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서 잤다 — 무엉탄 럭셔리 비엔티안 3박 기록
라오스 비엔티안은 도시 자체가 낮다. 3~4층짜리 상가와 함석지붕 집들이 넓게 깔린 동네라, 밤에 택시를 타고 돌아오다 보면 저 멀리 노란 조명을 두른 탑 하나가 혼자 튀어나와 있다. 그게 무엙 타인 럭셔리 비엔티안(Mường Thanh Luxury Vientiane)이다. 베트남계 호텔 체인이고, 옥상 꼭대기에 금색 새…
비엔티안 · Muong Thanh Luxury Hotel
라오스 비엔티안은 도시 자체가 낮다. 3~4층짜리 상가와 함석지붕 집들이 넓게 깔린 동네라, 밤에 택시를 타고 돌아오다 보면 저 멀리 노란 조명을 두른 탑 하나가 혼자 튀어나와 있다. 그게 무엉탄 럭셔리 비엔티안(Mường Thanh Luxury Vientiane)이다. 베트남계 호텔 체인이고, 옥상 꼭대기에 금색 새 날개 장식이 붙어 있어서 밤이면 랜드마크 노릇을 한다. 길 잃어도 이 건물 방향만 보면 되는 수준.

저녁 산책 나갔다가 길 건너에서 찍은 호텔. 주변에 이만한 높이가 없어서 달까지 같이 들어왔다.
방은 크다. 그리고 창이 거대하다
배정받은 방은 고층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이 가격에 이 평수가 되나"였다. 동남아 4~5성 호텔 중에도 방만 넓고 창은 손바닥만 한 곳이 흔한데, 여긴 반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가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한다. 커튼을 젖히면 비엔티안 시내 지붕들이 그대로 펼쳐지는데, 붉은 함석지붕·주황 기와·파란 슬레이트가 뒤섞인 게 위에서 보면 꽤 예쁘다. 저 멀리 관공서 같은 흰 건물과 공사 중인 크레인까지 다 보인다.

창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웰컴 과일. 사과 하나, 바나나 두 개. 소박하지만 체크인하고 씻고 나와서 먹기 딱 좋았다.
창가에 작은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노트북 펴놓고 일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카펫은 갈색·베이지 줄무늬인데 취향은 갈릴 것 같다. 나는 그냥 무난하게 봤다. 한 가지, 유리창 바깥면은 비 오고 나면 물자국이 꽤 남는다. 사진 예쁘게 찍으려고 마음먹었다면 비 그친 직후 말고 맑은 날 아침을 노리는 게 낫다.

우기라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쏟아졌다. 유리에 빗방울 맺힌 채 내려다본 시내.
수영장은 아쉽고, 헬스장은 좋다
솔직하게 적는다. 수영장 물 관리는 별로였다. 물빛이 맑지 않고 바닥이 또렷하게 안 보이는 날이 있었다. 락스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 애매한 상태. 나는 결국 발만 담그고 나왔다. 여기 수영장 하나 보고 예약할 곳은 아니라는 게 3박 묵어본 결론이다.
반면 헬스장과 나머지 부대시설은 기대 이상이었다. 러닝머신·사이클·프리웨이트가 갖춰져 있고 기구 상태도 멀쩡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원하는 기구를 기다릴 일이 없다. 아침 7시쯤 갔을 때 나 포함 두 명이었다. 에어컨도 제대로 돌아간다 — 라오스에서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조건이다. 호텔 안에서 운동 루틴 유지하려는 사람이면 여기 만족할 거다.
1층 록참파 레스토랑과 조식
조식은 로비 층의 DOKCHAMPA RESTAURANT(ດອກຈຳປາ, 독참파 — 라오스 국화인 참파꽃 이름)에서 먹는다. 천장에서 내려온 검정 사인이 눈에 잘 띄어서 헤맬 일은 없다. 홀이 넓고 통유리 쪽으로 정원과 야외 좌석이 보인다.

