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닌교초 골목의 야키니쿠 핫피(焼肉はっぴぃ), 카운터 자리에서 혼자 구워 먹은 저녁

도쿄 니혼바시 닌교초는 저녁 8시가 넘으면 사무실 불이 꺼지면서 거리가 급격히 조용해진다. 그 조용해진 골목에서 노란 간판 하나가 유난히 밝았다. 우설과 와규를 내는 야키니쿠 집 '핫피(はっぴぃ)'. 간판에는 焼肉はっぴぃ라고 붓글씨로 쓰여 있고, 옆 입간판에는 '日本橋人形町発祥'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옆 건물이 아프…

도쿄 · 우설 다이스키 야키니쿠 핫피 닌교초점

도쿄 니혼바시 닌교초는 저녁 8시가 넘으면 사무실 불이 꺼지면서 거리가 급격히 조용해진다. 그 조용해진 골목에서 노란 간판 하나가 유난히 밝았다. 우설과 와규를 내는 야키니쿠 집 '핫피(はっぴぃ)'. 간판에는 焼肉はっぴぃ라고 붓글씨로 쓰여 있고, 옆 입간판에는 '日本橋人形町発祥'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옆 건물이 아프로디테 긴자 간판이라 처음엔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붉은 초롱에 적힌 '和牛焼肉' 네 글자를 보고 확신했다.

밤에 촬영한 야키니쿠 핫피 외관. 노란 나무 간판에 '焼肉はっぴぃ', 왼쪽에 '和牛焼肉'이라 적힌 붉은 초롱, 보라색 노렌에는 '厳選和牛 焼肉'이 쓰여 있다
보라색 노렌 아래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문 옆 안내판에 평일 16:00~23:30, 휴일 개점 시간이 따로 적혀 있었다.

노렌을 걷고 들어가면 바로 카운터다. 좌석마다 무연 로스터가 하나씩 박혀 있고, 뒤쪽 냉장고에 초록색 병들이 줄 서 있다. 혼자 왔다고 하니 별 반응 없이 카운터 끝자리로 안내했다. 야키니쿠를 혼자 먹는 게 여기선 특별한 일이 아닌 분위기였다.

일단 생맥주 한 잔 — 나마비루부터 시키는 게 순서

자리에 앉자마자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를 시켰다. 잔에 SUPER "DRY" KARAKUCHI가 큼직하게 박힌 그 잔이다. 거품이 잔 위로 손가락 두 마디쯤 올라와 있고, 잔을 드니 손바닥에 물기가 확 배었다. 앞쪽 접시에는 레몬 한 조각과 간장 계열 소스가 미리 세팅돼 있었다.

손에 든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잔. 뒤로 무연 로스터와 레몬 조각이 담긴 흰 접시가 보인다
고기 굽기 전 건배. 로스터 위 석쇠는 아직 비어 있다.

야키니쿠 집에서 맥주를 먼저 시키는 건 목이 말라서만은 아니다. 첫 잔이 나오는 사이에 로스터가 예열된다. 맥주가 반쯤 줄었을 때 고기를 올리면 온도가 딱 맞는다. 이걸 모르고 고기부터 시키면 차가운 판 위에서 고기가 눌어붙는다.

우설(牛タン)과 등심 — 판에 올리자마자 냄새가 달라졌다

가게 이름이 걸린 우설을 시켰다. 소금과 굵게 깬 후추, 참깨가 뿌려진 채로 나오는데, 두께가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중간 정도다. 함께 올린 등심 쪽은 마블링이 촘촘하기보다 붉은 살결이 선명한 타입이었다. 판에 닿는 순간 치익 소리가 나면서 참기름과 참깨 타는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무연 로스터 석쇠 위에 올린 붉은 소고기 두 종류. 오른쪽 조각에는 참깨와 굵은 후추가 뿌려져 있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참깨와 후추가 뿌려진 쪽이 우설. 이 상태에서 한 면 20초쯤이면 충분했다.

얇은 부위를 오래 굽는 건 손해다. 가장자리 색이 돌면 바로 뒤집고, 뒤집자마자 집어 올렸다. 우설은 레몬을 짜서 소금으로만 먹었다. 육즙보다 씹는 맛으로 먹는 부위라 소스에 담그면 오히려 질감이 죽는다.

레바(간) 한 접시

이날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화려한 이마리풍 접시에 담겨 나온 간이었다. 검붉다 못해 자줏빛에 가까운 색이고 표면에 굵은 후추가 갈려 있었다. 일본은 2012년부터 소 생간 제공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서, 이건 구워 먹는 용이다. 실제로 접시가 나올 때 직원이 손짓으로 "잘 구워서"라는 제스처를 했다.

꽃무늬가 그려진 일본식 도자기 접시에 담긴 검붉은 소 간 슬라이스. 표면에 굵은 후추가 뿌려져 있다
구이용 소 간. 접시가 예뻐서 굽기 전에 한 장 찍었다.

간은 겉만 익히면 비린내가 남는다. 판 가장자리 약한 불에 올려 천천히, 가운데까지 색이 완전히 바뀔 때까지 구웠다. 참기름 소금에 찍으니 특유의 쇠맛이 눌리고 고소한 쪽이 살아났다. 다만 두 장쯤 먹으니 물렸다. 간은 처음이 제일 맛있다.

마무리는 냉면 — 국물이 맑고 슴슴하다

고기를 다 굽고 냉면을 시켰다. 흰 그릇에 가느다란 면이 담기고, 위에 다진 파와 오이 한 조각, 그리고 김치 한 덩이가 올라간다. 국물이 투명에 가깝게 맑다. 한국 냉면 육수처럼 진하게 눌러 만든 맛은 아니고, 간이 꽤 약하다.

흰 그릇에 담긴 냉면. 맑은 육수 위에 다진 파, 오이 한 조각, 붉은 김치가 올려져 있고 옆에 레몬 접시와 맥주잔이 보인다
고기 다음의 냉면. 김치를 국물에 풀어야 간이 맞는다.

처음 한 젓가락 뜨고 "싱겁다" 싶었는데, 위에 올린 김치를 국물에 풀어 헤치니 그제야 색과 맛이 같이 올라왔다. 한국 냉면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기 쉽다. 고기 기름기를 씻어내는 용도로는 오히려 이쪽이 낫다.

위치와 가는 법

도쿄메트로 히비야선·도에이 아사쿠사선 닌교초역(人形町駅)에서 걸어서 나오는 거리다. 역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몇 번 꺾으면 되는데, 큰길이 아니라 사무실 건물 사이 좁은 길에 있어서 지도를 켜고 가는 편이 빠르다. 밤에는 노란 간판과 붉은 초롱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가게 앞 안내판에 적힌 영업 시간은 평일 16:00~23:30이었고, 휴일은 개점 시간이 다르게 표기돼 있었다. 라스트 오더는 그보다 30분~1시간 앞이니 늦게 갈 계획이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닌교초는 관광객이 몰리는 동네가 아니다. 그래서 저녁에 이 골목을 걸으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노렌을 걷고 들어가는 장면만 반복된다. 그 틈에 끼어 앉아 우설 몇 점 굽고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도쿄다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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