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콕콕 메가마트(Kok Kok Mega Mart) — 라오스에서 부산어묵과 왕만두를 사서 돌아온 날
비엔티안에 올 때마다 장 보는 곳이 조금씩 바뀐다. 예전엔 딸랏사오 근처 재래시장이나 심마이 로드의 작은 미니마트를 돌았는데, 이번엔 므앙탄 비엔티안 호텔 뒤편에 새로 생긴 콕콕 메가마트(Kok Kok Mega Mart)로 갔다. 라오스에서 자동차·오토바이로 유명한 코라오 그룹(KOLAO)이 만든 유통 브랜드다. 간판에…
비엔티안 · Kokkok Mega Mart
비엔티안에 올 때마다 장 보는 곳이 조금씩 바뀐다. 예전엔 딸랏사오 근처 재래시장이나 심마이 로드의 작은 미니마트를 돌았는데, 이번엔 므앙탄 비엔티안 호텔 뒤편에 새로 생긴 콕콕 메가마트(Kok Kok Mega Mart)로 갔다. 라오스에서 자동차·오토바이로 유명한 코라오 그룹(KOLAO)이 만든 유통 브랜드다. 간판에 큼직하게 박힌 주황색 로고와 "KNOCK KNOCK ON YOUR LIFE"라는 문구를 보고, 이 회사가 라오스 생활 전반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건물부터 라오스답지 않게 넓다
첫인상은 "주차장이 이렇게 넓어도 되나"였다. 라오스 마트는 대개 길가에 바짝 붙어 있어 차 두 대 대면 끝인데, 여기는 매장 앞이 통째로 평면 주차장이다. 라오스어로 "타앙카오(ທາງເຂົ້າ)"라 쓰인 빨간 IN 표지판을 따라 차들이 들어오고, CREW라고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콘 사이를 오가며 차를 정리하고 있었다. 정오 무렵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상당해서, 차에서 내려 입구까지 걷는 30초가 제일 힘들었다.

입구는 건물 정면이 아니라 지붕이 덮인 진입로 안쪽 오른편에 따로 있다. 처음 온 사람은 유리벽만 보고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잠깐 헤맬 수 있는데, 주황색으로 칠해진 문틀을 찾으면 된다. 현수막에 채소·정육·쌀·조미료·베이커리·유아용품·화장품·가전·가구 아이콘이 줄줄이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 매장 구성이 딱 그렇다. 식료품만 파는 곳이 아니다.
1층 매장 — 청소가 잘 된 넓은 통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냉기가 확 끼친다. 천장 형광등이 격자로 촘촘하게 깔려 있고 바닥은 밝은 회색 에폭시라, 사진으로 보면 조명이 바닥에 그대로 반사될 정도다. 이 정도로 밝고 넓은 매장은 비엔티안에서 흔치 않다. 통로 폭이 카트 두 대가 여유롭게 교행할 만큼 넓어서, 라오스 마트 특유의 "좁은 진열대 사이에서 서로 비켜주는" 스트레스가 없다.

입구 근처는 과일·채소다. 스테인리스 매대 두 칸을 가득 채운 타마린드 무더기가 눈에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마늘, 용과, 파인애플, 감귤류가 놓여 있었다. 이건 라오스 마트 어디서나 보는 구성인데, 여기가 다른 점은 낱개로 흩뿌려 놓고 저울에 다는 방식이라 원하는 만큼만 집을 수 있다는 것. 매대 안쪽으로는 Queen's Bakery가 따로 입점해 있고, 계산대 옆에는 인도차이나 뱅크(Indochina Bank) 부스가 서 있다. 환전이나 카드 문의를 장 보는 김에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GLOBAL AVENUE — 수입 식품 구역이 이 마트의 핵심
매장 한가운데에 GLOBAL AVENUE라고 쓰인 주황색 원형 아치가 걸려 있다. 전구를 줄줄이 매달아 야시장 분위기를 냈는데, 이 아래가 수입 식품 존이다. "TASTE OF AUSTRALIA 2026" 배너가 걸린 호주 코너, 프랑스 조미료 진열대, 에펠탑 모형까지 세워둔 유럽 코너가 이어지고, 그 사이에 한국 라면과 식용유가 파렛트째 쌓여 있다.

