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HANCOOK — 라오스에서 한식 한 상에 얼마를 쓰게 되는지, 그리고 왜 안 아까웠는지

비엔티안에 온 지 나흘째 되던 날, 아침에 카오삐약을 먹고 점심에도 국수를 먹고 나니 저녁쯤 되어 혀가 파업을 시작했다. 라오스 음식이 싫은 게 아니라, 고수와 라임과 피시소스로 이어지는 그 축이 나흘째 반복되니 몸이 된장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식당 HANCOOK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비엔티안 · HANCOOK

비엔티안에 온 지 나흘째 되던 날, 아침에 카오삐약을 먹고 점심에도 국수를 먹고 나니 저녁쯤 되어 혀가 파업을 시작했다. 라오스 음식이 싫은 게 아니라, 고수와 라임과 피시소스로 이어지는 그 축이 나흘째 반복되니 몸이 된장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식당 HANCOOK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 여기는 배낭여행자가 끼니를 때우러 오는 집이 아니라, 현지 기준으로는 확실한 고급 식당이다. 그리고 그 값을 한다.

먼저 가격 얘기부터 — 여기는 라오스에서 '비싼 집'이다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라오스 물가에 익숙해진 사람은 잠깐 멈칫한다. 자리에 앉아 찍어둔 메뉴판을 그대로 옮기면, 김치찌개 120,000킵, 참치김치찌개 130,000킵, 순두부찌개 130,000킵, 된장찌개 120,000킵, 육개장 135,000킵, 갈비탕·감자탕 계열 145,000킵, 삼계탕 245,000킵. 2인용 전골로 넘어가면 자릿수가 한 번 더 올라가서 부대찌개 295,000킵, 불고기버섯전골 315,000킵, 김치갈비찜 315,000킵, 갈비찜 315,000킵이었다.

한국어·라오어·영어·중국어가 함께 적힌 HANCOOK 메뉴판 펼침면. 김치찌개 120,000킵, 육개장 135,000킵, 삼계탕 245,000킵, 갈비찜 315,000킵 등 찌개·전골 사진과 킵 가격이 나열되어 있다
메뉴판 국·찌개 페이지. 한국어·라오어·영어·중국어가 같이 적혀 있어 주문은 어렵지 않다. 가격은 방문 시점 기준이라 현장 확인 권장.

길거리 국수 한 그릇이 25,000~30,000킵 하는 나라에서 찌개 하나가 그 네 배다. 라오스 사람 기준으로 이 집은 명백히 접대나 기념일에 오는 자리다. 실제로 옆 테이블도 정장 셔츠 차림의 현지 손님들이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이 "김치찌개가 왜 이래" 하고 놀라기 전에, 이 나라에서 한국 식재료가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면 납득이 간다. 여긴 내륙국이고, 배추도 고춧가루도 국물용 고기도 상당 부분 수입 라인을 탄다.

육개장 — 이 집에서 제일 놀랐던 그릇

일행이 시킨 육개장이 뚝배기째 나왔을 때, 솔직히 나는 "무난하겠지" 정도로 봤다. 그런데 국물을 한 술 뜨고 생각이 바뀌었다. 고기가 잘게 찢긴 게 아니라 결이 굵게 살아 있고, 씹으면 육향이 먼저 온다. 국물은 기름이 붉게 뜨는 전형적인 육개장인데 텁텁하지 않고, 참깨가 국물 위에 잔뜩 흩어져 있었다. 당근이 큼직하게 썰려 들어간 게 좀 이례적이었고 — 한국 육개장에서 당근을 이렇게 큰 덩어리로 보는 일은 드물다 — 감자까지 통으로 하나 들어 있어서 첫인상은 육개장과 갈비탕의 중간쯤이었다. 그런데 이게 맛이 없냐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검은 뚝배기에 담긴 붉은 육개장. 큼직한 당근과 감자, 결이 살아 있는 소고기, 대파가 들어 있고 옆에 스테인리스 그릇의 흑미밥과 수저가 놓여 있다
육개장 135,000킵. 당근·감자가 큼직하게 들어가 국물이 은근히 달다. 밥은 흑미가 섞인 자색 밥.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라오스에서 한국 음식이 당길 때 이 집은 확실한 답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몇 가지는 한국 본토에서 먹던 것보다 오히려 낫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나는 그게 요리사의 손맛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서 12,000원짜리 육개장은 원가 압박을 받지만, 여기서는 현지 기준 고급가를 받는 만큼 고기를 인색하게 쓸 이유가 없다. 가격대가 올라가면 재료가 올라가고, 재료가 올라가면 국물이 달라진다. 그 차이가 그릇 안에서 그대로 보인다.

