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왓 씨앙쿠안(부처공원) — 시멘트로 빚은 신들 사이를 세 시간 걸었다
비엔티안 시내에서 태국 국경 쪽으로 차를 몰면 도로가 점점 심심해진다. 우정의 다리를 지나 강변 도로를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곳이 왓 씨앙쿠안, 흔히 부처공원(Buddha Park)이라 부르는 조각 공원이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체제라 공식적으로 종교를 장려하지 않는데, 예외로 인정받는 게 불교다. 그 예외 하나에 나라 전…
비엔티안 · 왓 씨앙쿠안
비엔티안 시내에서 태국 국경 쪽으로 차를 몰면 도로가 점점 심심해진다. 우정의 다리를 지나 강변 도로를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곳이 왓 씨앙쿠안, 흔히 부처공원(Buddha Park)이라 부르는 조각 공원이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체제라 공식적으로 종교를 장려하지 않는데, 예외로 인정받는 게 불교다. 그 예외 하나에 나라 전체의 종교적 에너지가 몰려 있다는 게 이 공원에 오면 몸으로 느껴진다. 국가가 관리하는 관광지치고 조각 하나하나에 들인 품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
먼저 말해둘 것. 양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공원 안에 그늘이 거의 없다. 조각들은 다 야외에 서 있고, 사이사이 심어놓은 야자수는 키만 크고 그림자를 안 만든다. 나는 오전 11시쯤 들어갔다가 30분 만에 목덜미가 익었다. 모자로는 부족했다. 현지 아주머니들이 전부 양산을 쓰고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문 열자마자 압도당하는 구간
입구를 지나 처음 마주치는 건 사람 키의 세 배쯤 되는 수호신 입상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얼굴은 안 보이고 마름모 문양이 빽빽하게 새겨진 바지 자락만 하늘을 가린다. 시멘트를 쳐서 만든 건데 옷 주름과 문양 밀도가 상당하다. 옆에 있던 백발 어르신 단체 관광객들도 다들 고개만 젖히고 서 있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날개 달린 인물상이 길 옆에 서 있다. 얼굴은 웃는 듯 마는 듯하고 화관은 정교한데, 몸통과 팔은 이끼와 세월로 시커멓게 변했다. 이 공원 조각들의 특징이 이거다. 1958년 무렵부터 만들어진 것들이라 표면이 다 삭았는데, 오히려 그 낡음이 형태를 더 살린다. 새것처럼 도색해놨으면 이 맛이 없었을 것 같다.

삼두 코끼리 위에 삼지창을 든 인물이 올라선 조각은 공원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것 중 하나다. 코끼리 코 세 개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말려 있고, 상아 끝이 안쪽으로 감겨 들어간다. 주변에 쇠사슬 울타리를 쳐놨는데 바닥이 콘크리트라 정오쯤엔 복사열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제일 오래 서서 본 건 돼지 얼굴을 한 신이 쓰러진 인물을 밟고 선 조각이었다. 받침대에 라오어 설명이 새겨져 있는데 읽지는 못했다. 밟힌 쪽 표정이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담담해서 더 기묘했다. 이 공원 조각의 절반쯤은 이렇게 "이건 대체 무슨 장면이지" 싶은 것들이다.

위치와 가는 법 — 강 건너가 태국이다
공원은 메콩강 바로 옆이다. 조각들 사이를 빠져나와 강변 쪽으로 걸어가면 나무 사이로 강 건너편이 보이는데, 저 건물들이 태국 농카이 쪽이다. 건기라 물이 빠져서 강폭이 실제보다 좁아 보였고, 하늘은 뿌옜다. 2~4월 이 지역은 화전 연기로 시야가 이렇게 흐린 날이 많다.

조금 더 올라가서 본 강변은 아예 모래톱이 드러나 있었다. 갈라진 진흙 바닥에 소 네댓 마리가 풀을 뜯고, 저 멀리엔 굴착기가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관광지 안의 풍경이라기보다 그냥 사람 사는 강변이다. 이런 게 보고 싶어서 나는 조각보다 이쪽에서 시간을 더 썼다.

