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츠키지 타마스시에서 주도로 두 점, 대낮에 4천 엔 쓰고 나온 기록

도쿄에서 초밥집을 고를 때 나는 늘 같은 고민을 한다. 카운터에 앉아 오마카세로 2만 엔을 쓸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잘하는 집에서 3천 엔대로 끝낼 것인가. 이번엔 후자를 골랐고, 그래서 들어간 곳이 츠키지 타마스시(築地玉寿司)다. 츠키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집은 도쿄 시내 여러 곳에 지점이 있고, 내가 앉았던…

도쿄 · 츠키지 타마스시

도쿄에서 초밥집을 고를 때 나는 늘 같은 고민을 한다. 카운터에 앉아 오마카세로 2만 엔을 쓸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잘하는 집에서 3천 엔대로 끝낼 것인가. 이번엔 후자를 골랐고, 그래서 들어간 곳이 츠키지 타마스시(築地玉寿司)다. 츠키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집은 도쿄 시내 여러 곳에 지점이 있고, 내가 앉았던 자리는 신주쿠 쪽이었다. 지도 핀도 그쪽에 찍힌다. 츠키지 장외시장 골목까지 걸어갈 생각으로 이 글을 읽는다면 지점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입구 메뉴판 앞에서 5분

가게 문 앞에 라이트박스 메뉴판이 세 개 걸려 있다. 일본 식당 특유의, 사진이 실물보다 딱 20퍼센트쯤 화려한 그 간판이다. 여기서 시간을 좀 썼다. 낮 인기 메뉴로 걸린 게 七福にぎり(시치후쿠 니기리) 2,700엔, 築地特撰にぎり(츠키지 톡센 니기리) 3,500엔. 둘 다 국물과 차왕무시, 식전 초가 딸린다고 적혀 있다. 왼쪽 이젤에 따로 세워둔 점심 한정 築地海鮮ばらちらし는 2,000엔.

중요한 건 가격 옆에 붙은 +税 세 글자다. 표시가는 전부 세금 별도라 실제 계산서는 10퍼센트가 더 붙는다. 3,500엔짜리 세트가 3,850엔이 되는 식이다. 일본 식당 가격표를 눈으로만 훑고 예산을 잡으면 계산할 때 살짝 당황한다. 아래쪽 큰 메뉴판에는 사시미 모둠(特撰刺盛 4,000엔, おまかせ刺身盛 2,500엔), 스시야의 단품 요리가 500엔부터, 데마키 한 개 200엔대, 생맥주와 하이볼·하이사와 500엔대, 에비스 병맥주 700엔대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술 한 잔 곁들여도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구성이다. 메뉴판 한가운데 「築地 大正十三年創業」이라고 적혀 있다. 다이쇼 13년, 그러니까 1924년 창업이라는 뜻이다.

가게 입구에 걸린 라이트박스 메뉴판. 七福にぎり 2,700엔, 築地特撰にぎり 3,500엔, 왼쪽 이젤에 築地海鮮ばらちらし 2,000엔 안내가 보인다
입구 메뉴판. 가격 옆 '+税' 표기를 꼭 보고 예산을 잡을 것.

벽 한 면을 채운 옛 츠키지 흑백 사진

안으로 들어가면 벽 한 면이 액자로 빼곡하다. 크기도 액자 틀도 제각각인데, 내용은 하나로 묶인다. 옛 츠키지 시장 사진이다. 얼음 위에 줄지어 누운 참치 몸통,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값을 매기는 중매인들, 경매장 아치형 지붕의 철골, 조개가 산더미로 쌓인 목판. 은색 액자 하나에는 칼 몇 자루만 찍혀 있다.

