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외곽 노란 간판 ‘신짬뽕’, 라오스에서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 세트 기록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국수와 밥이 물린다. 카오삐약도 좋고 랍도 좋은데, 혀가 기름지고 뜨겁고 매운 걸 찾는 날이 온다. 그런 저녁에 툭툭을 잡고 시내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 찾아간 곳이 신짬뽕이다. 도로변에 노란 간판이 길게 걸려 있고, 붉은 ‘辛’ 자 옆에 흰 아크릴로 ‘짬뽕’ 두 글자가 붙어…

비엔티안 · 신짬뽕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국수와 밥이 물린다. 카오삐약도 좋고 랍도 좋은데, 혀가 기름지고 뜨겁고 매운 걸 찾는 날이 온다. 그런 저녁에 툭툭을 잡고 시내에서 서쪽으로 빠져나가 찾아간 곳이 신짬뽕이다. 도로변에 노란 간판이 길게 걸려 있고, 붉은 ‘辛’ 자 옆에 흰 아크릴로 ‘짬뽕’ 두 글자가 붙어 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JamPong, 라오어 병기, 그리고 오른쪽 끝에 ‘배달가능 / Korean Restaurant’과 전화번호 020 5666 6079.

해질 무렵 도로변에 선 신짬뽕 외관. 노란 처마에 붉은 辛 자와 흰색 '짬뽕' 간판, JamPong과 라오어 표기, 배달가능 Korean Restaurant 문구와 전화번호가 보인다
해가 기울 무렵의 신짬뽕 정면. 처마 밑에 붉은 등이 줄지어 걸려 있고 오른쪽은 야외 테라스석이다.

건물은 단층이고, 입구 유리문 옆으로 메뉴 사진 배너가 붙어 있다. 짬뽕 그릇, 볶음 요리, 접시 사진들이 크게 인쇄돼 있어서 라오어를 못 읽어도 손가락으로 짚으면 된다. 오른편 테라스는 지붕만 얹은 야외석인데 저녁 바람이 들어와 나쁘지 않다. 다만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는 아스팔트 열기가 그대로 올라오니, 더위를 못 견디는 편이면 에어컨이 도는 실내로 들어가는 게 낫다. 문 옆 스탠드 재떨이와 벗어놓은 슬리퍼, 세워둔 오토바이까지 — 관광객용으로 꾸민 가게가 아니라 동네 사람과 교민이 섞여 드나드는 밥집의 얼굴이다.

세트로 시키는 게 답이다

여기 오면 나는 늘 세트를 시킨다. 단품으로 하나씩 골라도 되지만 세트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둘이 앉아 세트 하나면 국물 요리와 볶음 요리, 튀김이 한꺼번에 깔리고 단무지와 초장 같은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정확한 금액은 방문 시점마다 바뀌니 여기 적지는 않겠다. 다만 비엔티안 시내 관광객 상권의 파스타 한 접시 값을 생각하면, 이 상은 확실히 남는 장사다. 결제 수단과 세트 구성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가장 먼저 나온 건 탕수육이었다. 소스가 이미 부어져 나오는 방식이라 부먹·찍먹 논쟁은 여기서 성립하지 않는다.

흰 접시에 소복이 담긴 탕수육. 붉은 갈색 소스가 튀김옷에 윤기 있게 입혀져 있고 오이, 당근, 목이버섯, 흰 양파가 사이사이 박혀 있다. 옆에는 단무지 종지가 놓여 있다
소스를 부어 내주는 탕수육. 오이와 당근, 목이버섯이 함께 들어간다.

