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익스프레스 없이 갔다가 반나절을 줄에서 보낸 날

오사카 사쿠라지마역에서 내려 유니버설 시티워크를 지나 걷는 5분 남짓. 그 길에서부터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다. 평일 오전인데 앞뒤로 사람이 끊기지 않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은 오사카만 매립지 위에 있어서 바람이 훅 들어오는데, 그날은 겨울치고 하늘이 말도 안 되게 파랬다. 패딩 입은 사람과 얇게 입은 사람…

오사카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오사카 사쿠라지마역에서 내려 유니버설 시티워크를 지나 걷는 5분 남짓. 그 길에서부터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다. 평일 오전인데 앞뒤로 사람이 끊기지 않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은 오사카만 매립지 위에 있어서 바람이 훅 들어오는데, 그날은 겨울치고 하늘이 말도 안 되게 파랬다. 패딩 입은 사람과 얇게 입은 사람이 반반이었고, 나는 후자였다가 저녁에 후회했다.

파란 하늘 아래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치형 정문으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왼쪽에 롤러코스터 루프 구조물이 보이는 광장
광장 왼쪽으로 보이는 흰 루프가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 캐리어 끌고 바로 입장하는 사람도 꽤 있다.

티켓 부스 앞에서 이미 게임은 끝나 있었다

정문 왼쪽 TICKETS 부스. 머리 위엔 "ANNUAL PASS NOW ON SALE / 年間パス好評発売中" 현수막이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줄이 세 갈래쯤 갈라져 있었다. 미니언 머리띠 쓴 사람, 손에 휴대폰 들고 QR 띄워둔 사람, 앞사람 등만 보고 서 있는 사람. 여기서 표를 사려면 최소 30분은 잡아야 한다는 게 그 자리에 서서 든 생각이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TICKETS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붉은 연간패스 판매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평일 오전 매표소 앞. 노란 미니언 머리띠가 곳곳에 보인다.

전광판에 뜬 가격은 이랬다. 1데이 스튜디오 패스 어른 ¥8,600 / 어린이 ¥5,600, 1.5데이 어른 ¥13,100, 2데이 어른 ¥16,300. 오후 3시 이후 들어가는 트와일라잇 패스는 어른 ¥6,000, 어린이 ¥3,900. 시니어 1데이가 ¥7,700. 연간패스는 스탠다드 ¥28,800, 프라임 ¥20,000, 그랑로열 ¥48,800까지 올라간다. USJ 입장권은 날짜별 변동 가격이라 성수기엔 이보다 오른다. 아래 표는 내가 간 날 전광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 참고만 하시라.

TICKETS 매표소 위 전광판에 1데이 스튜디오 패스 어른 8600엔 등 입장권 가격이 표시된 화면
방문 당일 전광판 가격. 세금 포함(税込) 표기다.
권종어른어린이
1데이 스튜디오 패스¥8,600¥5,600
1.5데이 스튜디오 패스¥13,100¥8,600
2데이 스튜디오 패스¥16,300¥10,600
트와일라잇 패스¥6,000¥3,900

익스프레스 티켓은 무조건 미리 사라 — 현장은 이미 매진이다

사람이 정말, 정말 많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옆 전광판에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목록이 떠 있었는데 익스프레스 7(플라잉 다이너소어 & 쥬라기 공원), 익스프레스 7(리미티드 & 버라이어티), 익스프레스 4(미니언 해치메차 라이드), 익스프레스 4(플라잉 다이너소어), 익스프레스 4(버라이어티 초이스) — 다섯 줄 전부 붉은 글씨로 売切れ(SOLD OUT)이었다. 한 줄도 남지 않았다. 뒤에 서 있던 한국인 가족이 "여기서 사면 되는 거 아니었어?" 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고, 나도 속으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유니버설 익스프레스 전광판에 익스프레스 7과 4 종류가 모두 붉은색 SOLD OUT 표시로 매진된 화면
익스프레스 다섯 종류 전부 売切れ. 현장 구매를 믿으면 이렇게 된다.

VIP 익스페리언스도 똑같았다. 슈퍼 닌텐도 월드 코스가 10:00 / 10:30 / 13:00 / 15:00 / 15:30 다섯 회차인데, 그 다섯 개가 나란히 SOLD OUT. 이건 몇 시간 일찍 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온라인에서 며칠 전에 팔려나간 물량이다.

유니버설 VIP 익스페리언스 슈퍼 닌텐도 월드 회차가 10시부터 15시 30분까지 모두 SOLD OUT으로 표시된 전광판
VIP 익스페리언스 다섯 회차도 전멸.

그래서 정리하면 이렇다. USJ에 가기로 날짜를 잡은 순간, 그날 바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어트랙션 운영과 판매 상황은 예고 없이 바뀐다고 전광판 하단에도 적혀 있으니, 회차나 가격은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시길.

