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크라운플라자 레스토랑 — 토마호크와 와인, 라오스에서 가장 비싼 저녁값을 치른 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저녁 한 끼에 이 정도 돈을 쓸 생각은 원래 없었다. 이 도시는 강변 야시장에서 볶음국수 한 접시가 3만 킵 언저리, 라오 맥주 한 병이 1만 5천 킵쯤 하는 곳이다. 그런데 크라운플라자 비엔티안 안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다. 라오스에서 최고급 식당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여기를…
비엔티안 · Crowne Plaza Restaurant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저녁 한 끼에 이 정도 돈을 쓸 생각은 원래 없었다. 이 도시는 강변 야시장에서 볶음국수 한 접시가 3만 킵 언저리, 라오 맥주 한 병이 1만 5천 킵쯤 하는 곳이다. 그런데 크라운플라자 비엔티안 안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다. 라오스에서 최고급 식당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여기를 말한다. 가격은 분명 비싸다. 다만 접시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값이 왜 붙었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호텔 로비부터 톤이 다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에 로비를 한참 서성였다. 천장에 금색 우산 같은 원형 오브제 수십 개가 매달려 회전하듯 걸려 있고, 그 아래 대리석 기둥 두 개가 층고를 뚫고 올라간다. 조명은 흰색 띠로 천장 곡선을 따라 돌아간다. 비엔티안 시내에서 이런 규모의 실내를 보기는 쉽지 않다. 저녁 시간대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발소리가 그대로 울렸다.

로비 한쪽에는 곡선으로 휘어진 계단이 2층으로 올라간다. 유리 난간에 나무 손잡이를 얹었고, 계단 옆으로 작은 판매대와 진열 테이블이 놓여 있다. 붉은 카펫이 바닥 무늬처럼 깔린 자리다. 식사 전에 여기서 사진 몇 장 찍고 들어가는 사람이 꽤 있었다.

와인 셀러 앞자리를 노려라
자리를 안내받고 앉자마자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황동 프레임 유리문 안에 와인이 층층이 눕혀져 있고, 그 위 진열장에는 잔과 병이 조명 아래 놓여 있다. 셀러 온도계에 20이라는 숫자가 붉게 떠 있었다. 벽 전체는 한약방 서랍장처럼 생긴 목재 캐비닛으로 마감했고, 옆 부스 좌석은 청록색 패브릭이다. 이 벽 앞자리가 이 식당에서 제일 그림이 좋다.

토마호크를 시킬 거라면 와인은 반드시 같이 붙여라. 여기서는 그 조합이 정답이다. 잔으로도 팔지만 둘 이상이면 병으로 가는 편이 낫다. 라인업과 가격은 그날 셀러 재고에 따라 달라지니 앉은 자리에서 리스트를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아뮤즈부시부터 시작한다
주문을 넣고 나면 검은 스푼에 얹은 한 입짜리가 먼저 나온다. 얇은 라이스페이퍼 컵 위에 다진 돼지고기, 숙주, 튀긴 마늘 조각, 굵게 부순 땅콩을 올리고 달큰한 소스를 흘렸다. 상추와 적치커리 잎이 양쪽으로 삐죽 나와 있다. 한 입에 넣으면 바삭한 껍질이 먼저 부서지고 땅콩 고소한 맛이 뒤따라온다. 양은 딱 두 숟갈도 안 되는데, 이걸로 남은 코스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셈이다.

