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그 옆 골목들이 한꺼번에 켜지면서, 시장이라기보다 좁고 시끄러운 축제 골목이 된다.
오카치마치 쪽 게이트로 들어가는 편이 낫다
사람들이 보통 우에노역에서 시작하는데, 나는 반대로 오카치마치에서 들어가는 쪽을 권한다. 지하철 오에도선 우에노오카치마치역에서 올라오면 바로 '上野御徒町中央通り'라고 적힌 무지개색 게이트가 서 있다. 이 아래에 서면 골목 안쪽 네온이 한 줄로 늘어선 게 보이는데, 저녁 하늘이 아직 남색으로 남아 있는 시간대에 이 구도가 제일 예쁘다. 게이트 기둥에 붙은 표지판을 보니 자전거 제외 보행자 전용 시간이 16~6시, 일요일·공휴일은 12~6시로 적혀 있었다. 저녁에는 차 걱정 없이 길 한복판으로 걸어도 된다는 뜻이다.

게이트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길이 확 좁아진다. 양쪽 건물 사이로 하늘이 띠처럼 남고, 그 아래를 간판이 빼곡히 채운다. 사진 오른쪽에 노란 바탕으로 크게 붙은 하카타 계열 돈코츠 라멘집 간판에는 '替玉無料(가에다마 무료)'라고 적혀 있었다. 면 추가가 공짜라는 얘기다. 이 골목은 라멘·야키니쿠·이자카야가 층층이 섞여 있어서, 1층 간판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나오는 가게가 훨씬 많다.

먹거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중고·매입 가게였다
아메요코를 먹거리 골목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걸어보면 시계·보석·카메라 매입 간판이 놀랄 만큼 많다. 파란 천막에 '高価買取(고가 매입)'라고 큼직하게 써 붙인 미즈타니 카메라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프로 스튜디오 겸업이라 증명사진도 바로 찍어준다고 적혀 있고, 쇼윈도에는 앤티크 워치와 액세서리가 유리장 몇 칸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옆 유리에 'TAX FREE' 표시와 카드 결제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외국인 손님도 꽤 받는 듯했다. 가격은 물건마다 천차만별이라 여기 적어두지 않겠다. 유리장 안쪽 가격표를 직접 확인하고, 살 생각이면 면세 조건도 그 자리에서 물어보는 게 맞다.

이 구간은 술 파는 가게도 촘촘하다. 바로 옆 Bottle OFF 같은 주류 매장은 위스키 시세를 보러 오는 사람이 꾸준하다. 기념품으로 술 한 병 사갈 계획이라면 공항 면세점보다 여기 골목을 먼저 훑어보는 걸 권한다. 다만 무게가 있으니 동선 마지막에 사는 게 낫다.
해산물 간판과 '노미호다이' 가격표
조금 더 걸어가면 분위기가 또 바뀐다. 붉은 파도 무늬에 '浜焼(하마야키)'라고 쓴 대형 간판, 세로로 길게 걸린 '磯丸水産 浜焼', 그리고 오른쪽에 노란 전구를 두른 '上野漁港' 간판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조개와 생선을 자리에서 직접 구워 먹는 집들이다. 왼쪽 가게 앞 입간판에는 '放題が得!'이라는 문구와 함께 800엔대 가격이 붙어 있었고, 옆에는 '120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무제한 관련 메뉴로 보이는데 조건이 잔글씨로 붙어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입간판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점원에게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나는 이런 데서 조건 안 읽고 들어갔다가 계산서에서 놀란 적이 있다.

이 사진에 우연히 찍힌 장면 하나가 이 골목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큰 종이 상자를 어깨에 짊어진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인파를 헤치고 지나간다. 관광객만 있는 거리가 아니라 물건이 실제로 오가는 상업 골목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저녁 7~9시 사이에는 걷는 속도를 포기해야 한다. 100m 가는 데 5분 걸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위치와 접근성 — 두 역 사이 500m가 전부다
아메요코는 JR 우에노역과 오카치마치역 사이, 선로를 따라 이어지는 500m 남짓한 구간이다.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끝까지 걷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고, 중간중간 골목으로 빠지는 지점이 여럿이라 실제로는 훨씬 오래 머무르게 된다. 도쿄메트로 긴자선·히비야선 우에노역, 오에도선 우에노오카치마치역도 골목 입구에 바로 붙어 있다. 짐이 있으면 우에노역 코인로커에 맡기고 들어오는 편이 낫다. 시장 안에서 캐리어를 끌면 본인도 남도 힘들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우에노역 광장
시장 끝에서 큰길로 나오면 우에노역 앞 횡단보도다. 여기서 예상 못 한 장면을 만났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소방차가 천천히 지나갔다. 차체 옆에 '東京消防庁 / TOKYO FIRE DEPT.'라고 적힌 빨간 차량이었고, 사이렌을 울리는 급한 출동은 아니었다. 건너편 인도에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그 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도쿄에서 소방차가 지나가면 주변이 순간 조용해지는데, 그 정지 화면 같은 몇 초가 기억에 남는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우에노역 히로코지 출구 쪽 광장이 나온다. 크림색 옛 역사 건물에 시계가 걸려 있고, 초록색 'JR 上野駅 UENO STATION' 사인과 'atré' 로고에 불이 들어와 있다. 왼쪽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판다 영상이 큼직하게 나오고 있었다. 우에노 동물원의 판다가 이 동네 마스코트라, 역 주변 어디를 봐도 판다가 하나씩은 붙어 있다. 광장 한쪽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시장에서 다리 아프게 걷고 나면 여기서 앉아 쉬기 좋다. 다만 저녁 시간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남기는 메모
- 가는 시간: 오후 4시 반~5시쯤 오카치마치에서 시작하면 파란 하늘과 켜진 네온을 같이 볼 수 있다. 사진 목적이라면 이 30분이 가장 아깝지 않다.
- 동선: 오카치마치 게이트 → 좁은 네온 골목 → 매입·시계 가게 구간 → 해산물 구이집 구간 → 우에노역 광장. 반대 방향으로 가면 마지막이 좁은 골목이라 마무리가 애매하다.
- 현금: 카드와 IC 결제가 되는 가게가 늘었지만 노점형 가게는 아직 현금이 빠르다. 천 엔짜리를 몇 장 챙겨두면 줄에서 막히지 않는다.
- 가격표는 직접 읽기: 무제한·세트 메뉴는 시간 제한과 조건이 잔글씨로 붙는다. 들어가기 전에 입간판을 확인하는 습관이 손해를 막는다. 이 글에 적지 않은 가격은 그때그때 바뀌므로 현장 확인을 권한다.
- 짐: 캐리어는 우에노역 로커에. 술이나 무거운 기념품은 동선 맨 끝에서 사는 게 낫다.
아메요코에서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하겠다는 마음으로 오면 실망한다. 좁은 길에서 사람에 밀려다니고, 간판 글씨를 하나씩 읽고, 유리장 안 시계를 구경하다가, 마지막에 역 앞에서 판다 영상 보면서 다리 쉬는 저녁. 그 정도의 밀도를 즐길 줄 알면 몇 번을 와도 질리지 않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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