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에서 인도 음식이 당길 때 — My Kitchen Indian Authentic Food, 탄두리와 마늘난이 진짜인 집
동남아를 오래 돌다 보면 어느 순간 쌀국수도 볶음밥도 입에 안 붙는 날이 온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딱 그런 저녁이 왔고, 메콩강 쪽 골목을 걷다 들어간 곳이 My Kitchen Indian Authentic Food였다. 결론부터 적자면, 라오스에서 인도 음식이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는 그냥 가면 된다. 동남아 인도…
비엔티안 · My kitchen Indian Authentic food
동남아를 오래 돌다 보면 어느 순간 쌀국수도 볶음밥도 입에 안 붙는 날이 온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딱 그런 저녁이 왔고, 메콩강 쪽 골목을 걷다 들어간 곳이 My Kitchen Indian Authentic Food였다. 결론부터 적자면, 라오스에서 인도 음식이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는 그냥 가면 된다. 동남아 인도식당은 보통 두 부류다. 맛은 그럴듯한데 주방이 걱정되는 집, 아니면 깨끗한데 향신료가 밍밍해진 관광객용 집. 여기는 드물게 양쪽을 다 넘겼다.
인도식당답지 않게 깨끗하다는 말의 의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음식이 아니라 흰 대리석 무늬 테이블이었다. 얼룩 하나 없이 닦여 있고, 등번호 세워둔 테이블 번호판까지 반듯하게 놓여 있다. 물 주전자에 담긴 물도 탁하지 않았고, 컵은 오렌지색 플라스틱이지만 물때 없이 말끔했다. 동남아에서 인도 커리집 좀 다녀본 사람이면 이게 왜 특별한지 안다. 향신료 기름때가 벽이며 의자며 눌어붙어 있는 집이 훨씬 많다. 여기는 에어컨 바람도 제대로 돌아서, 밖에서 땀 흘리며 걸어온 몸이 앉은 지 5분 만에 식었다.
그리고 주인장. 이게 이 집의 진짜 자산이다. 주문할 때 뭘 시킬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직접 와서 매운 정도를 물어보고, 음식이 나온 뒤에는 먹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난을 손으로 찢어서 커리를 어떻게 떠먹는지, 탄두리에 얹힌 채 썬 양파·당근 무침은 왜 같이 먹어야 하는지 — 처음 인도 음식 먹는 일행이 있었는데, 설명 듣고 나서 먹는 속도가 확 달라졌다. 장사 잘하려고 하는 친절이 아니라 자기 음식이 제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쪽의 친절이었다.
탄두리 치킨 — 접시 위 구성부터 다르다
먼저 나온 건 탄두리로 구운 치킨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붉은 마살라가 겉에 진하게 배어 있고, 그 위에 채 썬 당근과 양파를 라임에 무친 것이 수북이 올라간다. 옆에는 초록색 민트-코리앤더 처트니가 작은 종지에 따로, 반대쪽에는 양배추·당근 슬로와 오이 슬라이스, 라임 한 조각.

고기는 겉이 살짝 마르고 속은 촉촉한, 제대로 된 탄두르 상태. 요구르트에 오래 재운 특유의 시큼한 뒷맛이 남아 있고, 매운맛은 한국 사람 기준으로 중간 정도라 부담스럽지 않다. 초록 처트니는 생각보다 강했다 — 민트와 고수 향이 세서, 처음 한 입은 놀랄 수 있다. 나는 좋아하는 맛이지만 고수를 못 먹는 사람이라면 이건 손대지 않는 게 낫다. 오이와 슬로는 장식이 아니라 매운 걸 중화하는 역할이라, 중간중간 씹어주면 접시를 끝까지 비울 수 있다.
마늘 난과 버터치킨 커리, 이 조합이 본론
난은 갈릭 난으로 시켰다. 바구니에 세 조각이 겹쳐 나오는데, 다진 마늘과 고수가 표면에 그대로 박혀 있고 군데군데 탄두르 화덕에서 탄 검은 반점이 남아 있다. 이게 중요하다. 화덕 없이 팬에 굽는 집은 이런 얼룩이 안 생긴다. 손으로 찢으면 김이 올라오고 마늘 버터 냄새가 얼굴로 훅 끼친다. 가장자리는 바삭, 안쪽은 쫄깃해서 커리를 적셔도 흐물거리지 않았다.

커리는 크림이 도는 붉은 토마토 베이스로 나왔다. 도자기 볼에 담겨 나오는데 표면에 생크림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둘러져 있고 고수를 잔뜩 뿌렸다. 스테인리스 국자가 꽂힌 채 서빙된다.

맛은 달지 않다. 동남아 인도식당에서 흔히 만나는, 설탕으로 밀어붙인 버터치킨이 아니었다. 토마토의 신맛이 앞에 서고 크림이 뒤를 받치는 균형인데, 계피·정향 같은 통향신료 향이 끝에 남는다. 향신료를 그날 볶는 집의 맛이다. 다만 국물이 꽤 되직해서 난 세 조각으로는 다 못 훑었다 — 난을 하나 더 시키든지, 라이스를 같이 시키는 걸 권한다. 이건 내가 못 챙긴 부분이라 아쉬웠다.
망고 라씨는 시켜라
더위에 지친 상태였으면 망고 라씨를 먼저 시키는 게 맞다. 진한 노란색으로 걸쭉하게 나오는데, 파우더 티가 안 나고 과육 섬유질이 씹힌다. 라오스 망고 자체가 단맛이 강해서 설탕을 별로 안 넣어도 되는 모양이다. 탄두리 매운맛을 정리하기에 물보다 훨씬 낫다.

위치와 실전 팁
가게는 비엔티안 시내, 메콩강 강변과 시내 중심 사이 구역에 있다. 좌표 기준 위치는 아래 지도에 찍어뒀다. 뚝뚝이나 라이드 호출 앱으로 가면 기사에게 이름을 말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으니, 지도 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빠르다. 시내 숙소가 남푸 분수 근처라면 걸어서 갈 만한 거리지만, 비엔티안 낮 햇볕은 만만치 않으니 해가 기운 뒤에 가는 걸 권한다.
- 매운맛은 주문할 때 말해라. 주인장이 먼저 물어보긴 하는데, 확실히 "mild"나 "medium"이라고 못 박아두면 편하다.
- 둘이면 커리 1 + 난 2~3 + 탄두리 1이 적당하다. 커리 국물 양에 비해 난이 금방 떨어진다.
- 고수를 못 먹으면 초록 처트니와 커리 위 고명을 미리 빼달라고 하자. 여긴 고수를 아끼지 않는다.
- 가격과 영업시간은 현장 확인 권장. 내가 갔을 때 낸 금액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어서 여기 숫자로 적지 않겠다. 라오스 물가 기준 로컬 식당보다는 비싸고, 관광지 서양식당보다는 싼 구간이었다.
- 테이블 번호판을 세워두고 서빙하는 방식이라, 앉은 뒤 번호 확인해두면 주문이 꼬이지 않는다.
비엔티안은 프랑스식 빵집이랑 라오 국수로 유명하지, 인도 음식으로 찾아가는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다. 향신료가 제대로 살아 있으면서 위생이 흔들리지 않고, 주인이 먹는 법까지 챙겨주는 집 — 동남아를 여러 번 다녔어도 이 세 개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인도식당은 자주 안 나온다. 다음에 비엔티안에 가면 이번에 못 시킨 라이스와 난 추가분까지 제대로 시켜서 커리 국물을 끝까지 비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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