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SENSEN Restaurant + Cafe — 코코넛 빵 한 판에 무너진 오후, 그리고 모기
비엔티안 코리아타운 쪽에서 볼일을 보다가 점심때를 놓쳤다. 라오스 수도의 8월 낮은 습기가 셔츠에 그대로 붙는데,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에어컨 있는 밥집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들어간 곳이 SENSEN Restaurant + Cafe다. 노란 동심원 로고를 문 앞에서 보고 "카페구나" 했는데, 앉아서 메뉴를 펼치니 팟…
비엔티안 · SENSEN Restaurant + Cafe
비엔티안 코리아타운 쪽에서 볼일을 보다가 점심때를 놓쳤다. 라오스 수도의 8월 낮은 습기가 셔츠에 그대로 붙는데,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에어컨 있는 밥집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들어간 곳이 SENSEN Restaurant + Cafe다. 노란 동심원 로고를 문 앞에서 보고 "카페구나" 했는데, 앉아서 메뉴를 펼치니 팟타이와 라이스페이퍼 롤이 앞장에 나오는, 태국·베트남식 요리를 같이 내는 집이었다. 결론부터 쓰면 이날 시킨 것 중 제일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면도 롤도 아니고 마지막에 나온 코코넛 빵이었다.
물부터 로고까지 브랜딩이 잡혀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온 물병에 가게 로고가 그대로 찍혀 있었다. 노란 바탕에 검은 동심원, 소문자로 'sen sen'. 350ml짜리 자체 라벨 생수를 쓰는 집은 비엔티안 로컬 식당에서 흔치 않다. 병이 냉장고에서 막 나와 표면에 물방울이 잡혀 있었고, 손에 쥐니 차가움이 오래갔다. 이런 디테일을 챙기는 집은 대체로 주방도 관리가 된다 — 이날은 그 예상이 맞았다.

실내는 통원목 테이블에 직조 러너를 깔았고, 바닥은 붉은 타일이다. 창을 넓게 열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조라 사진이 잘 나온다. 대신 그 열어둔 창이 뒤에 쓸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라이스페이퍼 롤 — 이 집 강점은 '싸는 것'에 있다
먼저 나온 건 길쭉한 백자 접시에 여덟 개가 일렬로 누운 라이스페이퍼 롤이었다. 얇은 라이스페이퍼 안으로 새우 살, 버섯, 다진 고기, 파릇한 잎이 그대로 비쳐 보이고, 위에는 바삭하게 튀긴 프라이드 샬롯을 한 줌씩 얹었다. 접시 여기저기 굵게 부순 땅콩이 흩어져 있고, 붉은 고추 한 줄기가 가운데 장식으로 놓였다. 곁들여 나온 건 고춧가루가 뜬 맑은 새콤달콤 소스.

하나를 개인 접시에 덜어 자세히 보면 왜 이게 잘 만든 롤인지 알 수 있다. 라이스페이퍼가 찢어지지 않을 만큼 얇게 한 겹만 감겨 있고, 그 사이로 새우의 주황빛과 버섯의 갈색, 쪽파의 초록이 다 비친다. 젓가락으로 들어도 안 터졌다. 씹으면 표면은 미끈하고 안쪽 샬롯이 바스락거린다 — 이 식감 차이가 이 요리의 전부다. 다만 소스에 완전히 담그면 샬롯이 눅어버리니, 끝만 살짝 찍는 게 낫다. 나는 두 번째 개까지 그걸 몰라서 바삭함을 날렸다.

다른 종류의 롤도 시켰다. 이쪽은 나무 도마에 세 개를 비스듬히 놓고, 각 롤 끝으로 통 부추 줄기를 길게 빼서 꽂아 냈다. 접시에서 부추가 손잡이처럼 튀어나온 모양이 재밌어서 다들 사진부터 찍었다. 위쪽 표면에 새우가 통째로 붙어 있는 게 비쳐 보이는데, 새우 살이 흐물거리지 않고 탱탱했다.

같은 롤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단면이 더 잘 보인다. 상추, 고수, 당면, 얇게 저민 고기가 층으로 눌려 들어가 있고, 옆에는 참깨를 뿌린 진한 갈색 땅콩 소스 종지가 따로 나온다. 앞의 맑은 소스와 이 땅콩 소스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라 롤 종류에 맞춰 골라 찍어야 한다. 뒤쪽에 국물 그릇도 보이는데, 이 집은 시킨 것마다 소스를 따로 내주는 편이다.

땅콩 소스가 얼마나 진한지는 종지에 롤 하나를 세워 담근 사진이 잘 보여준다. 소스가 흐르지 않고 걸쭉하게 종지 바닥에 깔릴 정도다. 이 정도 농도면 롤 한 개를 통째로 굴리는 것보다 반만 찍는 게 균형이 맞는다. 참고로 이 사진을 찍을 즈음엔 뒤편 긴 접시가 이미 땅콩 부스러기와 고추만 남은 상태였다 — 여덟 개가 그렇게 빨리 사라졌다.

