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노와 빌딩 야키니쿠 토코리(土古里), 우설 한 접시 때문에 다시 찾은 저녁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 쪽, 노와(NOWA) 빌딩 안에 있는 야키니쿠 토코리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적는다. 도쿄에서 야키니쿠는 흔하다. 골목마다 연기 나는 집이 있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 집은 우설(규탄) 하나로 저녁 전체의 인상을 바꿔놨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부위 다 시켜놓고 우설을 한 접시 더…
도쿄 · Tokori Shinjuku Nowa Yakiniku
도쿄 신주쿠 니시신주쿠 쪽, 노와(NOWA) 빌딩 안에 있는 야키니쿠 토코리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적는다. 도쿄에서 야키니쿠는 흔하다. 골목마다 연기 나는 집이 있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 집은 우설(규탄) 하나로 저녁 전체의 인상을 바꿔놨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부위 다 시켜놓고 우설을 한 접시 더 추가하게 되는 집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깔리는 상차림
테이블에 앉으면 숯불 화로가 가운데 박혀 있고, 그 옆으로 상추와 채 썬 파, 김치가 담긴 접시가 먼저 나온다. 한국 고깃집 반찬 구성과 거의 같다. 상추 위에 얹힌 노란 건 갈릭 계열 무침이었고, 파채는 양념 없이 물기만 뺀 상태. 소스 종지는 1인당 하나씩, 간장 양념·레몬 한 조각·와사비 세 칸으로 나뉘어 나온다. 야키니쿠집에서 소스가 세 칸으로 갈라져 나오면 부위별로 찍는 걸 다르게 하라는 뜻이다.

테이블 구석에 빨간 호출벨이 있다. 일본어가 안 되면 이게 제일 편하다. 누르면 직원이 오고, 메뉴판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걸로 주문이 끝난다. 우리 테이블 번호는 1131이었는데, 계산할 때 그 번호를 말하면 된다.
우설(규탄) — 이거 하나 때문에 온다
먼저 나온 게 우설이었다. 접시에 대나무 잎을 깔고 그 위에 두툼하게 썬 혀 다섯 점. 소금이 살짝 뿌려져 있고 색은 옅은 분홍에 가까웠다. 한국에서 먹던 얇게 썬 우설과 두께가 다르다. 손가락 한 마디까지는 아니어도, 집게로 들었을 때 축 늘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정도의 두께다.

숯불에 올리고 한 면이 갈색으로 살짝 오그라들 때 뒤집었다. 두꺼운 우설은 급하게 굽다 질겨지기 십상이라 센 불에 짧게, 한 면씩만 색을 내는 게 낫다. 집어 올렸을 때 겉면에 기름이 반짝이고 가장자리가 살짝 말려 올라간 상태가 딱이었다.

씹는 순간 오독하고 끊긴다. 질긴 게 아니라 탄력이 있는 쪽. 그다음에 혀 특유의 고소한 기름기가 퍼지는데, 이게 소금간과 레몬을 만나면 딱 떨어진다. 간장 양념은 우설에 쓰지 말자. 소금+레몬 조합이 훨씬 낫다. 옆자리 일본인 손님들도 우설만큼은 레몬 종지 쪽으로 손이 가더라.
와규 로스와 카루비, 마블링이 살아 있는 접시
우설 다음으로 나온 건 와규 로스 계열이었다. 접시에 세 점, 붉은 살에 하얀 마블링이 그물처럼 퍼져 있고 양념 기름이 접시 바닥에 살짝 고여 있었다. 이 정도 마블링이면 굽는 시간이 정말 짧다. 올리자마자 기름이 터지면서 불이 확 올라온다.

추가로 시킨 접시는 결이 더 굵고 마블링이 진한 부위였다. 네 점이 부채꼴로 깔려 나왔는데, 살코기와 지방층이 층층으로 갈라진 게 눈으로 보인다. 이건 소금보다 간장 양념이 어울렸다. 지방이 많아서 레몬만으로는 기름기를 못 잡는다.

벽에 붙은 부위도(部位図)를 먼저 보고 주문하자
가게 안쪽 소파석 벽면에 '흑모화규 야키니쿠 일두매입(黒毛和牛焼肉 一頭買い)'이라 크게 쓴 부위 안내판이 붙어 있다. 소 두 마리 그림에 부위별 이름과 설명이 빼곡하다. 왼쪽은 내장류(테일, 텟짱, 코부창, 센마이, 미노, 하라미, 하트, 탄), 오른쪽은 정육(리브로스, 서로인, 히레, 카이노미, 란이치, 토모바라 등)이다.

이 판에 우설(タン) 설명도 적혀 있다. 사시미로 먹는 건 혀뿌리 쪽, 구워 먹는 건 혀끝 쪽이 많다는 내용이다. 부위 이름을 하나라도 알고 가면 메뉴판의 가타카나가 갑자기 읽히기 시작한다. 처음 온 사람은 메뉴판만 보다가 무난한 세트로 넘어가기 쉬운데, 이 벽 한 번 보고 주문하면 선택지가 확 넓어진다.
밥, 국, 그리고 마무리 냉면
고기만 먹다 보면 중간에 밥이 필요하다. 공깃밥은 흰쌀에 잡곡이 아주 살짝 섞인 정도로, 고슬고슬하게 지어 나왔다. 한국 고깃집 밥보다 물기가 적은 편이다. 같이 나온 국은 된장 베이스에 파가 들어간 맑은 쪽이었다.


마무리는 냉면. 은색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면이 가늘고 투명한 쪽이다. 육수는 진하지 않고 슴슴한데, 고기 기름을 씻어내는 용도로는 정확했다. 위에 얹힌 건 편육 두어 점, 채 썬 오이, 김치.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을 때 면이 뚝뚝 끊기지 않고 잘 딸려 올라온다. 한국 평양냉면 기대하고 시키면 다른 음식이지만, 야키니쿠 뒤에 먹는 마무리로는 잘 맞았다.

위치와 실전 팁
가게는 신주쿠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니시신주쿠 방면 노와 빌딩 안에 있다. 지도상 위치는 아래와 같다. 신주쿠역은 출구가 워낙 많아서 지상으로 나온 뒤 지도를 켜는 편이 헤매지 않는다.
- 메뉴판에서 확인한 가격은 카루비 야키니쿠 세트 1,500엔(세금포함 1,650엔). 나머지 단품 가격은 현장 메뉴판 확인 권장.
- 우설은 처음에 한 접시만 시키고, 맛을 본 뒤 추가하는 쪽을 권한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
- 소스는 소금·레몬(우설, 담백한 부위) / 간장 양념(지방 많은 부위)로 나눠 쓰면 끝까지 안 물린다.
- 테이블 호출벨이 있으니 일본어가 부담스러워도 괜찮다. 메뉴판 사진 가리키기로 충분하다.
- 실내 조명이 상당히 어둡다. 사진 찍을 거라면 화로 불빛 쪽으로 접시를 조금 당기는 게 낫다. 내 사진도 절반은 흔들렸다.
아쉬웠던 점도 적어둔다. 화로 위 환기가 강한 편이 아니라 옷에 냄새가 좀 뱄다. 다음 날 입을 옷으로는 가지 말자. 그리고 우설이 워낙 좋아서 다른 부위가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처음이라면 우설을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에 시켜서 기준점을 잡고, 나머지를 그 뒤에 붙이는 순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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