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 키친스트리트 '돈카츠 스즈키(とんかつ 寿々木)' — 캐리어 끌고 들어가 먹은 인생 돈카츠

신칸센 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아서, 도쿄역 야에스 쪽 키친스트리트를 어슬렁거리다가 흰 노렌 하나 앞에서 멈췄다. 검은 붓글씨로 とんかつ 寿々木. 노렌 틈으로 카운터에 앉은 사람 등이 보이고, 노렌 바로 옆 바닥에는 나처럼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사람의 검은 여행가방이 세워져 있었다. 도쿄에서 돈카츠는 셀 수 없이 먹어봤…

도쿄 · 돈카츠 스즈키(寿々木)

신칸센 시간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아서, 도쿄역 야에스 쪽 키친스트리트를 어슬렁거리다가 흰 노렌 하나 앞에서 멈췄다. 검은 붓글씨로 とんかつ 寿々木. 노렌 틈으로 카운터에 앉은 사람 등이 보이고, 노렌 바로 옆 바닥에는 나처럼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사람의 검은 여행가방이 세워져 있었다. 도쿄에서 돈카츠는 셀 수 없이 먹어봤는데, 이날 여기서 먹은 로스카츠는 지금도 내 머릿속 일본 돈카츠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그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쓴다.

흰 노렌에 검은 붓글씨로 'とんかつ 寿々木'라고 쓰여 있고, 그 틈으로 카운터에 앉은 손님과 캐리어가 보이는 입구
노렌 옆에 캐리어. 도쿄역 안 가게라는 걸 이 사진 한 장이 다 설명한다.

도쿄역 안, 개찰구 나와서 찾아가는 법

가게 입구 벽에는 둥근 간판등이 달려 있고 그 아래 라이트박스로 'お昼のお品書き(점심 메뉴)' 액자가 걸려 있다. 안쪽으로 흰 노렌과 나무 의자가 보인다. 조명 톤이 따뜻해서 역 구내라기보다 골목 안 가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둥근 '寿々木' 간판등과 점심 메뉴 라이트박스가 걸린 가게 입구, 흰 노렌 너머로 나무 의자와 손님이 보인다
가게 앞 점심 메뉴 액자. 로스카츠 정식이 1,450엔으로 적혀 있던 날.

층 안내판 쪽에는 'Kitchen Street'라는 로고와 함께 とんかつ 寿々木 / TONKATSU SUZUKI 패널이 붙어 있다. 거기 적힌 영업 시간은 OPEN 11:00 / CLOSE 23:00, 점심 메뉴는 15시까지. 좌석은 31석 표시. 밤 11시까지 한다는 게 이 집의 진짜 무기다. 도쿄역에서 늦은 신칸센 타기 전, 혹은 밤에 도착해서 뭘 먹을지 막막할 때 여기가 열려 있다.

Kitchen Street 로고와 'とんかつ 寿々木 TONKATSU SUZUKI'가 적힌 라이트박스 안내판, 아래에 점심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
OPEN 11:00 / CLOSE 23:00, 31석. 점심 품목은 15시까지.

이 안내판 사진과 위 간판 사진의 가격이 다르다. 안내판에는 로스카츠 정식 1,100엔, 히레카츠 정식 1,150엔, 카츠동 1,030엔으로 적혀 있고, 입구 액자에는 로스카츠 정식이 1,450엔이었다. 방문 시기가 다른 두 장이다. 지금 가면 또 달라져 있을 테니 가격은 현장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카운터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이유

테이블도 있지만 카운터에 앉으면 조리대가 그대로 보인다. 히노키 카운터 너머 스테인리스 바트 두 개. 한쪽엔 굵고 성긴 생빵가루가 수북하고, 다른 쪽엔 비계가 하얗게 붙은 돼지 로스 덩어리가 겹쳐 쌓여 있다. 미리 튀겨둔 게 하나도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저 고기에 옷을 입힌다.

히노키 카운터 너머 스테인리스 바트에 담긴 생빵가루와 비계 붙은 돼지 로스 생고기
왼쪽은 성긴 생빵가루, 오른쪽은 비계 두른 로스. 주문 후에 옷을 입힌다.

유리 칸막이 너머 구리 튀김솥. 기름 색이 꽤 짙다. 처음 보면 '이거 괜찮나' 싶은데, 저온에서 오래 쓰는 돈카츠 전문점 기름은 보통 저렇다. 기름 위로 튀겨지는 카츠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기포가 촘촘하게 올라온다.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자글자글하는 낮은 소리.

유리 칸막이 너머 구리 튀김솥에서 짙은 색 기름에 카츠가 튀겨지며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
유리 너머로 본 구리 솥. 기름 온도를 낮게 잡고 천천히 익힌다.
구리 튀김솥 안에서 새우튀김 꼬리가 보이며 기름이 끓어오르는 클로즈업
기름 사이로 새우 꼬리 하나가 빨갛게 올라와 있다.

