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파 라쿠아, 관람차 앞 노천탕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도쿄 분쿄구 고라쿠엔, 도쿄돔 시티 한복판에 있는 스파 라쿠아(Spa LaQua)에 오후 세 시쯤 들어가서 밤 아홉 시 넘어 나왔다. 여섯 시간. 처음엔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온천에 몸 담그고 → 나와서 찬 음료 한 잔 → 경치 보면서 늘어져 있다가 → 다시 탕. 이 고리가 한 번 돌기 시작하니 끊을 이유가…
도쿄 · 스파 라쿠아
도쿄 분쿄구 고라쿠엔, 도쿄돔 시티 한복판에 있는 스파 라쿠아(Spa LaQua)에 오후 세 시쯤 들어가서 밤 아홉 시 넘어 나왔다. 여섯 시간. 처음엔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온천에 몸 담그고 → 나와서 찬 음료 한 잔 → 경치 보면서 늘어져 있다가 → 다시 탕. 이 고리가 한 번 돌기 시작하니 끊을 이유가 없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 내가 직접 해보고 나서야 이해했다.
도심 한가운데인데 물은 진짜 온천이다
도쿄돔 시티 건물 6층부터 9층까지가 스파 구역이다. 지하 170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온천수를 쓴다고 안내에 적혀 있고, 실제로 탕에 들어가 보면 물이 미끈하다. 손등을 문지르면 살짝 기름진 느낌이 남는 그런 물이다. 색은 옅은 갈색. 도쿄 한복판, 그것도 야구장 옆 건물에서 이런 물이 나온다는 게 좀 비현실적이었다.
탕에 들어간 채로 고개를 들면 눈앞에 롤러코스터 궤도가 지나간다. 유리 난간 너머로 관람차 빨간 곤돌라가 천천히 돌고, 그 오른쪽으로 도쿄돔 호텔 타워가 서 있다. 온천에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위 사진의 얕은 물, 발목까지만 오는 저 구역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자리다. 원형 스툴에 엉덩이만 걸치고 발은 물에 담근 채로 앉아 있으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부는 저녁 바람이 반반씩 몸에 닿는다. 오래 앉아 있어도 어지럽지 않다.

온천 → 음료 → 경치 → 다시 온천, 무한반복이 되는 이유
이 시설이 다른 온천과 갈리는 지점은 '탕 밖에서 보낼 시간'을 제대로 설계해뒀다는 것이다. 보통 온천은 나오면 할 게 없어서 결국 집에 간다. 여기는 나오면 갈 데가 더 많다.

탕에서 나와 관내복으로 갈아입고 라운지 창가에 앉으면 이 그림이 나온다. 초록색 멜론소다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 얹은 크림소다. 온천에서 나온 직후에 이 얼음 든 단 음료를 마시면 목젖 아래로 찬 게 훅 내려가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이거 하나 때문에 탕에 한 번 더 들어갔다 나올 정도.
주변을 둘러보니 노트북 켜놓고 뭔가 작업하는 사람, 문고본 읽는 사람, 그냥 리클라이너에 파묻혀 자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아무도 서로를 신경 쓰지 않고, 직원도 나가라는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자리를 몇 시간씩 쓰는 게 여기선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그러니 온천 → 음료 → 경치 구경 → 다시 온천이 계속 돌아간다. 나는 이 사이클을 네 바퀴 돌았다.


관람차 이름은 빅오(Big O), 가운데가 뚫린 중심축 없는 관람차다. 그 사이를 통과하는 롤러코스터가 선더돌핀. 탕에 있다 보면 코스터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 비명이 위에서 아래로 훅 지나간다. 물소리랑 섞여서 묘하게 웃기다. 조용한 온천을 기대했다면 여기는 아니다.

힐링 바덴 — 여기부터는 수영복이 필요하다

기본 스파 구역과 별개로 추가 요금을 내고 들어가는 저온 사우나 존이 이 문 뒤에 있다. 남녀 공용이라 관내복이 아니라 지정 웨어를 입고 들어간다. 실내 온도가 낮은 사우나가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어서, 뜨거운 탕에서 확 익힌 몸을 여기서 천천히 식히는 식으로 쓰면 좋다. 요금과 운영 시간은 시즌에 따라 바뀌니 현장 요금표 확인을 권한다. 나는 처음에 이 구역을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카운터로 돌아가 추가 결제했는데, 처음부터 같이 끊는 게 편하다.
위치와 들어가는 법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난보쿠선 고라쿠엔역, 도에이 오에도·미타선 가스가역에서 지하 통로로 바로 이어진다. JR로 오면 스이도바시역에서 도보 몇 분. 어느 쪽이든 도쿄돔 시티 라쿠아 건물을 찾으면 되고, 스파 입구는 6층이라 1층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 엉뚱한 층에서 헤맨다.


도쿄돔에서 야구 경기나 콘서트가 있는 날은 스파도 붐빈다. 락커 배정을 기다리는 줄이 생기고, 라운지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 있다. 일정을 짤 수 있다면 경기 없는 평일 오후를 노리는 게 낫다. 나는 평일 오후 세 시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한산했고, 여섯 시 넘어가면서 퇴근한 사람들이 밀려들어 왔다.
밤이 진짜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면 관람차에 조명이 들어온다. 파랑에서 초록, 다시 보라로 색이 천천히 바뀌는데 탕에 목까지 담근 채로 그걸 보고 있으면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낮에 봤던 그 구조물이 밤에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된다. 왼쪽 아래 돈키호테 노란 간판까지 켜지면 도쿄에 있다는 게 실감 난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 수건과 관내복은 요금에 포함이라 맨몸으로 가도 된다. 다만 힐링 바덴용 웨어는 별도.
- 관내 결제는 손목 밴드로 하고 나갈 때 한 번에 정산한다. 편해서 오히려 돈 쓰는 감각이 무뎌지니 주의.
- 심야 시간대에 남아 있으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 경계 시각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 문신이 있으면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 규정이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권장.
- 여섯 시간 있었더니 나올 때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물을 생각보다 많이 마셔야 한다. 관내 급수기 위치를 처음에 봐두면 편하다.
도쿄 온천이라고 하면 오다이바나 근교 온천 마을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이동 시간까지 계산하면 여기가 훨씬 효율적이다. 신주쿠나 도쿄역에서 30분이면 닿고, 나와서 바로 도쿄돔 시티 밥집으로 걸어갈 수 있다. 다음에 도쿄 오면 일정 중간에 통째로 하루를 비워두고 여기서 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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