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포이시안(Poysian) 불고기 레스토랑 — 라오스에서 먹은 삽 시린 불판, 그 기름 섞인 소스 이야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저녁 약속이 잡히면 나는 거의 자동으로 포이시안(Poysian Bulgogee Restaurant)을 떠올린다. 동남아를 수십 번 돌아다니면서 태국식 무카타, 캄보디아식 숯불, 베트남식 로띠 다 먹어봤지만, "가운데가 볼록한 불판 하나로 이 정도 맛을 뽑아내나" 싶은 집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결론부터…
비엔티안 · 포이시안 불고기 레스토랑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저녁 약속이 잡히면 나는 거의 자동으로 포이시안(Poysian Bulgogee Restaurant)을 떠올린다. 동남아를 수십 번 돌아다니면서 태국식 무카타, 캄보디아식 숯불, 베트남식 로띠 다 먹어봤지만, "가운데가 볼록한 불판 하나로 이 정도 맛을 뽑아내나" 싶은 집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기준 라오스 최고의 불고기집이다. 이유는 딱 하나, 고기 기름이 소스로 흘러들어가는 그 구조 때문인데 그 얘기는 아래에서 제대로 하겠다.
해질 무렵 도착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이 집은 실내가 아니라 넓은 야외 마당 전체가 식당이다. 그래서 도착 시간이 꽤 중요하다. 우리는 하늘이 보라색에서 남색으로 넘어가는 6시 반쯤 들어갔는데, 그 시간대 정문이 제일 예뻤다. 벽돌 기둥 사이 철제 대문에 꽃 모양 네온이 켜지고, 안쪽 마당의 조명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부분: 입구에 외부 음식 반입 금지, 반려동물 동반 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그림으로만 그려져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물이나 술을 사 들고 들어가려다 제지당하는 사람을 실제로 봤다.
마당 자체가 볼거리 — 네온 꽃, 황금 코끼리, 그리고 초록 벤치
마당 한가운데에는 라오스 어디서나 보는 정령 사당(산 프라품)이 서 있고, 그 아래 화단에 황금색 코끼리와 말 조각이 놓여 있다. 그 주변을 초록·파랑·빨강 네온 꽃 장식이 둘러싸고 있어서, 밥 먹으러 온 건지 야시장에 온 건지 잠깐 헷갈린다. 2층 건물 처마에는 붉은 등롱과 한자 대련이 걸려 있어 중화계 라오스 가족 손님이 많다는 게 그대로 읽힌다.

본관 입구 쪽으로 올라가면 기둥마다 붉은 대련이 세로로 붙어 있다. "金家平安添百福", "滿門和順納千祥" 같은 문구와 문 위 "出入平安". 천장에 매달린 등롱이 오렌지빛으로 켜지고, 오른쪽 벽에는 잉어와 파도를 새긴 부조가 조명을 받고 있었다. 밥 나오기 전에 잠깐 걸어서 이쪽까지 보고 오길 권한다. 마당 자리에 앉으면 이 입구는 아예 안 보고 지나치게 된다.

위치와 가는 법
비엔티안 시내 중심(남푸 분수 일대)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거리는 아니다. 우리는 툭툭 대신 로카(LOCA) 앱을 썼다. 앱 배차가 확실히 편하고, 툭툭은 외국인 상대로 부르는 값이 널을 뛴다. 돌아올 때는 식당 앞에 세워진 차들 틈에서 앱 차량을 찾느라 좀 헤맸는데, 마당이 넓어서 기사에게 "정문 대문 앞"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게 낫다. 정확한 위치는 아래 지도 좌표 기준이다.
마당 안쪽에서 본 전경이 이렇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흰 플라스틱 의자, 테이블마다 가운데에 화덕 구멍이 뚫려 있다. 사진 왼쪽 뒤로 네온 간판이 켜진 본관, 오른쪽 담벼락에도 꽃 부조가 붙어 있었다. 손님은 거의 다 현지 가족 단위 — 아이들이 마당을 뛰어다니는 게 이 집의 기본 배경음이다.


