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도쿄도청 남전망실, 공짜로 202m에서 내려다본 도쿄의 밤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에 있는 도쿄도청사는 시청 건물이다. 민원 보러 가는 관공서인데, 45층 두 곳을 전망대로 개방해두고 입장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도쿄에 유료 전망대가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스카이트리든 시부야 스카이든 한 사람에 2,000~3,000엔은 우습게 나가는데, 여기는 엘리베이터 앞…

도쿄 · 도쿄도청 전망대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에 있는 도쿄도청사는 시청 건물이다. 민원 보러 가는 관공서인데, 45층 두 곳을 전망대로 개방해두고 입장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도쿄에 유료 전망대가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스카이트리든 시부야 스카이든 한 사람에 2,000~3,000엔은 우습게 나가는데, 여기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가방 검사 한 번 받고 그냥 올라간다. 나는 이번이 세 번째였고, 세 번 다 "이게 왜 무료지"라고 중얼거리며 내려왔다.

파란 하늘 아래 회색 돌 외벽의 도쿄도청사 제1본청사 쌍둥이 타워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낮에 올려다본 제1본청사. 33층에서 갈라지는 쌍둥이 타워 꼭대기 양쪽이 각각 북·남 전망실이다.

줄은 각오하고 가되, 시간대를 고르면 그냥 통과다

결론부터 적자면 해질녘부터 밤 8시까지가 최악이다. 1층 엘리베이터 홀 앞 폴대 사이로 줄이 접혀 있고, 그게 다 차면 홀 바깥까지 늘어선다. 야경을 노리고 오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몰리는 시간대라 어쩔 수 없다. 내가 갔던 날은 8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앞에 40명쯤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한 번에 스무 명 남짓 태우니 두 번 보내고 세 번째에 탔다. 20분 정도.

반대로 낮은 정말 한산하다. 오전 11시쯤 올라간 적이 있는데 줄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바로 탔고, 창가 자리도 골라 앉았다. 도쿄 서쪽 하늘이 맑은 날이면 후지산 실루엣이 걸린다. 야경이 목적이 아니라면 낮에 가는 게 압도적으로 편하다. 야경도 보고 싶고 줄도 피하고 싶다면, 어중간한 시간에 올라가서 해 지는 걸 통째로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전망실 안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남 전망실 개실 시간과 휴실일을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로 적어놓은 검은 안내판, 오른쪽 위에 1s 층 표시
1층 남전망실 대기줄 앞 안내판. 한국어 안내도 따로 붙어 있다.

이 안내판을 찍어둔 이유가 있다. 자세히 보면 시간 부분에 검은 스티커를 덧대 고쳐놓은 흔적이 있고, 일본어 줄은 22:00, 영어 줄은 23:00으로 서로 다르게 적혀 있다. 운영 시간이 바뀌는 과도기에 급하게 수정한 티가 난다. 휴실일은 남전망실이 매월 첫째·셋째 화요일, 북전망실은 둘째·넷째 월요일로 서로 엇갈리게 잡혀 있어서 어느 한쪽은 대체로 열려 있다. 연말연시(12/29~1/3)는 1월 1일만 빼고 닫는다. 늦은 시간이나 화요일을 노린다면 당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 번 확인하고 가는 편이 안전하다. 북전망실은 시기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진 적이 있어서 더 그렇다.

창가에 붙어서 본 것들

45층 전망실은 도넛 모양이다. 가운데 카페와 기념품 코너가 있고 그 둘레를 유리창이 감싼다. 한 바퀴 천천히 돌면 도쿄를 360도로 다 본다. 유리가 안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천장 조명과 실내가 통유리에 그대로 반사돼 찍힌다. 카메라 렌즈를 유리에 바짝 붙이고, 검은 옷 입은 사람 뒤에 서면 그나마 낫다. 그래도 완벽히는 안 지워진다.

유리창 너머 니시신주쿠 고층빌딩군 야경, 오른쪽 끝에 격자무늬 모드학원 코쿤타워가 보인다
유리에 실내 조명이 그대로 비친다. 오른쪽 끝 그물 무늬 건물이 모드학원 코쿤타워.

동쪽 창으로 붙으면 신주쿠역 방향이 발밑에 깔린다. 파란빛이 촘촘히 박힌 유리 지붕이 하나 보이는데, 저게 신주쿠역 남쪽 일대의 건물 지붕이다. 그 너머로 뾰족한 시계탑 하나가 서 있다.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 도쿄 사람들이 그냥 "도코모 타워"라고 부르는 그 건물인데, 밤에는 첨탑이 파랗게 물든다. 처음 온 사람들은 저걸 도쿄타워로 착각하곤 한다. 도쿄타워는 그보다 훨씬 오른쪽, 훨씬 멀리 주황색으로 작게 서 있다.

구름 낀 밤하늘 아래 파란 첨탑의 NTT도코모 요요기 빌딩과 도쿄 동쪽 도심 야경
가운데 파란 첨탑이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 그 뒤로 도심 불빛이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세로 구도로 담은 신주쿠 동쪽 야경, 파란 도코모 타워와 오른쪽 멀리 보라색으로 빛나는 탑
구름이 낮게 깔린 날. 도코모 타워 오른쪽 멀리 보라색으로 빛나는 게 도쿄 스카이트리다.

