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 니시나카도리, 파란 전구 아래에서 몬자야키 철판을 붙잡고 보낸 저녁

도쿄 주오구 츠키시마. 지하철에서 올라오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훅 들어왔고, 상점가 초입에 서니 좁고 긴 길 양쪽으로 파란 전구가 삼각 지붕마다 얹혀 있었다. 츠키시마 몬자 거리, 정식 이름은 츠키시마 니시나카도리 상점가다. 관광지 특유의 과장된 네온이 아니라, 상점회에서 매년 걸어놓는 그 파란 불빛이 길 끝까지 이어진다.…

도쿄 · 츠키시마 몬자 거리

도쿄 주오구 츠키시마. 지하철에서 올라오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훅 들어왔고, 상점가 초입에 서니 좁고 긴 길 양쪽으로 파란 전구가 삼각 지붕마다 얹혀 있었다. 츠키시마 몬자 거리, 정식 이름은 츠키시마 니시나카도리 상점가다. 관광지 특유의 과장된 네온이 아니라, 상점회에서 매년 걸어놓는 그 파란 불빛이 길 끝까지 이어진다. 뒤로는 유리 타워맨션이 시커멓게 서 있고 앞에는 2층짜리 낡은 몬자집이 줄지어 있는 이 대비가,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서 있을 때 훨씬 이상하고 좋았다.

밤의 츠키시마 몬자 거리, 삼각 지붕마다 파란 전구가 걸려 있고 정장 차림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
저녁 7시쯤. 퇴근한 정장 차림들이 그대로 이 거리로 흘러들어온다.

먼저 걸어야 한다, 골라야 하니까

이 거리에서 처음 오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초입 첫 집에 그냥 들어가는 것이다. 상점가가 생각보다 길다. 끝까지 한 번 걸어보면 같은 몬자집이라도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어떤 집은 유리문 안쪽에 철판 카운터만 놓인 좁은 홀이고, 어떤 집은 나무 격자에 짚등을 매단 제법 갖춘 가게다.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무리가 있는 집은 대개 이유가 있다.

'弐' 글자가 적힌 남색 노렌과 '가네주(かね重)' 간판, 가게 앞 나무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손님들
가게 앞 나무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무리. 저 벤치가 차 있으면 최소 30분은 잡아야 한다.
블루 일루미네이션이 이어지는 츠키시마 상점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흔들린 야경 사진
손이 흔들려 번진 컷인데, 그날 거리의 속도감은 오히려 이쪽이 맞다.

길 중간쯤 오른쪽으로 스기야마 쌀가게(杉山米店) 간판이 크게 보이는 구간이 나온다. 여기가 대략 상점가의 허리다. 이 근처 골목에서 자전거가 계속 나온다. 몬자 거리는 보행자 전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전거가 다니고, 주민들은 속도를 안 줄인다. 길 한가운데서 사진 찍고 있으면 뒤에서 벨이 울린다. 두 번 겪었다.

'杉山米店' 간판과 츠키시마 니시나카도리 상점가 표지,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는 주민, 뒤편에 고층 타워맨션
쌀가게 간판 뒤로 타워맨션. 츠키시마는 이 두 시대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촬영 위치 기준 좌표는 아래 지도 그대로다. 지하철로 온다면 도에이 오에도선·도쿄메트로 유라쿠초선 츠키시마역이 상점가와 바로 붙어 있어서, 개찰구에서 나오면 몇 분 안에 파란 전구 아래로 들어선다. 상점가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니 출구 번호에 따라 초입이 달라진다는 점만 감안하면 된다.

모헤지, 그리고 '하나레의 하나레'

이날 들어간 곳은 모헤지(もへじ)였다. 노렌에 '月島もんじゃ もへじ 本店'이라고 쓰여 있고, 옆에 사람 키만 한 흰 초롱이 걸려 있다. 초롱이 비닐 커버를 쓰고 있는 게 좀 웃겼는데, 비 예보가 있는 날엔 저렇게 씌워둔다.

'月島もんじゃ もへじ 本店' 남색 노렌이 걸린 목조 입구와 커다란 흰 초롱, 옆에 사포로 맥주 박스
모헤지 본점 입구. 영업시간 안내에 11:00~23:00, 푸드 라스트오더 22:00이라고 붙어 있었다.

본점은 이미 예약으로 만석이었다. 입구 대기대에 손글씨로 "이후 시간은 예약으로 만석입니다. 모헤지 하나레, 하나레노하나레 점을 이용해 주세요"라고 붙어 있었다. 같은 브랜드가 이 거리에 본점·하나레(별관)·하나레노하나레(별관의 별관)까지 세 개 있다는 뜻이다. 이름이 농담 같지만 진짜다.

