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라오프라자 호텔 건너편, 딤섬집 NUAN에서 대나무 찜통 20개를 쌓은 저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 블록만 잘못 걸어도 밥값이 두 배가 되는 구역이 있다. 라오프라자 호텔(Lao Plaza Hotel) 주변이 딱 그렇다. 호텔 로비를 나와 길 건너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초록색 셔터와 붉은 간판이 붙은 자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라오어로 ນວນ, 로마자로 NUAN — Home-Cooked…

비엔티안 · NUAN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 블록만 잘못 걸어도 밥값이 두 배가 되는 구역이 있다. 라오프라자 호텔(Lao Plaza Hotel) 주변이 딱 그렇다. 호텔 로비를 나와 길 건너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초록색 셔터와 붉은 간판이 붙은 자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다. 라오어로 ນວນ, 로마자로 NUAN — Home-Cooked Restaurant & Bar. 호텔 앞이라는 위치만 보면 당연히 관광객 요금이 붙었겠거니 싶은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이 동네에서 딤섬을 이 가격에 이만큼 시킬 수 있는 집은 내가 아는 한 여기뿐이다.

해질 무렵 불이 켜진 NUAN 레스토랑 외관. 붉은 간판에 라오어 ນວນ과 'Home-Cooked Restaurant & Bar' 글씨, 앞에 파라솔과 야외 테이블, 스쿠터가 세워져 있다
해가 진 직후의 NUAN 정면. 왼쪽 입간판에 OPEN Monday–Saturday, 화요일 휴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왼쪽 아래 입간판을 자세히 보면 월요일~토요일 영업, 매주 화요일 휴무라고 적혀 있다. 마감 시간은 밤 11시로 읽혔는데 오픈 시각은 파라솔 기둥에 가려 확실치 않았다. 화요일 저녁에 여길 목표로 걸어왔다가 셔터 내린 걸 보고 돌아선 사람을 실제로 봤으니, 요일만큼은 미리 확인하고 오는 게 좋다.

가게 안은 딤섬집이라기보다 동네 밥집

안으로 들어가면 흰 타일 벽에 초록색 바닥, 짙은 갈색 나무 테이블 몇 개가 전부다. 벽에는 흑백 사진 액자가 걸려 있는데, 파라솔이 늘어선 옛 거리 풍경에 "…AI THEATER"라는 글자가 보인다. 에어컨 소리보다 주방에서 찜통 뚜껑 여닫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그런 규모의 가게다. 입구 오른쪽 카운터 뒤에 대나무 찜통이 탑처럼 쌓여 있는 게 보이면 제대로 찾아온 거다.

주문은 종이에 체크, 찜통은 쌓아두면 계산서가 된다

딤섬은 대나무 찜통 단위로 나온다. 처음 온 일행 넷이서 "일단 다 시켜보자"고 했고, 실제로 메뉴판에 있는 찜통류를 거의 전부 시켰다. 하가우(새우 만두), 초록색 피의 채소 시우마이, 노란 피 시우마이, 새우 얹은 시우마이, 흰 만두 하나까지 — 테이블 위에 찜통이 한 번에 다섯 개 올라오는 순간이 이 집의 하이라이트다.

갈색 나무 테이블 위에 대나무 찜통 다섯 개가 놓여 있고 초록색 시우마이, 흰 만두, 투명한 새우 하가우, 노란 시우마이가 각각 담겨 있다
한 번에 올라온 찜통 다섯. 왼쪽 아래 투명한 피의 하가우가 개인적으로 제일 잘 만든 축에 든다.

하가우는 피가 얇아서 젓가락으로 집으면 안이 비칠 정도인데, 그만큼 잘 찢어진다. 숟가락을 받쳐서 옮기는 게 안전하다. 초록색 시우마이는 피에 채소를 넣어 색을 낸 것으로 향이 세지 않고 담백했다. 노란 시우마이는 돼지고기 비율이 높아 씹는 맛이 확실하다. 테이블 구석의 파란 무늬 종지에 담긴 고추 간장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이게 라오스식으로 꽤 맵다. 처음엔 조금만 찍어 먹어보고 양을 조절하는 걸 권한다.

