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이 매달려 있고, 그 옆에 커다란 조화 벚나무가 서 있다. 라오스 물가로 보면 확실히 비싼 편에 속하는 가게인데, 안에 앉아 있는 손님 절반은 현지 20~30대였다.

미즈신겐모치 — 유리구슬처럼 생긴 물방울떡
주문한 건 나무 배 모양 접시에 담겨 나왔다. 왼쪽에 팥 앙금을 얹은 초록색 말차 빙수 같은 것, 가운데에 투명한 물방울떡, 오른쪽에 콩가루 한 무더기. 옆에는 흑설탕 시럽이 담긴 작은 종지, 대나무 포크와 스푼. 접시 아래 깔린 나무 판에는 가게 로고가 인두로 찍혀 있다.

가까이서 보면 진짜 물방울이다. 조명이 표면에 그대로 비쳐서 안쪽에 다른 세계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걸 포크로 찌르는 순간이 좀 아까웠는데, 실제로 찔러보면 저항이 거의 없다. 툭 하고 형태가 무너진다.

솔직히 맛 자체는 없다. 물이니까. 이 디저트는 콩가루와 흑설탕 시럽을 얼마나 잘 묻히느냐가 전부다. 처음에 시럽을 조금만 부었다가 밍밍해서 두 번째는 아예 종지를 다 부었는데, 그게 맞았다. 콩가루의 고소함과 흑설탕의 묵직한 단맛이 차가운 물덩어리에 얹히니까 그제야 디저트가 된다. 입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서, 땀 흘리고 들어온 몸에는 이게 오히려 좋았다. 일본 디저트 특유의 깔끔함 — 기름지지 않고 뒷맛이 남지 않는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시간이다. 만든 지 삼십 분쯤 지나면 형태가 주저앉기 시작하니까, 사진 찍겠다고 오래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우지 말차와 검은깨 소프트
같이 시킨 아이스 말차는 컵에 '茶' 한 글자와 함께 Premium Matcha from Uji, Kyoto라고 찍혀 있었다. 컵도 식물 유래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적혀 있다. 우유를 안 섞은 스트레이트라 바닥에 진한 초록이 가라앉아 있는데, 빨대로 한참 저어야 섞인다. 처음 한 모금은 쓰다. 설탕이 거의 안 들어가서, 단 걸 기대하고 마시면 당황할 수 있다. 나는 물방울떡의 단맛과 번갈아 마시니까 균형이 맞았다.

일행이 시킨 건 새까만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다. 유리 잔 안에 투명한 젤리 큐브를 깔고 그 위에 소프트를 올린 다음, 에스프레소를 담은 작은 유리잔을 옆에 곁들여 준다. 부어 먹으라는 뜻이다. 검은깨 특유의 고소함이 진하고, 커피를 부으면 아포가토가 된다. 옆 테이블에도 같은 게 놓여 있었으니 이 집 인기 메뉴로 보인다.

매장 상태와 위치
이 집을 다시 갈 이유의 절반은 청결이다. 테이블 나무결에 끈적임이 없고, 커트러리도 나무 소재인데 물때 없이 관리돼 있다. 동남아를 오래 다니면 알게 되는데, 에어컨 세게 트는 카페는 많아도 테이블과 집기까지 이 수준으로 유지하는 곳은 드물다. 파란 셔츠 유니폼 직원들이 주문대와 홀을 계속 오가며 치운다. 라오스 길바닥에서 땀 빼며 돌아다니다 당이 뚝 떨어졌을 때, 시원하고 깨끗한 자리에 앉아 단 걸 넣어주기에 이만한 데가 없다.
위치는 비엔티안 시내, 아래 지도에 찍힌 지점이다. 실내 몰 구조 안에 들어가 있어서 밖에서는 간판이 잘 안 보인다. 걸어서 찾아간다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 흰 곡선 간판과 벚나무를 기준으로 삼는 게 빠르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 물방울떡은 나오자마자 먹어야 한다. 형태가 유지되는 시간이 짧다.
- 콩가루와 흑설탕 시럽을 아끼지 말 것. 안 묻히면 그냥 물이다.
- 말차는 무가당에 가깝다. 단 음료를 원하면 라떼 계열로.
- 가격은 라오스 현지 식당 기준으로 낮지 않다. 정확한 금액과 영업시간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 테이블 회전이 빠른 시간대가 있다. 벚나무 근처 자리는 사진 찍는 사람이 몰린다.
땀에 절어 들어가서, 찬 물덩어리 하나 삼키고 나왔다. 비엔티안 오후를 다시 걸을 만하게 만들어준 삼십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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