결제 관련해서 한 가지. 마당 초입에 KBank QR 결제 프로모션 입간판이 서 있는데, 라오어로 최대 20% 환급, 하한·기간 조건이 적혀 있었다. 태국 계좌 앱이 있는 사람에겐 의미 있는 얘기지만 여행자 대부분에겐 해당 없다. 프로모션은 기간제라 내가 본 조건이 지금도 유효할 리 없으니 현장 확인 권장. 나는 현금(킵)으로 냈고, 그게 제일 속 편했다.
본론 — 이 집의 정체는 불판이 아니라 소스다
주문하면 먼저 생고기 접시가 온다. 삼겹살 부위를 얇게 저며 장미처럼 말아 담고 위에 흰깨·검은깨를 뿌려 낸다. 지방과 살코기 층이 선명하고, 무엇보다 차갑고 물기가 없다. 동남아 무카타집에서 흔히 겪는 "고기에서 물 나와서 불판이 삶아지는" 사태가 여기선 안 일어난다. 옆에 나온 작은 종지의 갈색 소스, 저 한 종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곁들이로 간장에 절인 가지 무침과 채썬 양배추 절임이 함께 나왔다.

불판은 가운데가 돔처럼 볼록 솟고 가장자리가 도랑처럼 파인, 태국·라오스에서 흔히 쓰는 무카타 팬이다. 여기까진 어디서나 본 물건이다. 차이는 그다음이다. 가장자리 도랑에 붓는 게 맑은 육수 하나가 아니라, 처음부터 간이 잡힌 국물이고, 여기에 배추·양파·고수·미나리 같은 채소를 잔뜩 눌러 넣는다. 그 상태로 돔 위에 고기를 올리면, 구워지면서 나온 기름이 돔 경사를 타고 그대로 도랑으로 흘러내린다.

10분쯤 지나면 도랑 국물 색이 눈에 띄게 진해진다. 그때 국자로 한 숟갈 떠서 개인 종지의 소스에 섞는다. 이게 이 집의 전부다. 돼지기름 + 원래 소스의 짠맛·단맛 + 채소에서 나온 단물이 합쳐지면서 감칠맛이 말 그대로 폭발한다. 여기에 익은 배추를 건져 찍어 먹고, 면을 넣어 국물을 빨아들이게 한 다음 건져 먹는다. 나는 면을 두 번 추가했다. 순서를 굳이 정하자면 이렇게 간다.
- 도랑에 채소를 먼저 깔고 국물이 끓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급하게 고기부터 올리지 말 것.
- 돔에 삼겹살을 올려 굽는다. 기름이 도랑으로 내려가는 걸 눈으로 확인한다.
- 10분쯤 뒤 진해진 도랑 국물을 개인 소스 종지에 섞는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 면은 국물이 가장 진해진 후반부에 넣는다. 처음부터 넣으면 불어서 국물만 먹는다.
아쉬웠던 점도 솔직히
야외라 연기가 그대로 몸에 밴다. 바람이 없는 날엔 옆 테이블 연기까지 같이 맞는다. 다음 날 아침 옷에서 냄새가 났다. 좋은 옷 입고 갈 자리는 아니다.
그리고 마당 화덕 자리는 발밑이 정말 뜨겁다. 샌들 신고 갔다가 종아리가 뜨끈해서 자리를 한 번 옮겼다. 건기 밤이라 공기는 선선했는데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언어. 마당 직원들과 영어로 소통이 매끄럽진 않았다. 옆 테이블이 먹는 걸 손으로 가리키는 게 제일 빠른 주문법이었다. 메뉴판 사진을 보고 짚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가격은 우리가 갔을 때 기준이라 지금과 다를 수 있어 굳이 적지 않는다 — 현장 확인 권장. 다만 라오스 물가 감각으로 "부담 없이 배 터지게 먹는" 구간이었다는 것만 적어둔다.
그래서, 갈까 말까
비엔티안 일정이 2박 3일밖에 없어도 저녁 한 끼는 여기에 쓰라고 하겠다. 관광객용으로 다듬어진 집이 아니라 현지 가족들이 주말 저녁에 몰려와 아이들 뛰어다니게 두고 두세 시간 앉아 있는 집이고, 그 소란 속에서 먹는 게 이 집 맛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돔에서 흘러내린 기름이 섞인 그 소스 한 종지고. 남푸에서 툭툭 잡아타면 금방이니, 해 지기 전에 도착해서 마당 조명 켜지는 걸 보고 앉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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