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골목 이자카야에서 꼬치 열두 개, 도쿄 로바타토 오덴 코로나기라이 신주쿠텐의 저녁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 쪽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간판 불빛이 갑자기 촘촘해진다. 로바타토 오덴 코로나기라이 신주쿠텐은 그런 골목에 있는 이자카야다.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어 들어갔는데 이미 자리는 반 이상 차 있었고, 넷이 앉을 자리를 받으려면 십 분쯤 서서 기다려야 했다. 동남아를 오래 돌다 오랜만에…

도쿄 · 로바타토 오덴 코로나기라이 신주쿠텐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 쪽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간판 불빛이 갑자기 촘촘해진다. 로바타토 오덴 코로나기라이 신주쿠텐은 그런 골목에 있는 이자카야다.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어 들어갔는데 이미 자리는 반 이상 차 있었고, 넷이 앉을 자리를 받으려면 십 분쯤 서서 기다려야 했다. 동남아를 오래 돌다 오랜만에 일본에 오니 제일 먼저 체감되는 게 소리다. 방콕이나 하노이 식당의 왁자한 소음과 달리, 여기는 사람이 꽉 차 있는데도 소리가 낮게 깔린다. 잔 부딪히는 소리와 숯불 위 기름 떨어지는 소리가 따로 들릴 정도로.

일단 나마비루부터

자리에 앉자마자 시킨 건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잔에 인쇄된 팔각 로고가 거품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오늘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신주쿠의 여름 저녁은 습하다. 에어컨 아래 앉아 마시는 첫 잔의 온도 차가, 사실 이 집 음식보다 먼저 기억에 남았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로고가 찍힌 유리잔에 거품이 두껍게 얹힌 생맥주, 나무 테이블 위 나무젓가락과 메뉴판
첫 잔. 거품이 잔 위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두껍게 나왔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처음 앉는 사람이 당황하는 부분이 오토시(お通し)다. 시키지도 않은 작은 안주가 나오고 그게 계산서에 자릿세처럼 붙는다. 사진에도 테이블 구석에 자잘한 접시들이 계속 쌓여 있는데, 이게 다 청구된다고 보면 된다. 가격은 가게마다 다르니 계산서를 받아보고 확인하는 게 맞다.

꼬치는 두세 개씩 나눠 시켜라

이 집은 로바타야키와 오뎅을 같이 하는 곳이라 메뉴판이 두 갈래로 나뉜다. 우리는 일단 야키토리 쪽부터 갔다. 처음 나온 건 검은 각접시에 담긴 모듬 꼬치였다. 왼쪽부터 파와 함께 꿴 네기마, 가운데 짙은 자주색이 도는 하츠(염통), 그리고 껍질까지 노릇하게 구운 흰 살 꼬치. 레몬 한 조각이 접시 한가운데 놓여 나온다.

검은 직사각 접시에 담긴 네기마, 염통, 닭 흰살 꼬치와 레몬 한 조각, 옆 흰 접시에는 다 먹고 남은 꼬치 하나
첫 접시. 옆 흰 접시에 이미 하나가 비어 있는 걸 보면 사진 찍기 전에 손이 먼저 갔다.

염통은 소금 간이 세지 않았다. 씹으면 특유의 탄력이 있는데 잡내가 거의 없다. 흰 살 쪽은 껍질 면만 바싹 구워서 표면이 갈색으로 얼룩지고 안쪽은 촉촉하게 남겨뒀다. 레몬을 짜서 먹으라고 주는 건데, 처음 두 개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그대로 먹어보길 권한다. 소금만 친 꼬치의 간을 먼저 알아야 레몬이 뭘 바꾸는지 보인다.

숯불에 구운 닭 꼬치가 담긴 검은 접시 클로즈업, 오른쪽에는 맥주잔을 잡은 손과 젓가락받침
가까이서 보면 껍질 쪽 탄 자국이 고르다. 숯불 위에서 계속 돌려가며 구운 흔적.

야채 꼬치를 빼먹지 마라

일행 넷이 두 번째로 추가 주문을 하면서 테이블이 꽉 찼다. 흰 접시에 레바(간) 두 꼬치, 왼쪽 검은 접시에 다시 하츠와 껍질 꼬치, 그리고 가운데 갈색 접시에 야채 꼬치 넷. 시시토(꽈리고추), 은행, 메추리알, 표고버섯이다.

나무 테이블 위에 네 접시가 놓인 상차림, 시시토와 은행 메추리알 표고버섯 야채 꼬치가 앞쪽 갈색 접시에 담겨 있다
추가 주문이 한꺼번에 도착한 순간. 앞쪽 갈색 접시가 야채 꼬치다.

은행 꼬치는 처음 온 사람이 거의 안 시키는데, 개인적으로 이 집에서 제일 인상 깊었다. 노란 알이 겉은 살짝 쫄깃하고 안은 분처럼 부슬거린다. 쓴맛이 은근히 남아서 맥주랑 궁합이 좋다. 시시토는 복불복이다. 열 개 중 하나쯤 매운 게 섞여 있다고들 하는데, 우리 접시에서도 마지막 하나가 제대로 매웠다. 표고는 기둥을 떼고 갓만 통으로 구워 즙이 그대로 갇혀 있어서, 깨물 때 뜨거운 국물이 튄다. 조심해라. 셔츠에 한 방울 튀었다.

테이블 위 노란 라벨이 붙은 검은 병은 간장 계열 조미료다. 야채 꼬치에 몇 방울 떨어뜨리니 표고 향이 확 올라왔다. 굳이 안 써도 간은 맞지만, 은행에는 아무것도 안 뿌리는 쪽이 낫다.

같은 상차림을 조금 뒤로 물러나 찍은 사진, 오른쪽에는 종이 위에 놓인 하루마키 튀김과 반쯤 남은 맥주잔
오른쪽 종이 위 튀김은 춘권. 꼬치 사이에 하나쯤 섞으면 입이 덜 물린다.

위치와 실제로 도움 되는 것들

신주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신주쿠역은 출구가 200개 넘는 곳이다. 역 안에서 헤매는 시간이 걷는 시간보다 길어질 수 있으니 지상으로 먼저 나온 뒤 지도를 켜는 편이 빠르다. 아래 좌표가 실제로 사진을 찍은 지점이다.

맥주 두 잔에 꼬치 열두 개쯤, 거기에 춘권 하나. 넷이서 두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재촉하는 눈치가 전혀 없었다. 신주쿠 한복판에서 이 정도로 편하게 늘어져 있을 수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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