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조네츠 호루몬(情熱ホルモン), 숯불 위 대창이 쫀득해지는 순간까지 기다린 밤
이케부쿠로에서 신주쿠 쪽으로 넘어가는 길, 간판마다 붉은 글씨가 튀어나오는 골목에 조네츠 호루몬이 있다. 도쿄 야키니쿠집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호루몬(内臓, 곱창·대창 같은 내장 부위)을 전면에 내건 집은 성격이 다르다. 등심이나 갈비를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내장 부위를 숯불에 올려놓고 맥주를 들이켜는 집이다. 메…
도쿄 · 조네츠 호루몬
이케부쿠로에서 신주쿠 쪽으로 넘어가는 길, 간판마다 붉은 글씨가 튀어나오는 골목에 조네츠 호루몬이 있다. 도쿄 야키니쿠집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호루몬(内臓, 곱창·대창 같은 내장 부위)을 전면에 내건 집은 성격이 다르다. 등심이나 갈비를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내장 부위를 숯불에 올려놓고 맥주를 들이켜는 집이다. 메뉴판을 받자마자 그게 분명해졌다.

메뉴판 읽는 법 — 190엔부터 시작한다
메뉴를 펼치면 왼쪽 절반이 통째로 호루몬이다. 후와(フワ, 허파) 190엔, 시로(シロ) 190엔, 카미카와 190엔. 여기서부터 시작해 하츠 290엔, 야키센마이 290엔, 하나하나·기아라·탄모토·립이 각 390엔. 가격 옆에 こってり度(기름진 정도)와 はごたえ度(씹는 맛 정도)가 숫자로 붙어 있는데, 처음 온 사람은 이 숫자를 꼭 보는 게 좋다. 부위 이름을 몰라도 기름지고 쫀득한 걸 원하는지, 담백하고 부드러운 걸 원하는지로 고를 수 있다.
가운데 크게 박힌 간판 메뉴는 쿠로호루(黒ホル) 390엔. 흑모와규의 소장을 쓴다고 적혀 있고 '초 추천' 딱지가 붙어 있다.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야키니쿠 파트라 우시시오탄 790엔, 아쓰기리 규탄 990엔, 로스 690엔, 하라미 690엔이 늘어선다. 마루초 590엔, 시마초 590엔, 조미노 690엔까지가 호루몬 상위 라인. 아래쪽 작은 글씨로 표시 가격은 전부 세금 별도라고 적혀 있으니, 실제 계산서는 여기서 10% 더 붙는다고 계산해야 한다.

오른쪽 끝의 작은 박스를 놓치기 쉽다. +100엔이면 고기 양념을 바꿀 수 있다는 안내다. 매콤한 아카다레(辛うま赤ダレ), 마늘 들어간 네기시오다레, 노른자를 얹는 토로타마, 생강파. 리쿠에스트를 안 하면 기본 양념으로 나오니, 같은 부위를 두 접시 시킬 거면 한 접시는 양념을 바꿔보는 편이 낫다. 네기시오 시로 290엔, 네기시오 조미노 790엔 같은 식으로 조합별 가격이 따로 붙어 있다.
숯에 구워먹는 쫀득한 대창
이 집에 온 이유는 사실 하나였다. 대창. 접시로 나올 때는 생소하게 생겼다. 검은 접시에 조릿대 잎 한 장 꽂고, 뽀얀 덩어리들이 붉은 양념을 뒤집어쓴 채 겹쳐져 있다. 지방이 두툼하게 붙은 쪽은 아이보리색, 살 쪽은 분홍빛. 젓가락으로 집으면 묵직하게 늘어진다.

