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라오 플라자 호텔 4박 — 조식 국수 한 그릇 때문에 매일 7시에 눈이 떠졌다

비엔티안 시내 한복판, 사무장 시장(딸랏 사오)과 남푸 분수 사이 어디쯤에 라오 플라자 호텔(Lao Plaza Hotel)이 서 있다. 라오스에 올 때마다 숙소를 바꿔 봤는데 — 강변 게스트하우스, 새로 생긴 중국계 호텔, 공항 근처 비즈니스 호텔 — 이번엔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이유는 하나다. 조식 코너의 카오삐약(ເ…

비엔티안 · 라오 플라자 호텔

비엔티안 시내 한복판, 사무장 시장(딸랏 사오)과 남푸 분수 사이 어디쯤에 라오 플라자 호텔(Lao Plaza Hotel)이 서 있다. 라오스에 올 때마다 숙소를 바꿔 봤는데 — 강변 게스트하우스, 새로 생긴 중국계 호텔, 공항 근처 비즈니스 호텔 — 이번엔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이유는 하나다. 조식 코너의 카오삐약(ເຂົ້າປຽກ) 국수. 이 얘기는 아래에서 길게 하겠다.

파란 하늘 아래 'LAO PLAZA HOTEL' 은색 사인이 붙은 흰색 건물 정문 캐노피와 유카 야자수
정오에 찍은 정면. 캐노피 아래 빨간 등롱이 걸려 있었다 — 중국 설 시즌이었다.

겉모습은 솔직히 최신 호텔은 아니다. 90년대에 지은 흰색 박스형 건물이고, 캐노피 기둥은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스테인리스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로비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대신 비엔티안에서 이 규모의 시내 호텔은 아직도 손에 꼽는다. 라오스 사람들 사이에서 이 호텔이 갖는 위치가 있다 — 결혼식, 회사 연회, 정부 행사가 여기서 돌아간다. 체크인 대기 중에 로비를 지나가는 사람들 옷차림만 봐도 감이 온다. 관광객 반, 라오스 현지 정장 차림 반.

조식 — 여기 온 이유의 8할

2층 레스토랑에서 아침 6시 반쯤 시작한다(정확한 시간은 시즌마다 바뀌니 체크인 때 확인 권장). 첫날은 아무 생각 없이 서양식 라인부터 담았다. 볶음밥, 버섯 크림, 반숙 계란 얹은 토스트, 소시지, 파이오와 크루아상. 나쁘지 않다. 크루아상 결은 제대로 살아 있고 오렌지 주스도 농축액 맛이 아니다.

흰 접시에 담긴 볶음밥, 버섯볶음, 수란 얹은 토스트, 소시지, 크루아상과 옆에 놓인 오렌지주스 잔
첫날 아침. 이건 그냥 '호텔 조식'이다. 문제는 이걸 담느라 배를 채웠다는 것.

그런데 옆 테이블 라오스 아저씨가 국수 그릇 하나만 놓고 앉아 있는 걸 봤다. 그제야 뷔페 끝쪽 누들 스테이션을 봤다.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말아 주는 방식이다. 면 종류(쌀국수 굵기)를 고르고, 돼지고기·닭고기 중에 고른다. 둘째 날부터는 서양식 라인을 아예 건너뛰고 여기로 직행했다.

맑은 국물에 쌀국수와 돼지고기 편육, 숙주, 튀긴 마늘, 파와 고수를 얹은 라오스식 국수 한 그릇
이게 그 국수. 튀긴 마늘 한 숟갈이 국물 냄새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국물이 맑은데 밍밍하지 않다. 돼지 뼈를 오래 고아 낸, 기름기가 위에 얇게 뜨는 그런 맑음이다. 위에 얹어주는 튀긴 마늘이 핵심이다. 이게 들어가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온다. 숙주는 데치지 않고 생으로 얹혀 나와서 아삭한 게 그대로 살아 있고, 고수와 쪽파는 넉넉하다. 테이블 위 조미료 트레이에서 라임즙과 고추를 직접 넣어 조절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라임 반 조각 짜 넣고 말린 고추 한 꼬집이 정답이었다.

라오 플라자에 묵는다면 조식은 무조건 국수 라인부터. 빵과 계란은 그다음이다. 나는 이 순서를 반대로 해서 첫날 아침을 날렸다.