위치와 가는 법

파크는 오사카시 고노하나구, JR 유메사키선 유니버설시티역 바로 앞이다. 오사카역에서 JR 오사카칸조선을 타고 니시쿠조역에서 유메사키선으로 갈아타면 20분 안쪽. 난바 쪽에서 출발하면 환승이 한 번 더 붙는다. 역에서 나오면 유니버설 시티워크 상가 사이로 사람 흐름만 따라가면 되고, 개찰구에서 정문 게이트까지 도보 5분쯤 걸린다. 개장 전에 도착하려면 첫차급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파크 앞 오피셜 호텔에 묵으면 이 싸움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게이트를 통과하면 바로 나오는 게 그 유명한 유니버설 지구본이다. 사진 찍는 줄이 또 있다. 나는 정면 자리를 포기하고 야자수 그늘 쪽에서 비스듬히 찍었는데, 오히려 하늘이 더 넓게 들어와서 마음에 들었다. 오른쪽 담쟁이 벽 앞이 사람이 덜 몰린다.

파란 하늘 아래 회전하는 유니버설 지구본 조형물과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왼쪽에 일본 국기와 미니언 깃발
입장 직후의 유니버설 지구본. 왼쪽 깃대에 미니언 깃발과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겨울에 쥬라기 공원 보트를 탄다는 것

익스프레스가 없으니 결국 대기줄 정공법이었다. 쥬라기 공원 더 라이드는 보트를 타고 정글을 돌다가 마지막에 급강하로 떨어지는 어트랙션인데, 배에 앉기 직전에야 앞줄 사람들이 왜 다들 비닐 판초를 입고 있는지 이해했다. 겨울에 젖으면 그 뒤 반나절이 고통이다. 판초는 파크 안에서 판매하고, 편의점 우비를 미리 챙겨가는 사람도 많다. 내 앞자리 두 분은 비닐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고, 나는 맨몸으로 앉았다가 마지막 낙하에서 왼쪽 어깨가 그대로 젖었다.

쥬라기 공원 간판 아래를 지나는 빨간 보트에서 비닐 판초를 입은 탑승객들의 뒷모습과 야자수 정글 풍경
보트가 JURASSIC PARK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판초를 입은 사람과 안 입은 사람이 이때 갈린다.

낙하 구간에서 자동으로 찍히는 라이드 사진은 출구 쪽 모니터에 뜬다. USJ-14호 보트, 화면 가득 물보라. 앞줄에 앉은 빨강·파랑·분홍 점퍼를 입은 아이들이 제일 신나 보였고, 뒷줄 어른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유료 구매인데 화면으로 보고 그냥 지나가도 된다. 나는 모니터만 한 장 찍고 나왔다.

쥬라기 공원 라이드 급강하 순간을 담은 USJ-14 보트 기념사진이 모니터 화면에 표시된 모습
출구 모니터에 뜬 라이드 사진. 워터마크가 촘촘하게 깔려 있다.

죠스 구역에서 먹은 늦은 점심

줄만 서다 보니 점심시간을 놓쳤고, 두 시가 넘어서야 죠스 구역 매장에 앉았다. 상어 입이 벌어진 종이 박스에 감자튀김을 깔고 그 위에 랩으로 싼 샌드위치와 버거를 올려주는 세트다. 번 위에는 상어가 물을 튀기며 튀어오르는 그림이 인두로 찍혀 있었다. 파란 포장지에도 상어가 잔뜩 그려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맛은 평범한 테마파크 음식이다. 튀김옷 입힌 생선 패티는 겉은 바삭했는데 속은 미지근했고, 감자튀김은 짜다기보다 심심한 쪽. 그래도 이 박스는 사진값을 한다. 파란 젤리 같은 음료와 다양한 색 컵이 트레이에 늘어선 걸 위에서 내려다보는 순간, 아까 줄에서 상한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가격은 세트 구성에 따라 달라지니 매장 메뉴판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상어 입 모양 종이 박스에 담긴 감자튀김과 파란 상어 무늬 포장지에 싼 샌드위치, 상어 그림이 찍힌 버거 번과 음료 컵들
죠스 구역의 상어 박스 세트. 번에 찍힌 상어 인두 자국이 포인트.

해 질 무렵, 하늘을 나는 스누피

하루 종일 줄에서 시달리다가 마지막에 유니버설 원더랜드 쪽으로 넘어갔다. 스누피가 우주선처럼 하늘로 뻗어나가는 라이드가 있는데, 해가 지면서 하늘이 옅은 회청색으로 바뀌는 시간대에 조명이 하나둘 들어왔다. 파란 점퍼를 입은 아이가 스누피 등에 올라타 웃으면서 지나갔다. 어른 키에서 올려다보면 스누피 코가 거의 얼굴 앞까지 온다. 저 뒤로 오사카 시내 아파트 실루엣이 겹쳐 보이는 게, 여기가 결국 도심 매립지 위 놀이공원이라는 걸 새삼 알려줬다.

해 질 무렵 하늘을 나는 대형 스누피 조형물 라이드와 그 위에 탄 파란 점퍼 차림의 아이, 뒤로 오사카 시내 건물이 보이는 풍경
유니버설 원더랜드의 스누피 라이드. 해 질 녘이 가장 예쁘다.

다음에 간다면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면 실제로 탄 어트랙션은 손에 꼽는다. 나머지 시간은 줄과 이동에 썼다. 아쉬웠던 건 스릴 라이드를 못 탄 게 아니라, 파크 안 골목이나 퍼레이드를 여유롭게 볼 시간이 없었다는 쪽이다.

그래도 스누피 앞에서 아이가 웃던 장면 하나로 그날 하루가 나쁘지 않게 남았다. 다음엔 익스프레스를 손에 쥐고, 줄 대신 골목을 보러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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