조식장 입구의 독참파 레스토랑 사인. 라오스어 '참파꽃'이 그대로 이름이다.
뷔페는 볶음면·죽·계란 요리에 서양식 빵과 과일이 섞인 구성. 화려하진 않지만 며칠 먹기에 무리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건 생과일·야채 주스 코너였다. 아래 사진은 내가 마지막에 한 잔 받아온 연두색 주스인데, 유리컵 안쪽에 거품이 두껍게 붙을 정도로 갈아서 나온다. 첫 모금에 오이·멜론 계열의 풀 향이 훅 올라오고 단맛은 거의 없다. 기름진 볶음밥 먹고 입 정리하기엔 좋았지만, 달달한 걸 기대하고 받으면 표정이 굳는다. 옆에 있던 서양인 손님이 한 모금 마시고 그대로 두고 가는 것도 봤다.

조식 마지막에 받아온 연두색 주스. 단맛 없이 풀 향이 강하다. 호불호 갈릴 맛.
위치 — 사실 이 호텔의 진짜 강점
방 크기보다, 뷰보다, 내가 다음에 또 여기 잡을 이유는 위치다. 비엔티안은 대중교통이 사실상 없는 도시라 뭘 하든 툭툭이나 로카(LOCA, 라오스 차량 호출 앱)를 불러야 하는데, 여기 묵는 동안 낮에는 앱을 거의 안 켰다.
메가마트(Mega Mart) —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물·맥주·과일·라면 사러 매일 갔다. 숙소에서 마실 생수를 큰 병으로 쟁여두면 편의점보다 훨씬 싸다.
한국 식당 — 도보권에 여러 곳 있다. 3일째 되면 라오스 음식이 물릴 때가 오는데, 그때 김치찌개 한 그릇 먹으러 걸어갈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안이다.
한국식 마사지 숍 — 역시 걸어서 다녀왔다. 저녁에 씻기 전에 한 번 받고 들어오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스타벅스 — 근처에 있다. 라오스는 원두 산지라 로컬 카페도 훌륭하지만, 에어컨 빵빵한 데서 와이파이 붙잡고 일해야 할 때 결국 여기로 가게 된다.
정리하면 차 없이 하루를 통째로 보낼 수 있는 호텔이다. 비엔티안에서 이 조건 만족하는 숙소가 많지 않다. 단, 밤에는 인도가 끊기거나 가로등이 어두운 구간이 있으니 휴대폰 손전등 정도는 켜고 걷는 걸 권한다. 첫날 밤 위 첫 번째 사진 찍던 그 길도, 카메라엔 밝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꽤 어두웠다.
예약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고층을 요청하라. 이 호텔의 값어치는 통유리 뷰에서 나온다. 체크인할 때 "high floor, city view"라고 한마디 하는 것만으로 방이 바뀔 수 있다. 저층 배정받으면 옆 건물 옥상만 본다.
수영장은 기대치를 낮춰라. 아이 데리고 물놀이 위주로 계획했다면 다른 숙소를 보는 게 낫다.
요금·조식 포함 여부·헬스장 운영시간은 현장 확인 권장. 시즌과 예약 채널에 따라 편차가 있고, 내가 묵을 때의 조건을 일반화하고 싶지 않다.
우기(대략 5~10월)에는 오후 소나기를 계획에 넣어라. 한두 시간 쏟아지고 그친다. 그 시간에 헬스장 가거나 방에서 창밖 보는 게 여기선 오히려 괜찮은 선택지다.
체크아웃하는 날 아침에도 비가 왔다. 로비에서 차를 기다리며 유리 너머 정원을 보는데, 이 호텔의 인상이 결국 그 두 가지로 남았다. 도시에서 제일 높은 데서 자는 기분,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가 그냥 걸어서 저녁을 해결할 수 있다는 편안함. 비엔티안에서 며칠 머물며 일도 하고 쉬기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수영장 하나 접어두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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