국수와 같이 먹으면 좋은 게 튀긴 빵(빠텅꼬 비슷한 것)이다. 국물에 담갔다 먹으면 밑에 깔린 볶음밥은 손도 안 가게 된다.

웰컴 드링크 대신 나오는 것

체크인할 때 시원한 주스 한 잔을 기대했다면 잠깐 당황할 수 있다. 여긴 웰컴 드링크 대신 과일을 준다. 방에 올라가 보니 서랍장 위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 오렌지 하나, 바나나 두 개, 랩으로 덮어서. 그리고 다음 날 저녁에는 씻어놓은 포도 두 송이가 접시에 담겨 왔다.

흰 접시 위에 물기가 맺힌 붉은 포도 두 송이가 놓여 있고 뒤쪽에 냅킨과 생수병이 보이는 객실 테이블
둘째 날 들어온 포도. 씻어서 물기가 그대로 맺힌 채로 왔다.

솔직히 처음엔 '주스나 주지' 싶었는데, 밖에서 하루 종일 땀 흘리고 돌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둔 포도를 꺼내 먹으니 이게 훨씬 낫다. 라오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건기에는 특히 그렇다. 음료는 어차피 그 자리에서 한 번 마시고 끝인데 과일은 밤에도 남아 있다.

디지털 입국신고서 (LDIF) 신청하기

객실 — 낡았지만 널찍하다

초록색 카펫이 깔린 호텔 객실. 흰 침구의 침대, 은색 커튼, 검은 소파, 나무 책상과 TV 옆 서랍장 위 과일 접시
아침에 나가기 직전의 방. TV 옆 접시에 첫날 받은 오렌지와 바나나가 보인다.

바닥은 진한 초록색 카펫에 노란 줄무늬가 들어간, 딱 이 호텔 연식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목재 헤드보드와 나무 책상, 검은 가죽 소파. 요즘 감성은 확실히 아니다. 대신 면적이 넓다. 책상이 진짜 업무용 크기라 노트북 펼치고 일하기 좋았고, 소파와 사이드 테이블이 따로 있어서 짐을 늘어놓을 자리가 넉넉하다. 침구는 흰색 통일에 관리 상태가 좋았다. 에어컨은 소리가 좀 나는 편인데, 창문이 두꺼워서 시내 소음은 거의 안 들어온다.

수영장 — 비 오는 날에도 사람이 있다

빗방울이 맺힌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본 파란 야외 수영장과 그 안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비 오는 오후, 객실 창문 너머로 본 수영장. 유리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뿌옇게 나왔다.

야외 수영장은 직사각형에 깊이가 균일한 편이다. 사진은 스콜이 쏟아지던 오후에 방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것이라 창유리 물방울 때문에 흐리게 나왔는데, 그 비 속에서도 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열 명이 넘었다. 라오스 비는 시원해서 오히려 수영장이 붐빈다. 튜브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조용히 랩 수영을 하고 싶다면 아침 시간이 낫다. 물 온도는 미지근하고, 수건은 풀사이드에서 받는다.

위치와 접근성

호텔은 란쌍 대로(Lane Xang Ave) 쪽, 시내 상업지구 안에 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게 이 호텔의 실질적인 장점이다. 정문 앞에 서서 길 건너를 보면 로컬 상점, 마사지 가게, 보석상 간판이 줄지어 있다. 툭툭 잡을 필요 없이 저녁 먹으러 나가기 좋다.

맑은 하늘 아래 호텔 앞 붉은 보도블록 주차장과 건너편 3~4층 상가 건물들, 앞쪽에 주차된 검은 KIA 차량
호텔 앞마당에서 본 건너편. 3~4층짜리 상가와 게스트하우스가 붙어 있다.

공항(왓따이 국제공항)에서 택시로 20분 안쪽이다. 시내에서 걸어 다니기엔 낮 시간대 햇볕이 강하니 오전 10시~오후 3시는 실내 위주로 동선을 짜는 게 낫다.

드나드는 차를 보면 이 호텔이 뭔지 알게 된다

호텔 정문 캐노피 아래 주차된 보라색 롤스로이스 팬텀과 그 옆에 서 있는 제복 차림의 경비원, 뒤로 라오스 국기가 보인다
아침에 로비에서 나오다 마주친 장면. 보라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캐노피 아래 세워져 있었다.

