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메콩강변 The Moon Restaurant — 노상 테이블에서 먹은 라오 소시지,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망고

비엔티안에서 저녁을 먹을 곳을 고를 때 나는 실내 에어컨보다 강바람을 택하는 편이다. 라오스 비엔티안 메콩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로 쪽으로 테이블을 그냥 깔아버린 노상 식당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The Moon Restaurant이다. 간판에 아예 "Mekong Riverside, Vte City"라…

비엔티안 · The Moon Restaurant

비엔티안에서 저녁을 먹을 곳을 고를 때 나는 실내 에어컨보다 강바람을 택하는 편이다. 라오스 비엔티안 메콩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로 쪽으로 테이블을 그냥 깔아버린 노상 식당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The Moon Restaurant이다. 간판에 아예 "Mekong Riverside, Vte City"라고 박아뒀다. 해가 지고 나서야 자리가 차기 시작하는 집이고, 그날 우리 일행은 여덟 시쯤 들어갔다.

'THE MOON Restaurant, Mekong Riverside, Vte City' 라고 적힌 달 그림 간판과 초록·파랑 줄전구가 걸린 야외 테이블 구역
달 그림 간판. 뒤로 메콩강 건너 태국 쪽 불빛이 낮게 깔린다. 왼쪽 아래엔 라오스 국기가 꽂힌 선착장 지붕도 보인다.

강 쪽 자리와 도로 쪽 자리는 완전히 다른 식당이다

여기서 처음 온 사람이 제일 자주 놓치는 게 자리 선택이다. 간판 아래 강 쪽 라인은 전구 조명에 조용하고, 도로 쪽 라인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우리가 앉았던 쪽이 후자였는데, 옆 가게에서 숯불 연기가 통째로 넘어와 가로등 빛에 뿌옇게 걸릴 정도였다. 등 뒤로는 봉고차가 주차되고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건너편 'Riverside Hotel' 간판과 만국기 전구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시끄럽고 연기 냄새가 옷에 배지만, 라오 사람들이 맥주 놓고 수박 집어 먹으며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자리라 나는 이쪽이 더 좋았다. 조용한 저녁을 원한다면 들어가면서 강 쪽 자리를 달라고 해야 한다. 앉고 나서 옮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밤에 도로 쪽 노상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 숯불 연기가 가로등 불빛에 퍼져 있고 뒤편에 Riverside Hotel 간판과 만국기 전구가 보인다
도로 쪽 라인. 초록색 아이스버킷에 맥주를 꽂아두고, 오른쪽엔 반찬·그릇을 쌓아둔 준비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위치·접근성 — 강변 산책로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된다

위치는 어렵지 않다. 메콩강변 산책로(리버사이드 파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저녁에 야시장 쪽에서 걸어오다가 그대로 앉으면 된다. 주변이 전부 비슷한 노상 식당·바 지대라 간판을 못 보면 지나치기 쉬우니, 달 그림 간판을 기준으로 잡는 게 빠르다. 툭툭이나 로카(Loca) 앱으로 오면 기사에게 좌표를 보여주는 편이 확실하다. 도로변에 오토바이를 세울 공간은 있지만 차는 골목이 좁아 눈치가 좀 보인다.

손님이 덜 찬 이른 시간에 가면 이런 풍경이다. 빈 테이블에 티슈 케이스만 놓여 있고, 길 건너에는 과일·주류를 파는 이동식 바 트럭이 형광 그림을 두르고 서 있다. 그 옆으로 Carlsberg 입간판, 그 뒤로 다른 식당의 전구 처마가 이어진다. 대형 선풍기를 도로 쪽으로 돌려놓는데, 이게 있고 없고가 체감 온도를 꽤 바꾼다. 앉을 때 선풍기 사정권인지 한 번 보고 앉으면 좋다.

손님이 없는 야외 테이블 너머로 길 건너 형광 그림이 그려진 이동식 바 트럭과 Carlsberg 입간판, 대형 선풍기가 보이는 밤 거리
아직 손님이 차기 전. 길 건너 이동식 바 트럭과 대형 선풍기. 이 선풍기 자리 여부가 꽤 중요하다.

주문한 것들 — 소시지부터 시작하는 게 정답이었다

메뉴는 라오 식당의 전형이다. 구운 것, 무친 것, 볶은 것. 우리는 여러 명이라 접시를 깔아놓고 나눠 먹는 방식으로 갔다. 먼저 나온 건 라오 소시지(사이 우아). 껍질이 탱탱하게 구워져 칼로 자르면 기름이 배어 나오고, 안에는 다진 고기와 허브, 그리고 찹쌀이 섞여 씹히는 타입이었다. 곁들여 나온 초록빛 다진 칠리 소스에 찍으면 짠맛과 신맛이 확 올라온다. 소시지 자체 간이 이미 센 편이라 소스는 조금씩만 찍는 게 낫다.

디지털 입국신고서 (LDIF) 신청하기

어슷하게 썬 라오 소시지가 채썬 양배추·당근 샐러드와 함께 흰 접시에 담겨 있고 옆에 초록색 다진 칠리 소스 종지가 놓여 있다
라오 소시지. 단면에 찹쌀 알갱이가 보인다. 왼쪽 종지가 그 초록 칠리 소스.

다음이 이날의 복병이었다. 바나나 잎을 깔고 그 위에 간장색으로 조려낸 내장 볶음이 올라왔는데, 처음 보면 살짝 망설여지는 비주얼이다. 실제로 우리 일행 중 두 명은 손도 안 댔다. 나는 좋아하는 편이라 계속 집었는데, 쫄깃한 부분과 물컹한 부분이 섞여 있고 단짠 소스가 진해서 맥주 안주로는 최고였다. 다만 내장 특유의 향이 남아 있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일행 전원이 무난하게 먹을 상을 차리고 싶다면 이건 빼도 된다.