재미있는 건 진열 방식이다. 한국 컵라면을 예쁘게 진열대에 꽂아두는 대신 박스째 뜯어서 쌓아둔다. 왕뚜껑 컵라면 더미, 치즈라면 봉지 묶음이 그냥 파렛트 위에 올라가 있다. 대량으로 사 가는 손님을 전제로 한 배치다. 오른쪽 끝에는 kok kok EXPRESS라는 별도 카운터도 있는데, 배달·픽업 관련 창구로 보였다(운영 방식은 현장 확인 권장).
한국 상품 — 여기가 진짜 놀랐던 부분
비엔티안에서 한국 식료품 구하기가 예전엔 꽤 번거로웠다. 한인 마트 몇 군데를 돌면서 있는 것만 골라 사는 식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KOREA라고 크게 쓴 코너를 아예 하나 잡아놨다. 그 앞에 '완도(Wando) — Island of Health' 특설 매대가 서 있고, TV로 완도 풍경 영상을 틀어놓고 있었다. 라오스 한복판에서 완도 홍보 영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가격표가 다 킵(kip)으로 붙어 있어서 감을 잡기 좋았다. 눈에 띄는 대로 적어보면 — 바다미역 31,000킵, 전복 관련 소포장 27,000킵, 김 세트 17,000킵, 47,000킵짜리 선물세트, 그리고 689,500킵짜리 고급 선물 박스까지. 마지막 것은 한국 백화점 명절 세트 느낌인데, 이걸 누가 사갈까 싶다가도 라오스 현지 기업에 인사 다니는 한국 주재원이라면 충분히 살 만하겠다 싶었다. 옆 진열대에는 해태 오예스, 쿠크다스, 제크 크래커 같은 과자가 정가에 가깝게 깔려 있었다.

냉동 코너는 더 심했다(좋은 의미로). 유리문 세 칸이 통째로 한국 냉동식품이다. 비비고 왕만두·김치왕교자·물만두, 부산어묵 종합, 왕만두·찐빵, 고등어구이와 꽁치구이 개별포장, 우동사리, 닭칼국수, 함박스테이크, 심지어 부대찌개 밀키트와 치즈크러스트 피자까지 있었다. 냉동고 온도는 제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봉지에 성에가 심하게 낀 제품은 없었다. 장기 체류자라면 여기 한 번 들르는 걸로 한 달 치 반찬 고민이 정리된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가격은 한국보다 확실히 비싸다. 수입 냉동품은 한국 소매가의 1.5~2배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여행자가 기념품 삼아 살 물건은 아니고, 비엔티안에 몇 달 이상 머무는 사람이 "이게 여기서 구해진다"는 안도감으로 사는 물건이다. 그리고 품목별로 재고 편차가 있었다 — 만두류는 종류가 넘치는데 정작 내가 찾던 냉동 떡국떡은 못 봤다.
푸드코트에서 한 끼 해결하기
장만 보고 나오기엔 아까운 게, 매장 안에 푸드코트가 붙어 있다. 베이커리(Queen's Bakery)와 별개로 식사가 되는 코너가 있어서, 오전에 장 보고 그대로 점심까지 먹고 나올 수 있다. 라오스 마트 푸드코트는 보통 국수 한두 종류로 끝나는데 여기는 선택지가 몇 개 되고 자리도 넉넉했다. 에어컨이 도는 실내에서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값어치를 한다 — 비엔티안 낮 더위를 아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안다. 메뉴 구성과 가격은 시기마다 바뀌니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위치와 가는 법
위치가 이 마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므앙탄 비엔티안 호텔 바로 인근,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몰려 사는 구역 한가운데다. 한인 식당과 한인 숙소가 밀집한 동네라 걸어서 오는 사람도 많고, 툭툭이나 로카(LOCA) 앱으로 시내 중심(남푸 분수 일대)에서 잡으면 차로 10분 안팎이다. 짐이 무거워질 게 뻔하니 올 때는 걸어와도 갈 때는 차를 부르는 걸 권한다.
실전 팁 몇 가지. 첫째, 결제는 킵 현금이 제일 무난하다. 카드 단말기가 있고 라오스식 QR 결제(콜페이 등) 안내도 붙어 있지만, 외국 발행 카드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 매장 안에 인도차이나 뱅크 부스가 있으니 킵이 부족하면 그 자리에서 해결을 시도해볼 수 있다. 셋째, 장바구니를 챙겨 가라 — 라오스 마트는 봉투가 얇아서 캔이나 병을 담으면 손잡이가 늘어난다. 넷째, 냉동식품을 살 거라면 마지막에 담고 바로 숙소로 가는 동선을 짜야 한다. 바깥 온도를 생각하면 30분이면 겉이 녹기 시작한다.
정리하면,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다. 비엔티안을 2박 3일로 훑는 여행자라면 굳이 시간 내서 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머물거나, 숙소에서 뭘 해 먹거나, 오래 살 곳을 보러 온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라오스 물가 감각을 잡는 데도 이만한 곳이 없다 — 킵 가격표를 눈으로 훑으며 걷다 보면, 이 나라에서 뭐가 비싸고 뭐가 싼지가 반나절 만에 감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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