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요요기 톤친칸(豚珍館), 밥공기부터 기가 죽는 돈카츠집
신주쿠 남쪽에서 요요기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큰 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이 나온다.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에 있는 톤친칸(豚珍館)은 그 골목 초입, 낡은 건물 1층에 있다. 간판이 크지도 않고 외국어 안내도 없다. 처음 왔을 때는 지도를 보면서도 두 번 지나쳤다. 결국 나를 멈춰 세운 건 벽 위에 붙은…
도쿄 · 톤친칸
신주쿠 남쪽에서 요요기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큰 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이 나온다.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에 있는 톤친칸(豚珍館)은 그 골목 초입, 낡은 건물 1층에 있다. 간판이 크지도 않고 외국어 안내도 없다. 처음 왔을 때는 지도를 보면서도 두 번 지나쳤다. 결국 나를 멈춰 세운 건 벽 위에 붙은 흰 전광 간판과, 그 아래 걸린 돼지 그림 노렌이었다.
노렌 안쪽으로 흰 조리복 입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보이고, 가게 앞 좁은 자리에 손님 가방이 쌓여 있었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대기는 계단참에 서서 하는데, 여름엔 튀김 기름 열기가 그대로 올라와서 셔츠가 금방 눅눅해진다.
문에 붙은 메뉴판이 이 집의 설명서다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은 하나다. 정면 문에 붙은 메뉴 사진판을 읽는 것. 스무 장 넘는 코팅된 사진이 붙어 있고, 옆에 세로쓰기 한자로 가격이 적혀 있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면 주문이 된다.
이 사진에서 두 가지를 꼭 보고 가야 한다. 위쪽 흰 종이의 영업시간과, 메뉴판 한가운데 붙은 파란 꽃 모양 손글씨 메모다. 내가 찍었을 때 기준으로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점심 오전 11시 ~ 오후 3시
- 휴게 오후 3시 ~ 오후 5시
- 저녁 오후 5시 ~ 오후 11시 (토요일만 오후 10시까지)
- 일요일·공휴일 휴무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는 게 핵심이다. 도쿄에서 오후 늦게 밥때를 놓치고 헤매본 사람은 알 거다. 이 두 시간에 여기 오면 그냥 닫힌 문만 본다. 그리고 파란 메모, 카드를 안 받는다. 현금만. 편의점 ATM에서 뽑아 오는 게 마음 편하다. 다만 이건 내가 방문했을 때의 안내이고 영업시간이나 결제 조건은 바뀔 수 있으니 현장 확인을 권한다.
사진에 찍힌 가격표를 읽어보면 쿠시카츠 850엔, 쇼가야키(생강구이) 930엔, 치킨카츠 930엔, 톤카츠 980엔, 하무카츠 700엔, 이카후라이 630엔 선이다. 아래쪽 줄로 내려가면 히레카츠 1,350엔, 믹스후라이 1,250엔, 로스카츠 1,150엔처럼 값이 올라간다. 도쿄 한복판 물가를 생각하면 이 구성에 이 가격은 싸다. 다만 이건 내가 찍은 시점의 표시가라, 지금은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벽 메뉴판 숫자를 직접 확인하고 앉는 게 낫다.
밥공기를 보고 처음 웃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안다. 이 집은 양으로 이름난 집이다. 정식이 나오는데 밥그릇이 국그릇만 하고, 밥은 그 위로 봉긋하게 솟아 있다. 둘이 앉았더니 그런 게 두 개 놓였다.
튀김옷 색이 진하다. 요즘 유행하는 연한 금빛 저온 튀김이 아니라, 갈색이 확실히 도는 옛날식이다. 접시엔 양배추채가 산처럼 올라가고 적양배추가 색을 낸다. 파슬리 한 줄기, 토마토 한 조각, 오이 두 쪽. 구성이 40년 전 사진에서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 들었을 때 무게가 느껴진다. 튀김옷이 살에 딱 붙어 있고, 씹으면 바스락 소리보다 우두둑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기름을 머금은 옷이라 가볍지는 않다. 이건 취향이 갈릴 부분이다. 얇고 바삭한 튀김을 기대하고 오면 "이거 좀 무거운데" 싶을 수 있다.
미소국이 좋았다. 붉은 칠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돼지고기 조각이 들어 있어서 국물이 묵직하다. 튀김을 몇 점 먹고 입안이 뻑뻑해질 때 이 국을 한 모금 넘기면 다시 젓가락이 간다. 츠케모노는 붉은 절임 한 젓가락 분량으로 아주 조금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밥을 다 못 비웠다. 튀김을 다 먹고 밥이 3분의 1쯤 남았다. 옆자리 회사원은 다 먹더라. 밥 양 조절이 되는지는 내가 확인하지 못했으니, 자신 없으면 자리에 앉을 때 물어보길.
찾아가는 법과 자리 잡기
가장 가까운 역은 JR 요요기역이다. 역에서 나와 몇 분만 걸으면 되는 거리라 신주쿠에서 한 정거장 이동하거나, 신주쿠 남쪽 출구에서 그냥 걸어 내려와도 된다. 문제는 마지막 100미터다. 골목 안쪽에 있고 간판이 도로 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있지 않아서, 지도 좌표를 켜놓고 건물 1층 입구를 훑어야 한다. 노렌의 돼지 그림이 눈에 들어오면 맞게 온 거다.
점심시간은 근처 직장인들로 꽉 찬다. 11시 30분 전에 들어가거나, 1시 반 넘겨서 가는 게 낫다.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저녁 문 여는 5시에 맞춰 갔더니 흰 카운터 자리를 바로 잡았다. 카운터는 조명이 밝아서 접시 색이 훨씬 잘 보인다.
이날 시킨 건 등심 쪽이었다. 접시 지름을 거의 다 채우는 크기라 처음엔 두 사람 몫인 줄 알았다. 한 조각 들어보니 단면이 옅은 분홍이다. 과하게 튀기지 않았다는 뜻이고, 씹으면 육즙이 확실히 돈다. 튀김옷의 거친 맛보다 고기 맛이 앞선다.
처음 가는 사람이 알아두면 좋은 것
- 현금 준비. 카드는 안 받는다고 문에 붙어 있다.
- 오후 3~5시는 브레이크 타임.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 밥 양이 상당하다. 튀김 종류를 두 개 시켜 나눠 먹는 편이 현실적이다.
- 테이블에 소스, 소금, 시치미가 놓여 있다. 절반은 소스, 절반은 소금으로 먹어보면 튀김옷 맛 차이가 확실히 난다.
- 좁고 회전이 빠른 가게라 짐이 크면 눈치가 보인다. 캐리어를 끌고 갈 자리는 아니다.
도쿄에서 돈카츠를 먹으려면 훨씬 세련된 집이 많다. 흑돼지 브랜드를 내걸고 저온에서 곱게 튀겨 분홍색 단면을 자랑하는 곳들. 톤친칸은 그쪽이 아니다. 튀김옷은 두껍고 색은 진하고 밥은 무식하게 많다. 그런데 다 먹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배가 부르다는 감각이 이렇게 단순하게 만족스러웠던 게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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