가게 앞 대기 접수대. 'お客様へ 1인 1품 이상 주문, 혼잡 시 2시간제' 안내문과 손글씨로 쓴 예약 만석 안내, 대기자 명단과 볼펜
1인 1품 이상 주문, 혼잡 시 2시간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 안내판은 꼭 읽어야 한다. 1인 1품 이상 주문이 원칙이라 둘이 가서 몬자 하나만 시키는 건 안 된다. 혼잡할 때는 2시간제. 이름을 적어놓고 자리를 비우면 호명했을 때 없는 경우 취소 처리한다는 문구도 함께 붙어 있었다. 대기 걸어놓고 멀리 가면 안 된다는 얘기다.

'もへじ はなれのはなれ' 흰 초롱이 걸린 별관 입구, 남색 노렌과 명물 사진 메뉴판, 붉은 사포로 맥주 상자
'하나레노하나레' 입구. 전 100석, 2층과 3층에도 자리가 있다고 붙어 있다.

결국 별관으로 넘어갔다. 여기 붙은 종이에 전 100석, 2층·3층에도 좌석 있음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본점이 막혀도 이쪽은 회전이 돌아간다. 영업시간은 토·일·공휴일 10:30~23:00, 평일 11:00~23:00, 푸드 L.O. 22:00·드링크 L.O. 22:30으로 안내돼 있었다. 다만 이런 건 바뀌기 쉬우니 현장 게시물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

가게 앞 메뉴판. '명물' 명란모찌 몬자와 해산물 몬자 사진, 옆에 '明治四年創業 since 1871 築地·豊洲仲卸直営' 안내문
명물 두 가지 — 명란모찌 몬자, 해산물 몬자. 오른쪽 판에 1871년 창업, 츠키지·도요스 중도매 직영이라고 적혀 있다.

이 집이 스스로 내세우는 근거가 저 오른쪽 판에 다 있다. 메이지 4년(1871) 창업, 모체가 츠키지·도요스에 중도매상을 두고 있어 매일 아침 생선을 직접 들여온다는 것. 육수는 야키아고·꽁치절·고등어절·가다랑어절·다시마 등 여덟 가지 어패 계열에 닭뼈를 합친다고 써놨다. 몬자 육수를 이렇게까지 설명해놓은 집은 이 거리에서도 흔하지 않다. 메뉴판의 몬자 가격대는 대략 480엔대 기본형부터 1,000엔대 중반까지 폭이 넓었고, 명물 계열이 그중 위쪽이었다.

해산물 몬자 — 재료가 먼저 오고, 굽는 건 내 몫

주문하니 철제 그릇에 재료가 산처럼 쌓여서 나왔다. 채 썬 양배추 위에 새우, 가리비 관자, 조개 관자, 문어 다리, 그리고 맨 위에 오렌지빛 젓갈 같은 것이 올라가 있었다. 익히기 전 상태라 새우가 아직 회색이다. 이 상태를 보면 이 집이 왜 츠키지 직영을 강조하는지 대충 이해가 된다.

철제 그릇에 담긴 해산물 몬자 재료. 채 썬 양배추 위에 생새우, 관자, 문어, 조개가 수북이 올라가 있다
굽기 전. 새우가 아직 회색인 상태로 나온다.

직원이 와서 구워줄 수도 있고, 직접 해도 된다. 순서는 단순하다. 국물을 남기고 건더기만 철판에 올려 주걱 두 개로 잘게 다지듯 볶는다. 양배추 숨이 죽고 해산물이 익으면 가운데를 비워 도넛 모양 둑을 쌓고, 그 안에 남겨둔 국물을 붓는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때 둑을 무너뜨려 전체를 섞는다.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몬자야키 클로즈업. 문어 다리와 새우, 양배추가 갈색 소스에 엉겨 있고 파슬리가 뿌려져 있다
문어 다리 빨판이 그대로 보인다. 이 시점이 가장 냄새가 좋다.

국물이 철판에 닿는 순간 소리가 확 커진다. 다시 냄새가 위로 올라오는데, 가다랑어 계열의 훈연 향이 먼저 오고 그다음에 간장 탄 냄새가 붙는다. 옷에 밴다. 다음 날 코트에서 냄새가 났다. 좋은 옷 입고 갈 자리는 아니다.

주걱으로 몬자야키를 철판 위에 넓게 펴는 손. 반죽이 걸쭉하게 퍼지고 문어 조각이 보인다
넓게 펴서 얇게 굳히는 단계. 여기서 성격이 갈린다.
철판 위 몬자야키를 큰 주걱으로 한쪽으로 밀어 가장자리를 눌러 붙이는 장면, 김이 오르고 있다
가장자리를 눌러 붙이면 그 부분이 과자처럼 바삭해진다.