천장에서 내려온 조명 갓이 스시 밥통(한기리) 모양이다. 나무통에 구리 테를 두른 그 모양 그대로 뒤집어 매달아 놨다. 처음 앉았을 땐 못 알아봤고, 고개를 들었다가 아, 저거 밥통이네 싶었다. 이런 걸 굳이 설명해두지 않는 게 이 집의 태도 같았다. 사진 아래 앉아 있으면 지금 먹는 참치가 어디서 굴러 들어온 물건인지 계속 눈에 밟힌다.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옛 츠키지 시장 흑백 사진 액자들과 스시 밥통 모양의 나무 조명 갓
참치 해체, 경매장, 조개 더미. 액자 사이로 내려온 조명은 스시 밥통 모양이다.

주토로 두 점이 나오는 방식

주문하고 처음 나온 건 게타(나무 받침) 위 참치 두 점이었다. 넓은 나무판 한가운데에 딱 두 점. 옆에는 뚜껑 덮인 차왕무시 종지가 대나무 받침에 올라와 있고, 간장 종지와 검은 젓가락이 놓였다. 접시가 비어 보일 만큼 여백이 크다. 이렇게 내면 두 점이 커 보인다. 실제로도 밥알 뭉치보다 생선이 한참 크게 덮였다.

나무 게타 위에 놓인 참치 니기리 두 점과 그 뒤의 뚜껑 덮인 차왕무시 종지, 간장 종지, 아이스티 잔
첫 접시. 넓은 나무판에 두 점만 올려 낸다.

가까이서 보면 살결이 보인다. 붉은 아카미와 흰 지방층이 겹쳐진 결이 사선으로 지나가고, 가장자리는 옅은 분홍으로 흐려진다. 주토로다. 표면에 기름이 얇게 올라와 조명을 받으면 번들거린다. 한 점을 통째로 입에 넣으면 처음엔 차가운데, 씹기 전에 이미 아래쪽부터 녹기 시작한다. 밥은 미지근하고 식초가 셌다. 이 집 샤리는 단맛보다 산이 앞에 나온다. 기름진 토로랑 맞추려고 그렇게 잡은 것 같다.

나무 받침 위 참치 주토로 니기리 두 점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 붉은 살과 흰 지방층의 결이 선명하다
붉은 살에 흰 지방이 사선으로 박혔다. 표면이 조명에 번들거린다.

두 점을 다 먹기 전에 한 장 더 찍었다. 뒤쪽으로 같은 무늬의 차왕무시 종지 대여섯 개가 줄지어 서 있는 게 보인다. 일행이 여럿이었고, 세트마다 하나씩 따라 나온 것이다. 뜨거운 차왕무시는 초밥이 나오기 전에 먼저 먹는 게 낫다. 나는 사진 찍느라 미적거리다 미지근해진 걸 떠먹었다. 다음엔 뚜껑부터 열 생각이다.

참치 니기리 두 점 뒤로 같은 무늬의 차왕무시 종지 여러 개가 줄지어 놓인 테이블 풍경
뒤에 줄지어 선 차왕무시. 식기 전에 먼저 먹는 게 맞다.

모둠 한 접시 — 성게와 대구알이 들어간다

세트로 나온 모둠은 길쭉한 흑갈색 도자기 접시에 사선으로 깔려 나왔다. 왼쪽 아래부터 대뱃살로 보이는 토로, 흰살(방어나 광어 쪽), 참치 붉은살, 시메사바처럼 등껍질 무늬가 남은 고등어, 붉게 절인 즈케 참치, 삶은 새우. 오른쪽 아래로는 김을 두른 대구알, 붉은살 조개(홋키가이나 아카가이 계열), 김으로 만 우니와 이쿠라 군함, 그리고 아나고가 한 점.

여기서 이 세트의 값어치가 드러난다. 3천 엔대 점심 세트에 우니와 이쿠라 군함이 각각 한 점씩 들어가는 구성은 흔치 않다. 우니는 알갱이가 뭉개지지 않고 서 있었고, 비린내 대신 단맛이 먼저 왔다. 아쉬웠던 건 고등어다. 초에 절인 정도가 내 기준에는 약했고, 생강을 조금 올려 먹으니 그제야 균형이 맞았다. 오른쪽 끝에 얹힌 생강(가리)은 넉넉하게 준다.