튀김옷이 얇고 우툴두툴하게 붙은, 딱 한국 동네 중국집 스타일이다. 소스에 잠겼는데도 겉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씹으면 아직 바스락거리는 구간이 남아 있다. 소스는 새콤함이 앞에 서고 단맛이 뒤를 받치는 쪽. 라오스에서 흔히 겪는 ‘설탕이 다 잡아먹는 단맛’이 아니라 식초가 제대로 살아 있다. 오이를 넣은 게 신의 한 수라서, 두어 점 먹고 느끼해질 때쯤 아삭한 오이 한 조각이 입을 씻어준다. 단무지도 미지근하지 않고 차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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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국물은 생각보다 진하다

청화백자풍 파란 무늬 그릇에 담긴 붉은 짬뽕 국물. 양파와 청경채, 당근, 목이버섯, 오징어가 보이고 표면에 고추기름이 동그랗게 떠 있다
파란 무늬 그릇에 담겨 나온 짬뽕. 면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과 건더기.

가게 이름을 걸고 파는 물건이니 짬뽕은 당연히 시켰다. 파란 꽃무늬가 둘린 옛날식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국물 위에 고추기름이 동그랗게 떠 있는 게 보인다. 양파를 아주 많이 넣고 센 불에 볶아 국물을 잡은 티가 난다. 그래서 맵기만 한 게 아니라 뒤에 단맛이 깔린다. 청경채는 줄기 부분이 아직 초록빛을 유지할 만큼만 익혀서 씹는 맛이 남아 있고, 목이버섯과 당근, 오징어가 골고루 들어간다.

매운 정도는 한국 중국집 기준으로 중간쯤. 라오스 현지 음식의 매움과는 결이 달라서, 프릭 특유의 찌르는 매움이 아니라 고춧가루가 기름에 볶여 나온 둥근 매움이다. 국물을 반쯤 비우니 이마에 땀이 맺혔는데, 에어컨 아래였는데도 그랬다. 아쉬운 점 하나 — 면을 다 건져 먹고 나서 국물이 좀 식으면 기름이 굳어 뜨는 게 눈에 띈다. 뜨거울 때 빠르게 먹는 게 맞다.

꽃빵 딸린 볶음이 진짜 복병

흰 접시 가운데에 청양고추와 피망, 양파, 새우, 고기채가 섞인 볶음이 담기고 그 둘레로 흰 꽃빵 네 조각이 놓여 있다. 위에 통깨가 뿌려져 있고 옆에는 단무지와 초장 종지가 보인다
꽃빵을 둘러 담아 나온 볶음 요리. 붉은 고추와 청피망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세트에 딸려 나온 볶음이 이날의 반전이었다. 흰 꽃빵 네 덩이를 접시 가장자리에 세워 담고 가운데에 볶음을 올려준다. 청피망과 붉은 고추, 양파, 표고, 그리고 새우와 고기채가 섞여 있고 위에 통깨를 뿌렸다. 국물 없이 간장 기름으로 볶아낸 쪽이라 짬뽕과 겹치지 않는다. 후추 향이 확실하게 올라오고, 붉은 고추는 장식이 아니라 진짜 맵다. 씹다가 한 번 걸리면 물을 찾게 된다.

꽃빵은 김이 남아 있을 만큼 따뜻하게 나왔다. 손으로 결을 따라 뜯어서 볶음 소스에 눌러 찍으면 기름과 간장이 스며든다. 이 조합 때문에 밥을 따로 안 시켜도 배가 찬다. 라오스에서 이걸 이 가격에 먹는다는 게 매번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동네 중국집에서 먹은 것보다 나았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불맛이 제대로 붙어 있다.

찾아가는 길과 실전 팁

위치는 비엔티안 도심에서 서쪽으로 빠지는 큰길가다. 시내 중심(남푸 분수, 야시장 쪽)에서는 걸어갈 거리가 아니라 툭툭이나 차량 호출 앱을 쓰게 된다. 도로변에 바로 면해 있고 간판이 크고 노래서, 기사에게 좌표를 보여주면 헤매지 않는다. 앞쪽에 오토바이와 차를 댈 공간이 있다.

비엔티안에 오래 머무는 사람일수록 이런 가게 하나쯤 알아두면 여행의 체력이 달라진다. 국수와 밥으로 버티다 지친 날, 노란 간판 아래 앉아 탕수육 한 점 집으면 이상하게 다음 날 일정이 다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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