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돈카츠 와코, 로스카츠 정식 한 상을 앞에 두고
도쿄 신주쿠 남쪽, 요요기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점심때를 놓쳤다. 두 시가 다 되어 들어간 곳이 돈카츠 와코(とんかつ和幸)였다. 일본 전역에 지점이 있는 체인이라 "굳이 여기서?" 싶을 수도 있는데, 나는 동남아와 일본을 오가며 이런 곳을 꽤 신뢰하는 편이 됐다. 여행지에서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도쿄 · 돈카츠 와코
도쿄 신주쿠 남쪽, 요요기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점심때를 놓쳤다. 두 시가 다 되어 들어간 곳이 돈카츠 와코(とんかつ和幸)였다. 일본 전역에 지점이 있는 체인이라 "굳이 여기서?" 싶을 수도 있는데, 나는 동남아와 일본을 오가며 이런 곳을 꽤 신뢰하는 편이 됐다. 여행지에서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특히 배가 고파서 판단력이 떨어졌을 때는.
가게 안은 밝은 나무 톤이었고, 점심 피크가 지나 옆 테이블 하나만 차 있었다. 튀김 기름 냄새가 무겁게 깔려 있지 않았던 게 첫인상이다. 환기가 잘 되는 집은 대체로 기름 관리도 잘 한다.
접시에 올라온 것 — 로스카츠와 캐비지 산
주문한 건 로스카츠 정식. 앞에 놓인 순간 눈이 먼저 간 건 카츠가 아니라 채 썬 양배추였다. 접시 절반을 차지하는 높이로 소복하게 쌓여 있고, 꼭대기에 적양배추 몇 가닥이 얹혀 있다. 이게 그냥 장식이 아니다. 와코는 양배추 리필이 되는 곳이라 이걸 다 먹고도 더 달라고 할 수 있다.
카츠는 검은 사각 접시 위 스테인리스 철망에 올려져 나왔다. 이 철망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차이를 만든다. 접시에 직접 놓으면 바닥면이 자기 열과 습기로 눅눅해지는데, 띄워두면 끝까지 바삭함이 간다. 튀김옷 색은 짙은 갈색이 아니라 밝은 황금빛에 가까웠고, 빵가루 결이 뭉개지지 않고 하나하나 서 있었다. 기름이 깨끗하다는 신호다.
한 상 전체 구성 — 밥·미소시루·츠케모노
정식이라 딸려 나오는 게 꽤 된다. 흰쌀밥 한 공기, 뚜껑 덮인 붉은 국그릇에 담긴 미소시루(정확히는 돼지 넣은 톤지루 쪽이었다), 절임 반찬 종지, 소스를 덜어 먹으라고 주는 작은 흰 접시, 그리고 겨자가 담긴 종지 하나. 트레이 앞쪽에 깔린 종이 매트에 TONKATSU WAKO 로고가 찍혀 있다.
밥알이 하나씩 서 있는 게 사진으로도 보인다. 일본에서 이 정도 밥은 사실 기본값에 가까운데, 매번 감탄하게 된다. 밥과 미소시루는 리필해준다. 다만 이건 지점마다 운영이 조금씩 다르니 직원에게 확인하는 게 낫다. 나는 "오카와리 오네가이시마스(おかわりお願いします)" 한마디로 밥을 한 번 더 받았다.
겨자 종지는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지점이다. 노란 게 조금 담겨 있어서 무심코 많이 찍으면 코가 뚫린다. 카라시(和がらし)는 한국 연겨자보다 훨씬 맵다. 젓가락 끝에 살짝 묻히는 정도가 적당하다.
잘라보니 — 단면이 말해주는 것
한 조각 집어 들었을 때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단면이 완전히 하얗지 않고 옅은 분홍빛이 남아 있다. 돼지고기를 덜 익힌 게 아니라, 저온에서 속까지 천천히 익힌 뒤 겉만 마무리했을 때 나오는 색이다. 육즙이 마르기 직전에 건져낸 상태.
씹으면 튀김옷이 먼저 바스러지고, 그다음 고기 결이 갈라진다. 로스는 등심이라 위쪽에 비계가 한 줄 붙어 있는데 이 부분이 제일 고소하다. 기름기가 부담스러우면 히레(안심)로 가면 되지만, 나는 이 비계 한 줄 때문에 로스를 고른다.
소스는 흰 접시에 부어 찍어 먹는 방식이다. 처음 두세 조각은 소스 없이 소금만 살짝 뿌려 먹어보길 권한다. 고기 자체 맛이 어떤지 알고 나서 소스를 얹어야 순서가 맞다. 사진 오른쪽 아래 흰 접시에 갈색 소스가 고여 있는 게 보이는데, 저 정도면 두 사람이 나눠 쓰기에도 넉넉했다.
아쉬웠던 점
솔직히 말하면 튀김옷이 내 기준에는 조금 두꺼웠다. 마지막 두어 조각쯤 가면 빵가루가 기름을 머금은 게 느껴져서 밥과 양배추를 끼워가며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전문 돈카츠 전문점의 얇고 유리처럼 깨지는 튀김옷과는 결이 다르다. 체인의 안정감을 택하면 그 대신 정점은 포기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집은 조용히 먹는 분위기다. 옆 테이블 대화 소리가 들릴 만큼 홀이 잠잠했다. 왁자지껄한 식사를 기대하고 가면 어긋난다.
위치와 실용 정보
내가 들른 곳은 신주쿠 남쪽, 요요기 역과 신주쿠 역 사이 구간이다. JR 신주쿠 역 남쪽 출구에서 걸어 나오면 십 분 안쪽이고, 요요기 역 쪽에서 접근해도 비슷하다. 와코는 역 빌딩이나 백화점 지하·상층 식당가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지도만 보고 1층 길가 매장을 찾다가 헤매기 쉽다. 건물 이름을 확인한 뒤 층수 안내판을 보고 올라가는 게 빠르다.
몇 가지 실전 메모를 남긴다.
- 점심 피크(12시~1시 반)를 피하면 대기 없이 앉는다. 나는 두 시쯤 들어가서 바로 자리를 잡았다.
- 양배추·밥·미소시루 리필은 직원에게 말하면 된다. 다만 지점별로 운영이 다를 수 있으니 현장 확인 권장.
- 메뉴판에 사진이 크게 실려 있어서 일본어를 못 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끝난다.
- 가격은 지점과 시기에 따라 달라서 여기 적지 않는다. 정식 기준으로 도쿄 시내 평범한 점심 한 끼 수준이라고만 해두겠다.
- 테이크아웃 카츠도 파는 지점이 있다. 호텔에서 먹을 저녁을 사 가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
도쿄 첫 방문이라면 유명 돈카츠 전문점에 줄을 서보는 것도 경험이다. 다만 일정이 빡빡하거나 이미 한 번 실패한 날이라면, 와코 같은 곳이 여행의 리듬을 지켜준다. 밥값에 비해 마음이 편해지는 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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