바나나 잎 위에 간장색으로 조려낸 돼지 내장 볶음이 담기고 아래쪽에 채썬 양배추와 상추가 곁들여진 흰 접시
바나나 잎 위 내장 볶음. 호불호 갈리는 접시지만 맥주와는 정확히 맞는다.

실패 없는 선택은 돼지고기 구이였다. 두툼하게 썬 목살을 숯불에 올려 겉만 바짝, 안은 촉촉하게 구워 어슷썰기로 낸다. 비계와 살이 층으로 붙어 있어서 씹으면 기름이 도는데, 위에 얹힌 양배추·당근 채가 그 기름을 잘 받아준다. 이게 워낙 잘 나가서 결국 한 접시를 더 시켰다.

숯불에 구워 어슷썬 돼지고기 구이가 흰 타원 접시에 담기고 위쪽에 채썬 양배추와 당근, 상추가 얹혀 있다
첫 접시. 뒤쪽 조개 모양 접시에 담긴 건 고추가 박힌 무침 요리다.
같은 돼지고기 구이 접시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구운 자국이 선명한 고기 조각과 채썬 양배추 샐러드
각도를 바꿔 한 장 더. 구운 자국과 비계 층이 이 정도면 실패할 수가 없다.

계란말이(까이 찌아우)도 한 접시 시켰다. 라오·태국식으로 기름에 튀기듯 부쳐서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부풀어 오르는 그 계란이다. 쪽파가 송송 박혀 있고 후추가 꽤 들어가 있었다. 아이 동반이거나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 먼저 시켜두면 상이 편해진다.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부풀어 오른 라오식 계란말이가 흰 접시에 담겨 있고 왼쪽에 나무젓가락이 놓여 있다
쪽파와 후추가 들어간 계란말이. 튀기듯 부쳐서 가장자리가 바삭하다.

찰밥은 반드시 인원수대로

라오스에서 밥은 카오 니아우, 즉 대나무 통에 담긴 찰밥이다. 손으로 조금 떼어 뭉쳐서 반찬에 찍어 먹는 게 기본이고, 여기서도 랩을 두른 대나무 통에 산처럼 쌓아서 내줬다. 처음 온 사람들이 흔히 통 하나를 시켜놓고 나눠 먹으려다 금방 바닥내는데, 저 통 하나가 생각보다 1인분에 가깝다. 우리도 결국 추가로 시켰다. 손으로 먹는 게 어색하면 숟가락을 달라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랩을 두른 대나무 통에 수북이 담긴 라오스 찰밥과 뒤쪽에 놓인 계란말이 접시, 옆에 빈 대나무 통 뚜껑
대나무 통에 담긴 찰밥. 왼쪽 것은 이미 비워진 통이다.

다 먹고 나면 나오는 망고

한 시간 반쯤 지나 접시들이 이렇게 됐다. 양배추 채만 남은 접시, 국물만 남은 그릇, 다 마신 BeerLao 잔, Pepsi 로고가 박힌 파란 티슈통. 라오 식당 상은 항상 이 단계에서 제일 정직해 보인다. 여기서 젓가락을 놓고 계산서를 부르려던 참이었다.

식사가 거의 끝난 야외 테이블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비운 접시와 소스 종지, BeerLao 잔과 파란 Pepsi 티슈통이 흩어져 있고 두 사람이 앉아 있다
한 시간 반 뒤의 상태. 오른쪽 위 BeerLao 잔, 왼쪽 아래 Pepsi 티슈통.

그런데 그때 직원이 접시 하나를 더 내려놨다. 껍질을 벗겨 결대로 썬 망고에 이쑤시개를 꽂아둔 접시였다. 시키지 않았는데 나온 거라 처음엔 다른 테이블 것인 줄 알고 손을 안 댔는데, "서비스"라는 몸짓을 보고서야 집었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단단한 쪽에 가까워서 아삭하고 새콤했고, 함께 나온 종지에 찍어 먹으니 짠맛·단맛·매운맛이 한꺼번에 왔다. 고기와 내장으로 무거워진 입을 정리하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

껍질을 벗겨 결대로 썬 노란 망고 조각에 이쑤시개를 꽂아 흰 접시에 담고 위쪽에 찍어 먹는 소스 종지를 놓은 모습
주문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서비스로 나온 망고. 위쪽 종지에 찍어 먹는다.
서비스 망고는 우리가 앉았던 날 그렇게 나왔다는 기록일 뿐, 항상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기대하고 갔다가 안 나오면 그건 그 집 잘못이 아니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비엔티안에서 이런 강변 노상 식당은 사실 수십 곳이고, 음식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 집은 상이 나오는 속도와 고기 굽기가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계산서 대신 망고가 먼저 온 저녁이라 기억에 남았다. 다음에 가면 강 쪽 자리를 잡고, 내장 볶음은 나 혼자 먹을 몫으로 하나만 시킬 생각이다.

이어서 볼 글

  • 비엔티안 탓루앙, 흐린 날 오후 다섯 시에 걸어본 황금탑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으로 15분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로가 갑자기 넓어지고, 담장 너머로 금색 덩어리가 불쑥 솟는다. 탓루앙(Pha That Luang). 라오스 지폐와 국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는 그 탑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오후 늦게 왔다. 낮 한 시쯤 오면 광장 바닥이 프라이팬이 되어서…

    비엔티안 · 탓루앙
  • 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 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