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은 등을 봐야 안다 — 겨울 오후 데크에서 보낸 두 시간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앞 바닷가 데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 뉴욕 것의 약 4분의 1 크기 복제상이고, 원래 1998년 프랑스의 해 기념으로 잠깐 들여왔다가 반응이 좋아 2000년에 다시 세운 상이다. 나는 이 앞을 여러 번 지나쳤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시간을 들여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여신상은 정…
도쿄 ·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앞 바닷가 데크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 뉴욕 것의 약 4분의 1 크기 복제상이고, 원래 1998년 프랑스의 해 기념으로 잠깐 들여왔다가 반응이 좋아 2000년에 다시 세운 상이다. 나는 이 앞을 여러 번 지나쳤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시간을 들여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여신상은 정면 사진보다 등 뒤에서 레인보우브리지를 함께 넣는 각도가 훨씬 낫다. 정면은 그냥 초록색 조각상인데, 뒤에서 보면 도쿄만 전체가 배경이 된다.
정면으로 봤을 때 — 생각보다 크고, 생각보다 초라하다
1월의 도쿄는 하늘이 말도 안 되게 파랗다. 습기가 빠져서 공기가 유리처럼 맑다. 데크 위쪽 계단에서 여신상을 정면으로 내려다보면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온다.

가까이 붙어서 보면 표면이 꽤 거칠다. 옷 주름마다 녹이 흘러내린 자국이 있고, 받침대는 그냥 회색 콘크리트다. 왼손에 든 명판의 글씨는 육안으로는 거의 안 읽힌다. 화려한 걸 기대하고 오면 5분 만에 볼 게 없어진다. 대신 횃불 끝과 왕관 뿔만 금색으로 남겨둔 처리가 파란 하늘에서 꽤 잘 먹힌다. 사진 찍을 거면 태양을 등지는 쪽 — 오후에는 서쪽 — 으로 돌아서야 얼굴에 그림자가 안 진다. 정오 전후에 정면으로 찍으면 얼굴이 통째로 검게 죽는다.
진짜 그림은 뒤쪽, LOVE 조형물 자리에서
여신상 뒤편 아쿠아시티 데크 위에 무지개색 LOVE 조형물이 서 있다. 여기가 이 일대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는 지점인데, 이유가 명확하다. 한 프레임 안에 LOVE 글자, 자유의 여신상, 레인보우브리지, 그 너머 시바우라 쪽 고층빌딩 스카이라인이 전부 들어온다.

이 사진을 찍으려면 조형물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쪼그려 앉아야 한다. 서서 찍으면 여신상이 글자에 가려진다. 그리고 이 자리, 줄은 없지만 앞사람이 비켜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가 갔을 땐 두 팀 정도 기다렸고 5분쯤 걸렸다. 주말 오후엔 더 걸린다고 봐야 한다.
여신상보다 오래 붙잡힌 건 참새들이었다
여신상 옆 산책로 콘크리트 난간에 참새 다섯 마리가 앉아 있었다. 일본 참새(스즈메)는 뺨에 검은 점이 있고 목에 흰 띠가 도는 종이라 우리 참새와 무늬가 조금 다르다. 겨울 햇볕 받는 자리를 정확히 찾아서 몸을 부풀리고 앉아 있는데, 1미터 앞까지 가도 안 날아갔다.

더 붙어서 찍으려고 반 걸음씩 다가갔더니 그제서야 두 마리가 자리를 옮겼다. 남은 셋은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이 뭘 흘리고 가는지, 이 구간 참새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먹이를 주는 건 권하지 않는다. 다만 망원 없이 휴대폰으로도 이 정도 거리가 나온다는 건 알아둘 만하다.
바다 쪽 전망 — 야카타부네와 레인보우브리지
데크 난간에 붙어서 정면 바다를 보면 레인보우브리지가 통째로 들어온다. 다리 왼쪽 뒤로 도쿄타워 끝이 삐죽 나와 있고, 그 앞 고층 아파트 군락은 하루미·가치도키 쪽이다. 물 위로 지나가던 붉은 배는 야카타부네, 그러니까 저녁에 술과 요리를 내는 유람 屋形船이다. 낮에는 이렇게 빈 배로 이동만 한다.

겨울 오후의 이 자리는 바람이 정면으로 들이친다. 바다에서 그대로 올라오는 바람이라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진다. 1월에 갔다면 목도리는 있어야 한다. 나는 얇게 입고 갔다가 30분 만에 실내로 도망쳤다.

가는 법과 동선
여신상은 유리카모메 다이바역에서 가장 가깝다. 개찰구를 나와 데크를 따라 아쿠아시티 방향으로 걸으면 5분 안쪽이다. 린카이선 도쿄텔레포트역에서 오면 10분 정도 더 걷는다. 유리카모메는 신바시에서 타면 무인운전 맨 앞자리가 명당인데, 이 자리는 늘 아이들이 먼저 차지한다.
동선은 이렇게 잡는 게 낭비가 없다.
- 다이바역 → 아쿠아시티 데크 (LOVE 조형물, 여신상 뒤편 각도)
- 계단 내려가 여신상 정면 → 해변 산책로 (참새 구간, 바다 전망)
- 육교로 되돌아와 후지TV 쪽 → 아쿠아시티 실내에서 몸 녹이기
여신상 자체는 야외 데크에 그냥 서 있어서 입장료도 개방시간도 없다. 다만 야간 조명 점등 시각이나 아쿠아시티 영업시간은 시즌마다 바뀌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해 지고 30분쯤 뒤 레인보우브리지 조명이 들어오면 낮과 완전히 다른 장면이 되는데, 그때는 바람이 훨씬 매섭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여신상 하나 보러 오다이바까지 가는 건 솔직히 아깝다. 이건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후지TV 구체 전망대나 아쿠아시티 식당가, 조금 더 걸어 다이바 해변공원까지 묶어서 반나절 코스로 잡을 때 값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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