길쭉한 흑갈색 접시에 사선으로 놓인 초밥 모둠. 토로, 흰살, 고등어, 즈케 참치, 삶은 새우, 대구알, 붉은 조개, 우니 군함, 이쿠라 군함, 아나고가 보인다
우니와 이쿠라 군함이 각각 한 점씩. 오른쪽 끝 생강은 넉넉하다.

초밥집에서 시킨 튀김과 그라탕

초밥만 먹기엔 일행 중에 날생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단품을 두 개 붙였다. 새우튀김은 흰 사각 접시에 철망을 깔고 그 위에 세워서 냈다. 튀김옷이 얇고 흩날리듯 붙어 있어서 젓가락으로 집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꼬리를 위로 세워 담아 놓은 게 식으면서 눅눅해지는 걸 막으려는 배치 같다. 소금이 따로 나오진 않았고 옆 종지의 간장에 찍어 먹었다.

흰 사각 접시 위 철망에 꼬리를 세워 담은 새우튀김 세 마리. 뒤쪽에 초밥 접시와 아이스티가 놓여 있다
철망 위에 세워 담은 새우튀김. 튀김옷이 얇게 흩날리듯 붙었다.

두 번째로 시킨 해물 그라탕이 의외의 물건이었다. 도자기 그릇째 나무 받침에 올려 나오는데, 치즈가 위까지 완전히 덮여 군데군데 갈색으로 탔고 가운데에 파래가루가 한 무더기 뿌려져 있다. 김이 나는 상태로 나온다. 숟가락을 넣으면 아래에서 오징어 조각과 새우가 올라온다. 초밥집에서 이걸 왜 시켰나 싶었는데, 회를 못 먹는 사람이 결국 이 그릇만 붙잡고 있었다. 다만 초밥과 번갈아 먹으니 입안이 무거워졌다. 순서를 나눠 먹는 게 낫다.

나무 받침에 올린 도자기 그릇의 해물 그라탕. 치즈가 갈색으로 그을렸고 가운데 파래가루가 뿌려져 있다
치즈 아래에서 오징어와 새우가 올라온다. 초밥과 번갈아 먹으면 물린다.

차, 그리고 한국어 라벨이 붙은 병

초밥집 아가리(뜨거운 차)는 두꺼운 도기 잔에 넉넉히 준다. 색이 진한 호지차 계열이고, 기름진 토로 먹고 한 모금 넘기면 입안이 정리된다. 잔을 찍다가 뒤에 세워둔 병에 한글이 보였다. 「유자 드레싱」이라고 적힌 라벨이다. 일본 가게 테이블에서 한국어 라벨 조미료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 잠깐 들여다봤다. 유자 드레싱이 초밥과 무슨 관계인지는 끝내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가면 물어볼 목록에 적어뒀다.

두꺼운 도기 잔에 담긴 진한 색 차를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뒤쪽에 '유자 드레싱'이라는 한글 라벨이 붙은 병이 세워져 있다
차잔 뒤로 한글 '유자 드레싱' 라벨이 보인다.

위치와 실전 정보

내가 앉았던 지점의 좌표는 아래 지도에 찍힌 자리다. 신주쿠 역 동쪽 반경 안이고, 역에서 도보로 닿는 거리다. 타마스시는 지점이 여럿이라 검색할 때 「築地玉寿司 + 지점명」으로 찾아야 헤매지 않는다. 백화점이나 상업시설 안에 들어간 지점은 그 건물 영업시간을 따라가니, 늦은 저녁을 노린다면 마감 시간을 따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가기 전에 정리해두면 좋을 것들:

도쿄에서 초밥에 2만 엔을 쓸 여유가 없을 때, 이 정도 접시를 3천 엔대에 앉아서 받는다는 게 이 집의 쓸모다. 카운터에서 장인이 한 점씩 쥐어주는 그 긴장감은 없다. 대신 벽에 걸린 1920년대 츠키지 사진을 보면서, 옆자리 일행이 그라탕을 퍼먹는 걸 보면서, 편하게 배를 채우고 나올 수 있다. 나는 그날 그게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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