여기가 라오스 상류층이 쓰는 호텔이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었는데, 이 장면에서 실감했다. 보라색으로 도장된 롤스로이스 팬텀이 캐노피 아래 세워져 있고 경비원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 옆에 흰색 SUV, 뒤로는 라오스 국기와 베트남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국가 행사나 외국 대표단 일정이 있으면 이 앞에 깃발이 바뀐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일 없지만, 그런 날에는 로비가 붐비고 정문 주차 통제가 걸린다는 건 알아두면 좋다.

아쉬웠던 것 — 화분에 담배꽁초

나무 받침대 위 화분에 심긴 초록 관엽식물, 흙 위에 피우다 만 담배꽁초와 재가 버려져 있다
복도 화분. 흙 위에 꽁초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호텔 자체 문제라기보다 이용객 매너 문제인데, 짚고 넘어가야겠다. 복도 화분에 담배꽁초를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처럼 흙 위에 필터가 나뒹구는 걸 여러 번 봤다. 화분 받침대는 목재에 문양까지 새겨진 꽤 신경 쓴 물건인데, 그 안이 재떨이가 돼 있으니 보기 좋을 리가 없다. 흡연 구역은 따로 있다. 로비층과 객실 복도는 금연이고, 담배를 피우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등급 높은 호텔인데 이 부분에서 관리가 느슨하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려웠다. 냄새에 민감하다면 층 배정 받을 때 한마디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밤의 앞마당

밤에 조명이 켜진 호텔 앞 잔디밭. 야자수 모양 전구 장식과 조명 정자, 왼쪽으로 곡면 유리 건물이 보인다
밤 9시쯤. 야자수 모양 전구 장식이 잔디밭 전체에 깔려 있다.

낮에 밋밋해 보였던 앞마당이 해가 지면 완전히 달라진다. 야자수 모양으로 구부린 철제 프레임에 전구를 감아 잔디밭에 줄줄이 세워놨고, 가운데는 조명 정자가 있다. 낮 사진에 나온 그 은색 구조물들이 이것이다 — 밤이 돼야 정체를 알 수 있다. 왼쪽 곡면 유리 건물은 호텔 부속 연회장 쪽인데, 저녁마다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저녁 식사 후 여기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내 소음이 은근히 멀게 느껴진다. 모기 스프레이는 챙기는 게 좋다.

정리하자면

가격이나 영업시간은 시즌·예약 경로마다 달라지니 여기 적지 않겠다. 예약 전에 직접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다만 다음에 비엔티안에 오면 또 여기서 잘 것 같다. 아침 7시에 국수 그릇 앞에 앉는 그 15분이, 나한테는 이 호텔의 전부였다.

이어서 볼 글

  • 비엔티안 탓루앙, 흐린 날 오후 다섯 시에 걸어본 황금탑

    라오스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으로 15분쯤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도로가 갑자기 넓어지고, 담장 너머로 금색 덩어리가 불쑥 솟는다. 탓루앙(Pha That Luang). 라오스 지폐와 국가 문장에도 들어가 있는 그 탑이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오후 늦게 왔다. 낮 한 시쯤 오면 광장 바닥이 프라이팬이 되어서…

    비엔티안 · 탓루앙
  • 비엔티안 한복판에서 만난 교토식 물방울떡 — KYO Cafe & Meal 기록

    비엔티안은 오후 두 시가 제일 사납다. 그늘도 소용없고, 등에 셔츠가 붙어 있는 게 느껴지는 시간. 그날도 시내를 걷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에어컨 있는 건물로 피신했는데, 거기서 KYO Cafe & Meal 간판을 봤다. 라오스에서 일본 찻집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천장이 뚫린 노출 콘크리트 구조에 흰 곡선 간판…

    비엔티안 · KYO Cafe & Meal
  • 비엔티안 Le Vendôme, 라오스에서 먹는 프랑스식 저녁 — 피자·카르보나라·샐러드 세 접시 기록

    메콩강 쪽 바람이 도로까지 넘어오던 저녁, 왓 인펭(Wat Inpeng) 골목 안쪽에 있는 Le Vendôme Restaurant에 들어갔다. 비엔티안에서 프랑스 요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름이 꼭 한 번은 나오는 집이다. 라오스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흔적은 아침 바게트 노점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지만, 저녁에 제대로 접시에 담…

    비엔티안 · Le Vendôme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