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공항 국제선 4층 츠루톤탄, 크림 우동 한 그릇에 발이 묶였다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출국 심사 전에 시간이 두 시간쯤 남았다. 4층 에도코지(江戸小路), 목조로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그 층을 걷다가 흰 노렌이 걸린 츠루톤탄(つるとんたん) 앞에서 멈췄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우동집인데, 하네다에도 지점이 있다. 공항 식당은 대충 때우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

도쿄 · 츠루동탄 하네다공항점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출국 심사 전에 시간이 두 시간쯤 남았다. 4층 에도코지(江戸小路), 목조로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그 층을 걷다가 흰 노렌이 걸린 츠루톤탄(つるとんたん) 앞에서 멈췄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우동집인데, 하네다에도 지점이 있다. 공항 식당은 대충 때우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통했다.

목조 처마와 흰 노렌이 걸린 츠루톤탄 하네다공항점 입구, 오른쪽에 하늘색 기모노를 입은 직원이 지나간다
나무 간판에 붓글씨로 '麺匠の心つくし つるとんたん'. 기모노 차림 직원이 오가는 입구.

먼저 쇼윈도부터 본다

입구 옆 유리 진열장에 음식 모형이 두 단으로 놓여 있다. 일본 식당의 이 샘플 문화가 여행자한테는 메뉴판보다 빠르다. 위 칸에 새우 크림 우동, 냄비째 나오는 나베야키 우동, 고기와 무즙이 올라간 커다란 도기 냄비. 아래 칸에는 명란 우동, 앙카케 계란 우동, 붉은 그릇에 유부 한 장이 통째로 덮인 키츠네 우동이 있다. 가격표는 일본식 한자 숫자라 눈에 잘 안 들어오는데, 옆 QR 없이도 모형만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주문이 끝난다.

유리 진열장 두 단에 새우 크림 우동, 나베야키 우동, 명란 우동, 유부 우동 등 음식 모형이 가격표와 함께 놓여 있다
왼쪽 위가 새우 크림 우동. 아래 칸 붉은 그릇의 커다란 유부가 눈에 띈다.

안쪽은 생각보다 넓고, 저녁 시간엔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천장에 대나무를 촘촘히 매달아 늘어뜨린 조명이 홀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사람, 아기를 안은 가족, 정장 차림으로 혼자 앉아 후루룩거리는 직장인이 한 테이블 건너 섞여 있다. 공항 안이라는 걸 잊게 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오히려 공항이라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한 홀에 모인다.

대나무를 촘촘히 늘어뜨린 천장 조명 아래 손님들로 가득 찬 츠루톤탄 홀 내부, 왼쪽에 캐리어가 세워져 있다
저녁 무렵 홀. 캐리어를 옆에 세워둔 채 먹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나무 테이블에 물수건과 젓가락이 놓인다. 봉투마다 가게 로고가 찍혀 있는데, 젓가락 봉투에는 하네다의 '羽' 자를 넣은 붉은 도장이 따로 있다. 하네다점 전용이다. 이런 걸 챙겨 오는 편은 아닌데 이건 한 장 접어서 여권 사이에 넣어 왔다.

나무 테이블 위에 츠루톤탄 로고가 인쇄된 흰 물수건 봉투와 붉은 도장이 찍힌 젓가락 봉투가 놓여 있다
젓가락 봉투 왼쪽 붉은 도장이 하네다점 표시다.

메뉴판이 두꺼운 이유

메뉴판을 펴는 순간 좀 당황했다. 우동 종류가 번호로 매겨져 30개 넘게 이어진다.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가 나란히 붙어 있어서 읽기는 편한데, 고르기가 어렵다. 기본 곤부 우동 880엔, 유부(키츠네) 880엔, 계란 우동 980엔, 미역 980엔. 텐푸라 우동 1,480엔, 스키야키 우동 1,680엔, 여러 고명이 다 올라간 츠루톤 잔마이 1,980엔.

여기서 첫 방문자가 놓치기 쉬운 두 가지가 페이지 맨 위 작은 글씨에 적혀 있다. 하나는 면 양을 1.5배, 2배, 3배까지 추가 요금 없이 늘려준다는 것. 주문할 때 "잇타마한(1.5)" "후타타마(2)"처럼 말하면 된다. 3배까지는 무료라고 적혀 있다. 다른 하나는 면을 가늘게 뽑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안내. 저탄수 로카보 우동으로 바꾸는 옵션도 있는데 이쪽은 +180엔이다.

번호와 4개 국어 설명이 붙은 츠루톤탄 우동 메뉴판 펼침면, 1번 츠루톤 잔마이 1,980엔부터 14번까지 사진과 가격이 나열되어 있다
7번은 '하네다공항점 오리지널 고기 우동' 1,380엔. 여기서만 파는 메뉴다.

7번 자리에 '羽田空港店オリジナル 肉のおうどん' 1,380엔이 있다. 하네다점 한정. 다음에 오면 이걸 먹어보려고 사진을 찍어뒀다.

결국 크림 우동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クリームのおうどん(크림 우동)' 섹션에서 손이 멈췄다. 우동에 크림이라니 처음엔 미심쩍었다. 37번 '새우·닭고기·명란·관자 크림 잔마이 우동' 1,950엔. 그 위 35번 국산 소고기 샤브 카레 우동이 1,780엔이니, 이 집 기준으로 비싼 축에 든다.

