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 유니콘 건담, 변신 쇼 시간 맞춰 가서 본 겨울 오후 기록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DiverCity Tokyo Plaza) 앞 광장에 실물 크기 유니콘 건담이 서 있다. 1월 초의 평일 오후였는데 하늘이 말도 안 되게 파랬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대신 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들어와서, 광장에 20분쯤 서 있으니 손가락 끝이 굳었다. 겨울에 이걸 보러 갈…
도쿄 ·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 유니콘 건담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DiverCity Tokyo Plaza) 앞 광장에 실물 크기 유니콘 건담이 서 있다. 1월 초의 평일 오후였는데 하늘이 말도 안 되게 파랬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대신 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들어와서, 광장에 20분쯤 서 있으니 손가락 끝이 굳었다. 겨울에 이걸 보러 갈 사람은 장갑을 챙기는 게 좋다. 광장이 넓고 그늘이 없어서 바람을 막아줄 게 아무것도 없다.
가는 법 — 유리카모메냐 린카이선이냐
오다이바는 전철 두 개가 다르게 들어온다. 유리카모메를 타면 다이바역이나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에 더 가까운 도쿄국제크루즈터미널역 쪽, 린카이선이면 도쿄텔레포트역에서 내려 걷는다. 나는 도쿄텔레포트역에서 내려 5분쯤 걸었다. 아래 사진의 하얀 사장교와 그 아래 유리 지붕 통로가 역과 상업지구를 잇는 구간인데, 겨울 오후엔 이 통로 안이 바람이 없어서 훨씬 낫다. 왼쪽 뒤로 SUNTORY 간판이 붙은 사옥이 보인다.
지도의 핀이 건담이 서 있는 광장 자리다. 다이버시티 건물 정면(페스티벌 광장)에 있어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 그냥 볼 수 있다. 입장료도 없고 줄도 없다.
멀리서 머리부터 보인다
보행로를 따라 걸어오면 건담 전체가 아니라 머리와 어깨만 먼저 나무 위로 삐죽 올라온다. 이 각도가 은근히 좋다. 처음 오는 사람은 몰의 정문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조금 돌아서 이쪽 데크로 걸으면 "어, 저기 있네" 하는 순간이 한 번 더 생긴다.
유니콘 모드 → 디스트로이 모드, 쇼 시간 맞춰 가면 본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이야기. 이 건담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조형물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변신 연출을 한다. 시간을 모르고 가면 뿔이 하나로 닫힌 유니콘 모드만 보고 돌아오게 된다. 아래 사진이 변신 전 상태다. 머리 위 뿔이 한 개, 장갑이 전부 닫혀 있고 색도 순백이다.
연출이 시작되면 머리 뿔이 V자로 쫙 갈라지고, 전신 장갑 틈이 벌어지면서 사이코프레임 라인이 드러난다. 소리도 같이 나온다. 어깨 위 스피커에서 음악이 깔리고 관절 구동음이 겹치는데, 광장 전체가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래는 다리 사이로 붙어서 올려다본 컷이다. 갈라진 두 개의 뿔이 보인다.
구체적인 상연 시각은 시즌마다 바뀌니 현장 안내판이나 다이버시티 공식 안내를 그날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도착해서 우연히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맞춰 가야 보는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몰 안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시작 5분 전에는 이미 발판 앞 좋은 자리가 다 찼다. 전신을 넣고 싶으면 뒤로 물러나야 하고, 앞에서는 광각으로도 다 안 담긴다.
발밑에는 시즌 장식이 따로 서 있었다. 내가 갔을 땐 'MOBILE SUIT GUNDAM 45TH', 'WINTER 2024-2025'라고 적힌 달·행성 조형과 액자 네 개가 놓여 있었다. 뒤로 H&M과 아디다스 간판이 같이 잡히는 게 이 광장의 묘한 지점이다. 거대 로봇과 SPA 브랜드 간판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경찰이 나와 있기도 하다. 이날은 경시청 순찰차가 광장 한쪽에 서 있고, 완장 찬 인원이 동선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통제가 심한 분위기는 아니고, 유모차 끌고 온 가족들이 다리 사이로 자유롭게 지나다녔다.
몰 안 — 원피스 매장에서 한 번 붙잡힌다
바깥에서 얼어서 몰 안으로 들어갔다가 원피스 관련 매장에서 발이 묶였다. 하늘색 벽에 밀짚모자가 줄줄이 매달려 있고, 가운데에 기어5 루피 실물대 피규어가 웃으며 앉아 있다. 앞에 '만지지 마세요' 표지가 붙어 있으니 촬영만 하자. 옆 매대에는 캐릭터 얼굴 오테다마와 자잘한 굿즈가 색깔별로 깔려 있어서, 원피스에 관심 없는 일행도 한참 구경했다.
출출하면 몰 안 푸드코트로 — 튀김덮밥이 물건이다
오다이바 관광지 물가를 생각하면 여기 푸드코트는 꽤 착하다. 몰 안쪽에 넓은 푸드코트가 있고, 트레이 반납구까지 있는 흔한 형태인데 음식 수준이 흔하지 않다. 나는 튀김덮밥을 시켰다. 사발이 안 보일 정도로 튀김이 쌓여 나오는데, 새우 두 마리에 호박·연근 같은 채소, 그리고 사발 밖으로 길게 넘어가는 장어 튀김이 올라간다. 이 길쭉한 장어 튀김이 진짜 물건이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바삭하게 부서지는데 속은 물컹하지 않고 결이 살아 있다. 튀김덮밥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기 마련인데, 받자마자 먹으니 아직 기름 소리가 났다.
세트로 받으면 절임 반찬 한 접시와 음료가 같이 나온다. 나는 멜론소다를 골랐는데, 형광에 가까운 초록색이 나와서 웃었다. 튀김 기름기를 씻어내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트레이에 조미료 봉지와 젓가락까지 다 얹어 주고, 다 먹은 트레이와 그릇은 '트레이·식기는 각 점포 반납구로 돌려주세요' 안내대로 직접 반납하면 된다. 계산 영수증까지 같이 얹혀 나오니 트레이에서 흘리지 말자.
가격표를 따로 찍어두지 못했다. 다만 도심 백화점 식당가에서 비슷한 구성을 먹었을 때보다 확실히 쌌고, 관광지 한복판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 그랬다. 정확한 금액은 현장 메뉴판 확인을 권한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한다
- 변신 연출 시간부터 확인하고 역순으로 일정을 짠다. 시간을 모르면 서 있는 조형물만 보고 온다.
- 겨울이면 장갑·모자 필수. 광장에 바람 막을 것이 하나도 없다.
- 전신 사진은 뒤로 크게 물러나서, 박력 있는 컷은 다리 사이에서 올려다보며. 두 장 다 찍는 게 낫다.
- 연출 전후로 시간이 뜨면 몰 안에서 때우고, 배 고프면 푸드코트로 간다. 튀김덮밥 장어 먼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데크를 지나며 뒤를 봤는데, 해가 낮아지면서 하얀 장갑에 주황빛이 얹혀 있었다. 낮에 본 것과 색이 완전히 달랐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낮 한 번, 해질 무렵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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