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다이바 포무노키(ポムの樹), 하야시소스 함박 오무라이스와 그 계란 이야기
오다이바에서 반나절 걸어다니다 배가 고파져 들어간 곳이 포무노키 오다이바점이었다. 일본에서 오무라이스 전문점 하면 거의 이름부터 나오는 체인인데, 도쿄에서도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오다이바 쇼핑몰 안에 들어와 있다. 상가 복도를 걷다 보면 오른쪽에 '創作オムライス ポムの樹'라고 초록 글씨로 쓴 간판이 보이고, 그 옆에 노…
도쿄 · 포무노키 오다이바점
오다이바에서 반나절 걸어다니다 배가 고파져 들어간 곳이 포무노키 오다이바점이었다. 일본에서 오무라이스 전문점 하면 거의 이름부터 나오는 체인인데, 도쿄에서도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오다이바 쇼핑몰 안에 들어와 있다. 상가 복도를 걷다 보면 오른쪽에 '創作オムライス ポムの樹'라고 초록 글씨로 쓴 간판이 보이고, 그 옆에 노란 배너로 KIRIN 생맥주 한 잔 200엔이라고 크게 붙어 있다. 식사 주문한 손님 한정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고, 셀프 서버에서 직접 따라 마시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무라이스집에서 200엔 맥주는 좀 반칙이다 싶었다.

입구 진열장부터 구경거리다
일본 식당의 식품 샘플 진열장을 매번 그냥 지나쳤는데, 여기서는 한참 서서 봤다. 벽돌 벽에 'pomme-no-ki'라고 손글씨체로 써 붙였고 3단 선반에 오무라이스 모형이 스무 접시 가까이 놓여 있다. 데미글라스 소스가 흘러내리는 것, 크림소스에 해산물이 얹힌 것, 명란 마요네즈를 격자로 뿌린 것까지 전부 모형으로 만들어놨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미니 드럼 세트, 사과 모형이 사이사이에 섞여 있어 진열장 자체가 잡화점처럼 보인다. 오른쪽에는 혼잡 시 음식 제공에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문이 일본어로 붙어 있었다. 실제로 우리 음식도 주문 후 15분쯤 걸려 나왔으니 빈말은 아니다.

메뉴판이 두껍다 — 소스별로 골라야 한다
자리에 앉으면 링바인더로 묶인 두툼한 메뉴판을 준다. 처음 온 사람이 가장 많이 헤매는 지점이 여기다. 포무노키는 오무라이스를 소스 계열로 나눠놨다. 데미글라스·하야시 페이지가 따로 있고, 크림·카레 페이지가 따로 있고, 토마토·케첩 페이지가 또 따로 있다. 그리고 앞쪽에 '創作オムライス(하우스 오리지널)' 페이지가 별도로 있어서 명란 마요네즈, 오코노미야키 스타일, 게살 크림 고로케 얹은 것 같은 변형들이 몰려 있다.

가격은 대체로 SS 사이즈 900~1,300엔대(세금 별도), S로 올리면 100엔쯤 붙는 구조다. 다만 메뉴는 시기마다 바뀌니 실제 금액은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맞다. 내가 갔을 땐 'あったかオムライスフェア'라는 기간 한정 메뉴가 표지에 크게 붙어 있었다. 프리미엄 비프 스튜 오무라이스가 세트 1,880엔(세금 포함 2,068엔), 핫초미소를 넣은 규스지 데미소스 오무라이스, 아사리 화이트소스 오무라이스가 나란히 실려 있었다.

사이즈 표기가 SS / S / M / L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다. SS가 가장 작은 게 아니다. 레이디스 세트에 있는 '프치(プチ)'가 SS보다 밥이 적고 계란을 두 개 쓴다고 메뉴에 명시돼 있다. 그러니까 조금만 먹고 싶으면 프치, 보통 사람 한 끼면 SS나 S 정도가 적당하다. 세트 M·L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작게 적혀 있으니 큰 사이즈를 원하면 단품으로 가야 한다.


드링크와 미소국은 먼저 챙겨두자
세트를 시키면 드링크를 고르게 되어 있고, 메뉴 상당수에 '미소국 서비스' 표시가 붙어 있다. 종이컵에 담긴 미소국이 먼저 나왔는데, 붉은 포무노키 로고 컵이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다. 걸쭉하지 않고 맑은 편이라 오무라이스처럼 진한 소스 요리 앞에 입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뜻하게 나왔고 짜지 않았다. 옆에는 아세로라 소다 같은 붉은 음료가 담긴 유리컵이 함께 놓여 있었다. 테이크아웃 컵으로 주문하면 두 번째 잔이 무료라는 안내가 메뉴에 있으니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면 참고할 만하다.