튀김 롤과 생채소 한 접시
튀긴 롤은 도마에 여섯 개, 바나나 잎을 깔고 삶은 쌀국수 한 덩이와 함께 나온다. 옆에는 상추·깻잎·민트·고수를 수북이 담은 생채소 접시가 따로 붙는다. 처음 온 사람이 자주 하는 실수가 튀김만 집어 먹는 건데, 여기선 상추에 국수 한 젓가락, 튀김 하나, 민트 몇 장을 같이 올려 싸 먹으라고 이렇게 내주는 거다. 기름진 걸 허브가 눌러줘서 여섯 개가 안 물린다. 민트를 아끼지 말고 넣는 쪽이 훨씬 낫다.

팟타이 두 접시, 서로 다른 얼굴
메인은 팟타이로 갔다. 한 접시는 넓적한 쌀국수에 숙주와 부추, 달걀, 고기를 볶고 그 위에 굵게 부순 땅콩과 튀긴 새우 부스러기를 아낌없이 덮은 버전이다. 라임 한 조각과 바나나꽃 껍질이 접시 가장자리에 놓여 나온다. 라임을 짜기 전에 한 입 먹어보면 단맛이 앞서는데, 라임을 두르고 나면 확 정리된다. 태국 현지 팟타이보다 단맛이 조금 덜해서 나는 이쪽이 더 맞았다.

다른 한 접시는 고명을 덜 얹고 면과 숙주, 부추, 달걀, 고기의 비율로 승부하는 쪽이었다. 이쪽이 웍 향이 더 살아 있었다. 면이 뭉치지 않고 한 가닥씩 떨어지는 걸 보면 불을 제대로 받은 볶음이다. 개인적으로는 고명 덮인 앞접시보다 이쪽 손이 더 갔다. 오른쪽에 놓인 바나나꽃 껍질은 장식이 아니라 숙주와 함께 아삭한 식감을 더하라고 놓아준 것이다.

이 집의 진짜 주인공 — 코코넛 빵
배가 찼다고 생각했을 때 도마에 바나나 잎을 깔고 다섯 덩이가 나왔다. 겉은 진한 황금색으로 튀기듯 구워졌고, 표면에 크고 작은 기포 구멍이 벌집처럼 뚫려 있다. 손으로 집으면 겉이 바삭하게 부서지는데, 안은 코코넛 밀크가 그대로 남아 뜨겁고 부드럽게 흐른다. 겉바속촉이라는 말이 게을러 보일 만큼 낙차가 크다. 코코넛 특유의 단내가 씹을 때 코로 올라온다.
이 집에 온다면 이건 무조건 시켜야 한다. 롤도 팟타이도 잘하지만, 다른 데서 못 먹어본 건 이 코코넛 빵이었다. 갓 나왔을 때가 정점이고 식으면 겉의 바삭함이 죽으니 나오자마자 손을 대는 게 맞다. 다섯 개는 성인 둘이 먹기엔 딱 좋고, 셋 이상이면 처음부터 두 판 시키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아쉬워서 한 판을 더 시킬까 고민하다 배가 터질 것 같아 접었는데, 지금도 그때 시킬걸 싶다.

위치·접근성 — 코리아타운에서 걸어갈 만하다
비엔티안에서 한국 사람이 묵는 숙소나 한식당이 몰린 코리아타운 권역에서 멀지 않다. 그쪽에 거점을 두고 있다면 툭툭을 잡을지 걸을지 고민하는 정도의 거리라, 낮에 덥지만 않으면 걸어서 오게 된다. 라오스식 국물과 밥에 좀 질렸을 때 태국·베트남식으로 갈아타기 좋은 위치다. 정확한 지점은 아래 지도로 확인하는 게 빠르다. 영업시간과 가격은 시기에 따라 바뀌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솔직하게 아쉬웠던 점 — 모기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다. 모기가 많다. 창을 넓게 열어두는 구조라 채광은 좋은데 그만큼 모기가 들어온다. 나는 앉은 지 20분쯤 지나서 발목이 간지러워 테이블 밑을 보니 이미 늦었다. 반바지에 샌들 차림이면 종아리와 발목이 집중적으로 물린다. 대책은 단순하다.
- 들어가기 전에 발목·종아리에 모기 기피제를 바르고 앉을 것. 식사 중에 뿌리는 건 옆 테이블에 실례다.
- 가능하면 창에서 먼 안쪽 자리를 달라고 할 것.
- 긴바지에 양말이면 사실상 문제가 없다. 저녁 시간대일수록 더 그렇다.
음식이 좋아서 다시 갈 생각인데, 다음엔 기피제부터 챙길 거다. 이 한 가지만 대비하면 비엔티안에서 태국식 볶음면과 베트남식 롤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선택지다. 그리고 그 코코넛 빵은, 다음에 가면 처음부터 두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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