이걸 그냥 올려놓고 뒤집으면 실패한다. 지방이 녹아 숯에 떨어지면서 불이 확 올라오는데, 겉만 새까매지고 속은 미지근한 상태가 된다. 첫 접시를 그렇게 태워먹고 나서 방식을 바꿨다. 지방 쪽을 먼저 아래로 두고 건드리지 않고 오래 기다린다. 표면이 투명해지다가 가장자리가 오그라들고, 기름이 배어 나와 반들거리기 시작할 때 딱 한 번 뒤집는다. 그때부터는 30초 안쪽이다.
입에 넣으면 처음엔 껍질이 톡 하고 터지는 느낌, 그 다음이 고무처럼 질긴 게 아니라 찹쌀떡을 씹는 것 같은 저항이다. 씹을수록 안에 갇혀 있던 기름이 천천히 나온다. 이 쫀득함은 불판에서는 안 나오고 숯이라야 나온다. 시치린 화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겉을 먼저 잠그기 때문이다. 한 접시에 알이 열 몇 개쯤 되는데, 넷이서 나눠 먹으니 두 점씩이라 결국 세 번 더 시켰다.
화로는 작다 — 한 번에 여덟 점이 한계
테이블마다 놓이는 화로가 생각보다 작다. 지름이 어른 손 한 뼘 반 정도. 석쇠 위에 고기를 올리면 여덟 점쯤에서 자리가 꽉 찬다. 욕심내서 가득 채우면 숯의 열이 분산돼서 아무것도 제대로 안 익는다. 사진에서 보이듯 중앙에 흰 재를 뒤집어쓴 숯 덩어리가 있고 그 주변으로 붉은 불이 새어 나오는데, 화력이 센 자리는 화로 가장자리보다 안쪽이다. 두꺼운 부위는 안쪽, 얇은 건 바깥쪽에 두고 굽는 게 편했다.

연기는 각오해야 한다. 후드가 테이블 위에 달려 있긴 한데 숯불 특성상 기름 연기를 다 못 빨아들인다. 나올 때 옷에서 냄새가 확실히 났다. 다음 날 입을 옷으로 가지는 않는 게 낫다.
고기 말고 시킬 것들
메뉴 뒷장은 사이드와 모듬 세트다. 김치는 배추·깍두기·오이 각 320엔이고 세 종류 모듬이 490엔이니 모듬이 낫다. 콩나물 290엔, 나물 모듬 390엔. 한국 사람 입에 익은 것들이 그대로 있는데 간은 일본식으로 순한 편이다. 사쿠라 유케(말고기 육회) 890엔은 노른자를 얹어 나오고, 아카노 모츠니(붉은 곱창조림) 390엔은 이 지점 한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모듬 세트도 있다. 호루몬 인기 모듬 1,790엔, 명물 쿠로호루와 붉은살 충실 세트 1,990엔, 버라이어티 세트 2,890엔, 붉은살 올스타 3,490엔, 고기 12종이 들어간 패밀리 세트 4,990엔. 넷 이상이면 세트로 시작해서 마음에 든 부위를 단품으로 추가하는 게 계산이 맞았다. 츠보 호루몬 790엔은 내용물을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적혀 있으니 그날그날 다른 모양이다.
위치와 실전 팁
촬영 지점은 도쿄 도심 북서쪽, 이케부쿠로와 신주쿠 사이 구간이다. 조네츠 호루몬은 도쿄에 여러 지점이 있는 체인이라, 검색해서 나오는 아무 지점이나 가지 말고 목적지 지점의 좌표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낫다. 골목 안쪽에 있어서 대로변에서는 잘 안 보이고, 붉은 간판과 숯 냄새로 찾게 된다.
- 가격은 전부 세금 별도 표기다. 최종 금액은 표기가 대비 10% 위로 잡아라.
- 영업시간과 예약 가능 여부는 지점마다 달라 현장 확인을 권한다. 금요일 저녁 8시쯤엔 자리가 거의 없었다.
- 대창(쿠로호루 계열)은 처음 시킬 때 두 접시 시켜라. 한 접시는 태워먹는다고 보면 된다.
- 양념 변경 +100엔은 메뉴 구석에 작게 적혀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주문할 때 직원에게 먼저 말해야 한다.
- 생맥주는 아사히. 기름진 내장 부위와 붙여 먹으면 잔이 비는 속도가 무섭다.
고급 와규를 얇게 썰어 내는 집의 감동과는 다른 종류다. 여기는 앉자마자 숯 냄새가 옷에 배고, 집게로 고기를 뒤집는 타이밍을 서로 훈수 두다가 접시를 몇 번 더 시키게 되는 곳이다. 대창 한 점이 제대로 익었을 때의 그 쫀득함 하나 때문에 다음 도쿄 일정에도 하루 저녁은 비워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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