솥 건너편에서는 흰 조리복에 마스크를 쓴 직원이 클립보드에 주문을 적고 있었고, 옆 스테인리스 대에는 다 튀겨져 나갈 접시가 대기 중이었다. 흰 그릇이 쌓인 선반, 수도꼭지 두 개짜리 싱크, 조리대 위 나무 소금통. 딱 필요한 것만 있는 주방이다.

구리 튀김솥 너머로 흰 조리복에 마스크를 쓴 직원이 클립보드에 주문을 적고 있고, 옆 조리대에 완성된 카츠 접시가 놓여 있다
솥 하나, 사람 둘. 밖에 나갈 접시가 조리대 위에서 잠깐 대기한다.

로스카츠 정식 — 여기가 문제의 그 접시다

나온 상은 단정했다. 남색 그림이 들어간 흰 접시에 철망을 깔고 그 위에 카츠, 옆에 실처럼 가늘게 썬 양배추 한 무더기. 밥, 국(뚜껑 덮인 붉은 칠기 그릇), 채 썬 무 절임 작은 접시, 오시보리, 녹차. 카운터 위쪽 나무 트레이에 소스병과 시치미, 뚜껑 덮인 통이 놓여 있어서 손 뻗으면 닿는다.

히노키 카운터 위에 차려진 로스카츠 정식 한 상. 철망 위 카츠와 채 썬 양배추, 흰밥, 붉은 칠기 국그릇, 녹차, 젓가락
로스카츠 정식 한 상. 접시 위 철망 덕에 튀김옷 바닥이 눅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면 튀김옷이 왜 다른지 보인다. 빵가루가 곱게 눕지 않고 제각각 삐죽삐죽 서 있다. 색은 진한 갈색이 아니라 옅은 황금색. 젓가락으로 집을 때 '사각' 하고 부서지는 감촉이 손끝까지 온다.

철망 위에 놓인 로스카츠 클로즈업. 빵가루가 삐죽삐죽 선 옅은 황금색 튀김옷과 옆의 채 썬 양배추
튀김옷이 눕지 않고 서 있다. 이게 이 집 카츠의 얼굴.

한 조각 집어 들었을 때 속살이 옅은 분홍색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덜 익은 줄 알고 놀란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면 로스가 저 색으로 멈춘다. 육즙이 도마 위로 새지 않고 고기 안에 그대로 갇혀 있다는 뜻이다. 씹으면 뜨거운 육즙이 먼저 터지고, 그다음에 비계가 녹으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소금만 살짝 찍어 먹은 첫 조각이 제일 좋았다.

젓가락으로 집어 든 로스카츠 조각의 단면. 튀김옷 안쪽 고기가 옅은 분홍빛을 띠고 있다
이 분홍. 덜 익은 게 아니라 여기까지만 익힌 것.
젓가락에 들린 두꺼운 로스카츠 단면, 뒤로 나무 밥통과 흰 밥그릇이 보인다
단면 두께를 보면 튀김옷 층이 얼마나 얇은지 안다.

인생 돈카츠라는 말을 아껴 쓰는 편인데, 이 접시는 그 말을 붙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도쿄에서 이름난 집들, 오사카 골목 노포까지 돌아다녀 본 기준으로 말해서 일본에서 먹은 돈카츠 중 다섯 손가락 안. 이유는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온도 관리다. 겉은 확실히 바삭한데 고기는 분홍색으로 멈춰 있는 상태, 그 사이의 좁은 구간을 정확히 잡았다. 튀김옷과 고기 사이가 뜨지 않고 딱 붙어 있는 것도 이 집이 잘한다.

녹차는 두꺼운 도기 유노미에 담겨 나온다. 색이 형광에 가까운 연둣빛. 기름진 걸 먹다가 한 모금 마시면 입이 정리된다. 리필해 주니 눈치 볼 필요 없다.

히노키 카운터 위에 놓인 두꺼운 도기 잔에 담긴 연둣빛 녹차, 뒤로 오시보리와 나무 밥통이 보인다
이 녹차 색. 기름진 입을 씻어내는 역할을 정확히 한다.

소스는 나중에, 겨자는 조금씩

돈카츠 소스를 뿌리면 그림이 확 바뀐다. 갈색 소스가 튀김옷 골에 스며들면서 짙어지고, 단맛과 산미가 앞으로 나온다. 나는 절반은 소금, 절반은 소스로 먹는 편이다. 소스를 처음부터 다 뿌리면 그 분홍 고기의 단맛이 묻힌다.