디지털 입국신고서 (LDIF) 신청하기

순두부찌개와 반찬 인심

내가 시킨 건 순두부찌개(130,000킵)였다. 국물 표면에 고추기름이 선명하게 떠 있고, 두부는 순두부라기보다 부드러운 판두부에 가깝게 큼직하게 들어 있었다. 조개가 바닥에 깔려 있어서 젓가락으로 뒤적이면 껍질이 걸린다. 매운맛은 한국 기준 중간, 라오스 사람 기준으로는 꽤 매울 것 같은 정도. 뚝배기가 제대로 예열돼 나와서 끝까지 팔팔 끓었고, 밥을 말아 먹을 때까지 온도가 유지됐다.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붉은 순두부찌개. 큼직한 두부와 조개, 송송 썬 파가 보이고 뒤쪽에 오이무침 반찬 접시가 놓여 있다
순두부찌개. 조개가 바닥에 깔려 있어 국물이 맑게 매콤하다. 뒤는 오이 무침 반찬.

반찬은 기대 이상이었다. 단무지, 무 절임, 시금치 나물, 청경채 나물, 콩나물 무침, 배추김치, 감자조림, 오징어젓 비슷한 것까지 여덟 접시가 회전판 위에 올라왔다. 동남아 한식당에서 반찬이 서너 개로 끝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어봐서, 이 상차림은 솔직히 반가웠다. 김치는 국내 식당 김치보다 덜 익은 편이라 산미보다 고춧가루의 단맛이 앞섰다. 신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아쉬울 수 있다.

흰 대리석 테이블 위 검은 반찬 그릇들. 단무지, 무 절임, 시금치와 청경채 나물, 콩나물 무침, 배추김치, 감자조림이 회전 트레이에 둘러 놓여 있고 뒤쪽에 짜장면 그릇과 흑미밥이 보인다
반찬 여덟 접시가 회전 트레이에 깔린다. 뒤쪽 흰 대접은 일행이 시킨 짜장면.

탕수육과 짬뽕 — 한식당인데 중식이 진짜였다

일행이 "여기 짜장면도 판다"며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추가로 시켰는데 이게 이날의 반전이었다. 탕수육은 튀김옷이 하얗게 부풀어 오른 그 스타일 — 찹쌀 튀김옷을 두 번 튀겨 겉이 얇게 갈라지고 속은 비어 있는, 이른바 '눈꽃'에 가까운 질감이었다. 소스를 붓지 않고 따로 내주는 '찍먹' 구성이라 20분이 지나도 바삭함이 살아 있었다. 접시 가장자리에 HANCOOK 로고가 찍힌 자기 그릇을 쓰는 것도 이 집이 그릇에 돈을 썼다는 티가 난다.

가장자리에 HANCOOK 로고가 찍힌 흰 접시에 하얗게 부풀어 오른 찹쌀 탕수육이 수북이 담겨 있고, 뒤에 붉은 짬뽕 국물이 남은 그릇과 단무지, 청경채 반찬이 놓여 있다
찹쌀 탕수육. 소스는 따로 나온다. 뒤 대접은 이미 절반쯤 비운 짬뽕.

