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팍슨몰(Parkson) 스타벅스 — 꼭꼭메가몰 생기기 전, 라오스에서 제일 그럴듯했던 몰의 지금

비엔티안에서 노트북 켤 자리를 찾다 보면 결국 몇 군데로 좁혀진다. 나는 이번에도 팍슨몰로 갔다.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 동쪽, ITECC 쪽으로 빠지는 큰길가에 서 있는 이 유리 건물은 꼭꼭메가몰(Kok Kok Mega Mall)이 생기기 전까지는 라오스에서 제일 번듯한 쇼핑몰이었다. 지금은 신상 몰에 사람이 다 몰려서…

비엔티안 · Parkson Starbucks

비엔티안에서 노트북 켤 자리를 찾다 보면 결국 몇 군데로 좁혀진다. 나는 이번에도 팍슨몰로 갔다.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 동쪽, ITECC 쪽으로 빠지는 큰길가에 서 있는 이 유리 건물은 꼭꼭메가몰(Kok Kok Mega Mall)이 생기기 전까지는 라오스에서 제일 번듯한 쇼핑몰이었다. 지금은 신상 몰에 사람이 다 몰려서 이쪽이 확실히 한산해졌는데, 일하러 오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오히려 장점이 됐다. 2층 스타벅스 자리에 앉으면 소음이 거의 없다.

정문에 서면 건물 크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유리 파사드 한복판에 1664 BLANC 대형 광고가 통째로 걸려 있고, 그 아래 라오 문자 ຜາກສັນ과 함께 PARKSON 간판이 붙어 있다. 입구 위에는 펩시 광고 배너, 오른쪽 유리에는 NAGA 인포메이션 포인트가 중국어 병기로 붙어 있다. 이 중국어 안내가 이 몰의 성격을 그대로 설명한다.

파란 하늘 아래 1664 BLANC 대형 광고와 라오 문자 PARKSON 간판이 걸린 팍슨몰 정문 전경, 앞 광장에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정문 앞 광장. 그늘이 하나도 없어서 낮 2시에 여기 서 있으면 5분도 못 버틴다.

건물 앞 광장 — 그늘 없는 게 진짜 단점

팍슨몰의 첫인상은 "넓다"인데, 그 넓음이 광장에서는 독이 된다. 정문 앞 타일 광장에 나무도 차양도 없다. 건기 오후에 툭툭에서 내려 입구까지 걷는 몇십 미터가 은근히 고역이라, 차를 부를 때는 아예 입구 처마 밑에 붙여달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1층 외벽을 따라 걸으면 롯데리아 창문 광고가 줄줄이 붙어 있다. GIANT DOUBLE BURGER, BULGOGI BURGER, FINGER CHICKEN FULL PACK — 한국 사람이면 메뉴명이 다 읽힌다. 라오스 롯데리아는 Sokxay Group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다. 그 옆에 흰 글씨 조형물로 I ♥ LAOS / PARKSON이 세워져 있는데, 사진 찍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유리에 붙은 중국 설 장식(빨간 등)은 내가 갔을 때 시즌이 지난 뒤였는데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런 디테일이 이 몰의 지금 상태를 말해준다.

팍슨몰 1층 외벽에 붙은 롯데리아 버거 광고들과 흰색 I LOVE LAOS PARKSON 조형물, 위쪽에는 펩시 광고
Sokxay Group이 운영하는 라오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광고가 반가웠다.

위치·접근성 — 몰 하나만 보고 오면 손해

길 건너편에서 몰 전체를 보면 규모가 더 잘 잡힌다. 왼쪽에 KAI TEA(Fresh Tea, Healthy, Happiness라고 창에 적혀 있다) 버블티 매장이 독립 건물로 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OPPO Reno8 시리즈 대형 광고판, Vientiane Ngamta Cosmetics 간판이 나란히 있다. 몰 앞 인도에는 오토바이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고 60% 세일 배너가 줄줄이 꽂혀 있었다. 도로에는 20km/h 제한 표지판.

비엔티안 시내(남푸 분수, 탓담 쪽)에서 오면 툭툭이나 로카(LOCA) 앱으로 붙잡는 게 편하다. 걸어올 거리는 아니다. 가격은 흥정과 시간대에 따라 갈리니 앱 요금을 한 번 확인하고 툭툭과 비교하는 걸 권한다. 주변에 오토바이 주차 공간이 넓어서 스쿠터를 빌려 다니는 사람이라면 여기가 오히려 편하다.

길 건너에서 본 팍슨몰 전경, 왼쪽에 KAI TEA 버블티 매장과 오른쪽에 OPPO Reno8 광고판, 앞 도로에 오토바이가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길 건너에서 본 전체 모습. 왼쪽 KAI TEA는 스타벅스가 붐빌 때 대안이 된다.

