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아 내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문을 열면 벽돌과 목재로 마감된 실내에 붉은 테이블보가 깔려 있고, 흰 접시와 체크무늬 냅킨이 세팅되어 있다. 조명이 낮아서 사진은 계속 어둡게 나왔다. 그날 셋이서 시킨 게 피자 한 판, 카르보나라, 샐러드였다.

화덕 피자에 계란이 올라간다

먼저 나온 건 나무 도마째 올라온 피자였다. 지름이 30cm는 되어 보였고, 가장자리 도우가 하얗게 부풀어 손으로 잡으면 살짝 눌리는 두께다. 햄, 버섯, 모차렐라를 얹고 가운데에 계란을 통째로 깨 올려 구웠다. 노른자가 아직 반숙 상태로 흔들렸다. 이게 프랑스·벨기에 쪽에서 흔한 방식이라 처음 보면 좀 낯설다. 나이프로 노른자를 터뜨려 치즈 위로 퍼지게 바른 다음 잘라 먹는 게 제 맛이다.

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화덕 피자, 햄과 버섯이 덮인 치즈 한가운데 반숙 계란 노른자가 올라가 있다
가운데 계란을 올려 구운 피자. 나이프로 노른자를 터뜨려 치즈에 섞어 먹었다.

도우는 얇지만 축 처지지 않는다. 한 조각 들면 끝이 살짝 휘는 정도. 바닥에 탄 자국이 군데군데 있는 걸 보면 화덕 온도가 꽤 높다. 토마토 소스는 신맛을 앞세우지 않고 얌전한 편이라 아이랑 같이 먹기도 무난하다. 아쉬웠던 건 햄이다. 두툼하게 썰려 있긴 한데 짭조름한 가공육 맛이 강해서, 유럽에서 먹던 프로슈토나 판체타 같은 결은 아니었다. 라오스 물류 사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부분이라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카르보나라 — 생노른자를 직접 비벼야 한다

같이 시킨 스파게티 카르보나라는 접시가 넓적한 흰 파스타 볼에 담겨 나왔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꾸덕한 크림 소스보다 훨씬 묽다. 소스가 접시 바닥에 고일 정도로 흥건하고, 그 위에 생노른자가 하나 통째로 올라가 있다. 이걸 그대로 떠먹으면 밍밍하니, 포크로 노른자를 터뜨려 면 전체에 비비는 게 순서다. 비비고 나면 소스가 눈에 띄게 걸쭉해지고 색이 노랗게 돈다.

흰 접시에 담긴 크림 소스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햄과 버섯 조각과 다진 쪽파가 섞여 있고 가운데 생노른자가 올라가 있다
면 위 생노른자. 포크로 터뜨려 비비면 소스가 그제야 카르보나라가 된다.

면은 심이 남지 않게 푹 익혔다. 알덴테를 기대하면 어긋난다. 햄은 얇게 저며 넣었고 양송이 버섯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특이한 건 다진 쪽파다. 유럽식 파스타에 파를 넣는 건 흔치 않은데, 이게 크림의 느끼함을 잘라주는 역할을 확실히 한다. 동남아 주방을 거치면서 붙은 습관이겠거니 했는데, 먹다 보니 이 조합이 오히려 더 좋았다. 후추는 테이블에서 더 갈아 넣는 게 낫다. 기본 간이 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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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와 곁들임 — 갈릭 브레드와 새우칩

세 번째로 나온 샐러드는 직사각 접시에 로메인과 양상추를 산처럼 쌓고 무순을 얹은 구성이었다. 위에 햄을 깍둑 썰어 흩뿌리고, 노란 머스터드 드레싱을 뿌렸다. 이 드레싱이 새콤달콤한 쪽이라 채소만으로도 계속 손이 간다. 접시 양쪽에 치즈 얹어 구운 바게트 슬라이스가 놓여 있고, 오른쪽에 큼직한 새우칩이 통째로 하나 올라가 있다. 프랑스식 접시에 동남아 새우칩이 얹혀 나오는 게 여기 특유의 감각이다.

직사각 흰 접시에 담긴 그린 샐러드, 무순과 깍둑썬 햄, 노란 머스터드 드레싱과 함께 치즈 구운 바게트 슬라이스와 큼직한 새우칩이 곁들여져 있다
머스터드 드레싱 샐러드에 치즈 바게트와 새우칩. 뒤쪽 접시는 이미 한 차례 덜어 간 뒤다.

양이 셋이 나눠 먹기에 넉넉했다. 사진 뒤쪽 접시에 이미 덜어놓은 게 보이는데, 저 접시 하나로 앞접시 세 번은 채웠다. 채소가 시들지 않고 물기가 살아 있었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비엔티안에서 생채소는 가게마다 편차가 큰 항목이라, 이 정도 상태로 나오면 안심하고 먹었다.

가격과 분위기 — '고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유

계산할 때가 진짜 인상적이었다. 접시 세 개에 음료까지 시켰는데, 서양식 레스토랑 기준으로 잡고 있던 예산을 한참 밑돌았다. 방콕이나 하노이에서 비슷한 세팅·비슷한 접시를 받으려면 훨씬 더 냈을 거다. 라오스 물가가 전반적으로 태국보다 싸진 않은데, 이런 서양식 정찬 카테고리에서만큼은 확실히 유리하다. 테이블보 깔린 자리, 제대로 된 커틀러리, 화덕에서 갓 나온 피자를 이 값에 먹는 경험은 비엔티안이라서 가능하다. 정확한 금액은 메뉴 개정이 잦으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다만 기대치는 조율하고 가는 게 좋다. 파리의 비스트로를 옮겨온 수준을 상상하면 어긋난다. 재료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뽑아낸 쪽이고, 조리 방식이 프랑스식이다. 그 간극을 알고 앉으면 만족도가 훨씬 높다.

위치와 가는 법

왓 인펭 사원 뒤편, 남푸 분수 광장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거리다. 메콩강 산책로에서도 골목 두어 개만 들어오면 된다. 낮에는 간판이 눈에 잘 안 띄는데, 저녁에는 실내 조명이 도로 쪽으로 새어 나와 찾기 쉽다. 툭툭을 탄다면 기사에게 사원 이름을 대는 편이 빠르다. 식당 이름만 말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었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비엔티안 첫 저녁을 라압이나 카오삐약으로 시작하는 게 정석이라면, 여행 중반쯤 입이 조금 지칠 때 여기를 남겨두는 걸 추천한다. 노른자를 터뜨려 면에 비비던 그 순간이 이번 라오스 일정에서 제일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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