짬뽕 국물은 사진에 남은 것만 봐도 붉고 기름졌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해물보다 고추기름 쪽으로 균형이 기운 스타일이었다. 라오스에서 이 정도 짬뽕을 만난 건 처음이라 한 그릇을 거의 비웠다. 다만 짜장면은 평범했다. 춘장 맛이 얕고 면이 조금 무른 편이라, 셋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탕수육이다.

제육볶음 — 상추까지 곁들여 나온다

두 번째 방문 때 시킨 제육볶음도 적어둔다. 양파와 양배추가 넉넉하게 들어가 볶아진 위에 참깨와 쪽파를 뿌려 냈고, 접시 한쪽에 상추가 함께 깔려 나왔다. 삼겹살 대신 앞다리살로 보이는 부위를 얇게 저며 썼는데 질기지 않았다. 고추장 양념은 단맛이 앞서는 편 — 한국의 매콤한 제육을 기대하면 살짝 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라오스 손님 비중을 생각하면 의도된 조정 같았다. 반찬으로 콩나물 무침, 무생채, 김치가 함께 나왔다.

검은 그릇에 담긴 붉은 제육볶음. 양파와 양배추가 함께 볶여 있고 위에 참깨와 쪽파가 뿌려져 있으며, 한쪽에 상추가 곁들여지고 뒤에 콩나물 무침·무생채·김치 반찬이 놓여 있다
제육볶음. 상추가 곁들여 나와 쌈으로 먹기 좋다. 양념은 단맛이 앞서는 편.

위치와 건물 — 간판 찾기가 관건

가게는 크림색과 주황색 몰딩이 섞인 콜로니얼풍 2층 건물 1층에 있고, 흰색 대문자로 'HANCOOK'이라고 크게 붙어 있다. 그 옆에 라오어 간판도 함께 달려 있다. 2층 창문 앞에 커다란 검은 차광막이 쳐져 있어서 건물이 통째로 어두워 보이는데, 이게 오히려 표식이 된다 — 멀리서 '검은 천 덮인 둥근 코너 건물'을 찾으면 된다. 건물 앞에 승용차 서너 대가 들어가는 주차 공간이 있어서 렌터카나 오토바이로 와도 세울 데가 있다. 인도 폭이 좁고 차들이 앞까지 바짝 대므로, 걸어서 접근할 땐 차도 쪽으로 살짝 돌아 들어가게 된다.

크림색과 주황색 몰딩의 2층 건물 1층에 흰색 대문자 HANCOOK 간판과 라오어 간판이 붙어 있고, 2층은 검은 차광막으로 덮여 있으며 건물 앞에 흰 픽업트럭과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HANCOOK 외관. 2층을 덮은 검은 차광막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비엔티안 시내에서는 툭툭이나 차량 호출로 어렵지 않게 닿는 거리다. 다만 기사에게 "한쿡"이라고 발음하면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었고, 위 좌표나 지도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쪽이 훨씬 빨랐다. 영업시간은 내가 방문한 시간대(점심·저녁)만 확인했으니, 브레이크타임 여부는 현장 확인을 권한다.

정리하면

라오스 음식이 지겨워진 순간에만 가는 집이 아니라, 여행 중 하루쯤은 제대로 먹고 싶을 때 예산을 잡아두고 가는 집으로 기억해두면 좋겠다. 나는 나흘째 저녁에 갔다가, 사흘 뒤에 또 갔다.

이어서 볼 글

  • 비엔티안 탓루앙, 흐린 날 오후 다섯 시에 걸어본 황금탑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으로 15분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로가 갑자기 넓어지고, 담장 너머로 금색 덩어리가 불쑥 솟는다. 탓루앙(Pha That Luang). 라오스 지폐와 국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는 그 탑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오후 늦게 왔다. 낮 한 시쯤 오면 광장 바닥이 프라이팬이 되어서…

    비엔티안 · 탓루앙
  • 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 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