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Somerset Vientiane 숙박기 — 방은 넓고 수영장은 좋은데, 샤워기 수압에서 무너진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 묵을 곳을 고를 때 나는 늘 같은 기준을 쓴다. 방이 넓은가, 물이 나오는가, 오후 4시 이후에 몸을 담글 수 있는가. Somerset Vientiane은 이 셋 중 두 개를 확실히 잡고 하나를 놓친 곳이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라 호텔이라기보다 '가구 딸린 아파트'에 가깝고, 정문 옆 화강암 사인…

비엔티안 · Somerset Vientiane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 묵을 곳을 고를 때 나는 늘 같은 기준을 쓴다. 방이 넓은가, 물이 나오는가, 오후 4시 이후에 몸을 담글 수 있는가. Somerset Vientiane은 이 셋 중 두 개를 확실히 잡고 하나를 놓친 곳이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라 호텔이라기보다 '가구 딸린 아파트'에 가깝고, 정문 옆 화강암 사인에 SOMERSET / VIENTIANE이라고만 적혀 있어 처음 오는 사람은 툭툭 기사에게 이름을 두 번 말해야 할 수도 있다.

크림색 외벽의 6층 건물과 기와 지붕 포치, 싱가포르·라오스 국기가 걸린 Somerset Vientiane 정문과 화강암 사인
정문. 왼쪽 기둥에 'OUT' 표시, 경비원이 상주한다. 포치 위 라오어 간판과 부겐빌레아 화단이 눈에 띈다.

방: 이 가격에 이만한 평수는 비엔티안에서 흔치 않다

체크인하고 문을 여는 순간 든 생각은 "여기 거실이 따로 있네"였다. 원룸형인데도 침대 구역과 소파·테이블 구역, 그리고 식탁 겸 작업용 테이블이 각각 다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캐리어를 활짝 펼쳐놓고도 걸어 다닐 통로가 남는다. 침대 쪽 벽은 올리브색으로 칠해져 있고 액자 두 개가 걸려 있는데, 이 색 하나가 방 분위기를 살린다. 붙박이장은 검은색 목재로 벽 한 면을 통째로 쓰고, 그 앞에 짐 받침대가 따로 있다. 발코니 문을 열면 맞은편 파란 유리 건물이 바로 보인다 — 전망이 좋다고는 못 하겠다.

바닥은 전면 타일이라 맨발로 다니면 시원하다. 대신 밤에 물건을 떨어뜨리면 소리가 크게 울린다. 천장 중앙의 커다란 원통형 팬던트 조명은 예쁘긴 한데 갓이 누렇게 바랬고, 이 조명 하나로는 방 전체가 어둡다. 책상 스탠드를 따로 켜야 글씨가 보인다. 시설 연식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이렇게 소소하게 나온다.

타일 바닥의 넓은 원룸형 객실, 올리브색 벽 앞 더블베드와 소파·낮은 테이블, 펼쳐놓은 캐리어와 검은 붙박이장
캐리어를 통째로 펼쳐놓아도 남는 공간. 침대·소파·식탁이 서로 다른 구역에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가장 정직하게 써야 할 부분. 샤워기 수압이 정말 낮다. 물이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손바닥으로 받으면 흐르는 수준에 가깝다. 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힌 상태에서 헹구려니 시간이 배로 걸렸고, 결국 이틀째부터는 샤워기 헤드를 벽 거치대에서 빼서 머리 가까이 대고 씻는 방식으로 바꿨다. 낮 시간대보다 저녁 7~9시, 그러니까 다들 씻는 시간에 더 약해지는 느낌이었다. 방 크기와 가격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고 결론 냈지만, 물줄기 세기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체크인 직후 바로 확인하고 프런트에 말해보는 게 낫다.