메뉴판의 크림 우동 페이지, 37번 새우 닭고기 명란 관자 크림 잔마이 우동 1,950엔 사진이 크게 실려 있다
37번 크림 잔마이 1,950엔. 이 페이지를 보고 마음을 정했다.

나온 그릇을 보고 웃음이 났다. 짙은 회녹색 도기 그릇이 테이블 절반을 먹는다. 뽀얀 크림 국물 위에 명란 한 덩이, 미츠바(세잎나물) 한 줌, 굵게 갈린 후추. 그 사이로 닭고기 덩어리와 관자, 새우가 잠겨 있다. 김이 올라오면서 크림 냄새와 후추 향이 같이 얼굴로 온다.

회녹색 대형 도기 그릇에 담긴 흰 크림 우동, 가운데 명란과 미츠바가 올라가고 닭고기 관자 새우가 국물에 잠겨 있다
테이블에 놓인 순간. 국물이 그릇 끝까지 차 있다.

그릇 크기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손을 올려 재봤다. 손바닥을 쫙 펴도 국물 면적을 다 못 덮는다. 지름이 손 한 뼘 반은 된다. 일행이 "저거 다 먹겠냐"고 했는데, 면 양 자체는 그릇에 비하면 상식적인 수준이다. 그릇이 유난히 클 뿐이다.

크림 우동 그릇 위에 손바닥을 펴서 올려 크기를 비교하는 모습, 손이 그릇 안쪽을 다 덮지 못한다
손을 펴서 대봤다. 그릇 지름이 손 한 뼘 반쯤.

가까이서 보면 재료가 더 잘 보인다. 명란은 갈아서 뭉친 게 아니라 알갱이가 살아 있고, 크림 국물 위에 후추가 점점이 떠 있다. 닭고기는 껍질이 붙은 채 큼직하게 썰려 국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크림 우동을 가까이 찍은 사진, 붉은 명란 알갱이와 초록 미츠바, 닭고기 덩어리와 관자가 뽀얀 국물 위에 보인다
명란 알갱이가 뭉개지지 않고 살아 있다.

먹어본 순서대로

새우부터 건졌다. 껍질을 벗겨 통째로 넣은 것인데, 씹으면 툭 끊기는 탄력이 남아 있다. 크림 국물에 오래 담가둬도 물러지지 않았다.

나무 젓가락으로 크림 국물에서 건져 올린 통새우 클로즈업
새우. 크림에 잠겨 있었는데도 탱탱했다.

관자는 두툼했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무게가 느껴질 정도. 반으로 자르지 않고 통으로 넣어서, 한 입에 넣으면 단맛이 크림하고 겹친다. 이게 이 메뉴에서 제일 좋았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두툼한 관자 한 알, 뒤로 새우와 미츠바가 보인다
관자는 자르지 않고 통으로 들어간다.

닭고기는 껍질이 붙어 있어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나는 크림 국물에는 이 정도 기름기가 있어야 밸런스가 맞는다고 봤는데, 같이 간 사람은 껍질을 발라내고 먹었다.

젓가락으로 집은 껍질 붙은 닭고기 덩어리, 아래로 명란과 관자가 보인다
껍질째 들어간 닭고기. 여기서 취향이 갈렸다.

면은 폭이 넓고 두껍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축 늘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 채 따라 올라온다. 씹으면 겉은 매끈하고 안쪽에 심이 살짝 남아 있다. 크림 국물이 면에 걸쳐 흐르는데, 국물이 되직해서 면을 건질 때마다 뚝뚝 떨어진다. 앞자리 일행은 별도로 시킨 새우튀김을 집어 들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넓고 두꺼운 우동면, 뒤로 일행이 새우튀김을 집고 있다
면이 넓고 두껍다. 들어 올려도 늘어지지 않는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크림 국물은 절반쯤 먹으면 물린다. 명란이 짭짤해서 어느 정도 잡아주긴 하는데, 후반부에는 후추를 더 뿌리거나 물을 자주 마시게 된다. 둘이 가서 크림 하나와 간장 베이스 하나를 시켜 나눠 먹는 게 나았을 거라고, 다 먹고 나서 생각했다. 그리고 국물이 뜨겁다. 도기 그릇이 열을 오래 잡고 있어서 20분쯤 지나도 김이 난다. 비행기 시간 빠듯하게 들어가면 후회한다.

위치와 시간 계산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 4층 에도코지에 있다. 출국 심사를 통과하기 구역이라, 보안 검색 뒤에는 못 간다. 체크인을 마치고 4층으로 올라가서 먹은 다음 내려와 심사를 받는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넉넉하게 잡으면 좋다. 자리를 기다리고, 그릇이 나오고, 뜨거운 국물을 식혀가며 먹는 데 나는 50분쯤 썼다.

영업시간과 정확한 매장 위치는 공항 안내판이나 공식 안내로 현장 확인을 권한다. 공항 매장은 항공편 스케줄에 따라 운영이 바뀌기도 한다.

도쿄에 여러 번 왔지만 공항에서 밥 먹느라 일부러 일찍 나온 건 처음이었다. 다음에도 하네다에서 출국하면 4층에 먼저 올라갈 생각이다. 이번엔 7번을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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