돈카츠 소스를 끼얹은 로스카츠를 젓가락으로 집어 든 모습, 옆에 유자 조각과 참깨 드레싱을 뿌린 양배추
소스를 두르면 이 색. 옆 양배추엔 드레싱을 뿌려뒀다.
소스가 밴 카츠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들고 있고, 접시 가장자리에 노란 겨자와 검은 소스 종지가 놓여 있다
겨자는 접시 가장자리에 조금. 한 번에 다 쓰면 매워서 고기 맛이 안 남는다.

카운터 아래 벽에 흰색 휴대용 선풍기가 하나 물려 있었다. 여름에 튀김집에 앉으면 등에 땀이 차는데, 이런 걸 자리마다 챙겨두는 집이 몇 없다. 이 사진 찍을 때가 마침 카츠 한 조각 들고 있던 순간이라 같이 찍혔다.

젓가락에 들린 카츠 조각 뒤로 나무 카운터에 물려 있는 흰색 휴대용 선풍기와 나무 밥통
자리마다 붙어 있던 휴대용 선풍기. 여름엔 이게 은근히 고맙다.

다른 날엔 새우튀김 붙은 정식으로

또 한 번은 로스카츠에 새우튀김이 붙은 정식을 시켰다. 접시에 카츠와 큼직한 새우튀김 한 마리, 타르타르 소스 종지, 레몬 반달, 노란 겨자, 양배추. 새우는 꼬리까지 세워 튀겨서 단면을 자르면 흰 살이 통으로 드러난다. 물컹하지 않고 탱글하게 씹힌다.

소스를 두른 로스카츠와 잘린 새우튀김, 타르타르 소스 종지, 채 썬 양배추, 겨자가 담긴 접시를 위에서 찍은 사진
로스카츠 + 새우튀김. 새우 단면에 흰 살이 그대로 보인다.
두툼한 카츠 단면을 젓가락으로 든 모습, 뒤로 새우튀김과 타르타르 소스, 나무 밥통이 보인다
이쪽은 좀 더 익은 단면. 그래도 퍽퍽하지 않았다.
철망 위 로스카츠와 꼬리를 세운 새우튀김, 레몬, 타르타르 소스, 채 썬 양배추가 담긴 접시와 흰밥
레몬은 새우 쪽에만 짜는 게 낫다. 카츠엔 안 어울린다.
카츠와 새우튀김이 담긴 접시, 옆에 겨자와 녹차 잔, 뒤 선반에 나무 밥통과 오시보리가 놓인 카운터
카운터 안쪽 선반에 놓인 나무 뚜껑 밥통. 밥은 여기서 퍼준다.
위에서 내려다본 한 상. 카츠와 새우튀김 접시, 수북한 흰밥, 초록빛 채소 절임, 국그릇 두 개와 녹차 잔들
밥 양이 넉넉하다. 남길 것 같으면 처음에 적게 달라고 하면 된다.

가격표와 주문서

주문은 종이 전표에 직원이 수량을 적는 방식이다. 전표 상단에 'とんかつ 寿々木 東京駅店'. 왼쪽 열이 런치(ラ) 가격, 오른쪽 열이 일반 가격으로 나뉘어 있다. 내가 받은 전표 기준으로 로스카츠 정식은 런치 1,100엔 / 일반 1,380엔, 히레카츠 정식 1,150 / 1,430엔, 로스카츠 정식(大) 1,400 / 1,680엔, 상 로스카츠 정식 1,580 / 1,780엔. 카츠동은 런치 1,030엔. 새우튀김 정식은 일반가 1,980엔.

술과 안주도 같은 종이에 붙어 있다. 생맥주 630엔, 병맥주 570엔, 토미노호잔·핫카이산 같은 술이 510엔, 흑우롱차와 진저에일 310엔. 안주는 멘치카츠 290엔, 우마다레 캬베츠(양념 양배추) 290엔, 츠케모노 모둠 360엔, 특제 어니언 샐러드 390엔, 다시마키 계란 460엔, 아게다시 두부 460엔, 돼지 로스 가라아게 560엔, 카츠니 690엔. 밤에 혼자 카운터에서 맥주 한 잔에 멘치카츠 하나 시켜도 그림이 되는 구성이다.

'とんかつ 寿々木 東京駅店'이 인쇄된 종이 주문 전표를 손에 들고 찍은 사진, 런치와 일반 가격이 두 열로 나뉘어 있다
주문 전표. 왼쪽 (ラ) 표시가 런치 가격이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아쉬웠던 점도 있다. 유리 칸막이 때문에 튀김 냄새가 자리까지 확 오지는 않는다. 튀김집 특유의 그 기름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리고 양배추 리필은 물어보기 전엔 알아서 챙겨주지 않았다. 필요하면 말해야 한다.

도쿄역에서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나는 또 여기 노렌을 젖힐 것 같다. 그 분홍색 단면을 한 번 보고 나면 다른 데 카츠를 먹을 때마다 자꾸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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