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 야키니쿠 라이크(焼肉ライク), 혼자 앉아 2,790엔 쓰고 나오며 든 생각
시부야 한복판에서 저녁 7시 반쯤 혼자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동남아를 오래 돌다 보면 혼자 밥 먹는 게 아무렇지 않아지는데, 그래도 숯불 앞에 혼자 앉는 건 좀 다른 일이다. 일본 도쿄, 그중에서도 시부야에서 그 벽을 아무렇지 않게 없애버린 게 야키니쿠 라이크였다. 1인 1화로(火爐), 카운터석, 태블릿 주문. 옆 사람…
도쿄 · 야키니쿠 라이크 시부야
시부야 한복판에서 저녁 7시 반쯤 혼자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동남아를 오래 돌다 보면 혼자 밥 먹는 게 아무렇지 않아지는데, 그래도 숯불 앞에 혼자 앉는 건 좀 다른 일이다. 일본 도쿄, 그중에서도 시부야에서 그 벽을 아무렇지 않게 없애버린 게 야키니쿠 라이크였다. 1인 1화로(火爐), 카운터석, 태블릿 주문. 옆 사람 눈치 볼 일이 구조적으로 없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시끄럽고, 생각보다 빠르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냄새보다 소리다. 후드가 천장에서 체인으로 매달려 웅웅 돌아가고, 그 아래 카운터가 일렬로 쭉 이어진다. 벽은 흰 타일에 노출 콘크리트, 한쪽엔 산토리 생맥주 포스터가 붙어 있고 소 얼굴 그림 액자 두 개가 걸려 있다. 카운터 칸막이엔 YAKINIKU LIKE!! TASTY, QUICK, VALUE라는 로고가 박혀 있는데, 그 세 단어가 이 가게의 전부라고 봐도 된다.

내가 갔을 땐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많았다. 캡모자 쓴 남자가 내 왼쪽에서 묵묵히 굽고 있었고, 직원 티셔츠 등판엔 'TEAM YAKINIKU LIKE'가 찍혀 있었다. 물은 셀프, 종이컵도 셀프. 자리에 앉으면 태블릿 하나 주고 끝이다. 말 한마디 안 하고 먹고 나올 수 있다.
주문한 것 — 영수증에 찍힌 금액 그대로
내가 시킨 조합은 이랬다. 와규 컷 스테이크 세트, 하라미(안창살) 중(中), 계란간장밥(TKG 계란밥), 생맥주 잔. 영수증 합계가 2,790엔이었다. 항목별로 1,610엔 / 380엔 / 210엔 / 800엔 정도가 찍혀 있었고, 소금 다레와 매운 다레는 무료로 받았다.

밥그릇엔 김 채와 다진 파가 올라가 있고, 국은 맑은 소고기 국물에 참깨가 떠 있다. 김치는 작은 종지에 딱 한 젓가락. 소스는 칸이 나뉜 사각 접시에 간장 베이스 다레와 붉은 매운 다레를 각각 짜서 쓴다. 처음 오면 이 소스 접시를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하라미는 매운 다레에 찍었을 때가 확실히 낫다.

숯불 화로 하나가 온전히 내 것
이 집의 핵심은 자리마다 박힌 작은 숯 화로다. 스테인리스 틀에 '焼肉ライク TASTY! QUICK! VALUE!'가 각인돼 있고, 그 안에 손바닥만 한 그릴망이 깔려 있다. 불이 상당히 세다. 얇은 고기는 30초만 방심해도 가장자리가 말려 올라간다.

양파는 고기보다 먼저 올려두는 편이 낫다. 가장자리가 투명해지면서 단맛이 올라오는데, 그 위에 하라미를 얹어 굽는 게 내 방식이다.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서 불이 훅 솟구치니까 팔은 좀 뒤로 빼는 게 좋다.


세트에 딸려 나온 와규 한 점은 결이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이 눈으로 보인다. 이건 오래 구울 물건이 아니다. 올리자마자 기름이 녹으면서 불길이 올라오고, 한 번 뒤집으면 끝이다.



다 익은 와규를 집어 들었을 때가 제일 좋았다. 겉은 격자무늬로 눌린 자국이 나고, 가장자리 지방은 캐러멜색으로 오그라들어 있다. 소금만 살짝 찍어서 밥 없이 그냥 씹었다. 육즙이 앞니에서 터지는 느낌, 그거 하나 때문에 이 가게에 오는 거다.

위치와 가는 법
시부야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지도상 좌표는 아래에 찍어뒀는데, 시부야는 골목이 층층이 얽혀 있고 같은 브랜드 지점이 도쿄 안에 여러 개라 구글맵 검색만 믿고 가다 보면 엉뚱한 지점으로 빠지기 쉽다. 좌표를 직접 찍고 움직이는 편이 빠르다.
저녁 7~8시대는 자리가 거의 다 찼다. 다만 회전이 빠르다. 굽고 먹는 데 20분이면 끝나는 구조라 줄이 있어도 오래 서 있지는 않았다. 영업시간과 정확한 가격은 지점마다 다르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싸다고 생각하면 지는 게임
여기서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야키니쿠 라이크는 혼자 아무 눈치 안 보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좋은 집이다. 카운터 앞에 앉아 내 화로에 내 속도로 굽는 동안 누구도 말 걸지 않는다. 한국식 고깃집에서 혼자 2인분 시켜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구조가 얼마나 편한지 안다.
문제는 가격 감각이다. 메뉴판 첫 화면에 보이는 세트 가격만 보면 "어? 싸네"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태블릿으로 추가 주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다. 고기가 얇아서 금방 없어지고, 없어지면 하나 더 누르고, 맥주 한 잔 더 누르고, 밥 곱빼기 누르고. 나도 그렇게 하다가 2,790엔이 찍혔다. 하라미 하나 380엔, 맥주 800엔 같은 숫자는 하나씩 보면 우습지만 세 번 네 번 쌓이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 들어가기 전에 상한선을 정해두면 좋다. 나는 다음번엔 2,000엔으로 끊기로 했다.
- 맥주 한 잔이 하라미 두 접시 값이다. 술을 넣을 거면 고기를 줄이는 계산이 필요하다.
- 얇은 고기 여러 접시보다 와규 세트 하나에 밥을 붙이는 쪽이 만족도가 높았다.
- 계란간장밥은 210엔 정도로 저렴한데 배를 확실히 채워준다. 고기 추가 대신 이걸 먼저 시켜보길.
아쉬웠던 점도 있다. 화로가 작아서 고기와 양파를 동시에 올리면 자리가 모자란다. 그리고 배기가 잘 되는 편인데도 옷에 냄새는 남는다. 다음 일정이 있는 날이라면 겉옷은 벗어두는 게 낫다. 그래도 시부야에서 혼자 30분 만에 숯불에 구운 고기를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계산대에서 영수증 받아 들고 나오면서, 다음엔 하라미 추가 버튼을 두 번만 누르자고 혼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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