게맛살 얹은 돼지고기 완자 — 사진으로 보면 소박한데

대나무 찜통 속 은색 접시에 돼지고기 완자 두 개가 국물에 잠겨 있고 각각 위에 붉은 게맛살 조각이 올려져 있다
게맛살을 얹어 찐 돼지고기 완자. 접시 바닥에 고인 육즙까지 떠먹는 게 맞다.

이건 찜통 안에 은색 접시를 넣고 그 위에서 쪄내는 방식이다. 완자를 찌는 동안 빠져나온 육즙이 접시에 고이는데, 그 국물이 의외로 진하다. 완자만 건져 먹고 접시를 그대로 물리는 사람이 많은데 아깝다.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훑어 먹어야 제값을 한다.

대나무 찜통 안 은색 접시에 돼지고기 완자와 반으로 자른 삶은 달걀 조각이 국물과 함께 담겨 있다
같은 완자에 삶은 달걀을 얹은 버전. 노른자가 국물에 풀리면서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같은 완자에 달걀을 얹은 것도 있다. 달걀 노른자가 국물 쪽으로 조금 흘러 들어가면서 맛이 둥글어지는데, 앞의 게맛살 버전보다 이쪽이 더 낫다는 사람도 있었다. 취향의 문제다.

테이블 위 찜통 세 개에 각각 노란 시우마이, 간장에 조린 갈비, 노란 피 시우마이가 담겨 있고 뒤쪽에 차슈와 달걀을 올린 밥그릇과 맑은 국이 놓여 있다
가운데가 간장 양념에 쪄낸 갈비. 뼈째 손으로 집어 먹게 된다.

가운데 찜통에 담긴 갈비찜은 뼈가 짧게 토막 나 있어 젓가락으로는 영 불편하다. 그냥 손으로 집어서 뜯는 게 맞다. 뒤편 그릇에 담긴 건 차슈와 튀김을 올린 밥, 왼쪽 검은 그릇은 기본으로 딸려 나오는 맑은 국이다. 파를 띄운 이 국이 딤섬 사이사이 입을 헹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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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호텔 앞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라오프라자 호텔에 묵는다면 짐 풀고 슬리퍼 차림으로 나와도 되는 거리다. 아래 지도의 좌표가 이 가게 앞에서 찍은 것이다. 남풍 광장(Nam Phou) 일대나 메콩강 야시장 쪽에서 걸어와도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인데, 비엔티안의 저녁은 인도가 고르지 않고 스쿠터가 인도 위로도 다니니 어두워진 뒤엔 발밑을 좀 봐야 한다. 가게 앞 골목에도 스쿠터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어서 입구를 처음엔 지나칠 수 있다. 붉은 간판의 노란 조명이 목표물이다.

딤섬 말고도 시켜야 하는 두 가지

여기 처음 오는 사람에게 내가 항상 찍어주는 건 두 개다. 하나는 크리스피 포크(바삭한 삼겹살 튀김)가 들어간 덮밥, 다른 하나는 새우 완탕면이다. 딤섬만 먹고 나가면 이 집의 절반만 본 거다.

흰 밥 위에 껍질이 바삭한 삼겹살 슬라이스와 수란, 볶은 청경채를 올린 덮밥. 참깨와 쪽파가 뿌려져 있다
크리스피 포크 덮밥. 껍질 부분이 갈색으로 부풀어 오른 게 보인다.

삼겹살 껍질이 튀겨지면서 부풀어 올라 유리처럼 갈라지는데, 씹으면 소리가 난다. 그 아래 살코기는 촉촉하고, 밥과 수란을 함께 섞으면 노른자가 코팅처럼 밥에 붙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 — 껍질은 시간이 지나면 급격히 눅눅해진다. 나온 지 5분 안에 껍질부터 공략하는 게 맞다. 사진 찍느라 미루다가 마지막 두 조각은 바삭함을 놓쳤다.

흰 그릇에 볶은 청경채와 다진 땅콩, 크리스피 포크 슬라이스, 큼직한 수란을 올린 덮밥. 뒤에 맑은 국과 고추 양념 종지가 놓여 있다
같은 크리스피 포크에 다진 땅콩과 고추기름을 얹은 버전. 오른쪽 종지의 붉은 양념은 상당히 맵다.