시내에서는 택시나 툭툭을 대절하거나 14번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싸지만 시간이 걸리고 에어컨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는 왕복 대절로 갔는데, 기사에게 "두 시간 반은 걸린다"고 미리 말해두는 게 좋다. 한 시간이면 다 본다고 생각하고 왔다가 호박 건물 안에서 시간을 다 쓰는 사람이 많다. 요금은 흥정과 시기에 따라 편차가 크니 현장에서 확인하길 권한다.
공원의 핵심 — '호박 건물' 3층 구조물
공원 중앙에 정체불명의 둥근 콘크리트 덩어리가 하나 있다. 다들 호박(pumpkin) 건물이라 부른다. 정면에 거대한 악귀 얼굴이 붙어 있고, 그 벌어진 입이 유일한 출입구다. 입 안으로 몸을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양옆으로 꽃기린 화분이 늘어서 있어서 겉모습은 의외로 아기자기하다.

들어가기 전에 얼굴을 가까이서 한 번 보는 걸 추천한다. 이마 한가운데에 시계 부조가 박혀 있고 양옆에 라오 문자가 새겨져 있다. 시계 숫자가 라오 숫자로 되어 있어서 처음엔 무슨 문양인 줄 알았다. 눈두덩 위로는 마른 풀이 자라서 눈썹처럼 보인다.

1층은 지옥, 위로 올라갈수록 천상
안에 들어서면 냄새부터 다르다. 습한 흙냄새와 먼지 냄새가 확 끼친다. 조명이라곤 벽에 뚫어놓은 사각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과 백열등 하나가 전부다. 눈이 적응하는 데 한참 걸린다. 1층은 지옥을 묘사한 층인데, 바닥에 해골이 무더기로 깔려 있고 앙상한 나무 조형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사진으로 보면 덜한데 실제로는 꽤 서늘하다.

기둥 뒤로 돌아가면 해골 무더기 앞에 좌불 세 구가 나란히 앉아 있다. 천장에서 늘어진 나무뿌리 조형과 거미줄, 그리고 벽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줄기가 겹쳐서 세트장 같다. 실제로는 1950~60년대에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붙여 만든 것이라는 게 더 놀랍다.

좁은 계단을 타고 한 층 올라가면 분위기가 바뀐다. 벽면이 물고기 비늘 같은 패턴으로 덮이고, 그 앞에 나가(뱀) 몸통 위에 앉은 인물상들이 줄지어 있다. 위층 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사진이 좀 나온다.


안쪽 한 구석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공양을 하는 제단이 있다. 금색 천을 두른 상 앞에 마리골드 꽃, 바나나 잎으로 만든 원뿔 공양물, 향, 그리고 담배가 수십 개비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지폐도 몇 장 놓여 있다. 이 담배 공양은 라오스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처음 보면 좀 당황스럽다. 여기가 단순한 조각 전시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빌러 오는 곳이라는 증거다.

옥상은 꼭 올라가라
계단이 좁고 어둡지만 끝까지 올라가면 옥상으로 나온다. 여기가 이 공원의 전망대다. 한쪽으로는 매표소와 식당가, 그리고 마당을 통째로 덮는 거대한 우산 모양 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이 그 그늘에 다 모여 있는 게 위에서 보인다.

반대편으로 돌면 공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중앙 산책로가 일직선으로 뻗고 그 양옆에 조각들이 늘어선 구조가 여기서야 이해된다. 왼쪽 멀리 누워 있는 회색 덩어리가 와불이다. 지상에서는 조각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고 느꼈는데, 위에서 보니 나름의 축이 있었다.

와불과 정원 구석의 것들
공원 서쪽 끝에 40미터쯤 되는 와불이 누워 있다. 얼굴 쪽에서 발끝까지 걸어가는 데만 한참 걸린다. 몸통 아래쪽 받침대를 따라 작은 상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데, 이걸 보려면 몸을 굽혀야 한다. 오전에는 얼굴 쪽에 역광이 지니, 정면 얼굴 사진을 원하면 오후가 낫다.

공원 안에는 나가 첨탑처럼 위로 솟은 조형물도 몇 개 있다. 아래에 흰 천이 감겨 있고, "Do Not Climb"이라는 파란 표지판이 붙어 있다. 표지판을 굳이 붙였다는 건 올라간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조각 대부분이 손 닿는 거리에 있고 울타리도 낮아서, 만지고 올라타는 사람이 실제로 꽤 보인다. 낡은 시멘트 조각이라 한번 부서지면 복원이 어렵다.

