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카메구로 뒷골목 '카츠안(かつ庵)' — 내가 도쿄에서 먹은 돈카츠 중 제일 맛있었다

도쿄에서 돈카츠집을 꽤 돌아다녔다. 우에노 백년 노포도 가봤고, 신주쿠 백화점 지하의 줄 서는 집도 가봤다. 그런데 다시 가고 싶은 집을 하나만 꼽으라면 메구로강 근처, 지하 층 상가 통로에 노렌 하나 걸어놓은 이 작은 가게다. 간판에는 큼직한 붓글씨로 '가쓰안(かつ庵)', 그 옆에 돼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관광 동…

도쿄 · 카츠이치

도쿄에서 돈카츠집을 꽤 돌아다녔다. 우에노 백년 노포도 가봤고, 신주쿠 백화점 지하의 줄 서는 집도 가봤다. 그런데 다시 가고 싶은 집을 하나만 꼽으라면 메구로강 근처, 지하 층 상가 통로에 노렌 하나 걸어놓은 이 작은 가게다. 간판에는 큼직한 붓글씨로 '가쓰안(かつ庵)', 그 옆에 돼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관광 동선 위에 있는 집이 아니라 점심시간에 근처 직장인들이 조용히 들어왔다 나가는 종류의 가게다.

흰 바탕에 검은 붓글씨로 'かつ庵'이라 쓰이고 돼지 그림이 함께 그려진 가게 차양 간판
차양에 붓글씨로 'かつ庵'. 오른쪽 끝의 돼지 그림이 이 집 마스코트다.

가게 앞에서 먼저 읽어야 할 종이들

입구 유리창과 벽에는 손글씨 안내문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이걸 안 읽고 들어갔다가 낭패 본 사람을 실제로 봤다. 가장 중요한 건 오른쪽 종이다. "当店は カード、電子マネー、ペイペイは使えません。現金のみの支払いです" — 카드, 전자머니, 페이페이 전부 안 되고 현금만 받는다. 요즘 도쿄는 편의점부터 라멘집까지 스이카 한 장이면 끝나서 현금을 아예 안 들고 다니는 여행자가 많은데, 이 집은 예외다. 근처 편의점 ATM에서 엔화를 미리 뽑아 오는 게 마음 편하다.

왼쪽의 액자 메뉴판이 이 집의 전체 목록이다. 세로쓰기로 ヒレかつ定食(히레카츠 정식), ロースかつ定食(로스카츠 정식), 上ヒレ・上ロース(상급 히레·로스), カキフライ(굴튀김), エビフライ(새우튀김), かつ丼(카츠동), かつカレー(카츠카레), 그리고 半ヒレかつライス까지 적혀 있고 오른쪽에 가격이 붙어 있다. 그 옆의 작은 액자는 런치 메뉴로 A 히레카츠 런치 / B 로스카츠 런치 / C 카츠카레 런치 세 가지, 아래에 11:00〜2:00라고 시간이 적혀 있다. 런치 시간이 끝나면 이 구성은 사라지니 낮에 가는 게 낫다. 다른 종이에는 테이크아웃 가능 품목(카츠동·히레·로스)과 1,300엔 같은 숫자가 보였는데, 손글씨라 항목별로 정확히 매칭하기는 어려웠다. 가격은 자주 바뀌는 편이라 현장에서 확인하는 걸 권한다.

액자 옆에 붙은 '百名店' 스티커도 눈에 띈다. 일본 식당 리뷰 사이트에서 매년 뽑는 백 개 명점 목록에 든 집이라는 표시다. 관광객 리뷰가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실제로 먹고 매긴 순위라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가게 입구에 붙은 손글씨 메뉴 액자와 현금 결제 안내문, 런치 메뉴판, 갈색 노렌이 걸린 출입구 전경
입구 벽. 왼쪽 액자가 전체 메뉴, 가운데 흰 종이가 현금 전용 안내, 그 오른쪽 작은 액자가 11:00~2:00 런치 메뉴다. 왼쪽 아래 액자는 노을 진 바다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 작품.

튀김옷을 보면 안다 — 히레카츠 정식

주문한 건 히레카츠 정식. 접시가 나온 순간 튀김옷부터 눈에 들어왔다. 매끈하게 코팅된 갈색이 아니라, 빵가루 결이 하나하나 살아서 삐죽삐죽 일어선 모양이다. 기름 온도를 낮게 잡고 천천히 튀겨야 이 결이 무너지지 않는다. 세 덩이가 접시에 나란히 놓이고 뒤로는 채썬 양배추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칼질이 굵지 않고 실처럼 가늘다. 곁들이로 노란 단무지 한 조각, 옆 접시에 오이와 무 절임, 그리고 흰쌀밥과 된장국이 따로 나온다.

나무 테이블 위 흰 접시에 담긴 히레카츠 세 조각과 산처럼 쌓인 채썬 양배추, 옆에 흰쌀밥 공기와 된장국
히레카츠 정식 한 상. 밥과 된장국이 따로, 양배추는 리필된다.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단면을 봤다. 가운데가 옅은 분홍빛으로 남아 있고 육즙이 도는 게 보인다. 완전히 익혀 하얗게 굳은 돈카츠와는 다른 식감이다. 씹으면 겉은 바스러지는데 안은 부드럽고, 목구멍에 걸리는 퍽퍽함이 없다. 튀김옷과 고기 사이에 뜬 공간이 거의 없어서 한 덩어리로 씹힌다. 기름이 무겁지 않아 세 덩이를 다 먹고도 속이 부대끼지 않았다.

빨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히레카츠 단면, 가운데가 연분홍빛으로 육즙이 도는 모습
단면. 이 분홍빛이 이 집 히레카츠의 핵심이다.

테이블에는 소스병과 소금, 후춧가루 통이 놓여 있다. 처음 한 점은 아무것도 안 찍고 그냥 먹어보길 권한다. 고기 자체에 간이 들어가 있어서 소스를 부으면 그 밑간이 덮인다. 두 번째 점부터 소금을 살짝, 세 번째부터 소스를 찍는 순서가 제일 좋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된장국이 평범하다는 것 정도. 카츠가 워낙 세서 국이 존재감을 못 낸다.

위치와 자리 잡기

메구로강 남쪽, 나카메구로 역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다. 큰길에 접한 가게가 아니라 상가 건물 안쪽 통로에 있어서 처음 찾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노렌이 걸려 있으면 영업 중, 걷혀 있으면 아니다. 지도 좌표를 찍어놓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빠르다.

가게는 좁다. 카운터 위주라 4인 이상 일행이면 자리 맞추기가 어렵다. 입구 아래쪽에 "人数が揃ってから…"로 시작하는 손글씨가 붙어 있는데, 일행이 다 모인 뒤에 줄을 서라는 뜻이다. 한 명이 먼저 가서 자리 잡아두는 방식은 안 통한다.

나카메구로에 온 김에 들르는 집이라기보다, 이 돈카츠 하나 먹으러 지하철 타고 갈 만한 집이다. 다음에 도쿄 가면 이번엔 로스카츠를 시켜볼 생각이다. 옆자리 아저씨가 먹던 게 계속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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