튀는 맛은 없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거인데, 기름진 패티와 짠 감자튀김 사이에 밀어 넣으면 이게 딱 맞물린다. 잔 표면에 물방울이 맺힐 만큼 차게 나오고, 거품이 손가락 두 마디쯤 올라온 상태로 서빙됐다. 라오스를 떠나고 한참 지난 지금도 이 조합이 문득 떠오른다. 라이브 밴드 소리가 배경으로 깔린 상태로 마신 그 한 잔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 가격대: 라오스 로컬 식당보다 확실히 비싸다. 국숫집에서 한 끼 해결하는 값의 몇 배는 생각해야 한다. 다만 여긴 애초에 음식값만 내는 곳이 아니라 무대와 사운드까지 포함된 값이라고 보는 게 맞다. 정확한 금액은 시기와 환율에 따라 달라지니 현장 메뉴판(QR) 확인을 권한다.
- 결제: 킵 외 결제 수단도 취급하는 분위기였지만, 라오스는 가게마다 사정이 다르니 현금도 어느 정도 들고 가는 편이 마음 편하다.
- 시간대: 해가 지기 직전에 도착해서 밖에서 전선·간판 사진을 찍고, 어두워진 뒤 들어가 공연 시간대에 걸치는 코스가 제일 알차다. 정확한 공연 시작 시각과 영업시간은 현장 또는 입구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 ROCK SHOP: 도시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모으는 사람이라면 식사 없이 굿즈만 사도 된다. 매장이 레스토랑과 문이 따로 있다.
비엔티안에서 라오 음식만 며칠 먹다 보면 어느 순간 기름지고 익숙한 게 당기는 날이 온다. 그날 저녁에 이만한 선택지도 없다. 전선 뭉치를 올려다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서는 밴드가 튜닝을 하고 있고 차가운 비어라오가 나온다. 라오스에서 '가장 라오스다운 식사'는 아니지만, 비엔티안의 밤을 하나 기억으로 남기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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