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코미치야 피노키오, 노부부가 굽는 두 장짜리 핫케이크 700엔

도쿄 기타구 쪽, 큰 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자리에 코미치야 피노키오(小道屋 ピノキオ)가 있다. 간판도 작고 유리문도 흐릿해서 지도를 켜고 갔는데도 한 번 지나쳤다.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멎어 있다. 짙은 나무 벽, 갈색 가죽을 씌운 등받이 의자, 테이블마다 놓인 유리 시럽 병. 요즘 도쿄에서 유행하는 수플레 팬케이크 가…

도쿄 · 코미치야 피노키오

도쿄 기타구 쪽, 큰 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자리에 코미치야 피노키오(小道屋 ピノキオ)가 있다. 간판도 작고 유리문도 흐릿해서 지도를 켜고 갔는데도 한 번 지나쳤다.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멎어 있다. 짙은 나무 벽, 갈색 가죽을 씌운 등받이 의자, 테이블마다 놓인 유리 시럽 병. 요즘 도쿄에서 유행하는 수플레 팬케이크 가게들의 흰 벽과 조명과는 정반대다.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주인 부부에게 있다. 일본에서 팬케이크를 거의 처음 구워 팔기 시작한 축에 드는 노부부가 지금도 직접 반죽을 만들고 굽는다. 할아버지가 주방에서 철판 앞에 서고, 할머니가 홀을 본다. 주문이 몰려도 굽는 속도는 똑같다. 두 장 굽는 데 20분 가까이 걸린다고 미리 말해준다. 급하면 오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그 시간이 이 집 반죽에 필요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철판에서 20분,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

나온 접시를 보고 먼저 놀란 건 두께였다. 지름은 작은데 위아래로 높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두께가 두 장 쌓여 나온다. 위에 각진 버터 한 조각, 그 위로 시럽이 흘러내려 접시 바닥에 고인다. 요즘 SNS에 올라오는 흔들리는 수플레와는 결이 다르다. 이건 단단하게 부풀린 옛날식 핫케이크다. 옆면을 보면 부푼 결이 층층이 보이는데, 반죽이 철판 위에서 천천히 올라온 흔적이다.

검은 테두리 접시 위에 두 장 쌓인 두꺼운 핫케이크와 그 위에 놓인 네모난 버터, 흘러내린 시럽
두 장 쌓아 나오는 핫케이크. 뒤 테이블에 놓인 유리 시럽 병과 갈색 가죽 의자가 이 가게의 온도다.

버터가 녹기 전에 사진부터 찍고 싶겠지만, 나는 반대로 했다. 버터를 위에 얹은 채로 1~2분 두면 열로 녹아 시럽과 섞인다. 그 상태에서 잘라야 단면에 노란 물이 배어든다.

잘랐을 때 나오는 단면이 이 집의 전부다

나이프를 넣으면 겉이 살짝 저항한다. 표면은 갈색으로 균일하게 구워졌고 그 아래는 계란색이다. 포크에 올려 든 조각을 보면 위아래 두 개의 결 사이에 시럽이 스며든 층이 선명하게 보인다. 씹으면 폭신하다기보다 촘촘하다. 계란 냄새가 먼저 오고, 그다음 버터, 그다음 시럽 단맛이 늦게 따라온다. 밀가루 반죽 자체가 달지 않아서 시럽을 다 부어도 물리지 않는다.

핫케이크를 잘라 포크로 들어 올린 모습, 노란 속결과 시럽이 스며든 단면이 보이고 접시 옆에 나이프가 놓여 있다
한 조각 잘라 든 단면. 겉은 갈색으로 균일하고 속은 계란색, 그 사이에 시럽이 배어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접시에 고인 시럽이 생각보다 많아서, 마지막 몇 입은 시럽에 절어버렸다. 다음엔 시럽을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절반만 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장은 혼자 먹기에 든든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왔다면 딱 맞지만, 다른 걸 시켜 나눠 먹을 계획이라면 둘이서 한 접시로도 충분하다.

손글씨 메뉴판과 실제 가격

메뉴판을 펼치면 인쇄물이 아니다. 전부 손으로 쓴 세로 글씨다.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비닐 커버 안에 끼워져 있다. 한쪽 구석에 손으로 그린 'THANK YOU!!'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손님이 주고 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게 이 가게의 시간을 말해준다.

나무 테이블 위에 펼쳐진 손글씨 세로쓰기 메뉴판, 음료와 토스트 가격이 적혀 있고 오른쪽 아래에 손으로 그린 THANK YOU 스티커가 붙어 있다
손글씨 메뉴판. 왼쪽이 음료, 오른쪽이 토스트·샌드위치·스파게티, 맨 아래가 핫케이크 700엔.

메뉴판에 적혀 있던 가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도쿄에서 두툼한 팬케이크 한 접시가 1,500엔을 넘는 게 흔한 요즘, 700엔은 정직한 가격이다. 커피까지 붙여도 1,150엔이다. 다만 메뉴판 사진에 찍힌 가격이라 인상될 수 있으니 현장에서 확인하시길.

찾아가는 법과 앉는 자리

위치는 아래 지도의 좌표 근처다. 큰 길에서 골목으로 한 번 꺾어 들어가야 해서, 구글 지도의 파란 점이 도착했다고 해도 한 번 더 두리번거리게 된다. 나는 반대편 인도에서 건물을 두 번 훑고서야 간판을 찾았다. 역에서 내렸다면 지도를 켜고 도보로 접근하는 게 제일 확실하다.

가게 안은 좁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점심때 몰리면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나는 안쪽 벽 쪽 자리에 앉았는데, 사진 배경으로 갈색 가죽 의자가 들어와서 그 자리를 추천한다. 창가 자리는 낮에 빛이 잘 들어오지만 반사가 심해서 접시 사진이 하얗게 뜬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도쿄에서 줄 서서 먹는 팬케이크는 많다. 여기는 줄보다 시간을 쓰는 집이다. 철판 앞에 선 할아버지의 등을 보면서 20분을 기다리고, 700엔짜리 접시를 받아 20분 만에 비운다. 그 교환이 이상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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