1층 로비 — 사람보다 바닥 광택이 먼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냉방이 확 몰아친다. 밖이 30도 넘는 날엔 이 온도차가 반갑다가, 두 시간쯤 앉아 있으면 얇은 겉옷 하나 안 챙긴 걸 후회하게 된다. 로비 층고가 높고 대리석 바닥이 유리 천장 빛을 그대로 튕겨내서, 사람보다 바닥 반사가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다.

디지털 입국신고서 (LDIF) 신청하기

1층 안쪽에 롯데리아 매장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메뉴 보드에 사진이 다 붙어 있어서 라오어를 몰라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된다. 내가 갔을 때는 로비 한쪽에서 빨간 등을 매단 조형물을 세워두고 촬영 세팅을 하고 있었는데, 스태프 몇 명과 지나가는 손님 몇 명이 전부였다. 평일 오후의 팍슨은 대체로 이 밀도다.

팍슨몰 1층 로비 내부,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과 안쪽의 롯데리아 매장, 왼쪽에 빨간 등을 매단 중국 설 장식과 촬영 장비
평일 오후 1층 로비. 안쪽 롯데리아 앞에도 대기 줄이 없다.

스타벅스 — 이 글을 쓰는 이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보인다. 나무 톤 파사드에 초록 사이렌 로고 하나가 크게 붙어 있고, 옆은 LUKFOOK JEWELLERY 매장이다. 입구에 "HELLO, LAOS. WE ARE SO GLAD TO MEET YOU"라고 쓴 A형 입간판이 서 있다. 라오스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서 저 문구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이 스타벅스는 비엔티안에서 노트북 켜고 일하기에 정말 좋은 자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이 없다. 꼭꼭메가몰로 인파가 옮겨가면서 팍슨 전체가 한산해졌고, 매장 밖 홀도 통째로 비어 있다. 사진 속 그 넓은 대리석 바닥에 청소 카트 하나와 사람 몇 명이 전부였다. 카페 안도 자리 경쟁이 없어서 콘센트 있는 벽쪽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팍슨몰 안 스타벅스 매장 외관, 나무 톤 벽면에 초록색 사이렌 로고와 입구 A형 입간판, 오른쪽에 에스컬레이터와 청소 카트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스타벅스. 매장 앞 홀이 통째로 비어 있다는 게 요점이다.

실제로 일해본 소감

가격은 라오스 물가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비싼 축이다. 길거리 라오 커피가 몇천 킵 단위인 걸 생각하면 스타벅스 한 잔 값이 몇 배다. 다만 나는 "커피값"이 아니라 "에어컨 켜진 조용한 책상 몇 시간 대여료"라고 생각하고 낸다. 그렇게 계산하면 비엔티안에서 이만한 가성비의 작업실은 흔치 않다. 정확한 가격은 시즌마다 바뀌니 현장 메뉴판 확인을 권한다.

손에 든 스타벅스 흰색 프라푸치노 음료, 돔 뚜껑 아래 휘핑크림이 가득 올라가 있고 뒤로 일행이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일행이 시킨 화이트 계열 프라푸치노. 휘핑이 돔 뚜껑을 꽉 채워 나왔다.

커피는 어느 나라 스타벅스나 같은 맛이라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다만 더위에 지쳐 들어왔다면 뜨거운 걸 시키기보다 프라푸치노 계열이 확실히 체감이 낫다. 사진처럼 휘핑이 돔 뚜껑을 가득 채워서 나오는데, 라오스 더위에서는 이게 5분이면 녹기 시작한다. 사진 찍을 거면 받자마자 찍는 게 좋다.

위층 — 텅 빈 아트리움이 만드는 이상한 정적

커피를 들고 아트리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다. 곡선으로 꺾이는 층별 난간이 황동색 핸드레일로 이어지며 4개 층이 겹쳐 보인다. 천장은 나무 루버 마감에 조명이 점점이 박혀 있고, 그 사이로 하늘빛이 들어온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방콕이나 쿠알라룸푸르의 몰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이 공간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래층에 매달린 빨간 등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몰 입장에서는 위기 신호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정적이 곧 이 장소의 가치다. 쇼핑하러 오면 실망할 수 있고, 일하러 오면 만족한다 — 지금의 팍슨몰은 딱 그 상태다.

팍슨몰 아트리움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황동색 핸드레일이 곡선으로 이어지는 4개 층 난간과 나무 루버 천장
아트리움을 올려다본 각도. 이 정도 인테리어에 이 정도로 조용한 몰은 드물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비엔티안에 길게 머무는 사람에게 가장 아쉬운 건 늘 "앉아서 일할 곳"이다. 강변 카페는 예쁘지만 덥고 와이파이가 들쭉날쭉하고, 시내 로컬 카페는 자리가 좁다. 그 사이에서 팍슨 2층 스타벅스는 한동안 내 기본값이 될 것 같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에어컨과 정적을 사는 셈 치고, 다음에도 노트북을 들고 여기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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