같은 삼겹살을 쓰되 청경채 위에 다진 땅콩과 고추기름, 마늘을 얹어 내는 그릇도 있다. 땅콩이 씹히면서 고소함이 한 층 더 붙는데, 매운 걸 못 먹는다면 위에 뿌려진 붉은 기름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먹으면 된다. 오른쪽 작은 종지에 담긴 붉은 양념은 별개로, 이건 한 방울이 꽤 세다.

맑은 국물에 노란 피의 새우 완탕 여러 개와 가는 면, 청경채 한 포기가 통째로 담긴 완탕면 한 그릇
새우 완탕면. 완탕 피의 끝자락이 국물 속에서 하늘거린다.

새우 완탕면은 이 집에서 가장 조용하게 잘 만든 음식이다. 국물이 탁하지 않고 맑은데, 마시면 새우 껍질에서 나온 단맛이 뒤에 남는다. 완탕은 속을 크게 넣지 않고 피를 길게 늘어뜨려 삶아서, 국물 속에서 피가 하늘거리는 식감이 좋다. 면은 가는 알칼리면이고, 청경채는 자르지 않고 한 포기를 그대로 넣어준다. 딤섬을 잔뜩 먹은 뒤 마지막에 이 국물로 마무리하면 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갈색 도기 접시에 담긴 모닝글로리 볶음. 튀긴 마늘과 붉은 고추가 위에 뿌려져 있다
마늘을 튀겨 올린 모닝글로리 볶음. 줄기가 초록색 그대로 살아 있다.

기름진 것만 계속 먹기 부담스러우면 모닝글로리 볶음을 하나 끼워 넣자. 줄기가 물러지지 않고 초록색 그대로인 걸 보면 센 불에 짧게 볶은 게 맞다. 씹으면 줄기 속이 아삭하게 터진다. 딤섬집에서 이런 채소 요리를 제대로 하는 집은 생각보다 드물다.

음료 — 왕라오지 한 캔의 존재감

손에 든 붉은색 왕라오지(王老吉) 캔. 노란 한자와 '凉茶植物饮料 310毫升' 표기가 보인다
중국식 량차 왕라오지 310ml. 라오스에서도 이렇게 중국 음료가 흔하게 들어와 있다.

음료 냉장고에는 라오스 로컬 음료부터 중국 음료까지 뒤섞여 있는데, 나는 왕라오지(王老吉) 310ml 캔을 골랐다. 한약재를 우린 량차라 처음 마시면 "달달한 한약" 같은 맛이 나서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데 기름진 삼겹살 튀김이랑 붙여놓으면 이게 묘하게 맞다.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으면 냉장고에 딸기맛 미린다(Mirinda) 320ml 캔도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캔이 그거다.

테이블 위에 다 먹고 쌓아 올린 대나무 찜통 두 무더기. 왼쪽은 여섯 단, 오른쪽은 십여 단 높이로 쌓여 있고 옆에 딸기맛 미린다 캔과 뼈만 남은 접시가 있다
넷이서 비운 결과물. 오른쪽 탑이 사람 앉은키를 넘겼다.

다 먹고 나면 이렇게 된다. 접시에는 갈비 뼈만 남았고, 찜통 탑 두 개가 벽에 걸린 흑백 액자를 가릴 정도로 올라갔다. 넷이서 이만큼 먹었는데도 계산서를 받아 들고 "이게 맞나" 싶었던 게 이 집에 대한 가장 정확한 인상이다. 다만 정확한 가격은 방문 시점마다 바뀌니 현장에서 메뉴판으로 확인하길 권한다 — 내가 낸 금액을 여기 적어봐야 몇 달 뒤엔 틀린 정보가 된다.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

비엔티안은 라오식 국수(카오삐약)나 프랑스식 바게트 샌드위치로 기억되는 도시지만, 며칠 머무르다 보면 그 조합이 슬슬 물린다. 그럴 때 호텔 앞에 이런 딤섬집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가 저녁의 질을 바꾼다. 다음에 비엔티안에 가면 나는 또 이 집에서 찜통을 쌓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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