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라오프라자 앞 카오삐약, Namphou Noodle Shop에서 아침 국수 한 그릇

비엔티안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라오프라자 호텔 정문에서 길을 건너 골목 쪽으로 몇 걸음 들어갔다. 간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플라스틱 의자 위에 앉아 국수 그릇에 얼굴을 박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라오스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카오삐약(ເຂົ້າປຽກ), 쌀로 뽑은 국수를 걸쭉한 국물에 담아 내는 그 국수를 파는 집.…

비엔티안 · Namphou Noodle Shop

비엔티안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라오프라자 호텔 정문에서 길을 건너 골목 쪽으로 몇 걸음 들어갔다. 간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플라스틱 의자 위에 앉아 국수 그릇에 얼굴을 박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라오스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카오삐약(ເຂົ້າປຽກ), 쌀로 뽑은 국수를 걸쭉한 국물에 담아 내는 그 국수를 파는 집. 구글 지도에 Namphou Noodle Shop으로 올라와 있는 이 가게가 그날 아침의 목적지였다.

문 열려 있는 시간이 진짜 관문이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건 맛이 아니라 시간이다. 아침 장사만 하고, 국물이 떨어지면 그날은 끝난다. 나는 두 번째 시도에서야 앉을 수 있었다. 첫날은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열한 시쯤 갔다가 정리 중인 테이블만 봤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조금 넘어 갔더니 그때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오전 일찍, 늦어도 아침 식사 시간 안에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정확한 오픈·마감 시각은 계절이나 재료 사정에 따라 흔들리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그리고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가 돌긴 하지만 비엔티안 아침 습도를 이기지는 못한다. 뜨거운 국물을 앞에 두고 목덜미로 땀이 흐른다. 이걸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호텔 조식이 낫고, 감당할 생각이 있으면 그 땀값은 충분히 돌려받는다. 나는 티슈 한 팩을 다 썼는데도 국물을 남기지 않았다.

국물의 정체 — 걸쭉하고 튀긴 마늘 냄새가 먼저 온다

그릇이 나오는 순간 튀긴 마늘 향이 코부터 때린다. 국물은 맑은 육수가 아니라 쌀에서 나온 전분이 풀려 살짝 걸쭉하다. 숟가락으로 저으면 표면에 잔거품이 뜨고, 튀긴 마늘 조각이 국물 위를 떠다니면서 계속 고소한 냄새를 낸다. 초록 채소는 아침 시장에서 온 듯 줄기가 아직 빳빳했다. 첫 숟갈은 심심하다고 느낄 만큼 순한데, 두세 숟갈 넘어가면서 마늘 기름과 고기 육수가 뒤에서 올라온다.

디지털 입국신고서 (LDIF) 신청하기

흰 사기 그릇에 담긴 카오삐약 국수, 걸쭉한 국물 위로 튀긴 마늘과 초록 채소 줄기가 가득 올라가 있고 국물 표면에 잔거품이 떠 있다
국수가 국물 아래 잠겨 보이지 않는다. 위에 얹힌 건 튀긴 마늘과 아침에 다듬은 채소.

젓가락으로 아래를 뒤집으면 하얀 쌀국수가 딸려 올라온다. 면은 굵고 매끈하고, 씹으면 툭 끊어진다. 밀가루 면의 탄력이 아니라 쌀떡에 가까운 질감이다. 국물이 전분기 있게 면에 붙어 올라오니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 뚝뚝 떨어진다. 고기는 큼직하게 들어 있지 않고, 국물 사이사이에 조각으로 숨어 있다. 나는 테이블에 놓인 간장 종지를 조금 넣어 간을 올렸는데, 그 상태가 내 입에는 딱 맞았다. 처음이라면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한 입 먹어보고 나서 조절하는 편이 낫다.

나무 젓가락으로 걸쭉한 국물 속 하얀 쌀국수 면을 들어 올린 모습, 면 위에 초록 채소와 튀긴 마늘이 함께 걸려 있고 뒤쪽 테이블에 다른 국수 그릇과 생수병이 놓여 있다
면을 들어 올려야 국수가 보인다. 국물이 면에 엉겨 붙어 딸려 올라온다.

위치 — 라오프라자에서 걸어서 몇 분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라오프라자 호텔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도보 몇 분 거리, 남푸 분수 광장 쪽 블록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대로변 카페 간판들 사이에서 오히려 눈에 안 띄는 쪽이 이 집이다. 아래 지도 좌표는 내가 그 아침에 앉아 있던 자리에서 찍은 위치다.

가게 안은 흰 테이블 몇 개가 붙어 있는 구조라 혼자 가면 모르는 사람 옆에 앉게 된다. 그게 불편하지 않다면 오히려 좋다. 옆자리 아저씨가 국물에 뭘 넣는지 곁눈질하면서 따라 하는 게 이런 데서 배우는 방식이다.

마실 것과 계산

음료는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오는 식이었다. 내가 집은 건 중국산 왕라오지(王老吉) 량차 캔이었는데, 라오스어 성분 표기 스티커가 붙은 310ml짜리다. 라오스 국민 음료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건 광둥에서 온 허브차 음료고, 비엔티안 식당·편의점 냉장고에 흔하게 들어와 있다. 한약재 단맛이라 국수의 마늘 기름기를 씻어내는 데는 의외로 잘 맞았다.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이라면 생수를 따로 시키는 게 낫다.

흰 테이블 위에 놓인 빨간 왕라오지 량차 캔, 라오스어 성분 스티커가 붙어 있고 옆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다
국수와 함께 마신 왕라오지 량차 310ml 캔. 라오스 음료는 아니고 중국 광둥 브랜드다.

계산은 그릇 치울 때 주인에게 직접 하면 된다. 라오스 킵 현금이 기본이고, 잔돈을 미리 준비해 가면 서로 편하다. 가격은 방문 시점에 따라 달라져 여기 적지 않는다 — 킵 환율 자체가 자주 흔들리는 나라라 몇 개월 전 후기 숫자도 잘 안 맞는다.

다녀와서 남은 메모

비엔티안에서 아침에 뭘 먹을지 정하지 못했다면, 호텔 뷔페의 계란 프라이보다 이 그릇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땀 흘리며 먹은 국수라 더 그렇다.

이어서 볼 글

  • 비엔티안 탓루앙, 흐린 날 오후 다섯 시에 걸어본 황금탑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으로 15분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로가 갑자기 넓어지고, 담장 너머로 금색 덩어리가 불쑥 솟는다. 탓루앙(Pha That Luang). 라오스 지폐와 국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는 그 탑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오후 늦게 왔다. 낮 한 시쯤 오면 광장 바닥이 프라이팬이 되어서…

    비엔티안 · 탓루앙
  • 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 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