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골목의 '로컬 KFC' — 치킨 한 마리 18,000낍, 나무 그늘 아래서 땀 흘리며 먹은 기록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KFC를 검색하면 나오는 그 프랜차이즈 말고, 현지 사람들이 그냥 "KFC"라고 부르는 집이 따로 있다. 간판에 로마자로 KO-VIENG FRIED CHICKEN이라 적혀 있고, 그 위에 큼직한 펩시 로고가 얹혀 있다. 커다란 보리수나무가 가게 앞 절반을 덮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식당인지 나무 그늘인지…
비엔티안 · KFC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KFC를 검색하면 나오는 그 프랜차이즈 말고, 현지 사람들이 그냥 "KFC"라고 부르는 집이 따로 있다. 간판에 로마자로 KO-VIENG FRIED CHICKEN이라 적혀 있고, 그 위에 큼직한 펩시 로고가 얹혀 있다. 커다란 보리수나무가 가게 앞 절반을 덮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식당인지 나무 그늘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오후 두 시쯤 도착했는데 야외 테이블이 이미 다 차 있었다. 관광객은 내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교복 입은 학생, 흰 셔츠 차림의 직장인, 아이 데리고 온 가족들이었다.

18,000낍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은 이유
가게 처마에 걸린 파란 현수막에 붉은 숫자로 18,000이 박혀 있다. 라오어로 "치킨 18,000낍"이라는 뜻이고, 우리 돈으로 대략 1,100~1,200원 언저리다(환율은 변동이 크니 그날 시세로 확인하시길). 처음엔 조각당 가격인 줄 알았다. 나와 보니 접시 하나가 꽉 찬다. 이 가격표를 아예 간판처럼 걸어둔 게 이 집의 성격을 다 말해준다 — 메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치킨 시키라는 뜻이다.
주문은 입구 오른쪽 빨간 천 깔린 매대에서 받는다. 그 위에 랩으로 싼 반찬 접시들이 줄줄이 놓여 있어서, 손으로 가리키면 그대로 담아준다. 말이 안 통해도 문제없다. 나도 라오어는 인사말밖에 못 하는데 손가락질 세 번으로 끝났다.

치킨 — 얇은 튀김옷이 부서지는 쪽
주황색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온 치킨은 우리가 아는 두툼한 크리스피 옷이 아니다. 튀김옷이 얇고 불규칙하게 부풀어서, 가장자리가 종잇장처럼 갈라져 있다. 손으로 집으면 그 부스러기가 먼저 후두둑 떨어진다. 간은 세지 않고, 후추 향이 은근하게 올라온다. 같이 나온 감자튀김은 두툼한 웨지 형태인데 겉만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했다. 기름이 무겁지 않아서 두 조각쯤은 금방 사라진다.
아쉬웠던 건 온도다. 회전이 빠른 시간대라 갓 튀긴 걸 받았는데, 야외 테이블에서 사진 찍고 뭐 하다 보니 5분 만에 미지근해졌다. 바삭함이 살아 있을 때 먹는 게 확실히 낫다. 나오면 사진은 한 장만 찍고 바로 손을 대시길.

사이드가 진짜다 — 월남쌈 스타일 롤과 봉지에 담긴 소스
치킨만 시키고 나오면 이 집을 반만 먹은 셈이다. 매대에서 고른 사이드가 예상 밖으로 좋았다. 라이스페이퍼로 만 롤 두 개가 랩에 싸여 나오는데, 안에 채소와 새우가 비쳐 보인다. 옆 분홍 접시에는 라임 한 조각, 다진 땅콩, 그리고 비닐봉지 입구를 묶어놓은 소스 두 개가 함께 담겨 있었다. 봉지째 주는 게 처음엔 당황스러운데, 매듭을 풀어 접시에 부어 쓰면 된다. 동남아 노점에서 흔한 방식이다.
연두색 접시에 나온 건 또 다른 튀김이었다. 치킨과 감자를 같이 담아준 건데, 접시 색이 바뀔 뿐 내용은 비슷하다. 라임을 짜서 소스에 섞으면 기름진 게 확 정리된다. 이 조합이 이 집에서 배운 가장 쓸 만한 요령이다.

음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글에서 하나만 기억한다면 이거다. 자리에 앉자마자 차가운 음료부터 시켜라. 야외 테이블에 천장 선풍기 몇 대가 돌긴 하는데, 비엔티안 한낮 습도 앞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앉은 지 3분 만에 등이 젖었다. 튀김을 먹기 시작하면 체감 온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나는 유리병에 든 세븐업을 시켰다. 병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고, 유리 빨대와 얼음 가득한 초록 플라스틱 컵이 같이 나온다. 라오스에서는 이렇게 병째 주고 얼음컵에 따라 마시는 방식이 기본이다. 얼음이 금방 녹으니 처음에 반쯤 따라 마시고 나머지는 병째 두는 게 낫다. 옆 테이블은 다들 펩시 병을 들고 있었다 — 이 집이 펩시 계약점이라 콜라 계열은 펩시뿐이다.

찾아가는 법과 앉는 자리
비엔티안 시내에 있고, 좌표는 17.9504, 102.62286이다. 툭툭이나 로카(LOCA) 앱으로 가면 기사에게 좌표만 보여줘도 대개 안다. 간판이 큰 나무에 가려서 지나치기 쉬우니, 파란 펩시 기둥 간판을 표지 삼으면 된다.
자리는 두 종류다. 나무 그늘 아래 야외 테이블은 분위기가 좋지만 덥다. 안쪽 실내에도 나무 테이블이 몇 개 있는데, 선풍기가 돌아 조금 낫다. 사진 찍을 생각이면 바깥, 밥에 집중할 생각이면 안쪽을 권한다.
- 현금(낍) 준비 — 매대에서 바로 계산하는 구조라 카드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QR 결제 안내판이 붙어 있었지만 라오스 현지 은행 앱용이다.
- 점심시간대는 야외 테이블 회전이 빠르다. 잠깐 서서 기다리면 자리가 난다.
- 휴지는 테이블 위 초록 통에 들어 있다. 손으로 먹게 되니 물티슈를 따로 챙기면 편하다.
- 영업시간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내가 갔을 땐 오후 중반에도 계속 튀기고 있었다.
비엔티안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관광객용 카페의 커피 한 잔 값이 여기 치킨 한 접시보다 비싸다는 걸 알게 된다. 그 격차가 이 도시를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이 된다. 다음에 오면 다른 사이드도 하나씩 찍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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