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여행자거리 뒤편, 한국인들 사이에서 '도가니국수'로 통하는 그 국숫집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을 보내다 보면 결국 저녁마다 같은 골목으로 돌아가게 된다. 메콩강 야시장과 여행자거리(파응움·세타티랏 일대)에서 몇 분만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그냥 '도가니국수'라고 불리는 국숫집이 그렇다. 정식 라오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

비엔티안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을 보내다 보면 결국 저녁마다 같은 골목으로 돌아가게 된다. 메콩강 야시장과 여행자거리(파응움·세타티랏 일대)에서 몇 분만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그냥 '도가니국수'라고 불리는 국숫집이 그렇다. 정식 라오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도가니 먹으러 가자"로 끝난다. 이 글은 그 집에서 세 번 밥을 먹고 그날 밤에 적어둔 기록이다.

도가니가 통째로 들어가는 국수 한 그릇

여기 대표 메뉴는 소 무릎 연골(도가니)과 양지 부위가 함께 들어간 쌀국수다. 국물은 진하게 우린 사골이라기보다 맑고 기름이 얇게 뜬 라오식 소고기 국물에 가깝다. 첫 숟갈은 심심하다. 여기서 초보자들이 "생각보다 밍밍한데?" 하고 실망하는데, 그건 아직 테이블 양념을 안 넣어서다. 라임을 짜 넣고 피시소스와 고추를 조금 풀면 그때부터 국물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꽃무늬 사기그릇에 담긴 맑은 소고기 국물 쌀국수, 큼직한 소고기 덩어리와 투명한 도가니 연골, 쪽파가 올라가 있고 뒤로 비어라오 병과 얼음잔이 보인다
고기 덩어리가 국물 위로 솟아 있다. 왼쪽 아래 투명하게 젤리처럼 비치는 부분이 도가니.

사진에서 보이듯 고기 크기가 얌전하지 않다. 얇게 저민 게 아니라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덩어리로 서너 점이 들어간다. 젓가락으로 들면 결이 그대로 뜯어지고, 도가니 부분은 국물 온도에 살짝 녹아 끈적하게 입천장에 붙는다. 이 식감을 좋아하면 무조건 성공이고, 물컹한 걸 못 먹는 사람이면 고기만 골라 먹게 된다. 실제로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은 연골을 다 남겼다. 취향이 갈리는 부위라는 건 솔직하게 적어둔다.

고기 접시는 따로 시키는 게 낫다

국수만 먹으면 고기가 아쉽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부터는 삶은 소고기 접시를 따로 주문했다. 흰 접시에 편으로 썬 수육 같은 고기가 수북하게 나오고 그 위에 쪽파를 잔뜩 뿌려준다. 국물에 잠기지 않은 상태라 고기 자체의 냄새와 질감이 더 분명하다. 특유의 소 냄새가 살짝 도는데, 라임과 고추장 같은 매운 소스에 찍으면 깔끔하게 잡힌다.

흰 접시에 쪽파를 잔뜩 올린 삶은 소고기 편육과, 아래쪽 파란 플라스틱 접시에 숙주·라임·바질 잎과 빨간 칠리소스, 다진 마늘 소스가 담긴 야채 세트
고기 접시와 함께 나오는 야채 세트. 숙주, 라임, 바질, 미나리 같은 줄기 채소에 소스 두 종류.

같이 나오는 파란 접시의 야채 세트가 핵심이다. 숙주는 국물에 넣어 살짝만 익히고, 바질 잎은 손으로 뜯어 국물 위에 띄운다. 빨간 칠리소스는 새콤달콤한 쪽이고, 옆의 다진 마늘·고추 갈린 소스는 훨씬 맵다. 처음 온 사람들이 두 소스를 국물에 통째로 붓는 걸 자주 보는데, 그러면 국물 맛이 한 번에 무너진다. 고기를 찍어 먹는 용도로 쓰고, 국물은 라임과 피시소스로만 조절하는 게 이 집 국물을 제대로 먹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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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라오는 한 병이 아니라 얼음잔으로

라오스에서 맥주는 병째 들이켜는 물건이 아니다. 큰 병 하나를 시키면 손잡이 달린 두꺼운 유리잔과 얼음통이 같이 온다. 얼음을 가득 넣고 맥주를 부어 나눠 마신다. 한국 사람 기준으로는 "맥주에 얼음?" 싶지만, 낮 기온이 33~35도까지 올라가는 이 도시에서는 이게 맞는 방식이다. 미지근해질 틈이 없다.

식탁 위 물방울 맺힌 비어라오(Beerlao) 갈색 병과 얼음이 가득 찬 손잡이 달린 유리 맥주잔, 뒤로 파란 접시의 야채가 보인다
비어라오 라거. 병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차갑게 나온다.
식당 안에서 세 사람이 얼음 든 맥주잔을 들어 건배하는 장면, 앞쪽 파란 접시에 바질 잎이 놓여 있고 뒤로 타일 벽과 조미료 병이 보인다
얼음잔 세 개. 라오스에서는 잔이 비면 옆 사람이 채워주는 게 기본이다.

가게 안은 타일 벽에 형광등, 플라스틱 의자다. 에어컨은 기대하지 말고 선풍기 바람 아래 자리를 잡는 게 낫다. 저녁 7시쯤 되면 국수 그릇 부딪히는 소리와 라오어·한국어가 섞여서 꽤 시끄럽다. 조용히 먹고 싶으면 6시 전에 가는 걸 추천한다.

테이블 위에 참이슬이 올라오는 이유

세 번째 갔던 날, 옆 테이블에도 우리 테이블에도 초록색 소주병이 올라와 있었다. 라오스 국숫집에서 참이슬을 파는 게 처음엔 좀 웃겼는데, 실제로 마셔보니 이 조합이 왜 굳어졌는지 알겠더라. 도가니 편육에 소주는, 한국에서 수육에 소주 마시는 감각과 정확히 겹친다. 한국인 손님이 워낙 많으니 가게에서도 아예 갖춰둔 것이다.

식탁 위 참이슬 프레시 소주병 옆에 쪽파를 올린 삶은 소고기 접시, 뒤쪽에 쌀국수 그릇과 칠리소스 종지가 놓여 있다
참이슬 프레시와 도가니 편육. 비엔티안 국숫집 테이블 위 조합이다.

다만 소주는 라오스 물가 기준으로 확실히 비싼 편이다. 비어라오 한 병 값과 비교하면 체감이 크다. 정확한 가격은 시기와 가게마다 다르니 주문 전에 메뉴판으로 확인하는 걸 권한다. 나는 첫날 값을 안 물어보고 시켰다가 계산서 보고 잠깐 멈칫했다.

위치와 실전 팁

여행자거리 중심에서 도보로 가까운 편이라 굳이 툭툭을 탈 거리는 아니다. 다만 골목 안쪽이라 간판만 보고 찾으면 헤맨다. 구글 지도에 좌표를 찍고 가는 게 제일 빠르다. 아래가 실제로 밥 먹은 자리 근처 좌표다.

비엔티안은 3~4일이면 주요 사원과 파탓루앙, 개선문을 다 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건 저녁마다 어디서 뭘 먹느냐인데, 이 집은 그 빈칸을 꽤 잘 채워준다.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고, 그냥 국물이 잘 우러난 국숫집이다.

마지막 날 저녁에도 결국 여기로 왔다. 도가니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는데 국물이 뚝뚝 떨어지고, 얼음 든 비어라오 잔에는 벌써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비엔티안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고르라면 사원 지붕보다 이 테이블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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