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사쿠사 쿠라스시에서 참치 세 접시 먹고 카스텔라 케이크로 끝낸 날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나카미세도리를 빠져나오면 관광객 밀도가 뚝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 그 근처, 쿠라스시(くら寿司) 아사쿠사점에 들어간 건 순전히 줄이 짧아 보여서였다. 도쿄 회전초밥 체인 중에서도 쿠라스시는 관광지 지점이 유난히 붐비는데, 이날은 애매한 오후 시간이라 대기 20분쯤 만에 자리를 받았다.
도쿄 · 쿠라스시 아사쿠사점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나카미세도리를 빠져나오면 관광객 밀도가 뚝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 그 근처, 쿠라스시(くら寿司) 아사쿠사점에 들어간 건 순전히 줄이 짧아 보여서였다. 도쿄 회전초밥 체인 중에서도 쿠라스시는 관광지 지점이 유난히 붐비는데, 이날은 애매한 오후 시간이라 대기 20분쯤 만에 자리를 받았다.
입구부터 이미 관광 코스처럼 꾸며놨다
문을 열자마자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흰 초롱이 눈에 들어온다. 검은 붓글씨로 'KURA'라고 쓰인 것이 사람 상반신만 한 크기다. 그 아래로 작은 초롱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하나하나에 메뉴 이름이 적혀 있다. 生サーモン(생연어), 中とろ(주토로), 天然くえ(자연산 다금바리), ひらめ(광어), 北ほたて(홋카이도 가리비) 같은 글자를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어를 모르면 그냥 예쁜 등이지만, 읽을 수 있으면 그날 밀고 있는 메뉴가 뭔지 입구에서 다 파악된다.

발권은 카운터 오른쪽 태블릿에서 직접 한다. 인원수와 좌석 타입(카운터/박스석)을 고르면 번호표가 나오고, 화면 위 모니터에 호출 번호가 뜬다. 직원에게 말을 걸 일이 거의 없다. 처음 온 사람이 여기서 잘 헤매는데,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일단 발권부터 하고 대기석에 앉는 구조다. 번호표 없이 서 있으면 뒤에 온 사람이 먼저 들어간다.
대기 공간이 그냥 대기 공간이 아니다
대기석 벽면에 에도 시대 우키요에가 큼직하게 걸려 있다. 배가 늘어선 항구와 가부키 배우들이 뒤섞인 그림인데, 아사쿠사라는 동네 맥락에 맞춰 넣은 티가 난다. 천장은 원목 각재를 격자로 짜서 노출시켰고, 벽도 나무 톤이라 체인점 특유의 싸구려 느낌이 별로 없다. 대기석 옆에 '子供用いす / CHILDREN'S CHAIR'라고 영어 병기된 안내가 있고, 좌석 번호는 '52-41' 같은 식으로 크게 붙어 있어 자기 자리 찾기가 쉽다.

대기 중에 아이 둘이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일본 전통 가면 전시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붉은 오니, 흰 오카메, 여우 가면, 텐구, 눈알 굴리는 히요토코까지 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가면이 벽 전체에 빼곡히 붙어 있다. 위쪽 큰 것부터 아래로 갈수록 작아지게 배치해서, 서서 보면 벽이 얼굴로 꽉 찬 느낌이다. 아이들은 이 앞에서 한참 놀았고, 어른들은 그동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도 덜 지치는 이유가 이거였다.