이날은 구름이 유난히 낮았다. 45층 높이가 구름 바로 아래여서, 도시 불빛이 구름 배에 반사돼 하늘 전체가 회색으로 뿌옇게 떴다. 맑은 날의 쨍한 야경과는 다른 그림인데 나는 이쪽이 더 좋았다.

발밑 가까이 내려다본 신주쿠역 방향, 파란 조명이 박힌 유리 지붕과 도코모 타워
아래쪽 파란 유리 지붕이 신주쿠 스미토모 빌딩의 아트리움. 낮에는 여기서 밥 먹고 밤엔 위에서 지붕을 본다.

가장 재미있는 건 창에 바짝 붙어 아래를 내려다볼 때다. 202m라는 숫자는 감이 안 오는데, 도로를 지나는 택시가 손톱만 하게 보이면 그제야 실감이 난다. 자정 가까운 시간의 니시신주쿠 대로는 차가 몇 대 없이 텅 비어서, 흰 차선만 형광등처럼 길게 이어졌다.

전망실 창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본 니시신주쿠 대로, 텅 빈 도로와 횡단보도, 빌딩 옥상
거의 수직으로 내려다본 도청 앞 도로. 차 한 대가 손톱만 하다.

서쪽 창 — 파크 하얏트와 끝없는 주택가

사람들은 도쿄타워 있는 동쪽 창에 몰리는데, 나는 서쪽이 더 좋다. 이쪽은 고층 빌딩 몇 개를 지나면 그 뒤로 나지막한 주택가 불빛이 지평선까지 균일하게 깔린다. 어디가 끝인지 안 보인다. 도쿄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는 스카이트리보다 이 밋밋한 서쪽 풍경이 더 잘 알려준다.

서쪽 창에서 본 니시신주쿠 빌딩군과 그 너머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주택가 불빛
왼쪽 아래 삼각 지붕 세 개가 파크 하얏트 도쿄. 그 뒤로 도쿄 서부가 끝없이 이어진다.
파크 하얏트 도쿄 세 개의 삼각 지붕이 조명을 받은 모습과 아래로 흐르는 고속도로 램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그 호텔. 꼭대기 삼각 지붕 안이 뉴욕 바다.

파크 하얏트 도쿄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저 호텔 최상층 바에서 마시는 칵테일 한 잔 값이면 여기 올라오는 데 드는 돈, 그러니까 0엔과 비교가 안 된다. 아래쪽으로 주황색 가로등이 뱀처럼 휘어 흐르는 건 수도고속도로 진출입 램프다.

광각으로 담은 서쪽 야경 파노라마, 왼쪽에 도쿄 오페라시티 타워와 촘촘한 도시 불빛
왼쪽 높은 건물이 도쿄 오페라시티 타워. 이 방향은 불빛이 잘게 깔려서 광각으로 찍는 게 낫다.
천장 조명이 크게 반사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오페라시티 방향 야경
유리 반사와의 싸움. 이렇게 천장 곡면이 통째로 찍히는 각도가 있다.
세로 구도의 서남쪽 야경, 오페라시티 타워와 고속도로 램프, 저층 주택가 불빛
같은 방향을 세로로. 고층 빌딩 벨트가 몇 블록 만에 뚝 끊기고 저층 주택가로 바뀐다.

가는 길 — 지하도로 가면 비 안 맞는다

JR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다만 지상으로 걸으면 신호등을 몇 번 건너야 하고 여름엔 땀범벅이 된다. 나는 지하 보행자 통로를 추천한다. 신주쿠역 서쪽에서 도청 방향 표지판만 따라가면 에어컨 나오는 지하도로 도청 지하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비 오는 날이나 한여름엔 이 차이가 크다.

형광등이 길게 늘어선 넓은 지하 보행자 통로, 파란 펜스와 공사용 콘이 한쪽에 놓여 있다
신주쿠역에서 도청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 넓고 시원한데 사람은 거의 없다.

도에이 오에도선을 탄다면 도초마에역이 바로 붙어 있어서 개찰구에서 엘리베이터 홀까지 5분도 안 걸린다. 전망실 엘리베이터는 제1본청사 1층에 있고, 남쪽과 북쪽 승강장이 각각 따로다. 사진에 찍힌 "1s" 표시가 남전망실 쪽이다. 한쪽 줄이 길면 반대쪽으로 가보자. 보이는 방향이 조금 다를 뿐 둘 다 좋다.

몇 가지 실전 메모

밤에 가로등 불빛을 받아 분홍빛으로 환하게 핀 벚나무 가지
같은 카메라 앨범에 함께 있던 밤 벚꽃 사진. 도청 야경과는 다른 날 다른 자리에서 찍은 것이다.

도쿄에서 하룻밤을 어떻게 쓸까 고민된다면, 3,000엔짜리 전망대 대신 여기 와서 그 돈으로 이자카야에 가는 쪽을 권한다. 관공서 건물이라 감성적인 연출도 없고, 유리는 반사가 심하고, 저녁엔 줄도 선다. 그런데 창가에 서서 도쿄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한참을 세어보고 있으면, 값을 치르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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