위치와 가는 법
오다이바는 유리카모메나 린카이선을 타고 들어가는데, 이 지점은 해변 산책로가 아니라 쇼핑몰 실내 층에 있다. 밖에서 아쿠아시티나 다이바시티 쪽을 걷다 보면 바깥 더위나 바람에 지치는데, 실내로 들어와 앉으면 그 온도 차만으로도 한숨 돌린다. 유모차 끌고 온 가족 손님이 여럿이었고 좌석 간격도 좁지 않았다. 점심 피크에는 대기가 생기니 12시 직전이나 오후 2시 넘어서 가는 편이 편하다. 영업시간은 몰 운영시간에 맞춰 바뀌므로 방문 전 확인하는 걸 권한다.
본론 — 계란이 진짜다
내가 시킨 건 함박스테이크를 얹은 하야시·데미소스 오무라이스. 접시에 붉은 POMME's 로고가 둘러진 큰 접시가 나왔고, 진한 갈색 소스가 접시 바닥에 넉넉하게 깔려 있었다. 그 위에 노란 오무라이스가 통째로 누워 있고, 등에 함박스테이크 한 덩이가 얹혀 소스와 흰 크림 줄무늬를 뒤집어썼다. 김이 올라오는 게 눈으로 보였다.

여기 오무라이스는 계란이 전부다. 여러 오무라이스집을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계란 자체가 주인공인 집은 흔치 않다. 겉면은 반들반들하게 익어 얇은 막을 이루는데, 그 안쪽은 아직 덜 굳어서 숟가락을 대면 물결처럼 흔들린다. 색이 흐린 노랑이 아니라 짙은 주황빛에 가까운 노랑이다. 입에 넣으면 부침개처럼 씹히는 게 아니라 크림처럼 혀에서 무너진다. 계란 특유의 비린 끝맛이 전혀 없고 버터 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소스를 잔뜩 묻혀 먹어도 계란 맛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진한 데미글라스가 이렇게 강한데도 계란이 뒤로 밀리지 않는다.


숟가락으로 계란을 갈라 밥까지 함께 떠보면 안쪽 구조가 보인다. 밥은 하얗지 않고 옅은 노란빛이 돈다. 버터라이스라 기름기가 살짝 있고 밥알이 뭉치지 않고 따로 떨어진다. 계란이 밥을 덮은 게 아니라 계란과 밥 사이에 반쯤 익은 계란층이 한 겹 더 끼어 있어서, 한 숟가락에 세 가지 질감이 같이 들어온다. 이 한 숟가락이 이 집을 다시 찾게 만드는 지점이다.

함박스테이크도 나쁘지 않다. 포크로 잘라보니 속이 회갈색으로 고르게 익었고 다진 고기 결이 굵직하게 살아 있다. 미트볼처럼 퍽퍽하지 않고 육즙이 남아 있었다. 다만 데미소스가 워낙 진해서 고기 자체 맛은 소스에 상당히 묻힌다. 고기를 주인공으로 기대하고 왔다면 아쉬울 수 있다. 계란과 소스를 보러 온 거라면 함박은 덤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다.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
- 소스가 접시에 넓게 깔려 나오니 옷 조심. 흰 셔츠에 튀면 답이 없다.
- 계란이 식으면 그 흔들리는 질감이 사라진다. 사진은 두세 장만 찍고 바로 먹는 게 낫다.
- 수저는 테이블 위 반투명 케이스에 숟가락·포크·나이프가 함께 들어 있다. 직원을 부를 필요 없다.
- 혼자라면 SS, 둘이 나눠 먹을 생각이면 S 이상으로. 프치는 생각보다 작다.
- 가격·사이즈 표기와 기간 한정 메뉴는 시기마다 바뀌므로 현장 메뉴판 확인 권장.
오다이바에서 뭘 먹을지 정하지 못했다면 이 집은 안전하다. 소스는 취향을 타지만 계란은 취향을 안 탄다. 다음에 오면 소스를 바꿔서 화이트소스 쪽을 시켜볼 생각이다. 계란이 이 정도면 어떤 소스를 얹어도 버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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