나가 똬리 위에 앉은 다비(多臂) 좌상도 인상적이었다. 얼굴만 하얗게 남고 몸통은 새까맣게 변해서 표정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받침이 되는 뱀 몸통의 비늘이 3단으로 크게 감겨 있고, 앞쪽에는 누군가 놓고 간 붉은 꽃이 있었다.

계단이 붙은 탑 형태 구조물도 있다. 남자 한 명이 노란 모자를 쓰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난간이 없어서 보는 쪽이 더 아찔했다. 계단 폭이 좁고 표면이 미끄럽다. 굳이 오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양철 지붕 정자 아래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인물이 가운데 앉고 양옆에 두 인물이 무릎을 꿇은 조각군이 있다. 앞에 붙은 붉은 명판에 라오어와 영어로 후원 내용이 적혀 있는데, 2005년 2월에 1,000만 킵을 기부해 사당과 화단을 조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조각 자체보다 이런 명판이 이 공원의 관리 방식을 더 잘 보여준다. 국가가 짓고 개인들이 조금씩 보태서 유지되는 구조다.

그리고 이건 그냥 그날의 기록인데, 걷다가 산책로 타일 위에 앉아 있던 손톱만 한 개구리를 봤다. 사람이 지나가도 도망을 안 갔다. 정오 가까운 시간에 뜨거운 타일 위에 왜 나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밟지 않게 조심해서 돌아갔다.

구운 바나나와 코코넛 — 이건 꼭 먹어라
공원 안쪽, 파란 파라솔 아래에 노점이 몇 개 있다. 여기서 바나나를 숯불에 구워 판다. 화로 위에 납작하게 눌린 바나나가 스무 개씩 줄지어 올라가 있고, 주문하면 꼬치에 꽂아준다. 겉은 캐러멜처럼 갈색으로 눌었고 안은 뜨겁고 쫀득하다. 생바나나 특유의 물기가 날아가서 단맛이 진해진다. 옆에 바나나 잎 위에 튀긴 것도 쌓여 있었다. 값은 몇천 킵 수준으로 부담 없었는데, 노점마다 다르니 물어보고 사는 게 좋다.

그리고 코코넛. 같은 자리에서 초록 코코넛을 칼로 쳐서 빨대를 꽂아준다. 얼음 안 넣고 그냥 상온인데, 그게 오히려 낫다. 뙤약볕에 한 시간 걸은 뒤에 마시면 단맛보다 짭짤한 미네랄 맛이 먼저 온다. 나무 테이블에 앉아 다 마시고 나면 그냥 버리지 말고 가게에 다시 갖다주면 반으로 쪼개고 숟가락을 준다. 이걸 모르고 그냥 버리는 사람이 많다.


정리하면
- 양산 필수. 그늘이 거의 없고 조각은 전부 야외에 있다. 모자만으로는 부족했다.
- 호박 건물은 1층 → 옥상까지 다 올라가라. 옥상 전망이 이 공원의 마무리다. 계단이 좁고 어두우니 슬리퍼보다 운동화.
- 내부는 정말 어둡다. 플래시 없이 찍으려면 손 떨림 각오. 나는 절반쯤 날렸다.
- 구운 바나나와 코코넛은 공원 안 노점에서. 코코넛은 마신 뒤 쪼개 달라고 하는 걸 잊지 말 것.
- 시간은 최소 두 시간 반. 한 시간 잡고 오면 호박 건물에서 다 쓴다.
- 입장료·카메라 요금·툭툭 왕복비는 시기와 흥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현장 확인을 권한다.
아쉬웠던 점도 적어둔다. 조각 대부분에 설명판이 없다. 라오어 명판이 붙은 것도 몇 개뿐이라,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른 채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관리가 고르지 않다. 어떤 조각 앞은 꽃까지 심어놨는데 바로 옆은 잡초에 파묻혀 있다. 다만 이 불균형이 오히려 이 공원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국가가 종교를 하나만 남겨둔 나라에서, 그 하나를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붙들고 있는 현장. 그게 담배 수십 개비가 놓인 어두운 제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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