몬자는 접시에 덜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작은 주걱(하가시)으로 철판에서 직접 긁어 먹는다. 처음 하는 사람은 뜨거워서 주걱째 입에 넣었다가 데는데, 실제로 일행이 첫 입에 아랫입술을 데었다. 주걱으로 눌러 5초쯤 두면 바닥이 살짝 눌어붙으면서 바삭한 껍질이 생긴다. 그 눌은 부분(오코게)이 이 음식의 핵심이다. 질척한 부분만 퍼먹으면 왜 먹는지 모른 채 끝난다.

철판에 얇게 펴져 갈색으로 눌어붙은 몬자야키. 가운데 통새우 한 마리가 붉게 익어 있고 파슬리가 뿌려져 있다
얇게 눌어붙어 반투명해진 구간. 이게 제일 맛있는 부분이다.

오코노미야키도 시켜라, 한 개는

몬자만 두 판 먹으면 물린다. 짜고 끈적한 질감이 계속 이어져서 중간에 다른 걸 끼워야 한다. 여기서 오코노미야키를 하나 넣는 게 맞다. 이 집 오코노미야키는 두께가 있고, 철판에 치즈를 깔고 그 위에 얹는 방식으로도 낸다.

철판 위 두꺼운 오코노미야키에 녹은 흰 치즈가 덮여 흘러내리고, 둘레에 치즈가 주황색으로 바삭하게 구워진 모습
둘레에 눌어붙어 주황색으로 굳은 치즈 테두리. 이 테두리를 주걱으로 떼어 먹는 맛이 있다.
치즈를 덮은 오코노미야키 위에 갈색 소스를 지그재그로 뿌린 모습, 소스가 철판 위로 넓게 퍼져 있다
소스를 얹는 순간. 철판 온도 때문에 소스가 바로 졸아든다.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리고 가쓰오부시를 수북이 올린 오코노미야키가 철판 위에서 김을 내는 모습
가쓰오부시가 열기에 들썩이는 그 장면. 이걸 보려고 오는 사람도 있다.
회색 접시에 옮겨 담은 오코노미야키. 마요네즈와 소스 위에 큼직한 가쓰오부시가 수북이 덮여 있다
접시로 옮긴 뒤. 뒤쪽 철판에 아직 다음 판이 남아 있다.

솔직히 아쉬웠던 것도 적어둔다. 오코노미야키 가운데는 두꺼워서 소스와 마요가 섞이면 다소 밋밋해진다. 가쓰오부시가 워낙 굵게 올라가 향은 좋은데, 몬자를 먼저 먹고 온 입에는 간이 겹친다. 순서를 바꿔 오코노미야키를 먼저 먹고 몬자로 넘어가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다음에 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밤 늦은 츠키시마 상점가. 가게 앞에 파란 스툴이 포개져 있고 벤치가 비어 있으며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 지나간다
가게를 나온 뒤. 대기용 스툴이 이미 포개져 있었다.

나올 때쯤엔 대기 스툴이 벌써 포개져 있었고, 길은 유모차 끄는 주민과 자전거 몇 대만 지나가는 동네로 돌아가 있었다. 파란 전구는 그대로 켜져 있는데 사람은 빠진, 그 몇십 분의 시간대가 이 거리에서 제일 좋았다. 츠키시마는 관광지로 쓰기엔 좁고, 저녁 한 끼 먹고 걸어 나오는 데 쓰기엔 딱 맞다.

이어서 볼 글

  • 아키하바라 주오도리부터 간다강까지, 여러 번 다시 걸어본 도쿄 전자상가 기록

    도쿄 아키하바라는 한 번 와서 다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동네다. 나는 계절을 바꿔가며 여러 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간판이 갈리고 진열장 가격표가 바뀌어 있었다. JR 아키하바라역 전기가(電気街) 출구로 나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요도바시카메라 멀티미디어 Akiba 쪽 통로다. 처음 왔을 때 이 사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도쿄 · 아키하바라
  • 도쿄 니시긴자 찬스센터에서 연말 점보 복권 300엔짜리 한 장 사보기

    도쿄 신바시역 히비야 출구에서 나와 고가도로 쪽으로 3분쯤 걸으면, 뜬금없이 사람 줄이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구간이 나온다. 니시긴자 찬스센터(西銀座チャンスセンター)다. 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신바시와 유라쿠초 사이, 도쿄 고속도로 아래 상가 1층 모퉁이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복권 판매소다. 나는 이…

    도쿄 · 니시긴자 찬스센터
  • 우에노 아메요코, 해 지고 나서가 진짜다 — 오카치마치 게이트에서 우에노역까지 걸어본 저녁

    도쿄에 올 때마다 우에노 아메요코(アメ横)는 일정에 넣지 않아도 결국 발이 향한다. 이번엔 오카치마치 쪽에서 들어가 우에노역 쪽으로 훑고 나왔다. 낮에 왔다가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고 돌아간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동네는 오후 5시 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표정이 바뀐다. JR 선로 밑 아치와…

    도쿄 · 아메요코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