수영장: 여기가 이 숙소의 진짜 값어치다

안뜰에 있는 수영장은 크기부터 다르다. 요즘 신축 호텔들이 옥상에 만들어놓는 '사진용 풀'이 아니라, 실제로 왕복해서 헤엄칠 수 있는 직사각형 풀이다. 바닥 타일이 물 밑으로 선명하게 보일 만큼 물이 맑았고, 나흘 묵는 동안 부유물이나 낙엽이 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수질 관리를 매일 한다는 게 눈으로 확인된다. 데크 가장자리에 NO DIVING이라고 타일로 박아둔 글자가 있으니 다이빙은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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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으로 여인초와 야자수가 높게 자라 있어서 오후에는 그늘이 진다. 내가 좋아했던 시간대는 해 질 무렵이었다. 건기 특유의 뿌연 하늘 때문에 해가 눈부시지 않은 주황 덩어리로 내려앉고, 그게 수면에 그대로 비친다. 이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선베드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낮에는 장기 투숙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편이다.

해 질 무렵 안뜰의 커다란 직사각형 수영장, 맑은 물에 비친 노을과 야자수, 흰 선베드가 놓인 데크와 NO DIVING 타일 표시
해 지기 직전의 수영장. 바닥 타일이 비칠 만큼 물이 맑다. 앞쪽 데크에 NO DIVING 타일 글자.

조식은 화려하지 않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답게 '간단한 조식'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빵과 커피, 과일 정도로 아침을 시작하고 제대로 된 끼니는 밖에서 해결하는 리듬이 이곳에 맞는다. 나도 이틀째부터는 조식으로 커피만 마시고 나가서 카오삐약(쌀국수)을 먹었다. 조식 구성과 운영 시간은 시즌·투숙 요금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예약할 때 포함 여부를 꼭 확인하시길 — 나는 현장에서 확인했다.

위치와 나가는 법

비엔티안은 도시 자체가 작아서 위치로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지만, 이 숙소는 관광지 한복판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대로변에 있다. 정문을 나와 큰길로 나서면 바로 앞에 MEKONG HOTEL 간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Beerlao 광고판이 서 있는 식당 거리가 이어진다. 인도가 중간중간 끊기고 갓길에 오토바이가 다니니 밤에 걸을 때는 차도 안쪽으로 붙지 않는 게 좋다. 차선 폭이 넓고 신호가 드물어서, 길을 건널 때는 차가 완전히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

해질녘 비엔티안 대로변, MEKONG HOTEL 간판이 있는 4층 건물과 전선이 뒤엉킨 전봇대, 지나가는 검은 혼다 차량
숙소 앞 대로. 맞은편 MEKONG HOTEL과 Beerlao 광고판, 그리고 건기 저녁의 붉은 해.

이동은 툭툭보다 차량 호출 앱을 쓰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툭툭은 외국인에게 처음 부르는 값이 두세 배인 경우가 흔해서 흥정이 필수인데, 앱은 그 과정이 없다. 요금은 시간대와 목적지에 따라 달라지니 앱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주차와 안전

렌터카나 차량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의외로 큰 장점이다. 부지 안에 지붕 달린 주차 공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비엔티안 낮의 살인적인 햇볕에 차 내부가 사우나가 되는 걸 막아준다. 세워진 차들도 대부분 흰색 SUV와 픽업 — 하이럭스, 파제로 스포트, CR-V 같은 이 동네 표준 차종이다. 게이트에는 경비가 있고 오토바이 자리도 따로 있다. 아래 사진은 저녁에 주차장 쪽으로 나갔다가 찍은 것인데, 프랑지파니 나무 가지 사이로 넘어가는 해가 그날따라 유난히 빨갛게 보였다.

지붕 달린 주차장에 흰색 SUV와 픽업트럭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프랑지파니 나무 너머로 붉은 해가 지는 저녁 풍경
지붕 있는 주차장. 차 안이 덜 달궈지는 게 이 동네에서는 꽤 큰 차이다.

정리하면

객실 요금·조식 포함 여부·수영장 이용 시간은 시즌마다 바뀌므로 예약 전 현장 또는 예약 채널에서 확인하시길 권한다. 나는 위 내용을 실제 투숙 중 눈으로 본 범위 안에서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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