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앞을 여러 번 그냥 지나쳤다. 무슨 유명 라멘집인 줄 알았다. 그날은 마침 연말 점보(年末ジャンボ) 발매 기간이었고, 줄이 왜 이렇게 긴지 궁금해서 뒤에 붙어 섰다.
가게보다 줄이 먼저 보인다
도착한 게 평일 오전 11시쯤. 은행나무와 단풍이 노랗게 물든 가로수 아래로 빨간 폴 스탠드와 줄 띠가 인도를 갈라놓고 있었고, 사람들이 그 안쪽에 두 겹으로 서 있었다. 대부분 60대 이상. 배낭 멘 아저씨, 장바구니 든 아주머니, 정장 차림으로 점심시간 쪼개서 온 듯한 회사원이 섞여 있다. 관광객은 거의 안 보였다.

줄 앞머리에 세워둔 안내판을 읽고 나서야 이 줄의 구조가 이해됐다. 5번 창구는 점보와 점보미니만 파는 전용 창구이고, 아래에 '現金のみ(현금만)'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다. 옆줄에는 혼잡 상황에 따라 발매 시간 전에 줄을 끊을 수 있다는 안내도 붙어 있었다. 지갑에 동전밖에 없어서 편의점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을 실제로 봤다. 여기 올 거면 1,000엔짜리 지폐 몇 장은 미리 챙겨두는 게 낫다.
줄 서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조금 넘었다. 창구가 여러 개라 생각보다 빠지는 속도가 빠르다. 다만 이건 평일 오전 기준이고, 연말 점보 발매 첫날과 마감일에는 이 줄이 블록을 돌아 나간다고 한다. 그건 내가 본 게 아니라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손짓으로 알려준 얘기다.
창구 앞에서 본 것들 — 1번과 7번의 인기
차례가 가까워지자 판매소 정면이 보인다. 흰 바탕에 빨간 히라가나로 '宝くじ(다카라쿠지)'라고 쓴 간판, 그 옆에 '시바다이진구 소원 성취', '헤이세이~레이와의 억만장자'라고 적힌 세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리창에는 역대 1등 당첨자 사진과 창구 번호가 붙어 있는데, 이 판매소는 창구마다 번호가 있고 사람들이 특정 번호를 고집한다. 1번 창구와 7번 창구 앞이 유독 붐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창구에서 고액 당첨이 많이 나왔다는 기록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바닥을 보면 흰 페인트로 줄 서는 선이 그어져 있고, '7'이라고 쓴 빨간 표지판이 바닥에 놓여 있다. 어느 창구 줄인지 헷갈리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그걸 모르고 아무 줄에나 섰다가 앞사람이 "여기 7번이에요"라고 알려줘서 한 번 옮겼다. 일본어를 못해도 바닥 숫자만 보고 서면 된다.
입간판에 적힌 금액이 노골적이다. 1등 10억 엔, 1억 엔이 23본, 점보미니는 5,000만 엔. 한 장 300엔. 이 격차를 그대로 인쇄해서 세워두는 게 이 장사의 전부다. 창구 옆에는 마네키네코 인형과 조화 장식이 놓여 있고, 낮인데도 형광등이 환하게 켜져 있어 사진이 잘 나온다.
위치와 가는 법
가장 가까운 역은 도쿄메트로 긴자선·마루노우치선·히비야선 긴자역 C6 출구, 걸어서 2~3분이다. JR로 온다면 유라쿠초역 중앙 출구에서 5분, 신바시역에서도 8분쯤 걸린다. 위치가 도쿄 고속도로 고가 아래라서 지도만 보고 가면 건물 정면이 잘 안 잡힌다. 나는 처음에 반대편 인도에서 두리번거리다가, 빨간 차양과 사람 줄을 보고 그제야 건너갔다. 고가 아래 '西銀座デパート' 쪽 모퉁이를 찾으면 된다.
동선상으로는 긴자 쇼핑이나 히비야 공원 산책 사이에 끼워 넣기 좋다. 여기만 보러 지하철 타고 오기엔 판매소 자체는 5분이면 다 본다. 영업시간과 발매 기간은 회차마다 다르니 현장 안내판 확인을 권한다.
300엔짜리 한 장
내 차례가 됐다. 창구 안 직원이 "몇 장?" 하고 손가락으로 물었고, 나는 한 장이라고 했다. 낱장 구매가 되는지 몰라서 좀 긴장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팔았다. 300엔 동전을 내고 받은 표는 생각보다 컸다.

표 디자인이 좋았다. 눈사람과 관람차, 실크해트를 쓴 노란 캐릭터가 놀이공원처럼 그려져 있고 구석에 80주년 마크가 박혀 있다. 왼쪽 아래 ¥300, 그 옆 빨간 테두리 안 숫자는 정리번호이지 당첨 번호가 아니라는 주의문이 붙어 있다. 이걸 모르고 그 숫자로 당첨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아쉬웠던 건 사진이다. 창구 유리 안쪽을 찍으려니 반사가 심해서 몇 장은 버렸고, 직원 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눈치가 보였다. 줄 서 있는 동안 옆에서 대놓고 찍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표를 받고 줄에서 빠져나와 인도 구석에서 찍었다.
당첨은 당연히 안 됐다. 애초에 12월 31일 추첨이라 그날 알 수도 없었고. 그런데 이 300엔은 아깝지 않았다. 평일 오전에 노인들이 20분씩 줄을 서서 종이 한 장을 사가는 광경, 창구 번호를 고르는 진지한 얼굴, 바닥에 그어진 흰 선. 도쿄에서 관광지 말고 사람 사는 결을 보고 싶다면 여기가 꽤 정직한 장소다. 표는 아직 지갑에 있다. 지급 기간이 한참 남았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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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쿠라스시 아사쿠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