위치와 찾아가는 법
센소지 쪽에서 걸어오면 골목 안쪽이라 간판이 바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 아래 지도의 좌표가 실제로 사진을 찍은 자리다. 아사쿠사역에서 도보로 갈 만한 거리고, 관광 동선상 절 구경을 마치고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으로 끼워 넣기 좋다. 정확한 영업시간과 대기 상황은 현장 확인을 권한다 — 쿠라스시는 앱으로 사전 예약이 되는데, 일본 전화번호나 계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단기 여행자는 그냥 가서 발권하는 편이 빠를 때가 많다.
참치를 세 접시 시켰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에 태블릿이 있고, 레인은 두 층으로 돈다. 위층은 그냥 도는 접시, 아래층은 주문한 것이 급행으로 오는 라인이다. 접시에는 항균 커버가 씌워져 있어서 들어 올리면 자동으로 열린다. 처음 온 사람은 이 커버를 손으로 벗기려다 헤매는데, 그냥 접시를 위로 들면 뚜껑이 걸려서 알아서 벗겨진다.
먼저 온 게 마구로. 붉은 살이 밥을 완전히 덮고도 남아서 젓가락으로 들면 양쪽으로 축 늘어진다. 체인 회전초밥에서 이 정도 두께면 손해 보는 기분은 안 든다. 살결이 촘촘하고 신맛이 없다. 옆 접시에는 이미 먹어치운 흔적 — 생강 조각과 간장 자국 — 이 남아 있었다.

다음 접시는 색이 좀 더 진하고 표면에 기름기가 도는 쪽이었다. 조명 아래서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게 눈으로도 구분된다. 이건 씹는 느낌부터 달랐다. 앞에 것이 담백하게 툭 끊긴다면, 이건 입안에서 뭉개진다. 뒤쪽 접시에 오징어와 연어, 생강이 같이 담겨 있는 게 보이는데, 저건 옆사람이 시킨 거였다.

세 번째 접시는 카운터 자리로 옮겨 앉아서 먹었다. 레인 투입구 바로 옆이라 아래층 급행 라인으로 지나가는 접시가 다 보인다. 밥 알갱이가 하나하나 살아 있고, 참치는 위에서 아래로 각지게 떨어지는 모양으로 얹혀 있었다. 옆에 쿠라스시 전용 간장병 — 흰 병에 'しょうゆ'라고 적힌 것 — 이 놓여 있는데, 뿌리는 방식이라 접시에 따로 붓지 않아도 된다. 생강은 밥 옆에 미리 덜어뒀다.

마지막은 카스텔라 케이크
초밥집 디저트를 기대 안 했는데, 이날의 진짜 발견은 카스텔라 케이크였다. 노란 카스텔라 두 장 사이에 두툼한 크림을 끼운 것으로, 옆에서 보면 층이 정확하게 삼단으로 갈린다. 카스텔라 겉면 가장자리가 짙은 갈색으로 눌어붙어 있고, 안쪽은 계란 색이 진하다.

위에서 보면 카스텔라의 결이 더 잘 보인다. 스펀지가 성긴 편이라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으로도 쉽게 잘린다. 뒤에 쌓인 접시 탑이 그날 먹은 양의 증거인데, 다 먹고 나면 접시를 세어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접시 반납구에 넣으면 자동으로 카운트된다. 다섯 접시마다 게임이 뜨고, 이기면 캡슐 장난감이 나온다. 아이들이 이거 때문에 접시를 더 시키려 든다.

한 입 베어 물면 크림이 옆으로 밀려 나온다. 예상보다 덜 달다. 생크림이라기보다 커스터드에 가까운 질감이고, 카스텔라의 눌어붙은 가장자리가 씹히면서 살짝 쌉쌀한 맛이 섞인다. 초밥 열 접시쯤 먹고 나서도 부담이 없었다. 맞은편 사람은 자기 몫을 다 먹고 접시 탑 위에 하나 더 올려뒀다.

다음에 온다면 이렇게
- 발권기부터 찾을 것. 줄 서기 전에 번호표를 뽑는 구조다.
- 대기가 길면 가면 벽 앞이 아이들 놀이터가 된다. 어른은 벤치에 앉아 쉬어라.
- 접시 커버는 벗기지 말고 그냥 들어 올리면 열린다.
- 참치는 담백한 쪽과 기름 도는 쪽을 하나씩 시켜서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 디저트를 건너뛰지 마라. 카스텔라 케이크가 이날 제일 인상 깊었다.
- 가격·영업시간은 지점마다 다르니 현장 확인 권장.
아사쿠사에서 굳이 회전초밥을 먹어야 하냐고 물으면, 관광지 물가에 지친 날에는 답이 된다고 하겠다. 절 앞 골목에서 먹은 것들보다 확실히 싸게 먹었고,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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