토마호크 — 여기 온 이유
뼈가 팔뚝만 하다. 서버가 통째로 구운 걸 들고 와서 테이블 옆에서 잘라 접시에 다시 얹어줬다. 뼈를 따라 살을 발라낸 뒤 두툼하게 썰어 부채꼴로 펼쳐놓고, 가운데에 노란 허브버터를 한 덩이 올린 다음 로즈메리 가지와 새싹을 얹는다. 단면은 미디엄레어에서 미디엄 사이, 가장자리 지방이 갈색으로 녹아 있고 접시 바닥에 육즙이 고인다. 후추와 허브 향이 먼저 오고, 씹으면 소금간이 딱 붙어 있어서 소스를 따로 찍을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잘라놓고 대화하다 보니 접시가 금방 식었다. 금속 접시가 열을 오래 붙들지 못한다. 두 번째 갈 때는 반만 먼저 썰어달라고 부탁했고, 그편이 훨씬 나았다. 이 메뉴는 둘이서도 벅차다. 셋 이상이 나눠 먹으면서 파스타나 볶음밥을 곁들이는 구성이 실패가 없다.
스테이크 말고도 접시가 넓다
같이 시킨 비프 스튜는 파란 유약 접시에 나왔다. 진한 갈색 소스에 소고기를 뭉근하게 익혀 담고 위에 생양파를 링으로 얹었으며, 옆에는 데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두었다. 고기는 결이 풀릴 만큼 오래 익혔고 소스가 짜지 않다. 양파 링은 장식 같지만 같이 씹으면 느끼함을 끊어준다.

새우 볶음밥도 괜찮았다. 갈색 도기 접시에 담아 쪽파를 잔뜩 뿌리고 새싹을 올렸으며, 한쪽에 라임 반 개와 토마토 두 조각, 칼집 넣은 오이를 곁들였다. 라임을 짜서 섞으면 맛이 확 달라진다. 새우가 통으로 여러 마리 들어가서 밥만 퍼먹는 느낌이 아니다. 스테이크가 무거우니 이런 밥 요리를 하나 붙이는 게 좋다.

일행이 시킨 코코넛 커리 국수도 한 입 얻어먹었다. 넓은 흰 접시에 주황빛 커리 국물을 붓고 쌀국수와 숙주를 산처럼 쌓았다. 삶은 달걀 반 개, 손질한 새우, 유부 조각이 들어가고 튀긴 두부 큐브가 국물에 잠겨 있다. 코코넛 밀크가 진해서 국물이 걸쭉하고, 매운맛은 세지 않다.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무리 없이 비운다.

위치와 실제로 알아두면 좋은 것
크라운플라자 비엔티안은 시내 중심부에 있고, 식당은 호텔 건물 안이라 별도 입구를 찾을 필요가 없다. 로비로 들어와 안내를 받으면 된다. 툭툭이나 로컬 차량 호출로 오면 정문 드롭오프에 바로 내려준다. 도착 지점은 아래 지도에 찍힌 좌표다.
- 토마호크는 굽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저녁 피크에 들어가면 기다림이 길어지니 예약을 넣고 가는 편이 낫다.
- 와인 셀러가 보이는 벽쪽 부스를 요청해보라. 사진이 완전히 달라진다.
- 결제는 카드가 되지만, 라오스에서는 단말기 상태가 그날그날 다르다. 킵이나 달러 현금을 조금 챙겨가면 마음이 편하다.
- 가격·영업시간은 바뀌니 현장 또는 호텔 프런트에서 확인하는 걸 권한다.
비엔티안에서 하루쯤은 쌀국수 대신 제대로 된 저녁을 먹고 싶다면, 여기가 그 하루를 쓰기에 아깝지 않은 곳이다. 계산서를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뼈째 나온 토마호크를 썰던 순간과 셀러 조명이 유리에 번지던 장면은 아직 선명하다.
이어서 볼 글
- 비엔티안 탓루앙, 흐린 날 오후 다섯 시에 걸어본 황금탑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으로 15분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로가 갑자기 넓어지고, 담장 너머로 금색 덩어리가 불쑥 솟는다. 탓루앙(Pha That Luang). 라오스 지폐와 국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는 그 탑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오후 늦게 왔다. 낮 한 시쯤 오면 광장 바닥이 프라이팬이 되어서…
비엔티안 · 탓루앙 - 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 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